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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일레인과 그 뻔뻔한 반지
작가 : 유르르
작품등록일 : 2017.7.27

폭탄제조에 비상한 재능을 가진 연금술사, 일레인.
위장취업 중 영주의 보물창고를 털어 달아나는데...
영주를 따돌린 그녀의 앞에 왠 사내가 한명 나타난다!

소원을 빌라고 속삭이는 반지에서 나온 마법사가 일레인은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 반지는 호기심이 많다
작성일 : 17-07-30 17:43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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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플라스크를 기울이고, 스포이드의 고무마개를 면밀하게 조율하던 일레인이 가만히 주저 앉아 식어가고 있는 자신의 작품을 내려다보았다. 식으면서 진득한 녹빛을 띄어가고 있었다. 부르는 대로 가격이 되는 폭탄이 고작 이런 재료로 만들어진다는 걸 알 게되면, 대다수의 연금술사들이 기함을 할 터였다. 딱히 특별한 제조법은 아니었다. 정확한 수식과 작은 단위로 빽빽하게 맞춰진 시간만 맞춘다면. 어쩌면 연금술사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수식이었다.

 물론 아직 까지 성공한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놀라운 기록에 다들 혈안이 되는 것이지만.

 

 

 수습 연금술사에게 대여되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일레인이 반쯤 식은 것을 반죽해 둥글게 만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끓인 후 응결된 결정을 걷어내는 일 뿐인데, 굳이 실험실이 필요하지 않은 과정이었다. 일레인이 가벼운 걸음으로 실험실 문을 닫았다.

 

 

 

 “감사합니다. 잘 썼어요.”

 “이미 알고 있겠지만, 진급시험은 다음달 초에 한번 있어요. 응시하려면 지금 접수를 해놓는 게 좋을 거에요.”

 “친절은 감사하지만, 다음 달에는 다른 곳에 있을 것 같아서요.”

 “접수만 되면 시험은 어디서나 응시할 수 있어요. 지금 신청을 해놓는 게 좋아요.”

 “아뇨. 괜찮습니다.”

 “등록된 연금술사들에게는 생활비 지원과 공동 연구실 대여등의 해택이 있으니 언제든 생각해보고 신청하세요”

 

 조금이라도 급수를 올릴 생각은 안하다니 이런 천하의 멍텅구리를 보았나.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의례적인 등록연금술사에 대한 설명을 전한 협회광장의 마녀가 일레인을 바라보았다. 빙그레 웃어준 일레인이 텅 빈 청경채 자루를 들고 또 다시 골목으로 나섰다.

 연금술의 사람들을 매혹하는 이유는 그 누구든 원리와 연성법을 알면 똑같은 물건들을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골목을 나서는 일레인의 옆을 수습으로 보이는 연금술사들이 종종걸음으로 지나쳤다. 꿈을 꾸는 자들이었다. 금을 만들어내는 경지에 도달하고 싶은 자들. 저도 모르게 돌아가는 고개를 애써 부여잡고 발길을 재촉하려던 순간이었다.

 

 

 

 

 「뭘 만든거지?」

 

 

 

 지저분한 골목을 나오자마자 반지가 진동했다. 현재 골칫거리 중 가장 커다란 골칫거리였다. 로브를 깊숙이 씌워놨던 건 어디 갔는지 찬란한 금발머리가 다시 햇볕을 받아 반짝였다.

 

 

 

 “……비밀이에요.”

 「독특한 능력이더군.」

 

 

 

 호기심 가득한 물음이 갑작스럽게 툭 튀어나왔다. 일레인이 애써 태연한 척 대꾸했다.

 

 

 

 “독특하다니요! 연금술은 위대해요. 간단한 작업처럼 보여도 저 안에 얼마나 많은 수식과 연성이 숨어있는 지 아세요? 연금술은 위대해요!”

 「난 무엇을 만들었는지 물었다만.」

 “비밀이라니까요. 근데 그게 보여요? 반지 안에서?”

 「그렇다만.」

 “와, 이거 사생활도 없구만? 아저씨, 훔쳐보고 그러는 거 다 범죄거든요? 철컹철컹 몰라요?”

 

 

 유진의 한심하다는 시선이 일레인의 안면으로 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금술의 위대함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요라는 얼굴로 일레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는 폭탄을 분해하듯 유진의 면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아, 저 머리를 어떻게 하지……. 너무 반짝여 빛의 요정이있다면 어머, 우리집인가 ! 하고 자리잡을 반짝임이었다. 한주먹만 잘라 팔찌를 만들어 팔면 대박 날듯한 맑은 금발이었다. 지금은 방해만 되지만.

 

 

 

 “우선, 머리부터 어떻게 해보면 안돼요?”

 

 

 

 

 말과 행동이 동시에 일어났다. 일레인이 까치발을 들고 서서 유진의 머리에 후드를 씌웠다. 유진이 시중을 받는 듯 가만히 서서 그녀의 손길을 받았다. 시대는 달라졌어도 사람들은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쓰는 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몇몇 지역도, 그 특산품들도 그대로였다. 단지, 마법을 숭배하던 시대가 이미 지나버렸던 것뿐이다. 주위에 평범하게 널려있던 재료들을 이리 저리 뒤섞더니 여자는 알 수 없는 것을 만들어냈다. 꼬치꼬치 캐어물을까 잠시 고민한 유진이 상념을 털어내었다. 어차피, 소원을 빌 때까지 미우나 고우나 함께 지내야할 여자였다. 다급하게 굴지 않아도 언젠가는 알 수 있겠지. 유진의 미묘한 시선이 일레인의 등에 맨 자루로 향했다. 입구를 단단히 틀어막은 저 자루 안에 초록빛의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사람이 굉장히 많던데.」

 “당연하죠. 실력을 인정받고, 관청이나 황실에 등록된 연금술사가 되면, 생활비도 연구비도 풍족하게 나오니까요.

  먹고 살 걱정은 안해도 되죠. 평민들한테는 꿈 같은 거에요.”

 

 

 그래서 투박한 수습 연금술사의 패를 가지고도 그 자부심으로 수십년을 살아가는 거다. 지푸라기 잡든 희망의 끈을 놓치 않는 거기도 하고…….

 

 

 「꿈」

 

 

 

 유진이 번화가 한 가운데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차가 지나가길 기다린다며 일레인이 멈추어섰기 때문이었다. 시대는 변했다. 워프포인트를 표시하던 하얀 기둥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 대신, 하늘높이 치솟는 하얀 연기를 뿜으며 붉은 마차가 칙칙거리며 제 옆을 스쳐지나갔다. 말이 끌지 않는 마차라니. 둔탁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전차는 빠른 속도로 스쳐지나갔다.

 

 

 일레인은 인간이 꿈을 꾼 결과가 연금술사라고 말했다. 자신이 연금술사라는 것을 자랑하며, 앞서나가고 있었다. 연금술사. 어떤 일을 하는 자인지 무엇을 꿈꾸는 자인지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유진이 미묘한 시선으로 일레인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드디어 계약에서 벗어나나 했더니, 세상은 너무나도 달라져있었다.

 

 

 

 

 「저건 뭐지?」

 “증기기관차요. 싸구려 석탄을 태워서 동력을 만들어내죠.”

 「꾸준히 마력을 공급하는 마법사라도 고용한 것이냐?」

 “마력은 무슨, 석탄이라니까요? 석탄 몰라요?”

 

 

 

 한심하다는 시선을 감추지 않고 일레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빠지지 않는 반지, 따돌려지지 않는 남자. 둘 다 골칫거리였다. 문제는 저 반질반질한 얼굴을 볼 때마다 내려던 화가 누그러진다는 거였다. 유진은 아무리 가리려고 해도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 아직 영주의 수배령은 이곳까지 닿지 않았는지 일린의 신분으로도 입성이 가능했다. 성 안으로 들어서면서 일레인은 유진의 로브를 깊숙이 씌웠다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너무나 당연하게 따라붙었다. 겨우겨우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시내 중심가에 도달했건만, 유진은 전차에 시선을 뺏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일레인이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바빠 죽겠는데 정말…….

 

 

 

 

 「태운다면, 저 안에서 계속 불이 타오르는 것이냐? 꺼지지 않는 악마의 불을 고작 저런 곳에 쓴다고?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

 “꺼지지 않는 악마의 불이 아니고, 그냥 석탄을 쓴다고요. 좀 오래타는 돌이에요.”

 「그래.」

 

 

 유진이 조금 처연한 얼굴로 전차의 뒤꽁무니를 응시했다. 일레인이 말하는 단어 대부분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법사로서 최고 경지에 오르고, 현자의 탑에 오르면서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자부했었는데, 봉인되어있던 기간 안에 이런 변화가 가능한가.

 

 

 유진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대충대충 대답하며, 일레인이 유진의 옷자락을 잡아 끌었다. 일레인은 유진이 더 신기했다. 대체 얼마나 옛날 사람이길래 증기기관도 모르지? 증기기관은 대륙전쟁 전에 개발되어 상용화된 고물 축에 속했다. 그러니 일반 평민들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열려있지 않는가. 마법사라더니, 대체 언제 봉인되었길래 이렇게 세상을 몰라?

 

 

 

 “빨리 와요. 바빠 죽겠는 데 그런데 한눈 팔 시간 없어요.”

 「고작 불이 타는 것만으로 저 커다란 쇳덩어리가 움직인단 말이지?」

 “빨리, 오라니까요. 지금 우리가 얼마나 눈에 띄는 지 알아요?”

 

 

 일레인이 유진의 팔을 끌어당기며 토로했다. 아무리 회색 로브를 입혔다고 해도 저 흐물거리는 하얀 옷은 일반적인 사람이 입는 게 아니었다. 귀족들도 저런 옷은 안 입었다. 대체 어느나라 복식인지. 제일 먼저 옷부터 갈아입혀야지 아니면 치안대에 끌려가게 생긴 판이었다.

 

 

 

 “반지에서 나왔다면서요. 반지로 들어가면 안돼요? 아까는 잘만하드만!”

 「싫다.」

 “아님 옷이라도 갈아입던지요!”

 「옷이 무슨 문제가 있지? 이 시대의 미적 감각은 정말 퇴화했군!」

 

 

 

 말이 안 통하니 이길 자신이 없다. 누가 그러던가 가장 무서운 자는 잘못된 신념을 갖은 행동파라고 !

 

 

 

 “……빨리 와요!”

 

 

 

 더 이상의 대화를 포기하고 일레인이 씩씩하게 발을 떼었다. 실과 바늘, 그리고 천조각이 그려진 간판 앞에서 두 남녀가 멈추어 섰다. 의상실이었다. 귀족을 위한 의상실은 층층히 쌓인 디자이너룸을 가진 반면, 일반인들을 위한 의상실은 간판이 없으면 가정집이나 다름없었다.

 

 

 

 「옷가게는 왜 들려야하지?」

 “그야 당연히 당신 옷차림이 너무 눈에 띄니까요.”

 「내 옷은 운허에서 수입한 최고급 비단으로 장인이 직접 만든 실로 한땀한땀 만들어졌다. 거친 천에, 누군지 모른 자가 만든 옷을 내 몸에 걸칠 수는 없어.」

 “개소리 하지 말고 빨리 들어와요.”

 

 

 

 운허에서 수입은 무슨, 대륙전쟁 이후 운허는 제국의 식민지로 편입된지 오래였다. 일레인은 가차 없었다. 투박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며 유진의 팔을 질질 끌었다. 일레인은 솔직한 심정으로 갑자기 떠안게 된 식객을 성 밖으로 내던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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