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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Sky Is Filled With Clouds
작가 : ssssss
작품등록일 : 2017.7.30

여느 때처럼 구름이 가득한 영국 Norwich의 한 해변가. 그곳에는 어릴 적 불의의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한 소녀의 피아노 소리가 매일 울려 퍼진다.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슬픔에 빠져 살던 그녀는 15살이 되는 해, 희망을 찾으러 뉴욕으로 떠나는데… 수 년이 흐르고 여전히 슬픔 속에서 살아가던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름 속에 있는 한 남자를 본다. 그녀는 환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날 저녁, 그녀의 집에 노크 소리가 들린다…

 
The Past (Faith) - 3화
작성일 : 17-07-30 19:32     조회 : 278     추천 : 1     분량 : 1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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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 후.

 

 여느때 처럼 그레이트 야머스 역은 조용했다. 어둑한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했고 주위에는 갈매기 소리가 들렸다. 거리에는 노인들도 보였고 간간히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가는 학생들도 보였다. 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비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하던일을 접고 비를 피해 거리에서 하나 둘씩 사라져갔다. 어느새 거리를 지나가는 것이라고는 차들과 비를 피해 날아다니는 갈매기, 그리고 그들과 함께 노래하는 바다소리 뿐이었다. 이때 멀리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기차 한대가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역 플랫폼 안으로 들어온 기차는 이내 멈추었고 10명도 안되는 승객들이 내려 제각기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그중 몇명은 비를 피하기 위해 어디론가 뛰어갔고 몇명은 묵묵히 비를 맞으며 걸어나왔다. 몇분이 흘렀을까. 플랫폼은 텅 비어있었고 기차는 빗 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때 한 여자가 기차의 가장 뒷칸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녀가 커다란 우산을피자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캐리어부터 그녀가 입은 옷, 그리고 우산까지 여자가 소유한 모든 것들은 검은색이었다. 오직 그녀의 오른쪽 팔목에 걸려있는 빨강색 머리끈만이 예외였다. 그나마 그녀의 코트 소매가 가려 보일듯 말듯했다. 그녀는 기차역에서 나와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 역시 검은색이었다. 그녀는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었고 뒤이어 통화음이 들려왔다. 연약해 보이는 체구에 온통 검은색을 두른 그녀의 이미지는 어딘지 모르게 조화롭지 못했다. 그녀는 어깨와 턱에게 핸드폰을 맡긴채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곧 담배연기가 그녀의 폐를 핥고 입가를 통해 흘러나왔다. 핸드폰에서는 시끄럽게 울리던 통화음이 끊어지고 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저 도착했어요, 사라.”

 여자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기대가 담겨있었다.

 “오로르?... 오로르니?"

 오로르가 대답없이 수화기 너머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로르, 오로르구나?!! 언제 도착한거니? 아니, 너 어디야? 지금 당장 나갈게!"

 "아니예요, 사라. 택시타고 들어갈게요. 아주머니네 댁으로 가도 되요?"

 "그럼 물론이지! 지금 당장오렴. 이럴수가. 너무 보고싶구나.”

 짧은 대화를 끝내고 오로르는 미소가 만연한 그녀이 얼굴을 상상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기분좋은 떨림을 느꼈다. 그녀가 발을 떼어 걸음을 걸었다. 어느새 반으로 짧아진 담배에서 타고 남아있던 긴 재가 떨어졌다.

 

 택시 뒷좌석에 앉은 그녀는 검은색 핸드백 안에서 두장의 봉투를 꺼내 보았다. 두 장의 흰 봉투에는 금색의 고급스런 서체로 각기 다른 이름이 쓰여져 있었고 봉투는 깔끔하게 봉인되어 있었다.

 "관광객이오?"

 택시기사가 백미러를 통해 뒤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무릎위에 가지런히 놓은 편지 봉투들을 쳐다보던 오로르는 택시기사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만간 그녀는 백미러를 통해 택시기사를 잠시 쳐다보더니 이내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짧게 말했다.

 “...예."

 택시기사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살짝 열린 창문의 틈새로 바다 냄새가 들어왔다. 마치 그녀가 돌아온 것을 반겨주듯이…

 한 5분쯤 지났을까. 원체 멀지 않은 거리였기에 택시는 곧 웰링턴 피어에 도착했다. 뒷좌석의 문이 열렸고 그녀가 내렸다. 택시기사가 트렁크에서 그녀의 짐을 내려주는 동안 그녀는 해변가를 바라보았다. 아직 차가운 바람이 불때라 그런지 관광객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저 멀리 키가 큰 아시아인이 홀로 해변을 걷고 있는것이 보였다. 그녀가 그렇게 해변을 바라보는 동안 택시는 다시 움직였고 그녀가 몸을 돌렸을 때 택시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녀는 얇아진 빗줄기 속에서 우산없이 걷기 시작했다.

 '또각 또각...'

 그녀가 사라의 가게 앞에 도착하자 커피를 내리는 소리가 빗소리 사이로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과거를 추억하며 이 순간을 즐겼다.

 "오로르!"

 그리운 목소리에 오로르는 눈을 떴다. 추억 속 과거는 현재가 되었고 가게 안에서 그녀을 향해 밝게 미소짓는 여자는 전보다는 늙어버린채였다. 하지만 매력적인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녀는 스톨 밖으로 머리를 꺼냈다.

 "오로르, 정말 보고싶었다.”

 오로르도 사라를 향해 멋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에 그녀에게는 없던 표정이었다. 사라가 스톨에서 나왔다. 그 동안 사라의 머리는 더 길어져 있었다. 제멋대로인 곱슬머리를 묶어 위로 말아올렸는데 고무줄 머리띠 하나로는 버거워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사라가 했기에 무엇보다도 자연스럽고 멋스러웠다. 이제 그녀의 얼굴에는 인생의 피로와 연륜이 더욱 자리잡고있었지만 이에 상관없이 그녀의 웃음은 언제나 상냥해 그것을 바라볼때면 마음이 편해졌다.

 "사라, 잘지냈..."

 말을 끝내기도 전에 사라가 오로르를 꽉 껴안았다. 얼마나 세게 껴안았는지 오로르의 새하얀 얼굴이 순간 핑크빛으로 달아올랐다. 하지만 사라의 얼굴에도, 오로르의 얼굴에도 웃음이 만연했다.

 "왜 아무런 연락도 안한거야? 마을사람들 모두가 얼마나 보고싶었다고.”

 너무나 세게 안아서인지 사라의 눈가는 촉촉했지만 사라의 얼굴에서 미소는 꺼질 줄 몰랐다.

 "아줌마, 울어요? 나… 그렇게 보고싶었어요?"

 사라는 그것이 무슨 창피한 일이라도 된다는듯이 재빨리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오히려 말썽꾸러기 없으니까 속이 쉬원했지뭐."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녀를 바라보며 오로르도 미소를 지었다.

 "아줌마도, 할머니도, 마을 사람들도, 너무나 많이 보고싶었어요. 근데 연락하면 안될 것 같았어요. 또 의존하게 될 것 같아서… 연락 할 수가 없었어요.”

 어려운 이야기를 차분하게 꺼내놓는 오로르를 보며 사라는 그녀의 지난 6년을 상상해보았다. 모든 것을 참으며,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눈물로 모든 것을 참으며 피아노를 치는 그녀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사라는 대견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였다.

 "너가 자랑스럽구나.”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다. 오로르도 알고 있었다.

 "이제 모두에게 알리자. 매우 기뻐할거야. 제인에게는 따로 연락해봐. 오자마자 나에게 먼저 온 것을 알면 섭섭해 하실지도 몰라.”

 사라의 말에는 다소 장난기가 뭍어있었지만 오로르도 제인이 약간은 섭섭해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라를 포함해 그 어느누구도 제인만큼 그녀를 돌봐준 사람은 없었다. 오로르는 사라의 말대로 제인에게 따로 연락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 담배피는구나.”

 사라가 약간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오로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로르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저 살짝 미소를 띄었다.

 "네, 역시 아주머니에게는 들킬 줄 알았어요.”

 "왜? 피는 담배가 내가 피우던 거랑 같은 거라서?"

 오로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계속해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아주머니는 담배 바꾸셨나봐요?"

 오로르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 사라를 쳐다봤다. 사라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로르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였다. 곧 흰색의 연기가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사라는 그녀를 조용히 쳐다보았다. 오로르는 갑자기 무거워진 분위기가 불편한지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사라, 저 21살이예요.”

 사라가 그제서야 오로르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그리고선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안다. 다만, 다만, 내 머리속의 오로르는 늘 여리고 어린 소녀아이였는데 어느새 담배도 피울줄 알게 되었다는게…”

 사라가 말끝을 흐리면서 다시 오로르를 쳐다보았다. 오로르도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둘은 잠시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죄송해요."

 오로르가 먼저 조용하고 연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죄송한 차원의 문제는 아니지. 너도 성인이니까 너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다만..."

 마치 시간이 멈춘 것 처럼 사라가 말을 멈췄다.

 “다만, 뭐요?"

 오로르가 물었다. 그러나 사라는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담배에 붙은 불은 연기를 만들며 재로 사라지지. 그리고 사라짐, 그것은 그리움을 남긴다.”

 사라가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가 내뱉은 단어들은 공중에서 빗소리와 섞인채로 오로르에게 닿았다.

 "이게 남편을 잃고 내가 늘 하던 말이었어.”

 오로르는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사이로 사라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죽은 남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갑자기 그녀가 너무 왜소해보였다. 그녀의 모습에서 허전함을 느꼈다. 오로르는 사라가 울음을 터뜨릴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 대단한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편이었다고 할 수도 없었지만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었어. 내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중 한명이었어. 고아였던 나에게 있어 유일한 가족이었어. 그리고… 나를 정말 사랑해 준 사람이었어.”

 오로르의 예상 밖으로, 사라는 울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보다 더 깊은 그리움이 어려있었다.

 "날씨가 이래서인지, 아니면 너의 담배연기 때문인지, 오랜만에 옛 생각이 나는구나. 오로르, 그래도 담배는 너무 많이 피우지 말거라. 담배에 의존하게 되면 힘들어져. 나는 그것을 10년이나 지난 후에야 깨달았어.”

 사라가 슬픔이 가득한 얼굴에서 억지로 미소를 짜냈다. 오로르는 슬픔속에서 짓는 그녀의 미소에 가슴이 아팠다.

 "네, 알았어요. 명심할게요.”

 오로르는 어느새 연기가 되어 사라져버린 담배 꽁초를 담배갑에 구겨넣었다.

 "이제 어서 가 보거라. 할머니가 1초라도 더 젊었을 때 봐야지.”

 슬픔이 베어있는 그녀의 말투 때문일까. 그녀의 농담에도 오로르는 미소지을 수 없었다. 그녀는 사라처럼 억지로 미소를 짜낼 수 없었다. 다만 겨우 어색한, 미소 비슷한 표정을 지어낼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후 가게를 떠났다. 그녀가 골목 사이로 사라져갈 때 하늘은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짙은 남색의 하늘에는 보름달이 구름 사이로 고개를 살짝 내밀고 있었다. 사라는 오로르가 걸어가는 골목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골목 끝에서 가로등 아래로 검은색 트렁크를 끌고 가던 한 소녀는 빨간 빛을 꺼냈고 곧이어 흰색의 연기를 내뿜었다. 그녀가 자신의 흔적을 다 지우고 골목 속으로 사라질 때 까지 사라는 그곳을 바라보았다.

 "너가 봤으면 뭐라고 했을까, 클라라..."

 빗방울이 또다시 굵어지고 있었다.

 

 “띵동. 띵동.”

 “... ..."

 "똑똑똑..."

 굵어진 빗방울은 주위를 적시고 있었고 오로르는 문 앞에서 간신히 비를 피하고 있었다. 조용하지만 거실에는 불이 켜져있었고 집 안에서는 드문드문 티비소리가 났다. 잠시 후 발걸음 소리가 천천히 가까워졌고 낯익은 목소리가 문 뒤에서 들렸다.

 "누구세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오로르는 조용히 눈을 감고 다음 소리를 기다렸다.

 "오로르니?"

 오로르는 문 너머에 있을 제인을 상상했다.

 '그녀도 사라처럼 세월의 흐름을 온 몸에 잔득 두르고 있을까?'

 "네, 할머니. 저예요..."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굵은 빗 속에서 낡은 문이 열렸다. 오로르는 1초 남짓한 이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문이 열리자 한 가여운 모습의 늙은이가 있었다. 오로르는 당황했다. 거기에는 6년이란 세월보다 더 늙어버린 초라한 모습의 제인이 서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상상했던 최악의 모습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6년 전 금방 호통이라도 칠 것만 같던 할머니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버린 후였다. 그럼에도 그녀의 옷가지는 6년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더 희어진 그녀의 머리와 더 깊어진 주름이 그녀가 보낸 세월의 흐름을 대신 말해 주었다.

 "역시 너였구나. 오늘따라 왠지 너가 더욱 보고 싶더라니!"

 제인은 얼굴에 한 가득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 처럼 호탕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녀의 표정은 전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그것이 그나마 오로르를 위로해주었다.

 "어서 들어와라.”

 그녀는 오로르가 들어오는것을 확인하고는 곧장 주방으로 걸어갔다. 오로르는 제인의 거실 소파에 앉아 소파의 끝을 바라보았다. 어렸을 때 오로르는 가끔씩 제인의 집 소파에 누워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그 때는 제인의 소파와 오로르의 키가 딱 맞았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은 얼핏봐도 그녀의 키가 더 컸다. 오래간만에 추억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주방에서는 그릇이 딸그락거리는 소리, 물소리, 찬장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 그리고 포트에서 물 끓는 소리가 차례로 들렸다. 잠시 후 부엌에서 향긋한 홍차의 냄새가 퍼져나왔다. 제인이 부엌에서 나오자 오로르는 그제서야 그녀에게 생긴 작지만 큰 변화를 눈치챘다. 오로르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연락하고 오지 않은게냐?"

 제인이 그녀의 시선을 의식하고서 재빨리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오로르는 제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제인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할머니 왜 발을 절어요? 전에는 절지 않았잖아요.”

 “… 원래, 나이들면 그런 거란다.”

 제인이 약간 말을 더듬었다. 대충 얼버무리며 시선을 피하는 그녀를 보자 오로르는 속이 상했다.

 "그러는 너는 왜 연락하고 오지 않은게냐?"

 이번에는 제인의 차례였다.

 "걱정할까봐요. 이제 애가 아니잖아요.”

 이번에는 오로르가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나 역시다. 너가 걱정하길 원치 않았다.”

 제인이 대답했다. 오로르는 속상함 때문에 화를 낸 사실이 미안했다.

 "그래도 나를 걱정해주는걸 보니 많이 컸구나.”

 제인이 뒤를 돌았다. 그리고서 전보다 더 크게 절뚝이며 다시 주방으로 걸어갔다. 오로르는 제인이 자신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 숨기려 했던 사실에 마음이 짠했다. 오로르는 그녀가 부엌으로 사라지자 검정색 핸드백에서 흰 봉투 한장을 꺼내었다. 봉투에는 '제인 왓킨슨' 이라는 이름이 쓰여있었다. 오로르는 긴장되는지 종이의 모서리를 만지작 거리며 제인을 기다렸다. 오로르는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제인은 틀림없이 와줄거야...'

 제인은 곧 부엌에서 차와 간식거리를 가지고 나와 소파 앞 테이블에 그것들을 내려 놓았다. 트레이에는 두 잔의 컵과 홍차, 그리고 레몬머핀이 놓여있었다. 레몬머핀은 그녀가 어렸을 때 밥보다 더 좋아했던 간식이었는데 그녀가 슬픔 속에서 울부짖으며 모든 음식을 거부할 때도 레몬머핀은 가끔씩 입에 대곤 했었다.

 "아직도 좋아하지? 이 레몬머핀. 할미가 너 주려고 직접 구웠다.”

 제인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오로르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자신을 위해 절뚝이는 불편한 몸으로 레몬머핀을 굽는 그녀를 상상하자 미안함과 감사함이 동시에 일었다.

 "먹거라. 아직 따뜻할거다.”

 하지만 오로르의 손은 머핀을 향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릎 위의 봉투로 슬그머니 손을 가져갔다.

 “저… 할머니.”

 오로르가 어렵게 말을 시작했지만 차마 끝내기도 전에 문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오로르!"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환희에 가득찬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가 폭죽처럼 여기저기서 울렸다. 그들은 사라에게 오로르가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려온 것이 분명했다. 제인의 집 안으로 들어오는 그들 뒤에서 사라가 오로르에게 윙크를 했다. 마을 주민들은 들어오기 바쁘게 그녀의 안부를 묻거나 그녀를 안아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오로르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미소와 반가움으로 이 순간을 즐겼다. 10명쯤 되는 마을 사람들은 서로 가져온 먹을거리와 술을 통해 서로 이 기쁨을 나눴다. 오로르와 제인의 재회의 장소는 이내 파티장으로 변했다. 술이 다 떨어지고 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사라가 질문을 던졌다.

 "오로르, 이제 이야기 해주렴. 이 6년 동안 어떻게 된 거니?"

 이 질문에 집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어렸을 때의 아픔을 잊기위해 떠난 여정이기에 모두가 그녀의 지난 6년에 대해서 조심스러웠다. 그렇기에 모두 그녀가 먼저 이야기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라는 지금 이 금기를 깨고 오로르에게 물었고 오로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너는 이 6년동안 돌아오지 않았어. 너가 자주 연락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었기에, 모두 걱정하면서도 기다렸어. 매달, 나와 제인은 가끔씩 너희 회사에 연락해서 너의 소식을 묻기도 했어. 너와 통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너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어. 너가 연락줄 것을 믿었기 때문에…”

 "매년! 매년… 왔었어요.”

 사라가 말을 끝나기도 전에 오로르가 말을 내뱉었다. 그녀의 얼굴이 분홍색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모두가 약간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다만, 사라는 놀라지 않고 침착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녀 얼굴의 주름이 더 그렇게 보이게 하는 것 같았다.

 "알고있어."

 사라가 짧게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번에는 사라를 쳐다보았다. 반면 오로르가 말했을때 사라가 침착했던 것과는 달리, 오로르의 얼굴에는 흥분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상기되어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았어."

 사라가 제인을 한번 쳐다보았다. 제인 역시 처음 듣는 소리였지만 그녀도 당황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어느정도는 예상했다는 표정이었다.

 "사실, 너가 떠나고 나는 제인 할머니와 함께 너의 피아노를 고쳐줄 사람을 찾아다녔어. 돈이나 시간은 상관없었어 고칠수만 있다면 말야. 그 피아노는 너의 보물이니까.”

 사라가 말을 끝내며 오로르를 힐끔 쳐다보았다. 오로르는 사라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이어질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오로르의 얼굴에 서려있는 것은 분노도 아니고 감사도 아니고 어떤 호기심 따위도 아니었다. 다만 다음 말을 듣지 않았으면서도 그녀의 직감으로 느껴지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확실한 이별, 그로인한 슬픔이었다. 사라는 눈을 감고 말을 이었다.

 "불가능하대. 노르위치, 런던, 프랑스, 그리고 독일의 마이스터에게까지 물어봤어. 그런데 꽤 오래된 스타일인데다가 알려진 장인의 피아노가 아니라서 만든 사람이 파악되지 않는데. 게다가 하나같이 이런 스타일의 피아노는 처음 본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이 정도 상태가 될 때까지 연주할 수 있던게 기적이래."

 말이 끝나고 사라가 눈을 떴을 때 오로르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매력적인 긴 속눈썹 아래로 물방울이 길게 흘러내렸다. 6년 전 그레이트 야머스를 떠날 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되리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별의 서러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가쪽을 쳐다보았다. 사라는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나랑 제인할머니는 너에게 새로운 피아노를 선물해주기로 결정했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꽤 괜찮은 소리가 난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새 피아노가 배달된 그 날은..."

 사라는 오로르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날은 클라라의 기일이었어.”

 오로르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사라를 쳐다봤다. 제인도 이제 무슨일인지 감이 잡힌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마을사람들 중 몇몇은 아직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서로의 추측들을 조용히 귓속말로 전하고 있었다.

 "그래, 그날 너를 보았어. 너희 집 앞에 서 있는 너를. 키도 컸고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었지만,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어. 너무 반갑운 나머지 당장에라도 너를 부르고 싶었지만… 부를 수 없었어.”

 방 안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곧 너가 검은색 차에 타더니 다시 돌아가더구나. 그리고 클라라의 묘에 갔을 때 꽃이 하나 꽃혀 있었어. 릴리. 클라라가 가장 좋아하던 꽃. 그 후로도 매년 같은 꽃이 있었던 걸로 봐서 정확히 언제인지는 몰라도 너가 찾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너가 보고 싶었지만… 때가되면 너가 먼저 연락할 것을 믿고 기다리지도, 부르지도, 잡지도 않았어.”

 오로르가 고개를 숙였다. 제인은 말없이 그녀의 옆으로가 어깨에 손을 얹어 주었다. 어깨를 통해 약간의 떨림이 전해졌다. 사라가 천천히, 그리고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

 "이제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겠니?"

 질문에 고개를 들은 오로르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미안해요. 나 정말 그리웠어요. 모두 보고싶었어요. 그런데, 정말로 여기에 와서 마을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까봐, 나 힘들어질까봐, 연락하지 못했어요.”

 그녀가 서럽게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참아내며 힘겹게 말을 마쳤다. 그녀의 하늘색 눈동자에서 비가 뺨을 타고 떨어졌다.

 “오로르, 왜 약해진다는 거야? 우리가 너를 응원하는걸 잘 알잖아.”

 마을사람 중 덩치가 가장 큰 필립이 물었다. 하지만 오로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왜 약해진다는 거냐? 여럿이 뭉치면 더 힘이나지 않느냐?"

 오로르가 대답 없이 앉아있자 제인이 다시 물었다.

 "6년전에 나는 늘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당시 내 또래의 아이들이 하는 미래에 대한 걱정도, 사랑이나 돈에 대한 걱정도 없었어요. 오직 엄마가 보고 싶었어요. 그런 내 갈망은 나를 슬픔의 늪 속에 빠트렸고 나는 숨쉴 수 없는 어둠 밑으로 빨려 들어갔죠. 결국, 나는 끔찍한 결정을 내렸어요. 그리고 시도했었죠. 나에게 유일하게 남은 부모였던 아빠마저 날 버렸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벼랑 끝으로 몰고갔기에…”

 창 밖으로 멈췄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조용한 가운데 빗방울만이 힘내어 소리치고 있었다.

 "이상하죠. 나에게는 전부인 어머니와 아버지였는데.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어요. 아버지에게 어머니 없는 세상에서의 나는 마치 가치없는 망가진 인형과도 같았어요. 그렇게 나는 아버지에게 버려졌어요.”

 오로르는 목이 메었지만 작은 기침으로 호흡을 조절하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어머니가 떠나간 후 나에게는 아버지만이 남았는데… 아버지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모두 조용히 그녀의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난 늘 슬픔속에 빠져 살았어요. 어렸던 나에게 너무 큰 슬픔이었어요. 슬픔의 바다위에 홀로 떠 있는 느낌이었어요. 주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나는… 거기서 빠져 나오고 싶었어요.”

 오로르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모두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에 대한 시선이 아닌, 그녀가 느꼈던 슬픔에 대한 시선이었다. 6년 전이었다면 한없이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순간이었을테지만 지금은 이들의 이런 시선이 그녀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슬픔은 너무나 강력했어요. 무거우면서도 무섭도록 찐득여서 몸에서 떨어져 나가지가 않았어요. 내가 슬픔에 빠져 어리석은 결정을 했을 때, 그리고 욕실에서 무의식중에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사라 아줌마가 해준 말이 떠올랐어요. 믿음과 사랑, 그리고 소망. 이것들이 삶의 원동력이 되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요. 그래서 그 사건 후, 다행히 살아남고나서 나는 런던으로 떠나기로 결정했죠.”

 오로르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의미있는 한 숨이었다.

 "그렇게 때문에 여전히 꼭 찾고 싶어요. 그 믿음과 사랑, 소망을요.”

 오로르는 누군가 물어봐주기를 바랬다. 단 하나의 질문. 그녀의 지난 과거 여정을 마무리 지을...

 

 "그래, 찾았니?”

 과거의 여정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보이는구나. 귀중한 것일수록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거다.”

 제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쉽게 찾은 것은 쉽게 사라지기 마련이야.”

 사라가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럴거야. 아… 아니면 이미 찾았지만 아직 깨… 깨닫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 우… 우리도 도와줄게. 그… 그렇지?"

 비쩍 마른 몸에 금테안경을 낀 데이비드가 말했다. 비록 말은 더듬고 바짝 긴장한 모습 자체는 우스꽝 스러웠지만 그의 용기에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이어서 한마디씩 덧붙였다. 오로르는 이럴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갑작스럽게 타오른 분위기에 감사했다. 사라는 웃음을 참지 못했고 제인도 넌지시 미소를 지었다.

 “자… 잠시만요.”

 오로르가 말을 꺼냈다.

 “사실, 할 이야기가 있어요.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온 거예요.”

 약간은 고조되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저 이제까지 회사에서 정식 음악 교육을 받았어요. 그리고 이제 정식 피아니스트가 되었어요. 다음달에, 아니 이르면 2주 후에 미국으로 떠날 거예요. 일단 거기서 데뷔 무대를 하기로 결정됐거든요.”

 여기저기서 이른 축하의 목소리가 나오려할 때 오로르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이번에 미국으로 가면, 또 다시 몇년동안 안 돌아올거예요. 아니, 내 말은, 그렇게 될 지도 몰라요.”

 좀 전의 분위기와는 달리 그곳에 모인 모두가 놀랐다. 비단 미국으로 가는 것이, 그리고 또 다시 몇년 동안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이 서로가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에도 그들에게는 그녀가 이 나라를 떠난다는 것이, 그리고 또 다시 몇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믿기 힘든 충격으로 다가왔다. 모두가 잠시 말을 잃었다.

 "거기를 가면… 그 믿음과 사랑, 소망이란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느냐?"

 고요한 침묵을 깨고 제인이 물었다.

 "네."

 오로르가 고개를 숙인채로 조용히 대답했다.

 "다녀와, 오로르. 먼 곳도 아니잖아. 너도 알다시피, 어차피 우리는 모두 여기서 일을 하기 때문에 너가 런던에 있다고 해도 너가 오지 않는 한 일년에 몇 번 못봐. 런던에 있어서 일년에 한번 보는 거나 미국에서 일년에 한번 보는거나 똑같지뭐. 일년에 한 번쯤은 올 수 있잖아. 그리고 미국은 네 인생에 있어서도 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어. 그러니 고개들으렴."

 오로르는 고개를 들자 사라의 멋진 미소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에 오로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일년에 한번은 올 수 있는거지?"

 사라는 불안감에 다시 한번 물었고 모두의 시선이 오로르에게 쏠렸다. 오로르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찾아온 거예요. 아까 말했듯이 가면 아마도 몇년 동안은, 아마도 3년은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요.”

 오로르는 모두의 시선을 피해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 다시금 침묵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빗방울 마저 완전한 침묵을 지켰다.

 “뭐... 라고?"

 사라가 물었다.

 "강해지고 싶어요. 마음을 굳게 먹고 싶어요. 이번에는 반드시 찾고 싶어요. 그리고서 돌아올게요.”

 아무도 그녀의 말을 잇지 않았다. 정적이 그곳에 흘렀다. 천장에 달린 전구가 힘을 잃은채 조금씩 깜빡이기 시작했다.

 "저 꼭 가고 싶어요. 말려도 갈 거예요. 다만, 저를 이해해줬으면해서 회사에 부탁까지 하고 이곳에 찾아온거예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는 전부니까요.”

 오로르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마을사람 누구도 그녀에게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걱정되었지만 이것은 분명히 그녀의 인생이었다. 이번에는 사라마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제인은 아니었다.

 "오로르, 이것이 너에게 있어 전부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인게냐? 너는 너의 의견만 말하고 너의 생각에만 귀를 귀울인채 너의 행동만을 정당화 시키고 있지 않느냐?"

 “아니예요."

 오로르가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니라면, 왜 우리에게 기대지 못하는거냐? 우리가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한게냐? 의지하기에는 너무도 모자란게냐?"

 제인이 물었다. 그녀의 질문에는 어딘가 모를 부탁이 들어있었다.

 "아니에요, 그런게 아니에요.”

 "그렇다면, 왜 우리를 찾아오지 못하는거니? 너와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장애물이 무엇이니? 왜 강해지고 믿음을 찾는데 우리와 함께 있으면 안된다는거냐?"

 제인의 말투는 이제 부탁을 넘어서고 있었다.

 "제발, 오로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너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를 피하지 말으렴.”

 제인은 이제 구걸하다 싶은 말투로 호소했다. 하지만 오로르는 그녀의 시선을 피한채 깜빡이는 전구만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이곳에는 없어요. 이곳에는… 제가 찾는게 없어요.”

 그녀는 최대한 단호하면서도 상처입히지 않으려 노력했다.

 "너가 찾는게 무엇이냐? 믿음과 소망과 사랑 아니냐?"

 제인이 물었다. 그녀 역시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단호하게 말하려 했지만 이미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아픔이 느껴졌다.

 "맞아요, 그런데 이곳에는 없어요. 있었다면 진작에 찾았겠죠.”

 그곳의 모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죄송해요. 상처 받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예요. 모두가 잘 해주는 것을 알지만… 하지만 내 믿음과 소망, 그리고 사랑이 이곳에 있는 것 같지 않아요.”

 마침내 깜빡이던 전구가 수명을 다하자 거실의 빛이 사라졌다. 그곳의 다정하고 축제같던 분위기도 그녀의 한마디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는 것 같은데?"

 사라가 힘없는 말투로 물었다.

 "피아노요. 피아노가 알려줄 거예요. 그래서 런던에 간 거구요. 그리고 이제… 미국으로 갈 거예요.”

 오로르는 순간 자신의 집에 있는 고장난 피아노가 생각났다. 마음이 아팠다.

 “이날을 위해 지난 6년동안 피아노에 미친듯이 전념했으니까요.”

 그녀가 고개를 들때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소파 위의 편지봉투를 볼 수 있었다. 오로르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다시 고개를 내렸다. 그렇게 침묵이 흘렀다.

 "너가 그렇게 자신있다면 우리에게도 보여주거라.”

 오로르가 고개를 들었다. 제인이 발을 절룩이며 문가로 향했다.

 "나는 음악을 모른다. 하지만 간절한 목소리 정도는 들을 줄 안다. 너희 집으로 가자꾸나. 거기에 제법 쓸만한 피아노가 있으니까.”

 제인이 가장 먼저 문 밖으로 나갔고 그곳에 있던 모두가 아무말 없이 그녀 뒤를 따랐다. 오로르는 잠시 그곳에 가만히 서 있었지만 그들 모두가 나가자 그녀도 소파 위의 편지지를 들고 그들을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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