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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우연이 인연을 찾았다
작가 : 천시혁
작품등록일 : 2017.6.5

우연을 맹신하기 때문에 모든 일련의 일들이 일어난다고 믿는 김현신. 어느 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술자리를 갖고 난 이후에 2차로 간 클럽. 자신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분위기를 벗어나 바람을 쐬러 나온 그는 우연히, 한 여성과 눈을 마주치게 된다.

이후에 현신은 우연찮게 그녀를 불의로부터 도와주게 되면서 클럽에서 벗어났고, 뒤이어 현신은 자신이 도와준 그녀를 보며 지금 일어난 일은 우연이라고 둘러대며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현신이 자주 가는 카페에서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 그녀가 현신의 눈 앞에 나타나, 자신을 수희라고 소개하게 되는데?

우연이 인연을 찾고, 또 다른 우연이 인연을 찾는다! 우연이 찾은 운명적인 인연, 지금 시작됩니다!

 
우연이 인연을 찾았다 - Prologue
작성일 : 17-07-30 02:42     조회 : 344     추천 : 0     분량 : 1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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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된 게 게임 한 번이 안 풀리지.......”

 

  이른 저녁 시간. 자신의 컴퓨터 앞에서 체념하듯이 중얼거리는 남성 목소리가 방을 메웠다. 그가 바라보는 모니터 화면엔 ‘게임에서 패배하셨습니다.’ 라는 문구가 떠있는 상태. 그는 양손으로 한차례 얼굴을 쓸어내린 뒤 바로 아래에 위치한 게임 나가기 버튼을 눌렀고 뒤이어 게임 결과표를 보여주는 화면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다시 탄식을 터트린다.

 

  그의 이름 김현신. 등까지 흐르는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조금은 특이한 남성이다.

 

  “너무 엉망인데.”

 

  화면에 나타난 결과표에는, 그의 닉네임이 최고점수를 기록한 것에 비해 같은 팀원들의 점수는 바닥 치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팀 내에서 분열이 일어나는 바람에 현신을 제외한 팀원 모두 고의적으로 게임을 망쳤기에, 그 혼자 고군분투를 해봤지만 결국 게임에서 패배하고 만 것이다.

 

  현신은 힘없이 의자의 등받이에 기댔다.

 

  “기분 전환 한 번은 하고 작업하려고 했더니, 이래가지곤 작업도 안 되겠어.”

 

  그는 혀를 차면서 한숨을 쉬었다. 현신이 말하는 작업은 소설 작품 활동으로, 그는 소설작가 지망생이다. 하지만 3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을 지지하는 팬들조차 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에 전망이 어두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현신은 소설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는데, 자신이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가진 꿈을 쉽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 그래도, 혼자 힘으로 하려니까 한계는 있는 것 같은데. 무협 소설처럼 기연이라도 얻으면 좀 나아질까.”

 

  작업이라는 얘기가 나와서일까, 되는대로 되란 식으로 얘기를 해놓고도 어이가 없었는지 맥 빠지게 웃어버린 현신.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젖히며 간단히 스트레칭을 했다.

 

  그가 스트레칭을 끝내기 무섭게 책상위에 있던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의 메시지가 아닌 이상 울리지 않던 핸드폰이었기 때문에, 핸드폰을 확인한 그는 떠오른 메시지부터 확인했다.

 

  - 오늘 애들끼리 모여서 한 잔 할 건데, 같이 술 한 잔 할래? -

 

  라는 내용의 메시지로, 수신자는 명재. 현신의 막역한 친구 중 한 명이었다. 명재는 술을 딱히 즐기지 않는 자신과는 달리 애주가였기 때문에 자주 술자리를 주선하기도 한다. 현신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메시지를 적었다.

 

  - 미안. 이번에도 넘어갈게. -

 

  현신이 그렇게 보내자 그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

 

  - 오늘도 작업할거냐? -

 

  명재의 메시지에, 현신은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다 대충 대답하기로 하고 단답식으로 적어서 보냈다.

 

  - 그래. -

 

  그렇게 보내놓고 명재의 메시지를 기다리는 현신. 그런데 방금 전과는 다르게 금방 답장이 오지 않아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낀 그였다.

 

  - 매일 같이 작업하려면 힘들 것 같은데, 오늘 하루 정도는 머리 식힐 겸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라도 떠는 게 어떠냐? 너 애들이랑 못 본지도 꽤 오래 됐잖아. -

 

  그 것이 정답이라는 듯 의외로 긴 메시지에 당황한 현신. 자신이 알던 그와는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 하지만 현신이 생각하기에도, 자신이 소설 작품에 매진하고 있을 동안엔 친구들과의 교류가 뜸해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엔 빠르게 답장을 못하고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뒤이어 명재에게서 메시지가 오는 것을 확인한다.

 

  - 좋아,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 너 오늘 안 나오면 내가 너 게임 때문에 친구들 버렸다고 떠들 거니까 그렇게 알아라. -

 

  명재의 메시지를 보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낀 현신. 그리고 현신은 기억해냈다. 그가 아는 명재는, 특단의 조치라는 얘기를 꺼내면 100%로 행동을 취한다는 것을.

 

  - 아, 아까 전에 혼자 쥐어 잡듯이 하는 거 잘 봤다? -

 

  곧바로 이어서 온 메시지에 굳어버린 현신. 이미 자신의 행적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굳이 변명을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 몇 시까지 가면 되는데? -

 

  결국, 명재가 주선한 술자리에 참석하기로 한 현신이 그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 7시까지 우리가 늘 갔던 고깃집으로 오면 된다. -

 

  현신의 메시지를 기다리기라도 했는지 즉답하는 명재. 그 것을 보며 무를 수 없다고 생각한 현신은 답장을 보냈다.

 

  - 알았다. 그 때 보자. -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시간을 확인한 그는 욕실로 들어갔다.

 

 

 

 

 

  “아, 김현신! 여기다!”

 

  약속 장소 앞에서, 체격 좋은 모습의 남성, 명재가 가장 먼저 현신을 반겨줬다. 그 것을 보고서 손을 흔들어 보인 뒤 신호등을 건너 명재한테 가는 현신.

 

  “야, 메신저로만 연락하다가 이렇게 보니까 진짜 오랜만이다. 넌 내가 말 안하면 나랏님 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어?”

 

  만나자마자 은근히 압박 넣으면서 얘기하는 명재의 이야기에, 반박하지 않는 현신.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네가 얘기 안했으면 안 나왔을 거다.”

  “에이, 섭섭하게 말하긴. 기분 전환도 할 겸 이렇게 간간히 친구들도 보고 해야지. 너무 그렇게 고립되기만 하면 머리 아프잖아?”

 

  명재가 정곡을 찔렀는지, 현신은 반박하지 못했다. 작품을 쓰겠다며 명재를 비롯한 친구들을 못 본지도 벌써 두 달째였다는 것을 상기한 현신은 명재를 보면서 답했다.

 

  “...... 신경 써줘서 고맙다.”

 

  무겁게 웃어 보이는 현신의 모습에, 명재가 속으로 혀를 찼다. 그가 알고 있는 현신의 버릇이 하나 나온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고맙냐? 그럼 오늘 1차는 네가 쏘던가.”

  “뭐? 부른 사람이 사는 거 아니었어?”

 

  무거운 분위기가 잡힐 것 같았는지 사전에 막아버린 명재의 대답에 웃으면서 맞받아치는 현신. 그러다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명재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너밖에 없어? 다른 애들도 온다더니.”

  “경후랑 선신이도 곧 올 거다. 너 온다고 얘기해놓으니까 준비해서 오겠다는데?”

 

  명재가 언급한 경후와 선신. 그 둘 역시 현신과 명재와는 막역한 사이였다.

 

  “....... 내가 그렇게 보기 힘든 사람이었나? 내가 나오니까 바쁜 사람들이 행차를 해주네.”

  “그건 네가 제일 잘 알걸?”

 

  모르는척하지 말라며 반응하는 명재의 즉답에 현신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의 등까지 늘어진 묶은 머리카락이 흔들거리자, 그 것을 본 명재가 징그럽다는 듯 표정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둘은 언제 온대?”

 

  그 시선을 눈치 챘으나, 애써 모른척하며 얘기를 돌리기 위한 현신의 물음에 명재가 핸드폰을 확인했다.

 

  “지금 근처라는데? 먼저 자리 잡고 있으란다.”

 

  확인하고서 답한 명재의 얘기에, 고깃집 안쪽을 들여다보던 현신이 명재에게 손가락으로 안쪽을 가리킨 뒤 답했다.

 

  “그럼 들어가 있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지금 저기 한 자리만 남은 것 같아서.”

  “뭐? 그걸 왜 이제 말해!”

 

  이후엔 이어지는 이야기 없이, 자리를 잡기 위해 고깃집 내부로 들어서는 현신과 명재였다.

 

 

 

 

 

 

 

  “자, 오늘 보기 힘든 사람도 왔으니까 오늘 하루는 마시고 죽자! 건배!”

  “건배!”

 

  각자의 잔에 술을 채운 뒤 부딪치면서 원 샷으로 털어 넣는 현신 일행.

 

  그들이 모인 고깃집은 연령층 상관없이 저녁 시간대마다 만석으로 가득 차있는 숨겨진 맛집이다. 현신 일행 중에선 행동파라 불리는 명재가 대학교 시절 때 찾아낸 보석 같은 곳이며, 그가 평소에도 자주 다니는 음식점이었기 때문에 사장과는 친근한 사이였다. 무엇보다 서비스가 많아 현신 일행이 저녁을 먹을 때 일순위로 찾는 곳이었다.

 

  비워진 잔을 채우기 위해 곧바로 술병을 든 현신이 명재부터 차례대로 따르기 시작했다. 한 잔을 들이키자마자 안주를 입에 넣었기 때문에 말없이 받는 명재를 보고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은 그가 곧바로 다음 사람의 잔을 채웠다.

 

  “잘 지냈냐? 못 본새에 얼굴이 반쪽이 된 거 같은데?”

 

  호리호리한 체형에 세련된 외모를 지닌 남성인 경후가 현신에게 술을 받으면서 했던 물음이었다.

 

  “글 쓰는 사람이 늘 그렇지. 지낼만해.”

 

  현신은 늘 그랬다는 듯이 답하며 다음 사람인 선신의 잔을 채워준다.

 

  “그러고 보니 지금 준비하고 있는 공모전이 한 달 남았다고 하지 않았어?”

 

  약간 탄 피부에 준수한 외모의 선신이 그에게 물었다.

 

  “맞아. 지금은 반 정도 끝낸 상태야.”

 

  선신의 잔을 다 채우자, 선신이 술병을 받아 현신의 잔을 채웠다.

 

  “한 달 남은 상태에서 반이면 조금 빠듯하지 않아? 이거, 괜히 부른 거 같은데?”

 

  현신의 얘기를 듣던 명재가 입 안에 있던 안주를 먹고 나서야 사뭇 미안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거의 협박하듯이 불렀으나, 시간이 촉박한 사람을 끌어들일 만큼 악동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를 보던 현신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괜찮아. 어차피 지금 막히는 부분도 있어서 한 번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었어. 게다가, 명재 네 말대로 너희들 못 본지도 오래 됐잖아. 불러준 너희들한테 내가 고마워해야지.”

 

  한결 편한 톤으로 대답하는 현신의 모습을 본 셋은, 현신이 시선을 주지 않는 틈에 눈빛을 교환한다.

 

  “야, 진짜 머리카락 좀 짤라라. 네가 뭔 기생오라비냐? 왜 남들은 기르지도 않는 머리카락을 기르고 그러냐?”

 

  그리고 먼저 얘기를 돌린 것은 명재였다. 타이밍에 맞춰 경후와 선신도 거들 듯이 담아뒀던 얘기를 꺼냈다.

 

  “맞아. 쟤 진짜 저렇게까지 기를 줄은 몰랐다. 예전에 봤을 땐 어깨 아래까지였는데, 아까 보니까 등까지 닿던데?”

  “아이고....... 징그러운 거 봐라.”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그 얘기가 나올 줄 알았다는 듯 현신이 발끈해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즉답했다.

 

  “아니, 기르고 싶은 사람이 기르고 싶다는데 왜 그래? 그리고 자른다고 해도 내가 원할 때나 자를 거야. 아직 자를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도 있고.”

 

  현신의 대답에, 기다렸다는 듯이 셋은 한 번씩 바로 즉답했다.

 

  “야, 솔직히 징그럽다. 사내새끼가 무슨 머리카락을 기르고 그러냐? 게다가 머리카락 관리는 안 힘들고?”

  “어휴, 징그럽다 징그러워. 나였으면 저렇게 기르느니 삭발을 하고 말지.”

  “김현신 니 오늘 술 취하지 마라. 오늘 술 취하는 거 보이면 내가 니 머리카락 밀고 만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머리카락이 빠르게 자라는 현신은, 어차피 자를 것 한 번 길러서 잘라보자고 했던 것이 약 3년 전의 일이었다. 머리카락을 기르면서 현신 자신이 생각하기엔 이것을 멋이라고는 하지만, 명재를 비롯한 현신의 친구들은 징그럽다며 언젠가는 저 뒷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어 머리카락 이야기로 자주 다투곤 한다.

 

  이후엔 서로의 근황과 함께 술이 오갔고, 취기가 오르는 만큼 분위기도 같이 올라갔다. 그런 만큼, 현신의 마음 속 부담도 덜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술자리가 마무리가 될 즈음, 명재가 주최자의 발언권으로 입을 열었다.

 

  “야, 얘들아. 저녁도 다 먹었는데, 이제 슬슬 2차로 갑시다!”

 

  명재의 이야기에 갈 준비라도 마친 건지 현신을 제외한 세 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현신은 어디서 게임이라도 하러 갈 건가 생각하며 같이 뒤따라 일어나려 했다.

 

  “이번엔 보기 힘든 사람도 왔으니까, 2차는 클럽으로 간다!”

 

  그러나 뒤이어 현신은 비보를 접했다는 듯,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사실 현신은 어디를 가든 상관이 없었다. 오늘 이렇게 나왔으니, 친구들과 신나게 회포를 풀 작정으로 나왔으니까. 하지만 클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클럽 외부로도 퍼질 정도로 비트감이 넘치는, 그러한 큰 음악이 울리는. 현신에게 있어 극도로 시끄럽기 만한 곳으로 인식된 곳이 바로 클럽이었다. 물론 현신은 클럽을 실제로 가본 적은 없었지만, 클럽 근처를 지날 때마다 시끄럽게 울려 퍼지던 비트 음악만을 들었음에도 피곤해졌던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때문에 현신은 그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다. 설마 친구들이 자신을 데리고 갈까, 싶은 생각이었다.

 

  “인원도 적당하고, 술 마시다가 적당히 춤도 추면서 놀자고. 이의 있는 사람?”

 

  그러나 명재의 물음은 자신의 믿음과는 먼 물음이었다. 때문에 현신이 불만 섞인 목소리로 얘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것을 경후와 선신이 양쪽에서 팔 한쪽씩을 붙드는 바람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자, 현신아. 가자.”

  “이 때 아니면 언제 가보겠어?”

 

  작정이라도 했는지 둘은 씨익 웃어 보이며 그렇게 얘기했다. 현신은 당했다고 생각하며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자, 의견 불만 없는 걸로 알고! 갑시다!”

 

  제 불만은 듣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현신의 일행은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클럽에 도착했다. 그리고 현신이 예상했던 대로, 클럽 밖에서도 들리는 비트 음악이 그를 벌써부터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 광경을 보던 그가 재차 확인하듯 셋에게 물었다.

 

  “야. 진짜 들어가야겠어?”

 

  셋은 그 질문을 듣고 날카로운 눈초리로 현신을 향했다.

 

  “설명이 필요하냐?”

 

  그리고 돌아온 답은 당연한 것을 묻는다며 핀잔 섞인 일동의 한마디였다.

 

  “...... 그래. 알았다.”

 

  현신은 덕분에 한 번 더 체념했다. 어쨌든 들어가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현신은 중간에 빠져야겠다고 느끼며 지금의 상황에 집중했다.

 

  그렇게 클럽 내부에 들어선 현신은, 이게 무슨 난장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클럽 밖에서도 들렸던 비트 음악이 내부에서 귀를 때렸고, 그 음악에 맞춰 수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자리를 잡아 얘기하며 있는 모습들 등....... 자신이 피하고 싶은 많은 요소가 클럽 내부에 깔려있었다. 밤의 세계가 이토록 어지러운 세계였던가, 라며 현신은 생각했다.

 

  그러다 명재가 춤추는 곳과의 거리가 중간쯤 되는 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명재가 자리 고르는 것에 신중해야한다고 클럽으로 향하는 도중에 말했기 때문에 조금 더 둘러보는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 얼마 안 돼서 잡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는지 잡은 자리에 바로 앉아버린 현신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현신은 묶었던 머리카락을 풀어버리곤 의자에 기대서 살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 술 더 마실 거냐?”

 

  현신의 바로 옆에서 선신이 물었다. 주문하기 위해 카운터에 가있던 명재의 모습을 보자, 선신이 주문할 것을 알려주려는 모양이었다. 그 것을 본 현신이 고개를 저었고, 선신이 잠깐 자리를 떴다.

 

  잠시 뒤, 현신 일행이 자리에 착석했다.

 

  “마실 수 있을 때 마셔. 니꺼는 조금 있다가 주문해주던가 할게.”

  “고맙다. 여기 익숙해지려면 시간 좀 필요할 것 같은데, 그 부분은 미안하고.”

  “하여간.”

 

  선신이 못 말린다는 톤으로 반응해준 이후 셋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것을 보며 현신은 잠깐 눈을 감고 쉬었다.

 

  시간이 지나 클럽 분위기에 익숙해진 현신도 정신을 차린 뒤 이야기에 합류했다. 식사 중에 다 못했던 이야기를 마저 마무리를 지은 것이다. 그러다 명재와 경후가 춤을 추러 나갔고, 선신도 조금 있다가 마찬가지로 춤을 추러 갔다.

 

  혼자 남아있던 현신은 테이블에 팔을 기대며 천천히 클럽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는 인파, 칵테일을 비롯해 각종 술들이 오가는 클럽 바의 테이블, 2층 건물에서 스테이지를 내려다보는 사람들, 클럽을 비추는 형형색색의 스테이지 조명, 그리고 인파를 열광시키는 음악 등등. 현신은 그러한 분위기를 보며 머릿속에 적어 내려갔다.

 

  “관찰자 시점으로 둘러보는 거냐?”

 

  그러다, 경후가 춤을 추고서 돌아왔다. 숨소리가 조금 거칠었는지, 현신이 보면서 피식 웃었다.

 

  “그냥 보고 있었다. 클럽을 실제로 와본 적은 오늘이 처음이잖아. 너희들은 몇 번 와본 것 같지만.”

  “그렇긴 하지.”

 

  경후가 큭큭 웃으며 그렇게 답했고, 현신도 동조한다는 듯 똑같이 웃으며 반응했다. 그러다 경후가 소파에 기대 쉬는 것을 보고서 현신이 물었다.

 

  “얼마나 격하게 췄으면 숨까지 차있어? 다른 애들은?”

 

  현신의 물음에 경후가 고갯짓으로 춤추는 곳으로 향했다.

 

  “아직 저기 있다. 허, 내가 운동부족이긴 한가보네. 얼마나 췄다고 그게 힘든지 원.”

  “그러게 평소에 운동 좀 하지.”

 

  혀를 차며 말한 현신의 발언에, 경후가 발끈하면서 답했다.

 

  “야, 적어도 너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보단 낫거든? 게다가 내가 왜 운동을 안 해! 헬스장 다닌 지도 벌써 반년인데.”

  “숨 거칠게 뱉으면서 하는 말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지는 않아서.”

  “즐, 집에만 짱박혀 있는 놈한테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다.”

  “뭐야?”

 

  둘은 그렇게 얘기를 주고받다가 실없이 웃어보였다. 그러고 난 이후 현신이 자리에 일어나는 모습을 보자 경후가 물었다.

 

  “어디 가게?”

  “어, 바람 좀 쐬고 오려고. 더워서.”

  “도망가는 건 아니겠지?”

 

  경후가 의심하는 톤으로 물었다. 도망이라는 말에 뜨끔했던 현신이었지만, 표정을 감추곤 대답했다.

 

  “너희들 보복이 무서워서라도 안 가. 하여간 무서운 녀석들.......”

 

  물론 그의 답에 경후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지만, 거기까지만 이었다.

 

  “그럼 얼른 쐬고 와. 기왕 온 거 재미있게 놀아야지.”

  “....... 나도 알아.”

 

  그렇게 말을 마치고 클럽 밖으로 걸음을 옮긴 현신이었다.

 

 

 

 

 

 

  “휴.......”

 

  현신이 클럽 밖으로 나오며 앓는 소리를 했다. 속이 울렁거리고, 볼륨이 큰 클럽 음악에 귀가 먹먹했기 때문이다.

 

  “하기야.......”

 

  저 공간에서 쾌적한 공기를 바라는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생각한 그는 살았다는 듯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그러자 한결 나아졌는지 그는 습관적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클럽 안쪽만큼은 아니었지만 바깥쪽에도 사람이 꽤나 있었다.

 

  손을 잡고 걷는 커플, 금방 만나서 눈이 맞은 것 같은 남녀 한 쌍, 술기운이 올라서 죽을 것 같은 친구를 부축하는 사람, 애써 어른처럼 꾸미고 나온 갓 성인이 된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사람들, 그 외에 사람들의 그러한 분위기들을 보며 자신이 본 느낌을 그는 그대로 계속 적어 내려갔다.

 

  ‘아무래도 나와 비슷한 이유로 나온 사람들도 있겠지.’

 

  라고 생각한 현신은 둘러보기를 멈추고 클럽 근처에 세워진 가로등에 기대서 싸늘한 공기를 맞았다. 땀이 나올 것 같은 몸의 열기가 식혀지는 기분을 만끽한 그는 마저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난 뒤 슬슬 클럽 안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응?’

 

  현신이 고개를 돌릴 때, 누군가와 눈을 마주쳤다. 목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미니 블랙드레스에 짙은 회색의 가디건, 검은색 하이힐과 같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의 복장을 갖추고 있어 세련되어 보이는 분위기가 흐르는 여성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신은 그녀가 모델이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런 자신을 가리기 위함일까, 선글라스로 자신의 외모를 조금 감추긴 했지만 그 선글라스만으로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평소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던 현신마저도 넋을 놓고 볼 정도였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

 

  ‘....... 엮이면 피곤해질 것 같은 사람.’

 

  그러면서 속으로 짧게 감상평을 적은 현신. 그렇게 잠시간동안 멀리서 서로 마주보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다, 여성과 눈빛을 마주하던 현신은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눈빛이 좀 매서운 것 같은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까부터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의문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여성 특유의 강렬한 눈빛이 온전히 자신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몰랐던 여성의 그 눈빛을 마주하자, 현신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자신이 먼저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여성의 눈빛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성이 자신을 쫓아올까봐 클럽 안으로 도망을 치려고 약간의 거리를 둘 때였다.

 

  “저기요.”

 

  그 때 그녀가 있던 곳에서 다른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성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던 것이다.

 

  ‘하긴.’

 

  잠깐 멈춰서 뒤돌아 그 상황을 지켜본 현신은 저런 여신을 두고 주변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라고 생각하며 신경 쓰지 않고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던 그는 둘의 분위기가 이상해보여 좀처럼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여성은 기분 나쁜 듯이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고, 남성은 기분 나쁘게 웃어 보이고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러다 갑자기, 남성 쪽에서 여성의 팔을 잡아끌려고 했고, 그 것에 화가 났는지 여성이 손을 떨쳐냈다. 그 때문에 인상이 험악해진 남성을 보자마자 현신이 둘이 있는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남성의 손이 여성의 얼굴을 향해 쇄도하던 그 때.

 

 

  짜악!!

 

 

  클럽 주변에 피부끼리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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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연이 인연을 찾았다 - Prologue 2017 / 7 / 30 345 0 1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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