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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Sky Is Filled With Clouds
작가 : ssssss
작품등록일 : 2017.7.30

여느 때처럼 구름이 가득한 영국 Norwich의 한 해변가. 그곳에는 어릴 적 불의의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한 소녀의 피아노 소리가 매일 울려 퍼진다.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슬픔에 빠져 살던 그녀는 15살이 되는 해, 희망을 찾으러 뉴욕으로 떠나는데… 수 년이 흐르고 여전히 슬픔 속에서 살아가던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름 속에 있는 한 남자를 본다. 그녀는 환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날 저녁, 그녀의 집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The Present (Love) - 11화
작성일 : 17-07-30 20:22     조회 : 283     추천 : 1     분량 : 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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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실에 들어왔다. 병실에 도착해서도 오로르는 미안한 감정이, 자신을 자책하고픈 감정이 솟구쳤지만 사라는 계속해서 괜찮다며 그녀의 등을 다독여주었다. 사라가 데스크로 가서 외출명부를 작성하는 사이에 오로르는 제인을 침대에 누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사라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지만 제인은 침대에 눕자마자 더이상 못참겠다는 듯이 오로르에게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

 오로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기 싫은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그들에게 이야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제는 모두 다 털어놓고 싶었다. 단지 그녀는 막상 때가 오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뿐이었다.

 "오로르, 제발 대답해 보거라.”

 제인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오로르는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음을 알았다. 3시 40분. 오로르는 당장 내일 당장 뉴욕으로 떠나야 했다. 그리고 제인은 언제 이 세상을 떠날지 알 수 없었다. 말을 꺼내기 바로 직전, 적절한 타이밍에 사라가 들어왔다. 그녀는 오로르와 제인 사이에 짙게 깔린 분위기를 느끼고서는 아무말 없이 앉았다. 그리고 오로르가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오로르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그녀를 버린 후 오랜시간 방황하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고 그녀가 일하는 레코딩 회사에서 청소를 시작한 일, 그가 3년 전 그녀를 찾아왔을 때 용서를 구하는 아버지를 쫓아낸 일, 그리고 몇일 전 아버지가 나타나 다시 용서를 구한 일까지, 그녀는 사라와 제인에게 다 말했다.

 “이게... 다예요. 그래서 아까 목사님에게 아버지를 용서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얼굴을 보자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어요. 내 시선이 그의 눈동자와 마주치자 마치 내가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요. 후회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도망쳤어요. 그리고 창피했어요.”

 이야기가 끝나고 오로르는 고개를 숙였다. 침묵이 그들 위로 눈송이처럼 내려앉았다.

 “오로르... 너의 믿음은 무엇이냐?"

 잠시 이어진 침묵을 깨고 제인이 질문을 했다. 오로르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잘... 모르겠어요.”

 자신 없는 목소리였다.

 "사실, 아까 전 설교가 뭔가 그럴듯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녀가 이어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아까는 찾은것 같다고 하지 않았느냐?"

 제인은 비난의 기색 없이 차분히 말했지만 오로르는 마치 그녀가 꾸중이라도 하듯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주관적인거야. 너가 정하는거다.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야.”

 "그... 그래서 더 어려워요.”

 오로르가 제인의 눈치를 보며 힘 없이 말했다.

 "그럼 오로르, 확신과 신뢰와 믿음의 차이는 무엇이냐?"

 "네...?"

 오로르는 대답하지 못했다. 마치 질문을 잘 못들은 것 처럼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너의 확신과 신뢰의 대상은 무엇이냐?"

 그녀가 다시, 더 깊게 물었다. 오로르는 지금 그녀가 무슨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피아노... 였던 것 같아요.”

 오로르가 자신 없이 대답했다. 사라가 손으로 오로르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과거형이구나. 지금은 아니란거냐?"

 제인이 물었다.

 “잘… 모르겠어요"

 오로르는 또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오로르, 내 말 잘 듣거라. 나는 내가 하는 말이 진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국이 세계적으로 훌륭한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나는 평생을 이 촌동네에서 살았다. 내게 커다란 지식은 없겠지. 하지만 내 경험과 지혜로 생각해볼때 믿음이란 신뢰와 확신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제인은 말과는 다르게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오로르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해가 안가나 보구나. 우리는 마치 사방에 안개가 낀 것 같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두려워하지. 그러나 이런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는 때로 어떤 것을 확신하거나 신뢰하기도하지. 하지만 세상일에는 어떤 일도 늘 100%의 가능성은 보장할 수 없어. 그래도 확신과 신뢰라는 단어를 쓸 때에는 그게 무엇이든간에 평소보다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가 보통이지. 오로르, 확신과 신뢰가 언제 생긴다고 생각하니?"

 제인은 혹시나 오로르가 알아듣지 못할까봐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오로르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미리... 경험한 바로 예측이 가능할때 아닐까요?"

 오로르가 여전히 자신 없이 대답했다. 사라는 턱을괴고 다리를 꼰채 앉아있었다. 그녀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들의 대화를 듣고있을뿐,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것도 맞는 이야기구나. 하지만 그때 뿐만은 아니다.”

 제인이 숨을 한번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바로 믿음이 전제되었을때 가능하다. 깊은 믿음이 있다면 확신과 신뢰를 가질 수 있지. 비록 처음하는 일이라도, 첫 도전이라 할찌라도 깊은 믿음이 있다면 확신과 신뢰를 가질 수 있고 그것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결과가 원하던 결과일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사실이지. 그렇지 않니? 결과 없이도 믿음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믿음 없이는 결과도 없다는 것이지.”

 오로르는 이제서야 조금씩 그녀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집중하며 머릿속으로 그녀의 말을 곱씹는 동안 그녀는 숨이 차는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렇게 믿음을 가지고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은 많다. 각자 자신이 꿈꾸는 소망을 가지고서 말이지. 그 중 더러는 마음속에 깊은 사랑도 품고 있겠지. 하지만 세상은 꽤 냉혹하다. 이미 너도 한 사람의 피아니스트로서 느끼고 경험했을 테지만 세상은 우열을 가리는데 정말 능숙하다. 포용은 거의 없지. 그래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잊혀지고 패자라 불리운다. 너는 그들이 정말 패자라고 생각하느냐? 만약 너가..."

 제인이 갑자기 하던말을 멈추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사라가 깜짝 놀라 제인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제인이 괜찮다고 말하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제인은 얼마 후 다시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라와는 달리 오로르는 제인이 방금 그녀를 한 순간에 사라지는 아티스트로 비유하려 한 것을, 그리고 그녀가 실제로 그런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고 그것이 그녀에게 더 없이 민감한 문제이기에 일부러 입을 막고 기침한 것을 눈치챘다.

 "만일 어떤 사람이 실제로는 능력있지만 모두가 몰라주어 어느 업계에서 매장 당했다고 치자. 너는 그 사람을 승자라고 부를테냐?"

 제인이 오로르에게 질문했다. 오로르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꽤 오랫동안 잊고있었던 콘서트의 악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오늘 아침의 꿈을 기억해내려 애썼다.

 "패자나 쓰레기라고 부르지는 않더라도 그 사람을 승자라고 떠받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이다. 그러나 불평등하게도 세상에서는 믿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와 함께 아무리 사랑을 주고 정성을 쏟는다고 하더라도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을수도 있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 이루어질 수도 있고 평생 이루어지지 않을수도 있다. 반대로 그런 믿음과 노력으로 일찍부터 소망을 이룬 사람들은 세상에서 영웅처럼 취급받지. 그들은 소망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하지. 또는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해. 반면 소망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간혹 그들의 주장을 인정 하기도 하지만 대게는 운이 없었다며 핑계대거나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다며 실패의 상처를 안고 승자들의 사회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발버둥치지. 하지만 나의 믿음은 그렇지 않단다, 오로르.”

 그녀가 또 다시 말을 멈추고서 호흡을 다듬었다. 그녀가 호흡을 조절할 때마다 오로르는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정말 많지 않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실감을 대가로 안타까움을 느꼈다.

 "나의 믿음속에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오로르, 너에게는 너무 낯설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의 믿음은 신 안에 있단다. 확실한 존재 안에서 믿음을 가지고 있기에 그 안에서는 믿는 모든 것들이 이루어진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faith is being sure of what we hope for and certain of what we do not see)' 이것이 나의 믿음이다. 이 안에서는 인간으로서의 나의 욕망들도, 패배도, 두려움도, 그리고... 슬픔도 없다. 오직 소망을 위한 믿음 뿐이란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가는길은 사랑으로 가득하지.”

 제인의 말이 끝나자 병실이 조용해졌다. 간간이 복도에서 들리던 발자국 소리도, 밖에서 들려오던 차소리도 더 이상 없었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빗소리와 제인이 가쁜 호흡 소리 만이 들렸다. 하지만 이 조용함은 슬픔으로부터 온 침묵이 아니었다. 불청객이 아니었다.

 “좀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사라가 말했다. 오로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인의 말에 오로르는 끊임 없이 자신의 꼬리를 무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가 피아니스트로서 미래를 걱정할 수 있게 해준 목표, 믿음 소망 사랑에 대해서 이제 조금 더 알 것 같았다. 그것들은 보이는 실체는 아니었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들이었고 서로 떨어져있는 것들이 아닌 연결의 고리 속에 있는 것들이었다. 아직 신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생소했지만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늘 가득낀 먹구름 탓에 병실은 어둑했지만 세사람 모두의 표정은 밝았다. 마비 때문에 제인의 표정은 잘 알 수 없었지만 분명히 그녀도 웃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이제 너의 믿음을 찾아보렴. 그것은 나의 것과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지. 다만 내가 한 말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랄뿐이다.”

 그녀가 말을 마치고서 눈을 감았다. 오로르는 제인이 금세라도 다시 말할것 같아 잠시 동안 자리에 앉아 기다렸지만 제인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제인...?"

 오로르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는지 그녀의 미간 사이에 주름이 잡혔다. 그녀가 사라를 바라보았다. 사라가 그녀의 호흡을 확인했다.

 "아무일도 아니야. 요즘 피곤하거나 힘들면 이렇게 갑자기 잠들어버려. 힘들겠지. 오늘 아침부터 너를 데리러 갔다가 교회도 다녀왔잖아. 게다가 점심도 안먹은채로 너와 또 이야기했으니... 피곤할거야. 걱정할 것 없어.”

 사라가 말했다.

 "네..."

 오로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오늘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무리도 아니었다. 교회에서부터 지금 제인과의 이야기까지…너무나 많은 것들을 들었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피곤함은 없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몸이 더 가벼웠다. 마음이 가벼워서일까? 그녀는 내일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무덤덤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피아니스트의 지위가 자신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번 콘서트에서 기필코 살아남으리라 다짐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스스로 독기에 취하게 만들었는데, 그러면서 그들에게 복수하리라 다짐하고 그것을 자신의 믿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와 오로르는 그것들이 자신의 믿음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것들 전부가 너무나 작은 일처럼 느껴졌다. 부수적인 것들로 느껴졌다.

 

 낯선 사람의 손이 차갑게 느껴졌다. 깊은 어둠의 숲도 차갑게 느껴졌다. 조금씩이나마 비추이던 빛이 그리웠다. 그녀는 깨달았다. 이 낯선 남자는 자신을 보물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지 않을 것을. 이 숲에서 나갈 수 있도록 돕지 않을 것을. 그녀가 믿음을 찾도록 도와주지 않을 것을... 그녀는 그의 손을 거세게 뿌리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숲을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몰랐다. 다만 지금 그녀는 그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녀는 그 어둠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보물을 찾으러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믿음이라는 보물을...

 

 "고마워. 너 덕분에 오랜만에 제인도 나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

 오로르는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 감사하다니... 오로르는 갑자기 사라가 저번에 자신이 소망이라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제인도 나도 늘 네편이야. 그러니까 걱정말렴. 알겠지?"

 정말 그 어느것보다 소중한 말이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든든한 그녀의 편이었다.

 "네, 고마워요.”

 오로르는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제 나아갈 때라는 것을. 오로르는 이제 자신이 해야할 일을, 그리고 결판지어야 할 일을 향해 나아가기로 했다.

 "가봐. 믿음이 있다면 너가 소망한 것을 위해 해야할 일이 있잖아. 연습도 더 해야 하구. 제인에게는 내가 있을테니 잘 다녀와. 제인에게 잘 말해둘게. 콘서트 끝나고는 꼭 안부전화하고.”

 사라가 말했다. 오로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누워있는 제인에게도 마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사라는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마치 승리가 예정된 전쟁에 아들을 보내는 어머니처럼.

 오로르는 조용히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 복도에서 구두 굽 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이내 엘리베이터의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이제 병실에는 제인의 잠자는 소리와 사라의 미소 그리고 빗소리만이 남아있었다.

 

 '끼이익...'

 이미 예배가 끝난 교회 안은 조용하다못해 허무한 느낌마저 들었다. 오로르가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아무도 없는 교회 안에 그 소리가 울렸다. 오로르는 교회 안을 한바퀴 돌았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느낄 수가 없었다. 순간 교회가 끝났나싶어 어찌할지 몰랐다. 그러나 아직 포기하고 돌아가기에는 일렀다. 그녀가 소망한 것. 행복.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행복, 그녀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행복, 그녀가 사랑하는 그 모든것들과의 행복, 그리고 이 모든것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행복. 그녀는 이 모든것들을 생각하며 이번에는 그녀의 결심을 바꾸지 않기로, 포기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녀는 손목에 매여있던 머리끈을 빼서 머리에 묵었다. 긴장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조용히 사무실로 향했다. 예배당을 넘어 교회의 모든 곳은 어둠 뿐이었다. 아직 해는 지지 않았지만 교회 안은 이미 어둠이 모든 자리를 차지한 후였다. 그곳으로 가는동안 오로르는 몇번이나 넘어질뻔 했다. 약간은 떨리는 마음과,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녀는 희망을, 행복을 믿으며 나아갔다. 다행히 그녀가 사무실 근처에 도착했을때, 그녀는 2층 사무실에서 비추이고 있는 할로젠 조명을 볼 수 있었다. 불빛에 한 남자의 그림자가 아른거렸다. 오로르는 그것이 목사님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조용히 올라가 노크와 함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안에는 안경을 쓴 늙은 남자 한 명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프린트한 종이들을 프린터기에서 꺼내고 있는 중이었다.

 "누구시죠?"

 그가 물었다.

 "무슨일이죠? 교회는 끝났습니다.”

 오로르가 아무 대답이 없자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러나 오로르는 이번에도 아무말 하지 않았다.

 "저기요, 무슨일이죠?"

 그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약간은 보호적이고 신경질적인 목소리였다.

 "아, 저 원로 목사님을 만나뵐 수 있을까요?"

 그녀가 물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안경의 초점을 맞추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는 곧 그녀가 자신이 아는 누군가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그러시죠.”

 그가 프린트된 용지를 집어들며 말했다.

 “어디계시죠?”

 "화요일 1시쯤 오세요.”

 그가 짧게 말했다.

 "저는 그때 없어요.”

 오로르가 재빨리 대답했다.

 "저는 내일 떠나요. 오늘은 볼 수 없나요?"

 "이미 틀렸소. 웨일즈에서 신학관련 강의를 하러 이미 공항으로 떠나셨소.”

 그가 말했다. 그는 이제 프린트한 용지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화요일 전에는 힘들거요.”

 그가 분류한 종이들에 스테이플러를 찍으며 말했다.

 "그럼, 저기 뭐 하나만 전해줄 수 있으신가요?"

 "나도 내일 가족이랑 독일에 놀러가기로 했는데 말이야, 중요한거요?"

 그가 약간 관심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오로르를 쳐다보았다.

 "저에게는 무엇보다도요.”

 "그럼 나에게 맡기는 것보다 헌금함에 넣어두시오. 봉투 뒤에 메세지를 쓸 수 있도록 되어있으니 거기에 목사님께 꼭 전달해달라는 말을 쓰면 될거요. 헌금을 관리하시는 분들은 꼼꼼하거든. 기억력도 끝내주지. 대단한 은사야.”

 그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고개를 살며시 흔들었다.

 "나는 이제 스스로도 내 기억력을 못 믿을 정도로 늙어버려서 말이야.”

 그가 기분좋게 웃었다.

 "네. 감사합니다.”

 오로르는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전 같으면 짜증이 났을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사무실을 나와 다시 예배당을 향해 걸어갔다. 좀 전 이곳으로 걸어오던 때와 달리, 그녀는 이 교회 안에 깊이 깔려있는 어둠이 두렵지 않았다. 그녀가 예배당에 도착하자 예배당 끝으로 조그마한 헌금함이 보였다. 예배당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헌금함 옆으로 놓여있는 여러 종류의 헌금 봉투를 발견했다. 그 중 하나를 집었다. 거기에는 감사헌금이라고 적혀있었다. 오로르는 펜을 꺼냈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가느다랗게 새어 들어오는 빛에 의지해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메세지를, 그 결심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목사님. 저는 10년 남짓한 세월을 믿음과 소망과 사랑, 그리고 행복을 찾아 헤메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 어느것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저의 믿음과 소망, 사랑,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사랑을 알게되자, 저는 용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 마음으로 조금 이해가 갈 뿐이지만, 사랑에는 용서가,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저는 제 인생에 있어 마음속 뿌리깊이 증오하던 한 사람을 용서하고자 합니다. 이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수도 없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의 외침을, 메아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사랑받고 싶다고… 사랑을 주고 싶다고.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아버지가 찾아오면 꼭 전해주십시오.”

 그녀는 봉투의 마지막 부분까지 그녀의 마음을 빼곡히 쓰고나서 펜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봉투 안에 두개의 물건을 넣었다. 정성스럽게 그녀의 소망이 이루어 질거라는, 그리고 사랑이 받아들여 질거라는 믿음을 갖고서...

 그녀는 봉투를 조심스레 접어 헌금함에 넣었다. 봉투가 약간은 불룩했지만 다행히 걸리지 않고 헌금함의 입구를 통과했다. 오로르가 교회를 나왔을때 어느새 비는 그친 후였다. 하지만 하늘 가득 끼어있는 회색구름 아래에서 거센 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대었다. 날씨는 어느새 서늘해져 바람이 한차례 지나갈때면 뼈까지 시려운 추위를 느꼈다. 마치 태풍이 연상되는 강풍이었다. 오로르가 택시를 잡기 위해 큰 도로로 나갈때, 바람이 오로르를 덮었다. 몸이 휘청할 정도의 매서운 강풍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금세 뺨을 맞은 것처럼 얼얼한 추위를 느꼈다. 오로르의 머리카락은 공중에서 춤을 추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따뜻했다. 바람은 더욱 힘을내어 그녀를 괴롭혀 보았지만 그녀는 웃었다. 그녀는 행복하게 웃고있었다. 그것은 믿음에서 나온 웃음이었고 사랑에서 나온 웃음이었고 소망으로 가는 웃음이었다. 용서란 그런 것이었다.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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