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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전하, 아니 되옵니다
작가 : 아범
작품등록일 : 2017.7.17

이벤트 당첨으로 일등석에 탑승한 담월. 그곳에서 한 남자와 크게 다투고 만다. 결국,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그가 속삭인다. "두 번 다시 마주칠 일 없길 바라거라." 아니, 뭐 저런 싸가지가 다 있어?!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인연이 황궁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도망치려는 그녀와 잡으려는 그. 마침내 사로잡힌 그녀의 입에서 절망적인 신음이 터져나왔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담월의 데이트-2
작성일 : 17-07-30 15:26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4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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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 황태자 전하?!"

 

 "어머, 차황이다!"

 

 "어?! 정말이네?!"

 

 "꺄악!"

 

 사람들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특히 휘를 향한 여자들의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다.

 

 '이 사람이 이렇게나 주목받는 사람이었구나.'

 

 뒤늦게 휘의 존재감을 체감한 담월이 그를 쓱 올려다봤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휘가 갑자기 목에 힘을 주며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담월이 금세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데이트 중인가 봐."

 

 "어머, 벌써 손까지 잡았어!"

 

 속닥거리는 여자들의 말에 담월이 흠칫 놀랐다.

 그제야 자신이 아직 그의 손을 잡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담월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그의 손을 놓았다.

 휘의 얼굴에 순간 아쉬움이 스쳤다.

 

 "아이고, 황태자 전하!"

 

 갑자기 사람들 틈에서 노인이 나타나더니 휘의 앞에 넙죽 엎드렸다.

 당황한 휘가 얼른 노인을 부축해 일으켰다.

 

 "일어나세요."

 

 그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난 노인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니, 어쩌다가 지하철까지 타셨습니까? 이쪽으로, 이쪽으로 앉으세요."

 

 "아닙니다. 전 괜찮으니 그냥 앉아 가세요."

 

 노인이 자신이 앉아 있던 노약자석을 권하자 휘가 담담한 얼굴로 사양했다.

 그런 휘에게 한 무리의 여자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어, 황태자 전하.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을 수 있을까요?"

 

 "저도 한 장 부탁드려요."

 

 휘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의 수행원들이 나타나 그녀들을 막아섰다.

 그러자 담월이 슬쩍 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무얼 말하는지 금세 눈치챈 휘가 수행원들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되었다. 물러나거라."

 

 그의 말 한마디에 금세 사내들이 물러섰다.

 여자들이 눈치를 살피며 뻘쭘하게 서 있자 휘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이리 가까이 오거라. 같이 찍자꾸나."

 

 "어머! 정말요?"

 

 "와, 역시! 소문대로 매너갑!"

 

 "정말 너무 멋지셔!"

 

 여자들이 들뜬 얼굴로 우르르 그에게 몰려들었다.

 곧이어 그녀들이 휘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과감하게 스킨십을 시도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담월의 얼굴이 어색하게 굳었다 펴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시달리고 난 뒤 휘가 담월에게 다가왔다.

 

 "되었느냐?"

 

 "네. 고생하셨어요, 전하."

 

 담월이 시큰둥한 얼굴로 대답했다.

 휘가 금세 눈살을 찌푸렸다.

 

 "또 뭐가 불만인 것이냐?"

 

 "아무 불만 없거든요."

 

 "말투에 불만이 가득한데 어찌 시치미냐?"

 

 휘가 거듭하여 묻자 마지못한 담월이 그에게 바짝 다가서더니 목소리를 잔뜩 낮춰 말했다.

 

 "아니, 전하는 적당히도 몰라요?"

 

 "내가 뭘 말이냐?"

 

 "사진을 찍으라고 했지 누가 사심까지 채워주라고 했어요?"

 

 그녀의 추궁에 휘가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팔짱을 왜 끼냐고요. 아니 그보다, 어깨에 손은 왜 올리셨어요?"

 

 "크흠, 그럼 뻣뻣하게 가만히 서서 찍으란 말이냐."

 

 휘가 마른기침을 하며 금세 난처한 얼굴을 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좀 억울한 면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 인상이 차갑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그였다.

 이 상황에 뻣뻣한 이미지까지 추가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포즈를 취해 준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입장일 뿐.

 담월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순 엉터리야. 그렇게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녀가 들리지 않게 투덜댔다.

 휘가 난처한 얼굴을 한 채 그녀의 곁으로 더 바짝 다가섰다.

 

 "이제 그만 하거라. 어차피 지하철을 타자고 한 쪽은 네가 아니냐. 이런 일쯤은 각오했어야지."

 

 "민생 체험 좀 하시라는 의미였지, 사심 충족의 기회로 삼으라는 건 아니었거든요!"

 

 그녀가 톡 쏘아붙이자 휘가 금세 움찔했다.

 하여튼 저 성질머리하고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내려서 차로 이동하자."

 

 "됐어요. 조금만 더 가면 도착이에요."

 

 그녀의 말에 휘가 슬쩍 물러섰다.

 그렇게 잠시 어색하게 서 있던 휘가 문득 뭔가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아직 어딜 가는지 알려주지도 않았구나. 도대체 지금 어딜 가는 것이냐?"

 

 "도착하면 말씀드릴게요."

 

 "그러지 말고 살짝 말해 보거라. 어딘지는 알고 따라가야 할 거 아니냐?"

 

 "어? 도착했어요. 내려요, 전하."

 

 "음?"

 

 휘가 영문도 모른 채 그녀를 따라내렸다.

 잠시 후,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온 그녀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와, 여긴 하나도 안 변했구나!"

 

 어느새 그녀의 목소리가 잔뜩 들떠있었다.

 휘가 이때다 싶어 물었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냐?"

 

 "제가 옛날에 살던 동네예요."

 

 "살던 동네?"

 

 "네. 어? 신호 바뀐다. 전하, 빨리 건너요."

 

 담월이 서두르자 휘가 잔뜩 궁금한 얼굴을 한 채 뒤를 따랐다.

 그녀의 말처럼 그곳은 오래전 그녀가 살았던 옛 동네였다.

 

 어젯밤.

 

 방송을 보고 난 뒤 데이트 장소를 고민하던 중 문득 그녀의 눈에 무언가 띄었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작은 액자였다.

 그 안에는 그녀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서 찍은 사진이 들어있었다.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예전부터 꼭 한 번 다시 찾아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평소 가고 싶었던 곳을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트도 하고 가고 싶었던 곳도 가고.

 일거양득의 기회였다.

 

 어차피 다른 후보들처럼 근사하고 화려한 데이트를 하기엔 여러 가지로 무리가 있었다.

 그런 건 자신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꾸밈없이 편한 마음으로.

 이게 오늘 그녀의 마음가짐이었다.

 

 "어?! 저 가게가 아직도 있네?!"

 

 동네 어귀에서 낡은 가게를 발견한 담월이 걸음이 빨리했다.

 휘가 영문도 모른 채 그녀의 뒤를 따랐다.

 가게 안으로 들어선 담월이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와, 아줌마! 아직도 여기서 장사하시네요?"

 

 "응? 날 알아요?"

 

 "저예요, 저! 저쪽 언덕 위에 대추나무 크게 있던 집에 살던. 기억 안 나세요?"

 

 "어머나! 그럼 네가 담월이야?"

 

 "어? 제 이름도 아직 기억하시네요. 맞아요, 제가 담월이에요. 크크크."

 

 "아이고, 세상에! 이렇게 훌쩍 커서 벌써 아가씨가 됐네. 말 안 했으면 못 알아볼 뻔했다, 얘!"

 

 두 사람은 금세 서로를 붙잡고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휘는 안으로 들어서지 않고 가게 앞에서 기다렸다.

 그런 휘를 뒤늦게 발견한 여주인이 화들짝 놀란 얼굴을 했다.

 

 "화, 황태자 저, 전하?!"

 

 놀란 그녀를 향해 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녀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휘에게 다가섰다.

 

 "아니, 황태자 전하께서 어찌 이런 곳에……."

 

 "크크크. 저랑 지금 데이트 중이거든요."

 

 "데이트? 그럼 그 한담월이가 너였어?"

 

 놀란 여주인을 향해 담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여주인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담월이 문득 생각난 듯 여주인에게 물었다.

 

 "아, 맞다! 창식이는 잘 지내죠?"

 

 "그럼 잘 있다마다. 작년에 결혼해서 벌써 애도 하나 있어."

 

 "와, 벌써 애 아빠예요? 요만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크크크."

 

 "아 참!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걔가 네 얘기 하더라."

 

 "제 얘기를요?"

 

 "그래. 아직도 자기는 머리 자르러 갈 때마다 겁이 난다고 말이야."

 

 "왜요?"

 

 "어머, 너 기억 안 나? 네가 어렸을 때 걔 머리 깎아준다고 데려가서 빡빡머리 만들어 버렸던 거?"

 

 "헉!"

 

 여주인의 말에 담월이 몸을 움찔했다.

 마침 딱 기억났다.

 

 '맞다! 그때 걔가 아줌마 아들이었지.'

 

 담월이 어색하게 웃으며 뒤를 돌아봤다.

 휘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살짝 민망해진 담월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아, 전하! 우리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어요."

 

 "난 됐다."

 

 "그러지 말고 하나 골라봐요. 제가 살 테니까."

 

 "괜찮다. 너나 먹거라."

 

 "어? 이게 아직도 나오네. 잘 됐다. 크크크."

 

 담월이 반가운 얼굴로 아이스크림을 집어 들었다.

 여주인이 한사코 거절하는 걸 간신히 계산한 뒤 다음에 다시 들르겠다고 약속하며 가게를 나왔다.

 

 걸음을 옮기며 담월이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까만 아이스크림에 나무 바가 두 개 달려있었다.

 

 "와, 이거 너무 오랜만이라 잘 될지 모르겠네."

 

 그녀가 신중한 얼굴로 아이스크림을 반으로 쪼개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휘도 덩달아 집중했다.

 초반에는 제법 잘 쪼개지던 아이스크림이 중간 부분에서 갑자기 크게 어긋나버렸다.

 덕분에 한쪽만 커다랗게 잘렸다.

 

 "쯧쯧쯧, 그것도 제대로 못 하느냐?"

 

 "흥! 이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옆에서 휘가 구박을 하자 담월이 약이 오른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녀가 작은 쪽을 휘에게 쓱 내밀었다.

 

 "전하, 이거 드세요."

 

 "난 괜찮으니 너 다 먹거라."

 

 "그러지 말고 드셔보세요. 이거 엄청 맛있어요."

 

 그녀가 휘의 손에 아이스크림을 쥐여줬다.

 결국, 그가 마지못해 아이스크림을 입에 가져갔다.

 생각보다 제법 맛이 좋았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두 사람이 동네를 돌아다녔다.

 담월은 자신의 추억이 진하게 묻어있는 곳들을 둘러보며 연신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그녀가 신나하는 모습을 보며 휘가 보이지 않게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막 골목을 돌아서던 때였다.

 

 "앗, 전하! 위험해요!"

 

 갑자기 담월이 다급한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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