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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실연 다이어트
작가 : 도진
작품등록일 : 2017.7.27

사랑하는 여자친구의 살을 빼기 위해 거짓 이별을 하는 한 남자 이야기

 
8. 실연 다이어트
작성일 : 17-07-30 15:31     조회 : 316     추천 : 0     분량 : 3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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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가다말고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차를 세웠다.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자 우영이 웃는다.

 

 “잠시만요”

 

 준호와 헤어진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그와 헤어진 이후로 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단 한번도 온 적이 없었다.

 

 그냥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때 우영이 종이가방을 들고 가게에서 나왔다.

 

 차 문을 열어 몸을 실은 뒤 내 품에 종이가방을 안겨 주었다.

 

 “집에 가서 가족들이랑 먹어요”

 

 “고맙습니다.”

 

 안전벨트를 맨 그는 다시 차를 몰았다.

 

 집 앞에 도착하자 역시나 먼저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 주었다.

 

 “미나씨 집에 가서 잘 생각 해 봐요”

 

 멀어져 가는 그의 차를 조용히 바라 본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혹시나 꿈이면 깨져 버릴까봐 볼을 꼬집어 본다.

 

 "아~얏!"

 

 꿈은 아니다.

 

 그런데...... 이 행복이 얼마나 갈지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이 난다.

 

 "이모 거기서 뭐해?"

 

 놀라서 뒤돌아 보니 조카 해미가 나를 보고 서 있었다.

 

 엄마를 닮아 어렸을 때부터 미모가 출중하다.

 

 똥그란 눈, 오똑한 코, 앵두 같은 입술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조카지만 부러웠다.

 

 오늘도 역시나 분홍색 프릴이 달린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긴 생머리에 큐빅이 촘촘히 박혀 있는 왕관 머리띠를 쓴 모습이 마치 공주 님 같았다.

 

 "너는 여기서 뭐해?"

 

 "엄마 심부름"

 

 해미가 과자가 들어있는 봉지를 흔들었다.

 

 내 손에 들려 있는 아이스크림 케익을 보자 해미는 먹고 싶은지 침을 꿀꺽 삼켰다.

 

 “먹고 싶으면 따라 와"

 

 우리는 가까운 놀이터로 향했다.

 

 다행히 늦은시간이라 아이들은 없었다.

 

 벤츠에 앉아 아이스크림 뚜껑을 열었다.

 

 딸기맛, 초코맛, 바닐라맛, 체리맛, 망고맛, 등 다양한 맛들이 섞여 있었다.

 

 해미가 먼저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해미야 너 남자친구 몇 명이야?”

 

 해미는 입을 오물오물 거리며 생각한다.

 

 손까지 세어보는 걸 보면 꽤 많은 모양이다.

 

 “남자친구가 아니고 결혼한 남자는 7명이야”

 

 해미의 말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한명도 없는 이모보다 훨씬 나았다.

 

 역시미모밖에 해답이 없다.

 

 “니가 다 좋아하는 아이들이야?”

 

 “아니 나는 별로데.... 아이들이 나 좋다고 계속 따라 다녀"

 

 벌써부터 남자들이 따라 다니고 아침부터 집까지 찾아와 가방까지 들어 주며 학교도 같이 간단다.

 

 초등학생급 여신이 따로 없었다.

 

 거기다 엄마를 닮아 먹어도 살도 안 찌는 체질이었다.

 

 우리 집에서 나만 외톨이처럼 유전자가 달랐다.

 

 아마도 주워온 게 틀림없다.

 

 벌써 그 많은 아이스크림을 반이나 먹었다.

 

 칼로리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나도 덩달아 열심히 먹고 있다.

 

 내일 되면 후회할 게 뻔하지만 손이 계속 아이스크림 통으로 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너무 잘생기고 멋져 그런데 왠지 겁이나 나중에 차이면 어떡해”

 

 미나가 한숨을 푹푹 쉬자 그 모습을 본 해미가 어의 없어한다.

 

 “이모! 남, 여 사이는 밀당이야 그것만 잘 유지하면 절대로 헤어지는 일은 없어”

 

 연애박사인 마냥 새침하게 말해서 순간 재수없게 느껴졌지만 내공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그 밀당을 잘 못한다.

 

 좋으면 그냥 좋은 거다.

 

 그래서 항상 손해 보는 쪽은 나였다.

 

 어느새 아이스크림 통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둘 다 입가에 아이스크림이 묻어져 있었다.

 

 티슈로 해미의 입술을 닦아주자 해미도 티슈로 내 입술을 닦아준다.

 

 “이모 예전에 사귀던 남자친구랑 깨졌지?”

 

 갑자기 들어 온 해미의 공격에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랑이 다시 이모의 마음을 두드린 거지”

 

 어느덧 해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본다.

 

 “그럼 그냥 시작해봐 나중에 후회 하는 것 보다 낮잖아”

 

 해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봉지를 들고 먼저 집으로 들어간다.

 

 미나의 입 꼬리가 순간 올라갔다.

 

 '끝이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해미 말대로 시작도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 보다는 낮잖아'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 놓자 갑자기 꽉 막혔던 체증이 한 순간에 내려 가는 기분이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본다.

 

 모처럼 황사도 없고 별도 많다.

 

 미나는 결정을 내린 듯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우영은 저녁식사를 한 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혹시나 그녀가 먼저 연락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화장실을 가든 어디를 가든 손에서 놓지 않았다.

 

 원래 성격은 휴대폰을 잘 보지도 않고 방치하는 스타일이였다.

 

 하지만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자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제일 위에 미나의 휴대폰 전화번호가 뜬다.

 

 전화를 걸까? 말까?를 반복하다 끝내 통화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전전 긍긍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새로운 감정이었다.

 

 기분이 자신도 모르게 업이 되어 있었다.

 

 창문가로 다가가 바깥 풍경을 내려 다 보았다.

 

 비싼 동네라 시내가 한 눈에 다 보였다.

 

 네온사인 불빛들이 어둠속에서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시각 미나는 씻지도 자지도 못하고 있었다.

 

 형부가 출장을 가는 바람에 언니가 모처럼 친정집에 놀러 왔기 때문이다.

 

 언니는 애 엄마답지 않게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거기다 동안이다.

 

 나랑 같이 다니면 나보고 언니라고 한다.

 

 이미 거실에는 족발에 통닭에 회에 먹을 게 천지였다.

 

 이미 술판은 벌어졌다.

 

 오랜만에 놀러 온 언니가 나도 반가웠다.

 

 여자 네명이 모이자 오랜만에 집이 시끌시끌하다.

 

 사람냄새가 난다.

 

 이래서 결혼을 하는 것 같다.

 

 혼자보다 둘이 낮고 둘 보다는 셋이 낮고 어쩌면 외로워서 결혼을 선택하는 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음식들은 하나씩 비워졌다.

 

 아마도 내가 등장함과 동시에 음식들은 내 뱃속으로 들어가 차곡히 쌓이고 있었다.

 

 내일 또 아침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놀라겠지만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 기분에 충실하고 싶었다.

 

 모두가 다 자자 미나는 방에 들어가 구석에 쳐 박혀 있는 체중계를 들고 나온다.

 

 고기처럼 체중계에 몸을 올려 놓는다.

 

 1분을 센 뒤, 눈을 뜨고 바늘이 가리키는 숫자를 확인했다.

 

 78kg..... 점점 몸무게가 늘고 있었다.

 

 요즘 따라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다.

 

 아마 다 살 때문인 것 같다.

 

 그녀는 책상 서랍을 열어 지방분해가 잘 되는 약을 입에 넣었다.

 

 그다지 효과는 별로 없었지만 먹으면 마음은 편안해졌다.

 

 씻고 침대에 눕자 벌써 새벽1시였다.

 

 “진짜 내가 우리 사장님이랑 사귀는 거야”

 

 미나는 이불을 끌어 안으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실실 웃음이 나오는게 머리에 꽃만 꽂으면 딱 미친년 저리 가라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피로가 몰려 왔다.

 

 행복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녀는 이 행복이 영원하길 바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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