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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불망귀 (不忘歸)
작가 : 기정유
작품등록일 : 2017.7.22

불망귀(不忘歸) - 잊지 않고 돌아오겠다.
때론 사랑으로, 때론 충성과 의리로, 때론 원수의 사이로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운명같은 인연은 계속된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15화 첫사랑, 그 밝고 환한 빛
작성일 : 17-07-30 17:18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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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부인은 황궁행사에 가지 않았다. 함양 땅 권세가들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날, 청부인은 사람들의 눈길이 자신과 황제에게 집중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고 따지고 보면 그 누구 하나 기다리는 사람도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청부인은 내심 이번 황궁행사 만큼은 가보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내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또다시 기련을 청부인의 집에 오라고 부른 것이.

 

 “내내 평안하셨어요? 청부인.”

 

 기련은 그 환한 얼굴로 청부인께 반갑게 인사했다.

 

 “그래,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로구나. 너의 얼굴에 유독 밝으니 말이다.”

 

 기련은 속내를 숨기지 못했다. 굳이 숨길 이유도 없었다.

 

 “예. 황궁행사에 갔었어요. 가기 전엔 그냥 뭐 그랬는데, 너무 좋았더랬습니다.”

 

 카이와의 일을 떠올린 기련은 더 환하게 웃었다.

 그런 기련의 모습에 청부인은 궁금함이 더해졌다.

 

 “그래? 무엇이 그렇게 좋았느냐?”

 

 그제서야 기련은 부끄러운 듯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조각하는 사람의 손이라 거칠 줄만 알았는데 참 부드럽고 따뜻했습니다. 등은 또 얼마나 듬직하게 넓은지요.”

 

 청부인은 기련이 카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바로 알아채고는 웃었다. 기련의 모습이 귀여워서도 웃었지만 곧바로 청부인인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것을 기련은 눈치조차 챌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청부인께서는 왜 안오셨습니까? 황궁행사에요. 저는 당연히 오실 줄 알았습니다.”

 

 청부인은 표정을 가다듬고 기련에게 물었다.

 

 “왜 내가 당연히 갈 줄 알았느냐?”

 “황제폐하의 약을 직접 조제하실 만큼 황제의 신임을 받고 계신 분이 아니십니까.”

 

 청부인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네 눈에는 그렇게 보였구나.”

 “아니십니까? 신임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약을 맡기겠습니까. 황제께서 세상에서 제일 신뢰하는 분인거지요. 청부인이요.”

 “그래, 네 말이 맞다.”

 

 기련은 황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황제께서 좀 이상하셨습니다.”

 “이상하시다니? 무엇이?”

 “청부인께서 주신 단사목걸이 말입니다. 황제께 진상품을 드리러 올라갔는데 그 목걸이를 보자마자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물으시는 겁니다. 이 목걸이가 뭔지는 아냐면서요.”

 “그래서?”

 “처음엔 이 목걸이를 청부인께서 주신 걸 황제께서 알고 물으시나 했었다니까요.”

 “그런데?”

 “근데 그건 아닌 것 같았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노여워하시는 것 같았어요. 마치 내가 목에 걸어선 안될 걸 하고 하고 있다는 듯이, 그래서 자꾸 물으셨나?”

 

 청부인은 기련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듣고 있었다. 기련의 말이 이어졌다.

 

 “암튼 목에 걸고 있는 것이 뭔지도 모를 것이 귀한 걸 하고 있다는 듯이 말씀하시길래 화가 났습니다.”

 “화가 났어? 네가?”

 “예. 순간 조금 화가 났습니다. 근데 어느 안전이라고 제가 감히..”

 

 기련이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제가 아는 대로 말씀을 드렸죠. 단사 목걸이에 대해서.”

 “그랬더니 황제께선 뭐라고 하시더냐?”

 “마지막엔 귀하게 간직하라고 하셨습니다.”

 “귀하게 간직하라...?”

 “정확히는 황제인 나보다 더 높고 귀한 사람에게 받은 모양이구나. 잘 간직 하거라. 하시더라구요.”

 

 청부인은 기련의 말이 적잖이 놀랐다.

 

 “그래도 마지막 말씀에 오해를 하신게 아닌 걸 알고 인사를 드리고 물러나왔지요.”

 

 청부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는 기련의 태도에도 놀라웠다.

 

 “황제께서 그리 말씀하시는데, 무섭지 않더냐?”

 “무섭다니요. 왜요? 황제께서 내게 어울리지도 않는 목걸이를 하고 있다는 듯이 말씀하실 때야 기분이 나빴지만, 그런 게 아니셨잖아요. 오해하고 계시는 게 아니었으니 됐지요.”

 

 청부인은 철이 없는 것인지, 어려서 세상 두려움을 모르는 것인지 기련의 천진난만함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기련아, 황제인 나보다 더 높고 귀한 사람에게 받은 모양이구나... 하시는 말씀의 뜻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그때 알았습니다. 황제께서 이 단사목걸이의 원래 주인이 청부인인 걸 아시는구나. 근데 내가 걸고 나타났으니 훔치기라도 했나 싶어 그러셨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 황제께서 청부인을 매우 신뢰하고 계시는구나. 나보다 더 높고 귀한 사람이라 생각하실 만큼. 그래서 약도 지어보내라 하시는 거였구나.”

 

 청부인을 보고 해맑게 웃는 기련을 보고 청부인은 할 말을 잃은 듯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기련이 너는 황제 폐하가 두렵지 않은 게로구나.”

 “제가 잘못을 한 게 있어야 두렵든 무섭든 하지요. 제가 황제폐하의 의견에 반대하는 신하도 아니고 또 황제폐하가 제 아버지도 아니잖아요.”

 “그래, 기련이 네 말이 맞다.”

 

 청부인은 기련을 보며 미소지었다.

 

 “그런데 청부인, 카이님이요 황궁 용마루의 치미를 보려고 글쎄, 담장 위에 올라가서는요...”

 

 기련은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웃느라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카이에 대한 이야기로 재잘거렸다.

 기련에게 황제를 직접 만나 본 느낌을 떠보려던 청부인은 자신의 생각이 기련에게는 어처구니없는 일일 뿐임을 깨달았다. 기련은 지금 막 사랑에 눈을 뜬 풋풋하고 싱그러운 청춘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밝고 환한 빛이 기련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첫사랑인 게로구나.’

 

 청부인은 기련이 사랑에 빠졌음을 알 수 있었다. 막 사랑을 시작한 여인이 가진 눈빛과 표정, 그리고 말투를 참으로 오랜 만에 보는 것 같았다. 기련은 내내 카이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수줍어 하면서도 그에 관해서는 단 한 가지라도 소홀할 수 없다는 싫다는 듯이 온 마음과 온 신경이 카이에게로 향해 있는 듯 보였다.

 

 청부인은 며칠동안 신경쓰고 있었던 환관조고의 눈빛 같은 것은 그저 셈으로 가득 찬 어른들의 계산속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졌다.

 

 “근데 청부인께서는 언제 처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셨어요?”

 

 기련이 이제껏 그 누구도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던 것을 물어왔다. 청부인은 조금 놀랐고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을 생각했다. 하지만 선뜻 불러오기가 쉽지 않았다.

 

 “글쎄다. 첫사랑이라. 아주 오래 전 일인 것 같구나.”

 

 순간 기련은 청부인이 남편을 먼저 보낸 미망인임을 깨닫고 아차 싶었다.

 

 “송구합니다. 청부인. 제가 괜한 걸 여쭈었나 봅니다.”

 

 그런 기련의 마음을 모를 청부인이 아니었다.

 

 “아니다. 송구하긴. 첫사랑의 감정을 잊고 살아서 그런 것 뿐이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자꾸나.”

 

 청부인은 그렇게 기련을 돌려보냈다.

 

 청부인의 첫사랑은 죽은 남편이 아니었다. 그때는 의례히 그랬듯 집안과 가문 간에 정략결혼이 흔했고 청부인으로서는 기울어가는 집안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남편 될 사람의 얼굴 한번 못보고 혼인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지라 어떤 불만도 갖지 않았다. 다행히 청부인은 남편의 용모는 물론이고 인품을 미리 보고 들을 수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성실하고 다정한 남편이었다. 남편이 병약한 몸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않았더라면 그래서 일찍 세상을 등지지만 않았더라면 청부인은 가업을 이을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보통의 아낙들처럼 지아비를 바라보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며 그렇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랬더라면 황제를 만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천하를 통일하고 그 천하를 가진 황제를 연모하게 되는 일도 없었지도 모른다. 늘 암살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생을 살아야하고 그래서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황제를 안타까워하며 애태우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 것이었다.

 

 청부인은 얼마 전 환관 조고가 기련을 유심히 살피던 눈초리를 본 후로 혼탁해졌던 자신의 마음을 탓했다. 청부인은 황제와 자신을 이어주던 순백의 마음이 더 이상 순백일 수 없음에 괴로웠고 그 탓을 오로지 환관 조고에게 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자신을 경계하는 환관 조고를 청부인도 자연스레 경계하기 시작했고 때때로 황제의 곁에서 자신과 황제를 지켜보고 있는 환관조고의 눈빛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황제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곧 환관 조고의 감시의 눈초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환관 조고의 눈빛을 본 후로 황제가 기련을 가까이 두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여인의 육감이라 믿었다. 하지만 오늘 기련에게 들었던 말, ‘황제인 나보다 더 높고 귀한 사람에게 받은 모양이구나.’ 라고 했다던 황제의 말을 청부인은 있는 그대로 믿고 싶었다. 기련의 말처럼 황제가 귀하고 높게 여기는 사람이 청부인 자신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황제의 변치 않는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다. 청부인에게 황제는 첫사랑이었다.

 

 ***

 

 병사용 공사현장에서는 아까부터 쿠처가 카이의 주변을 맴돌며 카이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어디 있었냐고. 한나절을.”

 “황궁 안에서 치미를 구경하고 있었다니까요.”

 “그렇게 오랫동안이나? 내가 자네를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아는가?”

 

 카이가 웃으며 말했다.

 

 “구경거리가 많던데 저는 왜 찾아다니셨습니까.”

 “진나라 황궁엔 생전 처음 가본 서역 촌놈이 그 넓은 황궁에서 행여 길이라도 잃어버렸을까 싶어서 그랬지.”

 “길을 잃어버리긴요. 아주 훌륭한 길 안내자가 있었습니다.”

 “누구? 누굴 만나기라도 했는가? 그 안에서?”

 

 카이는 그날의 일을 생각하며 대답 대신 연신 웃기만 했다.

 

 “옳거니. 그렇군. 역시. 뭔가 있었어. 그날. 그렇지?”

 “있기는 뭐가 있습니까.”

 “아니, 내가 자네를 찾으러 다니다가 황궁 뒷뜰이었나 어떤 남녀가 땅바닥에서 뒹구는 걸 본 것 같아서 말이지.”

 

 카이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뒹굴다니요. 누가 뒹굴었다는 말입니까. 그건 뒹군 것이 아닙니다. 담장에서 뛰어내리다 그런 것이지.”

 

 쿠처는 너 지금 딱 걸렸다 싶은 표정으로 카이에게 질문을 퍼부어 대기 시작했다.

 

 “그렇지? 자네였지? 누군가? 그 규수는? 기련 낭자인가?”

 

 순간 당황한 기색이던 카이는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가 제대로 봤군. 봤어.”

 

 쿠처가 카이의 등을 짝 소리나게 한 대 후려 치더니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좋아. 음. 아주 좋아. 하하하”

 “아. 아픕니다.”

 

 카이는 쿠처의 매서운 손맛에 등짝이 아렸지만 쿠처의 기분 좋은 웃음을 보며 따라 웃었다.

 

 ***

 

 장파형은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니 돌아가 기다리라는 환관 조고의 말에 안심을 하면서도 아무래도 황궁 행사가 있던 날 황제 앞에서 딸의 행실이 마음에 걸렸다.

 

 “아니 어느 앞이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대답을 한단 말이야. 나는 오금이 저려서 똑바로 서있기도 어려운 자리에서. 아무래도 단도리를 하고 와야겠다. 기련이 이 아이는 세상물정을 그렇게 몰라서야. 쯧쯧”

 

 그날 밤, 장파형은 지하궁전을 나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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