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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우연히 살아나다
작가 : 글쓰고싶다
작품등록일 : 2017.7.30

[현대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희생했고 자신보다 그들을 아꼈지만 결국 버려진 진우연.

삶에 의미를 잃고 죽음을 택하지만 정체 모를 마신이 우연을 깨운다.

"최고의 자리로 만들어주지."

죽음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정신, 잠들어 있던 본능이 깨어났다.

우연은 다시 살아났다.


 
8
작성일 : 17-07-30 05:39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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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속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음을 느꼈지만 표출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 생각했다. 자기감정을 제 의지로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 우연은 더 이상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각오는 오래가지 못했다.

 

 -크크큭, 꼴이 말이 아니구만. 헌터만도 못한 취급이라니. 꽤나 쪽팔렸겠어. 크하하하하-

 

 전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듀켈은 자신과 개그코드가 정말 달랐다. 그것도 극과 극으로.

 

 "조용히 해!!!"

 

 터져 나온 우연의 언성에 듀켈이 차단됨을 느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것도 느꼈다. 수군거리는 사람들에게 구경거리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았던 우연은 일단 자리부터 옮겨야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가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붙잡았다.

 

 "저기 잠깐만요!"

 

 우연이 뒤를 돌아보니 정장 차림의 남자가 자신의 팔을 잡고 있었다. 정장과 구두를 신어 깔끔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털지 않은 흙이 정장 이곳저곳에 묻어 있었고 구두 위엔 먼지가 쌓여있었다. 생김새는 배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지만 자잘하게 생겨난 주름과 정리하지 못한 수염이 일상의 고난을 표현하듯 아무렇게나 자리 잡아 그의 미모를 갉아먹고 있었다. 공사장에서 우연을 지켜보던 태현이었다. 우연이 용건을 묻듯 빤히 바라보자 태현은 얼른 말을 이었다.

 

 "저 초면에 실례지만.. 저랑 커피 한 잔 안 하시겠습니까?"

 "네?"

 

 우연이 당황하며 소스라치자 태현이 다시 반응했다.

 

 "아, 아니 막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 막 그.. BL.. 그니까.."

 

 태현은 우연의 모습이 자신을 게이라 착각하는 줄 알았다. 어쩌다 보니 상황이 이렇게 되어서 충분히 오해할 수 있었고 태현은 어떻게든 변명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우연은 그런 게 아니었다.

 

 "아뇨 게이 말고."

 "네?"

 "그러니까.. 커피는 그쪽이 사는 거죠?"

 

 *

 

 데블인어스 카페는 점심시간이 지난 것 때문인지 꽤나 한산했다. 창가 자리에도 사람이 없었고 덕분에 우연과 태현은 소파도 있는 가장 좋은 창가 자리에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먼저 말문을 열기 시작한 건 태현이었다. 태현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우연을 보게 되었고 왜 따라오게 되었는지를 거침없이 설명해나갔다. 우연은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진 않았지만 태현의 태도로 보아 굳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느끼긴 어려웠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무디를 아주 야무지게 먹으며 태현의 말만 듣고 있던 우연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절 지금까지 미행하셨다고요?"

 "네, 다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한 게 아닙니다. 여쭤보고 싶은 것도 있고 확인하고 싶은 게 있을 뿐입니다."

 "궁금한 게 뭐죠?"

 

 태현은 잠시 뜸을 들였다.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 그저 상대에게 불신을 주지 않기 위해 말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잠깐 정리했을 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우연씨가 게이트에서 혼자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우연씨의 모습에서는 헌터의 모습이 아닌 그저 막 사회에 나온 병아리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하급 게이트를 혼자 클리어하는 헌터가 찜질방에서 잘 리도 없었고 옷을 사는데 할부로 살까 고민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연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화끈해짐을 느꼈다. 부끄러움인지 무엇인지는 몰랐다. 창피할 이유는 없는데 괜히 기가 죽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연씨가 당연히 헌터라고 생각했지만... 아까 협회에서의 결과는 더욱더 의외였습니다. 당연히 재검사를 받는 줄 알았지만 헌터 등록도 되지 않은 일반인이라는 사실에 무척 놀랐습니다."

 "크흠."

 

 태현이라는 남자는 생각한 것보다 자신을 세밀하게 관찰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거나 그런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태현의 태도 때문이었을까. 그저 약간의 창피함만 있을 뿐 불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부분에 대해서 궁금해하진 않겠습니다. 대부분 헌터들이 자신의 등급이나 능력을 밝히기 꺼려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만 확인하고 싶습니다."

 

 태현은 신중했다. 지금까지 자신의 감을 믿어오며 살았다. 비록 능력자가 되진 못했지만 헌터와 관련된 직종의 분야는 헌터만큼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감 하나만 믿고 이 분야에 뛰어든 태현이었다. 그런 태현의 감이 눈앞의 우연을 지목했다. 태현의 눈에 우연은 가공되지 않은 다이아몬드가 분명했다.

 

 "혹시 어젯밤에 들어가신 게이트가 처음이십니까?"

 

 우연은 태현이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게이트가 처음이냐는 말. 그 말은 즉슨 게이트나 헌터 그 외 협회와 관련된 모든 지식에 무지한 것인지 묻는 거와 다름없었다. 우연은 잠깐 고민했다. 굳이 이런 걸 생판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해도 되나 싶었지만 고민과는 다르게 대답은 깔끔하게 튀어나갔다.

 

 "네"

 

 태현의 의심은 확신이 되어 돌아왔다. 사실 태현은 우연이 평범하게 등급이 높은 헌터였다면 미행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아는 사람 중에 등급이 높은 헌터가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우연은 달랐다. 능력은 월등하면서도 다른 면은 무지한 듯한 헌터! 전부터 태현은 어느 팀의 계약직 게이트매니저가 아닌 자신의 팀을 직접 꾸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괜찮은 헌터들은 다 소속이 있는 상태였고 혼자 다니는 헌터들을 스카우트하기엔 그들의 몸값이 너무 비쌌다. 하지만 태현이 보기엔 우연은 아마도 이제 막 각성한 헌터였다. 그것도 우월한 능력치를 가지고! 태현에게 우연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우연의 대답을 듣고 태현이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짓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태현의 주머니에서 나온 건 초록색으로 된 하나의 신분증 같았다. 조금 조잡한 듯했지만 분명히 신분증이었다.

 

 "이건 헌터임을 뜻하는 신분증입니다."

 

 신분증엔 태현의 사진이 박혀있었고 등급과 주특기별로 기재돼 있었다. 태현의 헌터 등급은 B로 표시돼 있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헌터가 아니라 게이트매니저입니다. 말하자면 이 신분증은 가짜입니다."

 "가짜요?"

 "네, 혹시 블랙헌터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블랙헌터, 음지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을 뜻하는 말이었다. 헌터가 음지에서 일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협회의 공제금이 싫은 헌터, 게이트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어 자격을 박탈당한 헌터 그리고 헌터이기 전에 이미 흉악범죄자였던 헌터.

 태현의 말에 따르면 위조 신분증은 블랙헌터끼리는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블랙헌터들도 그들이 가져온 캐논을 거래할 수 있는 암시장이 있었고 때마다 다르긴 했지만 보통 협회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는 훨씬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더군다나 협회에서 공제되는 금액도 없이 순수 금액으로 받기 때문에 훨씬 더 높은 수익을 벌 수 있었다.

 

 "협회에서 검사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기계는 절대로 오류가 없습니다. 우연씨가 몇 번을 가서 다시 확인한다 하더라도 달라질 것이 없을 겁니다. 협회는 우연씨를 헌터로 인정해주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전 알고 있습니다. 우연씨가 능력자라는 걸."

 

 태현의 표정은 아주 진지했다. 뭔가를 갈망하는 듯한 표정은 욕심보다는 불타는 의지에 가까웠다.

 

 "저와 함께하신다면 블랙헌터로도 충분히 활동하실 수 있습니다. 저랑 손을 잡지 않으시겠습니까?"

 

 *

 

 석양이 지는 동작구의 한 골목. 우연은 저물어가는 해를 등지고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우연은 태현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함께 하자는 제안. 우연이 보기에 태현은 분명 괜찮은 사람이었다. 행동이나 눈빛에 거짓이 없어 보였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열의에 가득한 그 태도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고민이 되었다.

 

 '사람에게 배신당한 나였는데, 또 누군가를 믿어도 될까?'

 

 옛일이 떠올랐다. 배신당할 행동도 하지 않았다. 배신할 거라는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우연은 버려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옛일의 기억을 떨쳐내고 다시금 시작하려 다짐했지만 쉽게 잊히지 않았다. 우연은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에게서 받은 지원금. 백만 원에서 얼마나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당장만 해도 잘 곳이 없어 방황하는 신세였다.

 

 '그래, 믿는 게 아니야. 그저 이용하는 거다. 굳이 믿는다고 생각할 필요 없어. 그냥 지금 내 상황에 맞게 행동할 뿐이야.'

 

 살아가는데 있어서 직업은 필요했다. 안정적인 생활을 뒷받침해줄 금전적인 수입도 필요했다. 아무것도 없는 우연에게 헌터는 둘 다를 충족시켜줄 직업이었다. 하지만 협회의 검사는 우연이 헌터인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우연에게 태현이 찾아와 건넨 제의는 하나의 기회일 수도 있었다.

 

 "블랙헌터라..."

 

 블랙헌터가 인식이 좋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간혹 문제 되는 인원도 있었고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로도 이어지는 헌터도 있었다. 블랙헌터는 협회의 감시 아래 있는 이들이 아니었기에 게이트 내에서 지킬 조항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 사이에서 일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었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것도 맞았다. 하지만 태현은 블랙헌터로부터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계획할지는 모르겠지만 우연보다는 태현이 블랙헌터에 더 자세하게 알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여차하면 팀으로 다닐 필요도 없어. 나 혼자로도 충분해'

 

 태현의 말로는 우연이 클리어했던 게이트의 난이도는 하급이었다. 처음이어서 그랬는지 능력이 부족해서였는지 혼자로는 벅찬 느낌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하라 하면 더 잘할 수 있었다. 우연은 생각을 정리했다. 블랙헌터가 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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