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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가 죽어야 구해지는 세계
작가 : 소별왕
작품등록일 : 2017.7.27

이세계에 소환되어 뭣도 모르고 제물로 바쳐져 죽었다. 나를 죽인 이 세상에 복수하겠다. 모조리 불살라 버리겠다!
신과의 거래를 통해 마왕의 씨앗으로 환생한 니아. 가증스러운 천사놈들에게 걸리지 않고 세상을 부수고 인류를 몰살시킬 강대한 힘을 손에 넣어라!

 
다시 태어난 자
작성일 : 17-07-30 03:45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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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워드는 남매의 입대서 작성을 부관에게 맡기고 교회 앞의 광장으로 나와 궐련을 입에 문다. 부싯돌로 불을 붙인 하워드는 라일리를 수행기사로 데리고 다닌다면 적어도 불 걱정은 없겠구나,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애 앞에서 흡연이라니 못할 짓이지, 암.

 

  “저, 백작님.”

 

  고개를 돌려보니 파비앙이 그를 쫓아왔는지 곁에 서 있다.

 

  “하워드라 부르십시오. 궐련 태우십니까?”

  “전 괜찮습니다. 맛있게 태우십시오, 하워드경.”

 

  그 부드러운 미소에 하워드도 따라 미소를 짓는다. 둘은 잠시 아무 말도 없이 궐련을 태우고, 그것을 바라본다. 먼저 정적을 깬 것은 파비앙이다.

 

  “감사합니다. 하워드경.”

  “마음에 안 들어 하시는 줄 알았는데요?”

  “라훌라도 함께 데려 가시기로 한 거 말입니다.”

  “괜찮습니다. 고아를 찢어 놓으면 제 마음만 불편하죠.”

  “라훌라는...”

 

  파비앙은 말을 잇다 말고 가슴이 먹먹해져 입을 다문다. 하워드는 궐련을 태우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라훌라는 자신의 삶을 살지 않는 아이입니다. 그 아이는 라일리의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고 오빠가 되려 합니다. 모든 것이 여동생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죠. 그렇기에 여동생 앞에서 힘든 모습은커녕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안 합니다. 항상 초인이 되려 노력하죠. 설령 자기 속이 썩어가도 라일리 앞에선 웃는 아이입니다. 오늘, 그 아이 홀로 긴팔을 입고 있는 걸 보셨습니까?”

 

  감정이 북받친 듯 파비앙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려온다.

 

  “그 아이가 왜 이 더운 날에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까지 긴팔을 입는지 아십니까? 그 아이의 등에, 라일리를 구하려다 입은 흉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혹시나 라일리가 그 상처를 보고 미안해 할까봐 상처 입을까봐 그렇게나 꽁꽁 싸매고 다닙니다. 라훌라는, 라훌라는 그런 아이입니다. 자신의 삶에 자신이 없습니다. 오직 라일리뿐이죠. 라훌라는 라일리를 위해 삽니다.”

 

  하워드는 씁쓸한 입매로 궐련을 벤치에 비벼 끈다. 입맛이 싹 사라졌다.

 

  “전 그 아이에게서 네프렌카를 봅니다. 사랑과 자비의 현신을 봅니다. 그렇기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만일 라일리 혼자서 군으로 떠난다면, 남겨진 라훌라는 어찌 되었을지 저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자신 또한 두 아이의 아버지인 하워드는 그 숭고한 부성애 앞에서 어떤 대답도 하지 못 한다. 마음으로 낳은 아이에게 이런 부성애를 가질 수 있다니... 교회의 고아라길래 의무감으로 마지못해 키우는 거겠거니, 가벼이 생각했던 자신이 창피할 지경이다. 라일리는 비록 내가 데려가지만, 아버지로써는 완벽히 패배했구나.

 

  코를 훌쩍이던 파비앙은 소매로 눈가를 닦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어쨌든 정말 현명한 선택하신 겁니다, 하워드경. 라훌라는 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제재소, 방앗간, 건축현장 등 힘 쓰는 일이라고는 안 해 본 일이 없는 튼튼하고 굳센 아이입니다. 마을 아이들 중에서 주먹도 가장 강하죠. 절대 후회하실 일 없을 겁니다.”

  “...그럴 것 같네요. 목사님이 이렇게나 아끼시는 아이인데 결코 실망할 리 없겠죠. 걱정 마십시오. 라훌라와 라일리는 제가 잘 키워내겠습니다.”

 

  늙은 목사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 환한 미소를 짓는다.

 

 

 

  먼저 입대서 작성을 마친 라훌라가 당장 짐이라도 싸야겠다며 신나서 뛰쳐나간 후, 하워드의 부관 제루스는 피곤하다는 듯 콧대를 주무르며 눈앞의 소녀를 바라본다. 윤기 나는 금발에 커다란 눈과 오똑한 코, 도톰한 입술. 객관적으로 보자면 아주 사랑스러운 소녀다.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껴안아주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라는 표현을 한 순간에 이해시킬 수 있는 훌륭한 표본이라고 까지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제루스는 꺼림칙함을 느낀다. 무심하다 못 해 비치는 모든 것이 무가치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그 눈빛에, 아무리 놀랐다고 하여도 태연하게 어른에게 주먹을 날리는 그 흉포한 성정에, 자신의 장래가 결정되는 큰 일이 일어났는데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그 태연한 감각에.

 

  그 무엇 하나 그 나이대의 아이가 가지기 힘든 것들을 이 아이는 동시에 가지고 있다. 대체 무엇일까, 이 아이는. 이런 아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존재해도 되는 것일까? 세상의 희망이고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은 순수하고 순진무구해야 마땅하거늘 대체 이 아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꿈과 빛을 담으라고 있는 커다란 눈망울에는 어째서 흐린 빛만이 가득하며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라고 있는 작은 입은 어째서 끝이 비틀려 있는가.

 

  물론 어린 나이에 영혼이 망가지는 아이는 종종 있다. 하지만 눈앞의 이 아이는 망가졌다 부르기에는 너무나 완벽하게 망가졌다. 완성되었다고 부를 정도의 수준으로 망가졌다. 사랑과 자비로 완성되는 것이 네프렌카라면, 그 전혀 반대의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이 소녀가 아닐까?

 

  니힐리즘. 제루스는 문득 아이를 보며 그것을 떠올린다. 탁하다 못해 검어 보이는 저 눈빛에는 모든 것이 허무하게 보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흉포한 성정도 태연한 감각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무슨 일을 겪었기에 이렇게 된 것일까? 그 무엇이 남매의 성격을 이리도 극단적으로 갈라, 오빠는 저리도 활발한데 동생은 이다지도 침잠해 있는 것일까.

 

  제루스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그 소리가 예상외로 커 깜짝 놀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미동조차 않는 라일리의 모습에 머리를 흔들어 상념을 떨쳐 버린다. 열 살배기를 세워두고 별 생각을 다 하는구나.

 

  제루스는 펜을 들고 라일리의 입대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겹치는 내용은 먼저 작성해놓은 라훌라의 것을 베낀다. 그리고 이름을 시작으로 다른 공백을 채워나간다. 나가려 했다. 눈앞의 소녀가 갑자기 자신의 손을 덥썩 잡기 전까지는.

 

  라일리는 놀란 제루스의 손에서 펜을 뺏어든다. 그리고 이름란에 적힌 자신의 이름, 라일리에 두 줄을 긋는다.

 

  자그마치 칠 년의 시간 동안, 이 하찮은 굴레에 메여 살았다. 이 마을이, 이 교회가, 이 이름이, 마치 목줄처럼 나를 억압하고 짓눌렀다. 그렇기에 이 하찮은 곳을 떠나는 지금 그와 함께 이 조잡한 이름 또한 버리겠다. 그리고 나는 나 스스로에게 이름을 부여할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부르며 스스로를 이끄는 자, 나 자신의 운명을 정하며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될 자! 그리고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날, 내가 원하는 그림이 이 세상에 그려지는 그 날, 땅은 부서지고 하늘은 무너지리라. 죽어가는 인간의 머리 위로 천사들의 시체가 떨어지리라. 내가 이 곳을, 이 땅을 지옥으로 만들리라. 오직 지옥에 속해 있던 자만이 이 곳에서 천국을 누리리라.

 

  그 때가 되면 너희는 내 이름을 듣는 순간 공포에 질릴 것이고 몸조차 가누지 못하게 될 것이니, 이름만으로도 나는 그 무엇보다 강렬하고 파괴적인 재앙이 되고 재해가 될 것이니! 조금이라도 그 두려움을 피하고 싶다면 너희는 다만 나를 받들어 따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 다투어 너희가 섬겨오던 여신의 얼굴에 고름을 칠하고 꿈꿔오던 천국에 피를 바르며 내가 그 타락에 흥이라도 일어 너희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모습을, 실로 유쾌할 그 모습을! 너희의 생명을 떠내어 미주로 삼고 너희의 영혼을 떼내어 안주로 삼으며, 아주 즐거이 지켜봐주마. 너희들이 고통에 미쳐 날뛸 때 나는 기뻐 날뛸 것이다. 너희들의 비명은 내 환희가 되고, 너희들의 절망은 나의 유희가 되고, 너희들의 멸망은 나의 열락이 될 것이다! 그래, 그 고통의 바다에 핀 아름다운 혼돈의 꽃에 나는 미소 지을 것이다! 마치 니알라토텝처럼.

 

  제루스는 황망히 입대서를 집어 든다. 그리고 그것을 거꾸로 뒤집어 소녀가 적은 이름을 읽는다.

 

  “...니알랍.”

 

  니알랍은 입이 찢어져라 미소 짓는다.

 

 

 

  이튿날. 사관학교행이 결정된 세 아이는 마을 어귀에서 주민들의 배웅을 받는다. 그들이 이렇게 빨리 떠나게 된 이유는 첫째는 사관학교의 올해 입학식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아보레오가 국왕 직할령이라 해도 왕도와는 길이 멀기에 하워드의 마차를 따고 함께 떠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수월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에 선물은커녕 일하다가 뛰쳐나온 주민들은 반쯤 믿기지 않는다는 어벙한 표정으로 소년 소녀들을 바라본다. 촌장의 아들이야 익히 들었다 해도, 라훌라와 라일리는 왜 여기에?

 

  하지만 그들의 궁금증이 해소되는 일도 없이 시간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촌장의 아들, 데미안은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따뜻한 포옹을 받고 라훌라는 졸업한 동기들과 일을 함께했던 가게의 가족들에게 인사를 받는다. 라일리도 동급생 친구들에게 어색하게나마 딱딱한 인사를 받았지만 앨딘이 마지막이라며 기습 뽀뽀와 함께 고백한 그 마음에 따귀로 답해줌으로써 형식적으로나마 진행되던 이별의 순간은 끝나고 말았다.

 

  데미안은 마을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고개를 내밀고 손을 흔들었다.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고향을 보는 것처럼, 옆에 앉아 있던 라훌라가 질린 표정을 지을 정도로 서럽게 작별 인사를 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사관학교 입학식 바로 다음 날 아보레오로 돌아오게 된다. 그들이 떠나던 날 밤 났던 의문의 화재에 온 가족이 죽은 탓에 그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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