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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드래곤의 성자님
작가 : 펌킨파이
작품등록일 : 2017.7.23

"우린 심장을 공유한 사이잖아요."

"뭐래, 네 멋대로 가져가 놓고선."

레어 안에서 생활하던 히키코모리 드래곤 렌. 어느 날, 웬 인간 새끼에게 드래곤 하트를 빼앗기다? 심장을 두고 벌어지는 달콤살벌한 로맨스 판타지.

 
9화.
작성일 : 17-07-29 23:53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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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인간계로 왜 가시는데요?"

 

 "첫째, 레어로 귀찮은 것들이 찾아오니까. 둘째, 감초가 계속 아프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금방 돌아올-"

 

 "아싸, 프리덤!..뭐라고 하셨어요?"

 

 "너넬 없애버리고 인간계로 가겠어."

 

 거참, 농담도. 렌 밑에서 생활한지 20년 가량 되면 이 정도는 아침 만찬거리로도 삼을 수 있었다. 렌은 동굴 벽면 쪽으로 가서 마력의 흔적을 더듬었다. 개 중 티나게 먼지가 쌓여 있는 부분을 쓸어주자 마력진이 나왔다.

 

 “자, 들어가자.”

 

 렌은 전에 만들었던 ~인간계로~마법진에 손을 들이밀었다. 이상하게도 감초가 떨고 있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 더 꼭 안아줬다.

 

 "여길 통해서 인간계로 가는 거야."

 

 "저, 정말 가야 되나요...?"

 

 "네 몸을 위한 건데."

 

 ‘...겁내나?’

 

 처음에 눈알이 없는 채로 발견된 감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일을 겪었으면 인간이 두려울 수도 있지. 게다가 한 번도 인간을 접한 적 없으니. 렌은 나름대로 위안을 주려 말했다.

 

 “걱정 마. 내가 있잖아.”

 

 “......”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표정이다. 렌은 약간 실망스러웠다. 내가 신뢰가 가지 않나? 이렇게 믿음직한 드래곤이 어디

  또 있다고. 그래서 한마디 더 덧붙여줬다.

 

 “...인간계에서 내가 제일 쎄.”

 

 표정이 약간 환해졌다. 감초는 렌의 실력만은 납득한 모양이다. 다행이네.

 

 하얀 마법진이 밝게 빛났고, 렌은 감초의 눈을 가려준 채 걸어들어갔다. 주변의 빛들이 한 곳으로 흡수된 듯 까맣게 변했다가 하얗게 바뀌었다. 약간의 현기증에 감초는 공간 이동이란 게 이런 거구나, 기대했다.

 

 그리고 약 15초 후.

 

 "......"

 

 "......"

 

 "누나, 원래 딜레이가 좀 있나요?"

 

 "아니, 없는데. 이게 왜 안 될까."

 

 저택으로 가는 마법진이 도통 열리지를 않았다. 분명 꼼꼼하게 그려둔 마법진이었다. 렌은 다시 한 번 마법진의 문양들을 점검해봤다.

 

 "주인님, 이거...약간 구석이 부서졌는데..."

 

 마법진의 오른쪽 밑부분이 돌로 부서져 있었다. 몇 군데 금이 간 부분도 있었다. 렌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지."

 

 "좌표 찍어서 못 가요?"

 

 "내 영지에는 일부러 무효화 마법을 걸어뒀거든. 워낙 침입이 많아야지. 그런데 포탈이 망가졌다니..."

 

 아이고, 두야. 렌의 머리가 울렸다. 골치 아프게 됐다. 예전에 하사받은 렌의 영지는 시골에 가까운 곳이었지만 몹시 넓었다. 걸어서 갈 거리가 아니었다.

 

 "그럼 어쩌죠?"

 

 "마차라도 타고 가야지."

 

 렌은 어쩔 수 없이 옆 포탈을 타고 가기로 했다. 둘 다 인간계로 향하는 마법진이었지만 왼쪽은 렌의 저택, 오른쪽은 알롸뒨 서점 측으로 가는 마법진이었다.

 

 서점 쪽은 영지랑 가까운 도시이니, 거기에서 내려서 돈을 내고 마차를 타고 가면 될 터였다.

 

 "다시 오른쪽으로 가자..."

 

 ***

 

 "고객님의 니즈를 파는 서점, 알롸뒨입니다."

 

 밖에서까지 주인장의 환한 목소리가 들렸다. 렌과 감초는 서점 옆 벽의 한구석에 파놓은 포탈로 나왔다. 감초는 포탈을 타는 게 처음인지 몹시 신기해하고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감초를 보며 렌이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누나, 차라리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으면 안 돼요? 굳이 저택으로 갈 이유가 없잖아요."

 

 "평민들은 치료를 못 받으니까, 저택으로 가서 신분패를 찾아와야 해. 찾은 후에 황궁에 쳐들어가던, 교황청에 쳐들어가던 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겠지."

 

 렌은 저택의 관리나 제대로 되어있을지 걱정이었다. 이젠 인간으로 폴리모프 안 하겠지, 안일한 생각으로 내버려뒀었던 과거의 행동이 후회되었다.

 

 아니, 차라리 신분패를 레어로 가지고 올 걸. 다시는 이 신분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어 방치해둔 탓이 컸다. 하지만이제 와서 새로운 신분을 만들긴 고생스럽고, 저택에 시종들이 자신을 알아보길 바랄 뿐이었다. 렌은 못내 아쉬웠다.

 

 영지의 저택까지는 마차로 3일 정도가 걸렸다. 서점 옆에는 약초 상점이 있었다. 영지까지 가는 시간을 감안하면 약초를 구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감초, 여기 가만히 있어. 약초만 금방 사올테니까."

 

 "네, 다녀오세요."

 

 약초방 안은 냄새가 심한 편이었고, 5분도 안 걸릴테니까. 렌은 약초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또 오셨구만!"

 

 "기력 회복이랑 열 가라앉히는 약초 좀."

 

 약초방 주인 닉은 호탕한 성격이었다.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데도 단골인지라 목소리로 알아보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닉이 약초를 건네줬고, 렌은 바로 나갔다.

 

 "감초?"

 

 감초는 약초방 앞에 없었다. 설마. 납치라던가. 이 도시는 치안이 좋은 편이었지만 세상 일은 모르는 거였다. 걱정스런 마음에 렌이 주위를 둘러보는데, 감초는 뜻밖의 장소에 있었다.

 

 "맛있겠다..."

 

 "닭꼬치 먹고 싶어?"

 

 "아! 누나...미안해요."

 

 한 5미터 정도 떨어진 포장 마차 앞을 감초가 구경하고 있었다. 닭고기 냄새가 좋았는지 그 앞에 잠시 서 있었던 모양이다. 혼날 것을 각오한 듯 감초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닭꼬치 5개 주세요."

 

 렌은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고, 감초를 혼낼 생각은 없었다. 닭꼬치 두 개를 감초에게 건네자 표정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다음부턴 그냥 말해. 멀리 가진 말고."

 

 "넹."

 

 닭꼬치를 입에 문 감초는 평소보다도 더 들떠 보였다. 양 손에 하나씩 쥔 닭꼬치를 보고 주위의 아이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감초는 그 중 가장 옆에 있던 아이에게 닭꼬치를 적선해주는 포부를 선보였다.

 

 "고마워!"

 

 여자애는 얼굴을 붉히면서 통통 뛰어갔다.

 

 닭꼬치는 원래 두 개부터 기본인데, 착한 짜식. 렌은 감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이렇게 신났어?"

 

 "떠들썩하고 사람 많은 곳 가보는 게 처음이어서..."

 

 그 한마디에 렌은 주저앉을 뻔했다. 생각해보면, 그 동안 자신이 아이를 너무 동족으로부터 떨어뜨려 놓은 게 아닌가. 올바른 주인의 자세가 아니었다.

 

 "...그런."

 

 렌은 심각한 표정으로 세 번째 닭꼬치를 뜯었다.

 마부에게 행선지를 말하자마자 렌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 마부가 물었다.

 

 “저, 그, 혹시...제가 착각한 게 아니라면-”

 

 급히 물으려던 그의 말을 막았다. 귀찮은 건 질색이야, 렌은 그렇게 생각했다.

 

 “착각이에요.”

 

 음, 마부부터 내가 누군지 알아본 듯하니 그럴 걱정은 없겠다. 대체 10년 전에 어떻게 다녔었지? 렌에겐 얼마 안 된 일인데 멀리도 느껴졌다.

 

 "누나, 유명하네요..."

 

 "그렇긴 하지."

 

 옆에 감초를 앉힌 후에 렌은 마부에게 금화 하나를 던져주었다. 눈을 휘둥그레하게 뜬 마부가 고개를 연신 숙였다. 렌은 됐다는 듯 손을 저었다. 그러고는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감초를 봤다.

 

 마차는 귀족전용마차라 그런지 크고 넓고 튼튼했다. 마차 문이 닫히자마자 렌이 입을 열었다.

 

 “감초. 봤지? 인간들이 잘 휘둘리는 게 두 개 있는데 하나가 돈이란다. 기억해두도록 해.”

 

 “돈 없는데...”

 

 “걱정 마, 넌 다른 게 있잖아.”

 

 “으음? 어떤 거요?”

 

 “미모. 인간은 미모에도 끌리거든. 그 대표적인 완전체가 나지. 넌 그 완전체의 친 아들이 되는 거니까 돈 걱정은 안 해도 된단다."

 

 호오, 고개를 끄덕이던 감초가 나에게 재차 물었다.

 

 “미모가 뛰어난 건 어떻게 생긴 건데요? 누나처럼 생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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