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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우연히 살아나다
작가 : 글쓰고싶다
작품등록일 : 2017.7.30

[현대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희생했고 자신보다 그들을 아꼈지만 결국 버려진 진우연.

삶에 의미를 잃고 죽음을 택하지만 정체 모를 마신이 우연을 깨운다.

"최고의 자리로 만들어주지."

죽음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정신, 잠들어 있던 본능이 깨어났다.

우연은 다시 살아났다.


 
3
작성일 : 17-07-30 02:09     조회 : 242     추천 : 1     분량 : 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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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계약하자.-

 

 순간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자신을 돌봐주지 않았다는 것, 자신보다 남을 사랑한 것, 자신에게 해준 것이 없다는 것. 남을 위하면서도 나를 위한 적은 없었다. 남을 생각하면서도 나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생긴 상처를 치유할 생각도 없이 그저 자신을 버리려 했다.

 어쩌면 그들이 나를 버리기 전에 이미 나 자신은 나를 버렸던 게 아니었을까. 나를 버린 그들이 미웠지만 나를 버린 나 자신도 다를 게 없었다.

 

 -난 너를 보다 높은 곳으로 올려줄 수 있다. 적어도 이 세상에선.-

 

 듀켈에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여기서 헌터라 불리는 자들이 각광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 나도 너를 그들처럼 만들어줄 수 있다. 재물? 명예? 권력? 모든 걸 이루어주지. 너 자신을 위해 살아라.-

 "내가 헌터가 된다고?"

 

 우연은 라디오에서 들었던 내용이 생각났다. 분명히 헌터가 된다는 것은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내가 그럴 수 있을까?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 넌 헌터가 되는 게 아니야.-

 

 듀켈은 기분 좋은 듯 웃었다. 웃음 속엔 약간의 사악함이 묻어있었다.

 

 -헌터는 마수를 처치하지만...-

 

 듀켈이 말끝을 흐렸다. 이번엔 기분 좋은 웃음은 없었고 사악함이 가득해짐을 분명히 느꼈다.

 

 -우리는 마수를 먹는다.-

 

 *

 

 "허억, 허억. 여깁니다."

 

 서울 근교의 방치된 공사현장이었다. 태현은 게이트탐지기를 들고 게이트 앞까지 허겁지겁 달려왔다. 장소에 맞지 않는 정장과 구두는 많이 불편해 보였고 그 때문인지 태현은 헐떡거리고 있었다.

 

 "여깁니다, 제가 발견하자마자 바로..."

 

 태현은 뒤를 따라오던 일행에게 설명하다가 게이트 위의 트라이앵글을 보고는 말을 삼켰다.

 게이트 위에 수정구처럼 박힌 것을 사람들은 트라이앵글이라 불렀고 트라이앵글은 게이트의 상태를 나타내는 역할을 하였다. 트라이앵글이 빨간색으로 빛나며 눈에 보이는 작은 파장이 일고 있을 땐 어서 게이트를 파괴하란 의미였고 트라이앵글에서 아무런 빛이 나오지 않을 땐 누군가가 이미 게이트 안에서 싸우고 있다는 의미였다.

 

 "도대체 이게 왜..."

 

 트라이앵글에서는 아무런 빛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분명히 누군가 들어가 있다는 소리였다.

 

 "뭐야 오늘 또 허탕이야? 김태현씨 도대체 몇 번째야? 하아... 매니저를 바꾸든 해야겠네."

 

 태현을 따라오던 일행 중 가장 앞에 있던 사람이 대놓고 불만을 토로했다.

 게이트매니저. 소위 말해서 게이트를 찾아 헌터들에게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뜻했다. 원래는 헌터들이 직접 찾아다니거나 게이트관리협회에서 위치를 공지해주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헌터들이 직접 찾아다니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컨디션 유지하는 부분에서나 점점 비효율적이게 됐고 그게 아니면 협회에 가입해 공지를 받아야 했지만 협회를 통해 공제되는 금액이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의 헌터들은 협회를 통하는 방식을 이용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바로 공제금을 내기 싫어하는 이들이었다. 그래서 생겨난 업종이 게이트매니저였고 이들은 게이트탐지기를 통해 헌터로 구성된 팀을 게이트로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게, 태현씨 이러는 건 곤란해. 우리도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다른 팀 알아봐, 계약은 여기까지인 걸로 하자고."

 

 일행은 기분이 나쁘다는 걸 대놓고 표현하고 주저 없이 돌아갔다. 공사현장이라 차로 올 수도 없어서 걸어와야 했던 그들은 불만을 숨기지 않은 채 기어이 계약까지 파기하고 돌아갔다.

 

 "아니, 정말 이럴 리 없는데..."

 

 태현은 너무나 억울했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만 해도 탐지기에서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더군다나 다른 매니저나 협회관리자가 이 근처에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하..."

 

 욕이 튀어나올뻔했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들이 너무한 것도 맞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잘못도 맞았다. 그래서 더욱 욕할 순 없었다. 그래도 억울했다. 몇 번의 실수는 있었지만 이건 분명하게 억울했다. 완벽한 상황이었고 누가 봐도 올 수 있을 만한 그런 지역이 아니었다. 그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트라이앵글에서 빛이 안 난다고는 하지만 주변에 헌터들을 기다리고 있는 매니저도 없고 다른 인기척도 없는 걸로 보아 오류가 있을 법도 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하진 않았다. 그저 그들은 자신들이 헛고생 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돌리기엔 충분했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야, 어떤 놈들이길래."

 

 태현의 분노는 이상한 곳으로 표출됐다. 정장이기에 쪼그려 앉기도 불편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태현은 대충 자리를 잡아 앉은 채 게이트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

 

 "하아- 하아."

 

 우연의 눈앞엔 보라색 트롤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무언가를 쓰러뜨린다는 기분은 상당히 오묘했다. 살생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멀었고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괜찮아, 이것들은 생명이 깃든 것이 아니야.-

 

 우연이 숨을 돌리고 있는 사이 동굴 안쪽에서 트롤 두 마리가 더 튀어나왔다.

 

 "그루루룩 그룩그륵."

 "그라라락."

 

 우연에게 적개심을 품은 트롤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뒤뚱거리는 하체 덕분에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다시 해보는 거야, 일단 스피어를 만들어.-

 

 우연은 왼손에 힘을 주었다. 아까도 했던 것인지라 덜 어색했지만 그래도 느낌이 이상했다. 순식간에 우연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검은 기운이 생성되더니 우연의 팔 길이 정도 되는 짧고 검은 막대가 소환됐다. 아까보다는 자연스럽게 무기의 하단 부분을 잡았다. 무기에는 이상한 전류가 흐르듯 스파크가 톡톡 튀고 있었다. 

 

 -망설이지 마 넌 충분히 빨라, 넌 전에 알던 네가 아니야.-

 

 우연은 듀켈의 말을 분명히 알아들었다. 순간적으로 땅을 박차고 도약하는 우연의 발 밑에 작은 파장이 일었다. 우연은 놀라운 속도로 앞으로 뛰쳐나갔다. 가만히 있던 우연이 순간적으로 돌진해오자 트롤들은 깜짝 놀랐다.

 

 "끄륵끼리기릭."

 

 트롤은 자신이 들고 있던 몽둥이를 휘둘렀다. 멍청하게 행동했지만 맞추고자 하는 의지는 전혀 멍청하지 않았다.

 

 -아까처럼 맞지 말고 행동을 예측해, 미리 꺾어!-

 

 듀켈이 머리속에서 우연에게 주문했다. 빠른 속도로 달려들고 있었지만 절대 눈을 감지 않았다. 몽둥이가 아슬아슬하게 우연의 머리를 스치려는 찰나. 우연은 몸을 휙 꺾었다. 기괴하게 꺾이는 몸은 트롤의 몽둥이를 피해 측면으로 날아들었다.

 

 쿵!

 

 트롤이 내려쳤던 몽둥이는 허공을 갈라 바닥에 박혀 동굴에 큰 울림을 만들었다.

 

 "끠릭?"

 

 어리둥절한 트롤이 우연을 찾기까지는 아주 잠깐 사이였지만 그 잠깐은 이미 너무 늦어버린 뒤였다. 우연은 왼손에 들려진 스피어를 역수로 들고 트롤을 내리찍었다. 눈가에 작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행동에는 주저함이 전혀 없었다. 남아있는 한 마리의 트롤은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됐는지 괴성을 지르며 우연에게 달려들었다. 트롤은 몽둥이를 횡으로 힘껏 휘둘렀지만 그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우연은 순간적으로 트롤의 머리 위를 뛰어넘어 트롤의 등 뒤로 넘어갔고 트롤이 우연을 인지하기도 전에 숨통을 끊어놓았다.

 

 "끄르르륵."

 

 우연이 왼손에 힘을 풀자 스피어가 사라졌다.

 

 -제법인데?-

 

 우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두근두근하는 소리에 묻혀 듀켈이 하는 말이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박동소리가 요동치는 것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두근! 두근! 우연의 동공엔 의식을 잃은 트롤이 축 처져 있는 것이 선명하게 담겨있었다. 누군가를 죽였다는 것 때문인가? 아니었다. 듀켈의 말대로 생명이 깃든 것이 아니었다. 처음 스피어를 꽂아 넣었을 때 분명히 느꼈다.

 적을 쓰러뜨렸다는 것. 그 느낌 때문이었다.

 

 -어이어이, 듣고 있어?-

 "어?"

 

 우연의 숨이 점점 안정되자 듀켈이 하는 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몸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냐고, 이 정도는 내 권능에 새 발의 피도 안 돼.-

 

 눈앞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듀켈이 우쭐대는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우연은 왼손을 들어 올렸다. 잠깐의 힘을 주니 아까처럼 스파크가 튀었다. 전류처럼 톡톡 튀는 것은 맞지만 푸른빛이 아니었다. 검은색 스파크였다.

 

 "근데 왜 이걸 꼭 왼손으로 써야 하는 거지?"

 

 우연은 왼손잡이가 아니었다. 굳이 싸워야 한다면 왼손으로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오른손잡이였기에 당연히 오른손이 편했던 것이다.

 

 -내 권능은 그게 끝이 아니야, 아직 힘을 찾으려면 한참 멀었어. 그리고 스피어는 공격하는 용도가 아니야.-

 "무기인데 공격용이 아니라고?"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알려줄 테니 걱정 말라고, 크큭 그럼 어디 시식해볼까?-

 

 순간 우연의 목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느낌이 강했다. 시식이라는 단어에 반응한 것이다.

 

 "서..설마 이걸 먹는 거야? 먹는다는 게 이런 말이야?"

 

 우연의 눈앞에 처참하게 쓰러진 트롤에겐 참 미안한 말이었지만 괴상한 형태였다. 보라색 피부에서 흘러나오는 초록색 수액은 피라고 하기에는 무지 역겨웠고 액체라고 보기 어려웠다. 절대로 이걸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걸 어떻게 먹어, 그런 건 못해 절대로."

 

 우연은 단호했다. 이걸 먹을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눈앞의 것들은 눈 감고 먹는다고 해서 먹어질 것도, 누가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먹을 수 있는 분류도 절대 아니었다. 

 

 -응?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잠자코 시키는 대로 해. 오른손을 시체에 가져다 대.  꼭 접촉할 필요는 없어.-

 

 우연은 반신반의하면서 듀켈이 시키는 대로 했다. 혹시나 듀켈이 알 수 없는 힘으로 우연을 조종해 먹어버리진 않을까 하는 끔찍한 상상도 했다. 우연의 오른손이 트롤의 머리 위에 가까워지자 손목에 그려져 있던 인장이 빛났다. 순간적으로 트롤의 시체에서 옅고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고 그것이 오른손으로 흡수되는 게 느껴졌다. 아주 잠깐 사이에 시체를 둘러싼 검은 기운을 모조리 흡수했고 듀켈은 나머지 두 마리에게도 똑같이 할 것을 주문했다.

 

 -꺼억, 이제 좀 살 거 같네.-

 

 듀켈은 정말로 무언가를 먹은 것처럼 트림을 했다.

 

 "이게 뭔데? 이러면 된 거야? 먹은 거야?"

 

 -그래 된 거야, 이런 게 먹는 거지. 아까도 말했지만 저 마수들에게 깃든 건 생명이 아니라 마력이야.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니까 생명체라 착각할 수 있지만 움직이는 것의 근원은 마력이지. 난 마신의 후계자로서 그 마력을 흡수할 수 있는 거고.-

 

 뭔가 찝찝했지만 손해는 아닌 거라 생각했다. 일단 입으로 직접 먹어야 한다는 상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어때, 이제 좀 생각이 정리가 됐어?-

 

 우연은 대답이 없었다. 아직 결론을 내리기가 애매했다.

 

 -계약조건은 이거야. 이걸 먹고 내 힘을 되찾게 돕는 것.-

 

 그새 흡수한 기운 덕분에 힘이 나는지 듀켈의 목소리엔 잔뜩 힘이 실려있었다.

 

 -힘을 찾기만 한다면 지금보다는 수십 배 강해질 수 있다. 지금은 우스운 정도지. 난 그 과정 중에 모든 권능을 네가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방금처럼 말이야.-

 

 우연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나를 위해 살아간다고?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아까 트롤의 숨통을 끊었던 그 순간의 두근거림이 떠올랐다. 미친 듯이 뛰었던 그 심장박동. 누군가를 위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자신만을 방어하기 위해 싸운 그 순간. 주위엔 그 누구도 없었다. 그저 쓰러진 트롤의 시체 위로 자신만이 서있을 뿐이었다.

 

 -너만을 위한 최고의 자리를 만들어주지.-

 

 최고! 순간 우연의 가슴 깊숙이 잠들어있던 것이 터졌다. 그것은 본능이었다. 힘을 갈구하는 본능.

 남자의 야망이었다.

 

 "좋아. 계약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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