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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Sky Is Filled With Clouds
작가 : ssssss
작품등록일 : 2017.7.30

여느 때처럼 구름이 가득한 영국 Norwich의 한 해변가. 그곳에는 어릴 적 불의의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한 소녀의 피아노 소리가 매일 울려 퍼진다.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슬픔에 빠져 살던 그녀는 15살이 되는 해, 희망을 찾으러 뉴욕으로 떠나는데… 수 년이 흐르고 여전히 슬픔 속에서 살아가던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름 속에 있는 한 남자를 본다. 그녀는 환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날 저녁, 그녀의 집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The Past (Faith) - 4화
작성일 : 17-07-30 19:33     조회 : 292     추천 : 1     분량 : 2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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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을 돌자 멀리 그녀의 집이 보였다. 여전히 제인이 앞장서고 있었다. 사라는 오로르와 같이 걸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오로르는 자신의 집을 보자,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낯설음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6년 전에는 집이 너무나도 커보였는데 이제 그런 종류의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제인은 절룩이는 다리를 이끌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장 먼저 문 앞으로 다가갔다.

 "사라, 키를 주게나.”

 사라는 마을 사람 무리를 지나가 제인에게 열쇠를 건넸다. 열쇠는 작지만 마치 새것처럼 광택이 났다. 오로르는 여전히 무겁게 느껴지는 낯설음 속에서 자신의 방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사라가 이 열쇠가 마치 너라도 되는 듯 소중하게 보살피더구나, 오로르.”

 제인이 문에 키를 꽃으며 말했다. 오로르는 사라에게 감사를 표했고 사라도 감사를 받았다. 하지만 둘의 관심은 문을 여는 저 조그마한 물건에 쏠려있었다. 그리고 열쇠가 돌아가고… 문이 열렸다. 제인이 옆으로 비켜섰다.

 "얼른 들어가라. 6년동안 너를 꽤나 기다렸을게다.”

 오로르는 고개를 숙였다. 비는 이미 그쳤지만 떨어진 물방울이 바닥에 고인 물 위에 자국을 남겼다. 그녀의 말없는 흐느낌이 저녁 공기를 타고 모두에게 전해졌다. 사라가 천천히 그녀의 어깨에 손을 감았다.

 "왜 우는게냐?"

 제인과 사라, 그리고 오로르를 반 원형으로 빙 둘러싼 마을 사람들까지 그녀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린 채 그 자리에 서있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로르는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은,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래도..."

 제인이 자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을 꺼냈다. 오로르가 현관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제법 많이 컸구나.”

 제인이 오로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그 조용한 속삭임은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지난 6년동안 많이 커버린 오로르에게 한 말이었다. 그러나 오로르는 듣지 못했다. 그녀의 발이 문턱을 넘어가 집 안에 닿았다.

 

 공기가 다른 것 같았다. 따뜻했다. 포근했다. 마치 누군가가 포옹을 해주는 것 같았다. 고향을 떠나고 6년이 조금 넘는 세월동안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이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었다. 다행히도, 스위치는 늘 있던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스위치를 올렸고, 불이 켜졌다. 천장에서 전구가 빛을 비추었다. 아늑한 거실이 한눈에 들어왔고 창가 쪽으로는 작은 테이블이 하나 있었는데 그 위로는 오래된 액자들이 몇개 진열되어 있었다. 창문 옆으로는 소파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기분이 어떠냐?"

 오로르는 주방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말없이 어릴적 그녀의 키를 재주던 벽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손으로 그 홈들을 어루만졌다. 기분좋은 미소가 그녀의 얼굴위로 떠올랐다.

 “좋아요."

 옅은 하늘색 눈동자가 빛났다. 제인은 말없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이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올라가자. 너가 연주할 피아노는 위층에 있다.”

 오로르는 절뚝이며 걸어올라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씁쓸함을 느꼈다.

 “괜찮아."

 사라가 오로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부드러웠다. 누군가와 손을 잡는것이 얼마만인지 알 수 없었다. 오로르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예요. 그냥 할머니가 슬퍼하시는 것 같아서요.”

 오로르가 최대한 무덤덤하게 말했다.

 "너를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 것이란다.”

 하지만 사라는 오로르가 약간은 매정해 보이는 제인의 태도에서 서운함을 느끼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올라갈게요."

 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그녀와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사라는 그녀의 손을 놓아 주었다. 그녀의 손이 떠나가자 사라는 문득 허전함을 느꼈다. 오로르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어느 누구도 그녀를 따라가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오로르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제인에게 자신의 피아노를 보여줄 순간이 다가왔다. 이것은 테스트가 아니었다. 제인은 아닐지라도 이미 이곳에 있는 모두는 오로르의 결정을 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래야만 했다. 그녀가 자신의 삶을 위해 그렇게 하겠다는데 어떻게 말리겠는가. 하지만 이 연주는 오로르가 제인에게 보여줘야만 하는 일종의 고백이었다. 모두가 침묵을 지켰다. 그녀가 이층에 올라가자 그녀의 방에 불이켜져 있었다. 안에는 깨끗한 그랜드 피아노 한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뒤로 제인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앉거라."

 오로르는 천천히 걸어가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코트를 벗었다. 스키니한 검은 블라우스는 앙상하게 마른 그녀의 상체를 더 말라보이게 했다. 제인이 그녀의 팔을 쳐다보며 말했다.

 "런던에서는 음식도 안 주더냐?"

 무관심한 듯이 말하려 했지만 그녀의 말투에는 속상함이 묻어있었다.

 "아니요, 잘 먹었어요. 이제 편식도 안하구요. 근데 살은 찌지 않더라구요.”

 그녀는 피아노 건반들을 살짝 살짝 두드리며 대답했다. 제인은 속상한 표정으로 그녀의 상체를 쳐다보다 마치 그것이 고문이라도 되는 듯 이내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너가 없는 동안에도 매년 조율을 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칠만 할거다.”

 제인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이 방에는 악보가 하나도 없구나.”

 제인이 오로르의 책꽃이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괜찮아요, 할머니. 악보는 필요없어요.”

 그녀가 자세를 곧추세우며 말했다. 그리고서는 오른쪽 손목에서 무언가를 잡아 꺼냈다.

 "꽤나 자신감 있는 모양이로구나.”

 제인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은색의 피아노 장식이 달려있는 색이 바랜 빨강 머리띠. 그녀는 그것으로 머리를 묶고 목과 손목을 돌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스트레칭을 끝낸 오로르는 손가락들을 조심스럽게 건반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그녀는 눈을 감았다. 이내 조용하면서도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것은… 마치 태풍이 불기 바로 전, 폭풍전야와도 같은 것이었다. 손가락 하나가 움직였고…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임에 따라 피아노에서는 소리를 내뿜었고 그것은 집을 채우기 시작했다. 소리들은 그녀의 방을 가득채웠고, 서재를 가득 채웠고, 욕실을 가득 채웠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침실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계단을 통해 일층으로 내려가 거실마저 가득 채웠다. 모두가 소리죽여 그녀의 음악을 들었다. 아름다웠다. 곧이어 오로르의 목소리가 피아노 소리를 타고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성스럽고 연약해보이는 그녀의 이미지와는 달리 꽤 중성적인 목소리였다.

 

 i've made up my mind

 don't need to think it over

 if i'm wrong i am right

 don't need to look no further

 this ain't lust

 i know this is love but....

 

 그 자리의 어느 누구도 그녀가 노래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모두 그녀가 노래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노래는 이때껏 들어보지 못한 훌륭한 것이었다. 기술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감정이 연주에,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에 베어 있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연주는 슬펐다. 또한 그녀의 연주는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녀의 연주는… 슬펐다.

 

 ....should i give up

 or should i just keep chasing pavements?

 even if it leads nowhere

 or would it be a waste?

 even if i knew my place should i leave it there?

 should i give up

 or should i just keep chasing pavements?

 .....

 

 그녀의 연주가 슬슬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그녀의 연주가, 감정이… 더욱 고조되었다.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그녀의 목소리가 마치 바람처럼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휘감았다. 그녀의 연주가 비명을 지르며 사람들의 몸을 흔들어놓았다. 한 여자의 손가락에서 폭발한 그녀의 복잡한 감정들이, 피아노를 타고 제멋대로 흩어져 순식간에 이 공간을 지배했다. 그녀의 연주는 모든 이의 이성을 빼앗아 가버렸다. 아름다운 고백이었다.

 

 or should i just keep chasing pavements?

 even if it leads nowhere....

 

 그녀의 목소리가 먼저 잠들었고 뒤따라 그녀의 연주도 잠들었다. 그녀의 연주가 끝나자 마법처럼 어느덧 다시 침묵이 그 공간을 지배했다. 그녀는 눈을 감은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을사람들 중 몇몇은 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오로르가 이내 눈을 뜨고 고개를 들자 제인의 얼굴이 보였다. 제인은 울고 있지 않았다. 웃고 있지도 않았다. 오로르는 제인을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제인은 아무런 표정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6년을 헛되게 보내지는 않았구나.”

 그녀는 다소 쌀쌀맞은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오로르는 말을 끝내고 닫힌 제인의 입술에서 조용한 떨림을 볼 수 있었다.

 "할머니, 나 최선을 다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거예요. 미국에서요.”

 오로르는 말을 마치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것은 반감이라던지 분노같은 것이 아니었다. 순수한 의지였다. 적어도 오로르는 그렇게 생각했다. 제인은 오로르의 아름다운 하늘색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마을사람들은 위층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했으나 어느 누구도 올라가지 않았다. 그러나 서로가 이내 속삭이기 시작하자 사라가 손짓으로 그들을 조용히시켰다. 오로르는 머리에 묶었던 끈을 풀어 다시 오른쪽 손목에 걸었다. 그것은 앙상한 그녀의 손목에서 대롱거렸다.

 "왜 굳이 3년동안 돌아오지 않으려는 게냐?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게냐?"

 제인이 물었다.

 "아니예요, 제인. 그게 아니예요. 다만 집중하고 싶을 뿐이예요. 강해지고 싶을 뿐이예요.”

 "넌 이미 강하다. 이미 집중하고 있고, 너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있다.”

 "하지만 부족해요!"

 그녀 스스로 오랜 시간동안 참아왔던 것들이 그녀의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갑자기 튀어나와 버렸다. 오로르는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이 소리는 복도를 타고, 계단을 타고 아래층으로 분명하고도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모두의 신경이 곤두섰다.

 "아니, 난 안다.”

 "도대체 할머니가 뭘 어떻게 안다는 거죠?"

 오로르의 얼굴이 핑크빛으로 달아올랐다. 그녀가 제인에게 이렇게 흥분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제인은 침착했다.

 "무엇이 너를 이토록 만든게냐? 오로르, 그간 어떤일이 있었던거니? 부귀와 명예를 보고서는 괴로웠던 과거는 다 잊어버린 것이냐? 아니면 이제 지쳐서 스스로 자신을 속이고 있는거란 말이냐? 돌아오지 말자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이냐? 무엇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거냐?"

 이제 오로르의 얼굴은 빨강색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썹 끝은 하늘을 향했고 숨은 거칠었다. 하지만 제인은 태연했다.

 "그리고 왜 굳이 3년이란 시간인거냐? 그것도 이유가 있는거냐? 3년이 지난다면 너가 말한 그 믿음과 소망을 찾고 지난 과거에 대한 후회와 슬픔에서 벗어날 자신이 있느냐?"

 "그만! 그...그만해요!!"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목소리가 서늘한 밤공기를 뚫고 집안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아래층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누구도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너는 피하고 있다. 단지 현실을 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 3년동안 이곳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잊을 수 있다고 믿는거냐?"

 제인이 두손으로 귀를 막고 있는 오로르를 향해 조용히,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오로르, 그건 단지 현실 도피일 뿐이야. 이 할미가 훌륭한 인생을 산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것을 맞닥뜨렸다 해서 그때마다 쉽게 도피하려 한다면 그건 훌륭한 인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로르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세차게 고개를 가로지으며 말을 꺼내려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가득한 흐느낌 때문에 그녀의 생각은 목소리에서 한동안 맴돌았다.

 "아니예요, 아니라구요. 할머니는 몰라요. 사라나 다른 마을 사람들은 이해해주는데 왜 할머니는 이해해주지 않는거죠?"

 "이해하고 못하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너가 하려는 그 행동의 동기를 묻는 것이다, 오로르!"

 제인이 처음으로 소리쳤다. 오로르는 잠깐 흠칫했으나 이내 더 무겁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제인은 고개만 가로지을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래층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오로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모두가 사랑하는 연약한 소녀는 6년 동안 힘든 훈련을 하며 지난 과거를 잊으려 하였다. 그리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녀는 또 이곳을 떠나려 하고있다. 거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어찌된 영문인지 말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 노래했으나, 지금은 울고 있다. 사라도 걱정이 되는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이층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무엇이 문제인지, 제인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하느냐? 너의 고백은 충분히 들었다. 하지만 너가 말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것 아니냐?"

 제인은 슬금슬금 다가오는 알 수 없는 불길함에 그녀를 더욱 추궁했다. 오로르는 더 심하게 흐느끼기 시작했는데 이 상황은 그녀가 언덕 끝에 간신히 매달려있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오로르, 너와 나만의 대화다. 설마, 너희 아버지에 대한 일이냐?"

 언덕 끝은 가녀린 그녀가 오래 서 있기에 너무 위험한 곳이었다. 허공을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은 어느때보다도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그녀의 하늘색 눈동자는 눈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리고선… 온 힘을 다해 입을 열어 목소리를 뱉어냈다.

 "아니야!!! 아니라고!!!!"

 찢어질 듯한 비명에 가까운 대답이었다. 그녀는 재빨리 코트를 집어들고 문을 향해 내달렸다. 그러나 그녀는 계단을 내려가기 전 잠시 멈추어섰다. 시선은 여전히 문을 향한 채였다.

 "할머니, 미안해요. 나 이러려고 한게 아닌데. 그런데… 그런데..."

 그녀는 이제 쏟아져나오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근데, 나 정말 살고 싶어요. 살고 싶어서 그랬어요.”

 제인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드러났다.

 “뭐... 뭐라고?"

 제인은 설마 오로르가 이렇게까지 반응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여태까지 오로르가 했던 말을 곱씹어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살고싶다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녀와 아버지 사이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제인은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떠나려는 오로르를 지켜보았다. 오로르는 충격적이고도 알수없는 말을 남긴채로 방을 떠났다.

 “아버지, 아버지 살아계세요. 그리고 만났어요. 하지만 말해드릴수 없어요. 이것은 나만의 어둠이니까요. 할머니, 미안해요. 안녕히계세요.”

 계단을 내려가는 그녀에게 물어보는 사람도, 그녀를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그녀의 길에서 비켜났다. 그녀는 오로지 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거기에 있는 어떤 사람에게 인사를 하거나 시선을 주지 않은채 문으로 걸어갔다. 심지어 사라에게조차 말을 걸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조용한 길가에 그녀의 구두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사라는 당황했다.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제인이 신경쓰여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오로르를 뒤따라 발걸음을 힘겹게 문쪽으로 옮겼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아무말 없이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그녀를 따라 나가려했다.

 "아무도 가지마라!"

 제인이 이층에서 말했다. 그녀는 계단손잡이를 간신히 움켜잡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짙은 주름위로 땀이 흥건했다. 사라가 가장 먼저 뛰어갔고 그 뒤를 이어 마을 사람들 몇명이 뛰어가 부축했다. 그녀의 입가를 주위로 약간의 거품이 일어났다.

 “오... 오로르가 상처를 받았어. 내가 상처를 준게야.”

 제인은 눈이 점점 침침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천장도 주위도 온통 흰색으로 변해갔다. 자신을 부축하고 있던 사라의 얼굴이 뿌옇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흰색의 세계가 깨졌다. 새소리가 들렸고 무언가 밝은 것이 눈을 시렵게 했다. 희미한 신음과 함께 제인은 눈을 떴다. 눈꺼풀이 이상하게 무거워 그녀는 눈을 반 이상 뜰 수 없었다. 그녀는 눈을 게슴츠레 뜬 채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것은 제인의 지독히도 안좋은 시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직 온전하지 않은 시야 때문이기도 했다. 무거운 것은 눈꺼풀 뿐이 아니었다. 그녀는 몸에 무거운 추라도 달려있는 것처럼 무엇인가 묵직한 것이 그녀를 침대 아랫쪽으로 잡아끌고 있는 것 같이 느꼈다. 기분나쁜 낯설음에 그녀는 그것을 떼어내려했다. 몸을 뒤척이려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색했다. 그녀는 기운이 아직 성치 않아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침대 주위로 혹시 아는 사람이 있으면 도움을 청하려 눈알을 열심히 굴려보았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눈을 다시 감았다. 머릿속으로 그녀는 순백의 공간에서 있던일을 회고하며 침착하려 애써보았다. 지금 그녀에게 현실은 알 수 없는 낯선 상황들의 집합체였고 순백의 존재와 함께했던 순간은 미스테리하고도 그리운 시간이었다. 그때, 저 멀리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제인은 그들을 확인하기 위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전보다는 조금 가볍게 떠졌다. 저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는 두명의 여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마치 거미줄처럼 여기저기 공중에 떠 있는 선들이 보였다. 아까는 보지 못했던 선들이었다. 순간적으로, 그리고 직관적으로 많은 것들을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리고 보통 이런 불길한 상황에서의 직감들은 대부분 맞았다. 그랬다. 그곳은 병실이었다. 그녀의 몸에는 수많은 링거들이 꼽혀있었고 그녀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불안감이 순간 그녀를 엄습했다. 그녀는 다시금 몸을 움직여보려고 했다. 하지만 눈과 달리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알았어요... 그녀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건가요?"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제인은 아직 머리의 멍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이제 주위에서 나는 수많은 잡음들을 포함해서 사라의 대화까지 들을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언제 뵐 수 있을까요?"

 "내일은 토요일이라 출근하지 않으시니 예약하시면 늦어도 월요일 아침에는 뵐 수 있을거예요.”

 제인은 사라가 부쩍 말라보인다고 느꼈다. 전에는 볼 수 없던 그녀의 앙상한 쇄골이 그녀가 입고있는 티셔츠 밖으로 툭 튀어나와 있었다. 제인은 그녀를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목을 타고 올라오던 목소리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채 입안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불안감은 혼란을 낳았다. 그리고 혼란은 공포를 낳았다. 그녀가 식은땀을 흘렸다. 다시 말을 꺼내보려할 때, 사라가 그녀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제인 괜찮아요? 이럴수가. 제인..."

 사라의 얼굴에서 안도를 볼 수 있었다. 제인은 도대체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는 것인지 불안하면서도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제인, 제인! 간호사! 여기좀 와주세요!"

 사라는 덜덜 떨고있는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제인은 사라에게 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 그녀에게 주어진 능력이라고는 생각하는 능력과, 눈, 그리고 얼굴근육에 대한 소유권 뿐이었다. 제인은 참을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심에 몸부림쳤다. 이제야 그녀는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던 불편한 무거움이 무엇인지 알았다.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 뒤에서 식은땀이 흐르는것을 느꼈다. 그것은 분명 등 뒤에도 흥건할테지만… 그녀는 확인 할 수 없었다. 간호사가 오지 않자 사라는 병실을 박차고 나갔다. 복도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울리는 동안 제인은 다시 몸을 움직여보려했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시도했다.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 그리고 또. 이것이 꿈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마치 병실 반대편, 저 멀리 떨어져있는 물건처럼 느껴졌다. 이질감을 느꼈다. 그녀가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그것은 추잡하고도 작은 신음소리가 되었다.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고 몸에 힘을 주어봤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지를 만큼 소리 지르자 흥분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녀는 그제서야 자기 주위로 서있는 사라와 간호를 볼 수 있었다. 간호사는 냉정하게 그녀를 감싸고 있는 선들을 확인하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있었고 사라는 손으로 입을 막고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 제인은 그녀에게 내려진 이 거대하고도 가혹한 심판에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커질대로 커져 얼굴 아래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훑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곧 사라에게로 향했고 정착했다.

 "제인, 미안해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다 말해줄게요.”

 사라와 제인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사라는 그녀에게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마치 너무 가혹한 동화이라도 되듯 조용히 시선을 떨어뜨릴뿐 말을 잊지 못했다. 제인은 표정의 변화 없이 절박한 눈빛으로 계속해서 사라를 쳐다보았다.

 "오로르가 떠나고 쓰러졌어요. 계단 모서리에 척추를 박은채로 일층까지 굴러 떨어졌어요. 도와주려고 했지만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병원에서는 재수가 없었다고 설명하더라구요. 맙소사…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마도 척추가 계단에 떨어진 순간의 충격 때문에 신경이 죽어 마비가 된것 같다고 했어요. 그리고 2년전 그 사건 이후 몸과 정신상태 모두 안 좋아져서 더 나쁜 영향을 끼친 것 같대요.”

 사라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그래서 의사선생님은 쇼크와 충격으로 인한 부분마비와 뇌출혈로 인한 후유증이라고 진단을 내리셨어요. 회복은...거의 불가능하대요.”

 말을 끝낸 후, 사라는 조심스럽게 제인을 쳐다보았다. 강렬한 분노와 두려움에 작지만 고통의 비명을 지르던 그녀의 얼굴은 이제 새하얗게 타고난 재처럼 변해있었다. 그녀는 사라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거기에는 아무 의미도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이내 천장을 향했다. 사라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으나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제인은 한동안 천장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1분, 3분,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사라는 그녀에게 하고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녀도 그것을 알기에 침상 옆 소파에 앉아 막연히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제인은 마네킹처럼 천장만 응시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고 아침의 쌀쌀한 날씨가 부드럽게 변하자, 사라는 제인이 깨어났다는 일종의 안도감 때문인지, 아니면 창가를 타고 들어오는 따뜻한 여름의 햇살과 포근한 바람에 취해서인지… 이내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사라가 다시 눈을 뜨고 아직도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제인을 발견했을 때 시계는 막 4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해는 아직 하늘 높은곳에 걸려 있었다.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제인에게로 다가갔다. 눈조차 깜빡이지 않는 제인을 보자 사라는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다.

 "제인..."

 사라가 제인을 불렀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제인, 내말 들려요?"

 사라가 곧 다시 한번 물었다. 제인은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천천히 눈을 두번 깜빡였다. 사라가 노트와 펜을 집어 들었다.

 "제인, 이제부터는 이걸로 이야기 해야해요.”

 그녀는 노트의 한 페이지에 적절한 간격을 두고서 알파벳을 순서대로 적기 시작했다.

 "제인, 지금 당신이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눈 뿐이예요. 다른 모든 부분은 일시적으로, 또는 영구적으로 마비가 되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펜을 움직여서 여기 적혀진 알파벳 위를 지나갈게요. 필요한 스펠링 위를 지나가면 눈을 깜빡여주세요. 그럼 그 알파벳으로 문장을 만들게요.”

 펜은 천천히 사라의 손가락에 걸터앉은채 알파벳 위를 차례대로 지나갔다.

 “우리 연습해봐요. 제가 누구죠? 제인, 제가 누구죠?"

 그녀가 알파벳 위에서 펜을 천천히 움직였다. 놓치지 않도록 차근차근, 그리고 천천히 펜을 움직였다. 제인이 알파벳 c 에서 눈을 한 번 깜빡이자 불안했지만 사라는 멈추지 않았다. 곧 사라(sarah)는 s 와 a, r, a, 마지막으로 h를 썼다. 아까전 c는 단순한 생리적 눈 깜빡임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신했다.

 "제인, 내가 이야기 해준 이 상황을 이해하겠어요? 다 충분히 이해한 거예요?"

 제인의 눈동자가 알파벳이 적힌 노트를 향했다. 사라는 그녀의 눈동자에 응답하며 노트를 들었다. 'y...e...s' 제인과의 대화는 많은 시간을 요했지만, 지금으로서 사라는 그녀가 죽지않고 자신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제인, 정말 걱정했었어요. 다행이예요. 정말 다행이예요.”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생리현상이랑 헷갈리니까 앞으로는 두번 깜빡이는걸로 하죠.”

 그녀가 장난기 있는 웃음을 던지며 말을 이었다.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 같아요, 제인. 가서 간호사에게 말할게요.”

 사라가 노트와 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사라가 병실 문 밖으로 나가자, 제인은 눈을 굴려 사라가 펜과 노트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녀의 남은 인생을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아직은 쉽게 믿겨지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이 모든것들이 너무 비참하게만 느껴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비참하게 느껴질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알 수 없는게 더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보이지 않는 불분명한 미래대신 과거를 신경써보려고 무난히 애를 썼다. 그녀가 쓰러졌을 때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쓰러지고 난 후의 오로르 이야기. 다른거라면 모르겠지만 오로르에 대한 생각이라면 어렵지 않았다. 늘 해왔던 일상이니까. 매일같은 후회와 기대. 그러나 지금은 오로르에 대한 생각도 그녀의 두려움을 걷어내주지는 못했다. 다행히 때맞춰 사라가 들어왔다.

 "간호사가 아까전 확인했을 때 이상은 없었다고 걱정말래요. 의사 선생님은 월요일에 뵐 수 있다고 하네요.”

 사라가 말을 끝내자마자 제인이 펜과 노트를 쳐다보았다. 사라가 노트를 폈다.

 “그날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사라가 조각난 알파벳을 연결하여 문장을 만들었다.

 "진짜 듣고 싶어요? 오늘은 쉬고 나중에 이야기해요.”

 사라가 간곡하게 말했다. 그러나 제인은 노트를 바라보았다.

 “지금.”

 사라는 한 숨을 쉰 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만은 이야기 하고싶지 않았는데… 이런, 마치 무슨 운명 같네요.”

 말을 마친 사라가 뜸을 들이자 제인이 눈을 굴리기 시작했고 사라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괜찮아. 해줘.”

 사라가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날 밤, 그 아이는 떠났어요. 당신이 쓰러졌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아이는 이 사실을 몰라요. 당신도 그걸 원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라가 제인의 눈을 쳐다보았다. 제인도 잠시 사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노트로 시선을 돌렸다.

 "고마워. 제발 이야기를 더해줘.”

 제인이 사라의 노트에서 허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제인, 이제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들이 이미 지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요. 당신이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오로르는 분명히 강해져서 돌아올거예요.”

 제인이 강한 눈빛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사라는 짧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날 밤, 당신이 쓰러지고나서 마을 사람들이 병원에 전화를 했어요. 구급차가 오고나서 마이클이 당신을 따라갔어요. 당신이 병원으로 가는 것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심란했죠. 누군지 말은 안하겠지만 오로르에 대해 안좋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당연히 나도 당신이 걱정됐어요. 하지만 당신이 이미 병원으로 간 마당에 그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어요. 내가 따라갈 수도 있었겠지만 마이클이 상황을 보고 바로 연락을 준다고 해서 나는 그곳에 남았고 얼마 지나지않아 오로르가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이대로 보내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이었죠. 그래서 곧장 기차역으로 갔어요. 기차역 주변은 조용했어요. 심지어 그날따라 주변을 지나다니는 차도 없더군요. 마지막 기차시간이 올 때라 그랬겠죠. 그리고, 그리고..."

 사라가 잠시 말을 멈추고 머뭇거렸다. 그녀는 병실의 작은 공간안에서 마치 시간이 그 날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그날밤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고 슬프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추억을 회상하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는 입을 열었다.

 

 사라는 그녀의 뒤를 쫒을 셈으로 집을 나왔지만 고인 물웅덩이에 떨어진 빗방울처럼 그녀의 흔적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사라는 침착하고 그녀가 어디로 갔을지를 생각해보았다. 그녀가 아까전 기차역이라고 한 것이 생각났다. 코치(버스)가 이 시간에는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택시나 기차밖에는 선택권이 없었다. 택시를 탔다면 이미 가능성은 없었다. 하지만 기차라면… 사라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9시 2분. 아직 마지막 기차가 있을 시간이었다. 그녀는 뛰기 시작했다. 마지막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실타래같은 희망을 붙잡기 위해 달렸다. 곧 가지런히 잘 정렬된 주택가의 골목을 벗어나 그녀는 자신의 집 차고에 도착했다. 기차역으로 달려가면 자칫 늦어버릴지도 몰랐다. 그녀는 자신의 집 옆에 비딱하게 주차되어있는 차로 다가갔다. 차는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할 정도로 낡아보였는데 그나마 다행인 점은 타이어에 아직 굴러갈 정도의 바람은 있어보인다는 것 뿐이었다. 그녀가 시동을 걸자 에메랄드 색의 90년 모델 비틀이 거친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를 뱉어냈다. 사라가 운전석 아래의 철판을 강하게 발길질하자 차가 비명소리와 함께 출발했다. 그녀의 차는 손질을 잘 한 편도 아니라 차는 계속해서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본네트의 에메랄드 색은 약간 바래었지만 사라는 신경쓰지 않았다. 사실 자유로운 그녀와 꽤 잘 어울렸다. 저녁이라 골목은 한적했고 사라는 속력을 냈다. 창문을 열자 약간은 싸늘한 밤바람에 그녀의 머리칼이 휘날리었다. 사라는 한순간 클라라와 함께했던 지난 시절이 떠올랐고 그리우면서도 안타까운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떠올랐다. 사라는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

 ‘부디 오로르가 무사하게 해주세요.'

 사라는 제인의 집 앞에서 차를 멈추었다. 그녀는 기차역으로 가기전에 먼저 오로르가 짐을 가져갔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이곳에서 모두는 그녀가 돌아왔다는 사실에 흥분해있었고 재회의 기쁨을 맛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순간이 마치 오래전 꾼 꿈인냥 낯설게 느껴졌다. 제인의 집에는 문은 열려 있었으나 인기척은 없었다. 안에는 아직 그녀의 캐리어가 있었다. 빗물은 계속 바닥으로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사라는 오로르가 아직 이곳으로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가지고 소파에 앉았다.

 하지만 5분이 지났다. 사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분이 지나자 그녀는 그 불안감이 저 캐리어로부터 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저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그녀는 캐리어를 열어보았다.

 '애초에 이곳에서 잘 생각도 없었으면서, 왜 캐리어를 들고온거지?'

 사라는 캐리어 안을 이리저리 뒤졌다. 가슴이 미어져왔다. 그곳에는 마을 사람들의 선물이 담겨있었다. 각각의 선물에는 누구의 것인지 이름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고 엉성한 리본매듭은 그녀가 일일이 손으로 맺는 모습을 상상케 해주었다. 그녀는 그 안에서 하나를 집었다. 해리의 것이었다. 제인의 아들, 이것은 그를 위한 선물이었다. 평소 낚시를 좋아하던 그를 위한 릴이었다. 또 다른 것들도 있었다. 공부에 전혀 관심없는 그녀를 늘 도와주어 학업에서 뒤쳐지지 않게해준 애드워드를 위한 멋스런 안경, 그리고 엘리스를 위한 만년필과 윌리엄을 위한 가죽다이어리 등… 그녀의 캐리어는 마을 사람들을 위한 선물로 가득차있었다.

 '왜 좀 더 사랑해줄 수 없었을까? 연약한 아이인데, 왜 나는 그 아이가 혼자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놔두었던 걸까...'

 사라가 제인의 거실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한 참 전에 고장난 듯이 전혀 다른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라는 캐리어를 그 자리에둔 채 집을 뛰쳐나왔다. 평소대로라면 마지막 기차 시간은 아직 남아있었다. 한가지 걸리는 일이 있다면 오늘 내내 쏟아지던 비가 조금전부터 굵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혹시 기차가 취소된다해도 이상하지 않은 날시였다. 일년 내내 비가 조금씩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가 많이오는 지역이었지만 하루종일 이렇게 미친듯 쏟아내리는 비는 이례적이었다. 사라가 시동을 걸었고 곧 비틀은 검은 연기를 불꽃처럼 내뿜으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쏟아지는 빗속을 달리던 에메랄드색 비틀은 이내 곧 시동이 꺼져버렸다. 사라는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지만 침착하려 노력하며 시동을 다시 걸어보았다. 하지만 차는 비명소리만 낼 뿐 움직이지 않았다. 오랜시간동안 쓰지 않아 전기가 나가버린 것이다.

 "젠장!"

 차는 그대로 서버렸지만 지금 위치에서 기차역까지는 멀지 않았다. 시간도 아직 남아있었다. 빗줄기는 어느새 더 굵어져 우박처럼 차의 앞유리를 때리고 있었다. 그녀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우산을 든채로 차를 뛰쳐나갔다. 하지만 그녀의 작은 희망은 그녀의 머리위로 불어오는 강풍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우산은 뒤집어졌고 그녀는 순식간에 흠뻑 젖어버렸다. 그녀는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와 바람 앞에서 결국 우산을 버리고 기차역으로 뛰어갔다. 평소에는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지만 지금은 마치 1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기차역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온몸이 젖어있었다. 핸드폰도 이미 익사한 상태였고 지갑도 퉁퉁 불어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보다도 오로르가 걱정됐다. 사라는 비를 피하려고 기차역 안으로 뛰어갔다. 역 안은 조용했다. 정확히 말하면 빗소리가 모든 주위의 소리를 덮었다. 주위를 지나가는 차도 없었다. 몇개의 가로수에서 퍼져나오는 불빛, 그리고 저 멀리 펍에서 조용히 퍼져나오는 빛이 다였다. 축구경기가 있다해도 그 응원소리조차 뭍어버릴 정도의 빗줄기(그것이 어느정도인지는 영국인들만 알 것이다)였다. 달도 구름에 갖혀 쉬는 날. 오직 빗방울이 땅으로 떨어지며 외치는 울음소리만이 가득했다. 오로르는 보이지 않았다. 기차역 안쪽으로 몇 걸음 들어갔다. 역무원들은 이미 퇴근한 후였고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발걸음을 옮겨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조심히 빗방울을 따라 플랫폼으로 걸어가니 한 여자아이가 조용히 의자에 앉아 젖은 몸으로 떨고 있었다. 사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좀 더 가까이 걸어가자 사라는 그 아이가 흐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계속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서자 오로르는 그제서야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사라가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로르도 온몸이 다 젖어있었다. 옅은 하늘색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여있었고 평소보다 더욱 창백해진 뺨에서는 눈물인지 빗물인지, 알수없는 물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시간은 그대로 말없이 흘렀다. 곧 안내방송에서 마지막 기차가 들어온다고 말해주었다. 사라는 이대로 그녀를 보낼 수 없었다.

 "저기, 있잖아..."

 막상 말을 꺼내보았지만 사라는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리고 또 다시 시간은 말없이 흘러갔다.

 "할머니는 괜찮아요?"

 오로르는 아무일 없었다는 것처럼 말을 꺼냈다.

 "아, 응. 지금 집으로 돌아가셨어.”

 사라가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 오로르가 아무래도 이 곳을 떠나기로 결정을 굳힌 이상, 그녀가 마음속에 제인에 대한 후회나 죄책감이 남아있지 않기를 원했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해 설령 않좋은 결과가 있더라도 슬퍼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상처 많이 받으셨을거예요."

 오로르는 의외로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을거야. 제인은 너가 생각하는 것 보다 강해.”

 사라가 말을 끝내자 두 사람 사이에는 또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할머니, 많이 늙으셨더라구요. 몸도 많이 안 좋아지시고..."

 오로르가 사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사라도 오로르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디 다치셨었나요?"

 사라가 대답없이 오로르의 눈을 피했다. 오로르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색함 뒤로 침묵이 이어졌고 빗방울 소리가 그 사이를 채웠다. 멀리서 눈이 부시도록 밝은 빛이 나타났고 오로르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일어섰다.

 "사라, 저 이제..."

 “제인!…”

 사라가 말을 꺼냈다. 사라는 더 이상 눈을 피하지 않고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둘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제인… 너가 없는 6년 사이에 큰 사고를 당했어. 아들이랑 차타고 시내에 나가는 길에 술먹은 운전자가 사고를 냈어. 상대편 차가 운전석 쪽으로 박아서 다행히 제인은 큰 사고를 당하지 않았지만 해리랑 그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어..."

 오로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그런 표정이 죽어버린 마네킹의 얼굴이었다.

 "해리를 위한 선물 봤어. 제인이 너에게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나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너가 떠나면서 오늘에 대한 후회나 죄책감을 갖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이야. 제인은, 그리고 우리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클라라의 딸이 행복해지기를 원해. 그리고 그 전에 너...오로르, 롯. 너가 행복해지기 원해.”

 오로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기차가 밝은 빛을 내뿜으면서 천천히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서 있었다. 기차가 지친듯이 쇠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플랫폼으로 미끄러지며 들어오더니 곧 멈추었다. 이내 몇명의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려 말없이 플랫폼을 빠져나갔다. 곧 피곤해 보이는 얼굴의 차장이 기차에서 걸어나왔다. 거칠게 쏟아지는 비 속에서 승객도, 차장도, 기차도 다 지쳐보였다.

 "기차 탈거유? 오늘은 한명밖에 없나? 별일이네."

 그가 혼잣말처럼 말을 중얼거렸다.

 "하긴, 비가 갑자기 이모양으로 쏟아지니… 쫄딱 젖었는데, 괜찮은거요?"

 그는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사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담배 한 개피 피고 와서 바로 출발할테니 슬슬 기차 타세요."

 차장은 더 이상 그들에게 신경쓰지 않고 담배갑에서 담배 한 가치를 빼면서 플랫폼을 걸어나갔다. 차장이 나가자 이 플랫폼은 다시 둘만의 공간이 되었다.

 "아, 너는 담배안펴?"

 사라가 어색하게 말을 꺼내보았다. 오로르는 대답없이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사라, 오늘은 담배 안피네요? 커피도 안마시고.”

 오로르는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이제 조금씩 감정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딱히 무엇이라 할 수 없는 거대하고 어두운 어떤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마도 슬픔이라는 고독한 감정과 그것과는 가장 가까워 보였다.

 "나 끊었어. 담배도 커피도.”

 사라가 지나간 일일뿐 별 것 아니라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오로르도 고개를 끄덕일 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서로에게 궁금한 이야기였으나 지금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차장의 담배연기가 가로등의 불빛 사이로 피어올랐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오로르는 흠뻑젖은 핸드백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가방에서 약간은 구겨진, 그리고 젖어있는 흰 봉투 두 장을 꺼냈다.

 "저기, 이거..."

 종이 봉투에는 금색의 잉크로 무엇인가가 쓰여져 있었지만 비에 젖어 알아볼 수 없었다. 다만 오로르가 두 장의 봉투를 건네주는 것으로 보아 두장 중 한장은 자신의 것이라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게 뭐니?"

 사라는 당장에 뜯어보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초대장이요."

 사라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오로르가 말을 이었다.

 "제 무대요. 앞으로 2주 후에 미국에서 열려요. 제 데뷔무대예요.”

 사라는 마음이 복잡했다.

 “하나는... 제인거니?"

 이미 알고 있는 대답이었지만 그녀가 물었다. 그녀는 문득 이미 알면서 묻는 것이 나이든 사람들의 습관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네, 맞아요. 사실 아까 주고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그래, 그랬지. 고마워 제인이랑 꼭 갈게.”

 사라는 봉투가 더 젖지 않도록 자신의 바지 뒷주머니에 넣으려했지만 이내 그녀가 이미 쫄딱 젖어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냥 손에 들고 있기로 했다.

 "아니예요. 고마워요. 사라, 저 이제 탈게요.”

 오로르는 조심스럽게 걸어가 기차에 올라탔고 그녀의 뒤에서 사라는 그녀가 곧 쓰러지기라도 할 사람처럼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오로르는 텅 빈 기차 안으로 들어가서 사라가 잘 보이는 창가쪽에 앉았다. 쫄딱 젖어버린 그녀가 안쓰러웠다. 오로르가 조용히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사라도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눈물이 나오는 것을 안간힘을 다해 참았다. 그녀는 그런 웃음을 잘 알고 있었다. 남을 위한 웃음. 그것은 웃음중에 가장 거짓되고 슬프지만 동시에 가장 고귀한 웃음중 하나였다. 기장이 플랫폼으로 들어와 기차에 올라서며 물었다.

 "당신은 안가는거요?"

 “네. 이제 출발하시면 되요."

 기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차 안으로 사라졌다. 곧 기차는 신음을 토하며 짧은 잠에서 깨어났고 움직일 준비를 하였다. 둘은 여전히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더이상 아무런 말 없이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잘가, 오로르.”

 기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사라가 조용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참아봤지만 막상 마지막이 되자,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 한방울이 그녀의 뺨을 타고 내려왔다. 그것은 그것은 두방울이 되고 이내 멈출 수 없는 빗방울이 되었다. 오로르는 말없이 작은 미소로 대답했다. 그것은 아주...정말 작은 미소였다. 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지만 사라는 눈치채지 못했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둘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빗방울은 여전히 굵었고 사라는 철로 가까이에서 떨어지는 비를 그대로 맞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멀어지는 기차를 계속 바라보았다. 오로르도 기차속에 앉아 사라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빗속에서 조용히 이별했다. 이내 기차가 보이지 않을 만큼 플랫폼에서 멀어지자 오로르는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구름도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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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e Past (Faith) - 3화 2017 / 7 / 30 279 1 14306   
2 The Past (Faith) - 2화 2017 / 7 / 30 295 1 12770   
1 The Past (Faith) - 1화 2017 / 7 / 30 439 1 19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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