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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혼인은 거절합니다. 01
작성일 : 17-07-30 15:41     조회 : 467     추천 : 1     분량 : 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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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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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소희는 고개를 숙였다.

 

 “가까운 시일 내에 현의문에 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참입니다. 호위대장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켜보고 있다.”

 

 서늘한 말을 한 마디 남기고 흑노는 가 버렸다. 소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할 말이 그것밖에 없었어? 핑계를 대도 먹힐 만한 걸 대야지. 현의문에 전갈 한 번 하지 않은 주제에 어딜 현의문 이야기를 핑계로 삼아.’

 

 시우가 어이없어했다.

 

 자신도 생각하고 있던 팩트지만 그걸 다시 한 번 시우가 짚어주니 짜증이 났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소리내서 시우에게 말한다면 흑노에게 들릴 것이다. 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황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식사를 마친 황자는 소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희는 왜 흑노가 자신을 부르러 왔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시계도 없는 이 곳에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기란 어려운데 황자는 체내 시계라도 있는지 꼬박꼬박 일정한 시간마다 움직였다.

 

 - 원래는 중국인들은 시간 약속에 늦다던데.

 

 소희와 흑노를 거느린 황자는 내당을 거쳐 화실을 향했다. 이제 그가 그림을 그릴 시간이다. 난초를 치고 글을 쓰는 동안 그는 놀랄만큼 이완되어 편안해진다.

 

 ‘내가 천년도 전에 미술치료를 하고 있다니. 내가 시조다!!’

 

 네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알아서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모처럼 들떠서 신나 있는 시우의 목소리를 들으니 소희도 기분이 좋아졌다. 어쩌면 그저 평온한 황자를 보고 있는 것이 좋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림을 그리는 뇌는 아무 손상을 입지 않은걸까? 그림을 그리는 뇌와 다리를 움직여 걷게 하는 뇌는 다른 부분인 걸까? 문외한인 소희가 시우에게 여러 번 따져 물었지만 시우가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소희는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뇌의 특정 기능이 활성화되지 못하여 몇 가지 신체협응동작이 느리고 둔할 수는 있으며 이를 윽박지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만은 제대로 이해하였다.

 

 글은 제대로 쓰는데 왜 걷지를 못해! 하고 야단치는 것은 소용이 없다. 그냥 그곳이 아직 덜 발달된 것이다. 아직 요도와 항문의 괄약근이 발달되지 않은 어린 아기가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황자가 치는 난은 선의 강약이 뚜렷하고 힘이 있어 보기에 좋았다. 한줄기 난을 치고 난 후 그 곁에 세필붓으로 무언가를 그리는데 평소와 달라 눈이 갔다. 손톱만한 분재를 실붓으로 살살 그려내는데 그 솜씨가 탁월하여 가히 호사가의 입에 오르내릴 만했다.

 

 “자단 소엽이군요.”

 

 이제 몇 가지 나무와 풀을 쉬이 구별할 수 있게 된 소희가 한눈에 알아보았다. 처음 창궁원에 들어갔을 때 황자가 설명했던 나무다.

 

 “소군주께서는 초목 중의 자단과도 같습니다. 특이하고 뛰어나되 몇 가지 조심하셔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그것을 제가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예전에 소희가 했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읊으며 황자가 소희를 내려다보았다.

 

 “지금도 내가 자단과도 같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습니다.”

 

 소희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황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묻지 않고 기다렸다가 그대에게 물어보라 했다.”

 

 소희는 입을 살짝 벌렸다. 황자는 때에 적절하지 않은 질문을 적절하지 않은 자에게 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우는 황자가 궁금증을 자신에게 묻도록 가르쳤다. 그 질문 중에는 평범하고 귀여운 것도 있었고 터무니없이 이치에 닿지 않는 것도 있었으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것도 있었다.

 

 이제는 황자가 질문을 한다고 하면 무서울 지경이었다. 소희가 무슨 질문인지 묻기 전 소년이 계속 말을 이었다.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일을 매일같이 입에 올린다. 그 여자의 동정을 알고 싶어하나 여자는 모른다.”

 

 소희는 안도했다. 이것은 그녀가 쉽게 대답해줄 수 있는 질문이었다.

 

 ‘잠깐, 뭔가 이상해. 어떤 여자인지 어떤 남자인지 물어봐. 정보가 너무 적어.’

 

 소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무나 뻔한 상황인데 굳이 시우의 조언을 들어야 할까?

 

 이 시대의 결혼과 가문에 대해서 모르긴 한다. 그녀가 아는 것은 21세기의 연애결혼 뿐이다. 재벌집이라면 연계할 수 있는 가문끼리 정략결혼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집안에서 자라난 소희는 무어라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남자와 여자 둘 다 미혼입니까?”

 

 조심스럽게 묻자 황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답하였다.

 

 “남자는 내 아는 바로는 미혼이며 여자 또한 그렇다.”

 

 그렇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소희는 옛날에 자신이 처음으로 그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는, 얼굴만이 선명한 전 남자친구다. 처음이자 마지막 연인이었다.

 

 맨 처음에 그를 신경쓰기 시작할 때 자신은 몇번이나 그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이것도 그것과 같은 일이 아닌가.

 

 ‘황자 본인의 일이 아닌지 물어봐.’

 

 소희는 시우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본인의 일이라면 본인의 일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는 크게 절을 했다.

 

 “남자가 여자를 자주 생각하여 매일같이 입에 올린다면 그것이 바로 나비가 꽃에게 끌리듯이 애정을 느끼고 호감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애정을 느끼고 호감이 있다는 것은 어떠한 것인가.”

 

 이것은 대답하기 쉽다. 소희가 웃었다.

 

 “소군주께서 식물을 아끼듯이 귀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항시 자주 보며 연이 닿는다면 혼인을 하여 함께 살고 싶은 것입니다. 소군주의 가모께서 황제 폐하와 원앙처럼 해로하시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바마마는 원앙처럼 살고 계시지 않다. 원앙은 단 한 마리와 짝을 짓지만 아바마마께서는 하늘의 아들로 삼궁육원을 두고 계시지.”

 

 “제가 잘못하였습니다. 일반의 부부는 원앙처럼 쌍을 지어 해로하는 것을 원합니다.”

 

 “영웅은 호색이라. 내가 식물을 아끼는 것처럼 여자를 아끼면 되는가. 내게는 만 종의 기화요초가 있어 창비원을 장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각의 꽃과 풀에 걸맞는 격의 만 명의 여자를 데려와 식물처럼 여기면 되는 것인가.”

 

  아니, 그건 아니야. 능력이 되면 삼처 사첩을 둔다고는 하지만, 황제라면 삼궁육원에 더불어 수백 명의 궁인을 둔다고 하지만 만 명은 아니라고! 이 스케일 큰 황자야!

 

 ‘임소희. 너 말 실수 했어.’

 

 시우가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희는 다시 한 번 무릎을 꿇었다.

 

 “천한 의원이 실수를 하였습니다. 황자께서는 한 명의 황자비를 두시고 아끼시어 원앙 같은 한 쌍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것이 신선께서 바라시는 좋은 일인가.”

 

 “그러합니다.”

 

 황자는 한참 동안 소희를 응시했다. 맑은 눈동자에 소희가 비쳤다. 지금은 소희를 바라보는 시선도 살짝 부드러워져 있다. 가르친 보람이 있다고 소희는 뿌듯해 했다.

 

 “아까 말하던 남자와 여자의 일이다. 그 둘을 혼인시키는 것이 옳겠는가.”

 

 잠깐. 그건 진도가 너무 빠르다. 소희는 다시 한 번 절을 올렸다.

 

 “그 둘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주소서. 그리하신 후에 둘에게 직접 혼인을 할지 의향을 물어보심이 옳다고 아뢰옵니다.”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

 

 황자가 말을 말뜻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소희도 가끔 잊는다. 그녀는 잠시 시간 단위를 따져 보았다.

 

 “그들이 지금 하루 반나절 이상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까?”

 “이미 그러하다.”

 “그러한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반 년이다.”

 

 소희가 처음 그 거지같은 전 남자친구와 만나서 사귀기 시작하는데 3개월 정도가 걸렸다. 남녀가 유별하다고 하며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이곳에서 육개월 가량 계속 조금씩 만나고 있다면 서로 호감을 갖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 싶다. 소희가 이야기하였다.

 

 “그렇다면 물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황자가 질문했다.

 

 “소희, 흑노와 혼인을 하겠는가.”

 

 소희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았다.

 

 “네?”

 

 “흑노가 너의 출신을 궁금해 하며 매일같이 너의 일을 입에 올린다.”

 

 ‘아, 씨발.’

 

 뱃속에 얼음을 삼킨 것처럼 싸늘하니 기분이 순식간에 나빠졌다. 그런 경우가 있구나. 소희는 말문이 막혔다.

 “그대에게 내릴 상을 이것으로 대신하면 되겠다.”

 

 황자는 매주 소소한 상을 소희에게 내려주곤 했다. 대개는 귀한 식물의 잎사귀나 말린 약초 차 같은 것들이었다. 시우는 대개 상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의사가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우겼다. 보통 소희는 시우를 무시해버리고 기쁘게 상을 받았다.

 이전에 받았던 청침향은 아주 쓸모가 있었다. 향이 특이하여 소매에 묻혀두었던 것을 긴요하게 사용하여 흑노 앞에서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이 상은 절대로 시우가 원치 않는 것이었다.

 

 제가 여인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남장을 하고 마음껏 장원 내를 오가도록 한 배포에 감사해야 할지, 지금와서 폭탄처럼 터트리는 이 상황에 화를 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고맙고 화가 나고 짜증이 나면서 절박했다. 천지에 흑노와 소희 단둘만이 남는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지 않았다.

 

 제 목에 칼을 찌른 남자다.

 

 “감히 소군주의 높으신 뜻을 받들 수가 없사옵니다.”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소희에게 한 장의 얇은 종이가 내밀어졌다. 그새 일필휘지로 휘갈긴 명필이다. 다른 글씨는 알아볼 수 없으나 앞에 쓰인 제 이름만은 눈에 확 들어왔다. 그 종이가 눈앞에 놓였다.

 

 “혼인을 허가하며 백 평의 필지와 장원, 서른 명의 노비를 내린다.”

 

 “잠시, 잠시만요!”

 

 황자의 말을 끊는 것은 예에 합당치 못할 뿐만 아니라 매우 무례하다. 소희가 다급하게 외쳤다.

 

 “이 혼인의 당사자는 저뿐만이 아닙니다. 호위대장에게도 물어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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