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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의 정원
작가 : 리리코스
작품등록일 : 2017.7.10

눈을 떠보니, 그곳은 내 소설 안이었습니다.
사형대 칼날에 목이 들이밀어진 조잡한 악녀, 알렌시아의 몸으로요.
"왜 하필 빙의를 해도 지금 이 시점이야? 다른 소설들처럼 10살때로 돌아가서 인생개선계획 좀 세우면 안돼?"
눈물로 쓰는 악녀의 생존일기. 타도하자, 내가 쓴 여주인공!

 
적과 함께 춤추는 일주일
작성일 : 17-07-29 23:45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4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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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핑계로 무도회에 가기에는 적절한 옷이 없다고 변명했지만, 무도회의 주최자였던 자작 부인이 빌려줄 옷이라면 얼마든지 있다고 말함으로서 내 소극적 저항은 무마되었다.

 

 엔도르시와 오래 있기 싫었던 나는 중간에 나는 왁자지껄하지도 않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무리에 끼려고 했었다. 그들은 나를 원하지 않기 전까지.

 

 “이상하네요, 갑자기 다들 말씀이 없어지신 것 같아요.”

 

 “저쪽에서 이자벨이 알렌시아 양을 호시탐탐 보는 게, 언제 보내 드리면 좋을까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셸 지방에 오셔서 처음으로 등장하셨으니, 얼굴을 보고 싶으신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저희가 양을 주책없이 너무 오래 잡아놓고 있었죠?”

 

 “아하하, 저는 여러분들과 이야기 하고 싶답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이 맞을 것 같은 사람을 찾기는 어렵거든요.”

 

 “글쎄요, 첫 만남에 단번에 마음이 맞을 것 같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죠.”

 

 오르텐 남작부인은 아까 선대 카르탄 공작부인의 장지에 대해 쓸데없는 말이 나오는 걸 막은 사람이었다. 조심성 있고 분별 있어 보여 나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직구를 얻어맞고도 계속 얼굴에 미소를 띨 수는 없었다.

 

 “남작부인은 저와 부인이 잘 맞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가 보군요?”

 

 “솔직히 말하자면요. 알렌시아 양, 제게 호의를 표해주는 것은 감사합니다만…알렌시아 양과 함께 있으면 너무 눈에 띄어서 불편해요. 저는 이 파티의 유명인사가 되는 건 사절하고 싶거든요. 적당히 제 신분에 어울리는 사람들과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네요.”

 

 얼굴이 잠시 굳었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어요. 주책없었던 쪽은 제 쪽 같네요. 그럼, 다들 좋은 시간되시길.”

 

 내게 호의를 보내는 사람들은 진중한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시끄러웠고, 조용한 사람들 곁에 다가가면 그들이 번잡스럽다고 밀어내었다. 계속 이상한 사람들과 얽힌다 싶더라니만, 반대였다. 식견과 혜안이 있는 정상적인 사람들은 나와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 거였다!

 

 한때는 카르탄 공작이 애지중지 하는 딸이었고 사형 판결을 받았다가 살아남은 여자.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여자! 나는 폭탄 중의 폭탄이니까!

 

 ‘알렌시아가 미움 받는 악녀인 걸 몰랐던 게 아니잖아. 수도에 돌아가서도 이런 반응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

 

 “돌아올 것 같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는 게 잘 되지 않았나 봐.”

 

 “엔도르시 님도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던데요. 아직까지 춤 한 번도 안 추셨죠?”

 

 “나는 이제부터 잘 될 참이야. 내 생각대로라면 내 계획은 이제부터 시작이라서.”

 

 어쩔 수 없이 엔도르시 곁으로 돌아오자, 엔도르시가 기다렸다는 듯이 웃었다. 나도 벽의 꽃으로 앉아 있는 그의 신세를 맞비꽈주고 싶었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엔도르시의 계획이 뭔지는 곧 알 수 있었다. 그는 이 무도회에서 춤을 아예 안 추는 게 계획이었다.

 

 엔도르시는 이 무도회에서 나를 완전히 방패로 쓰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가와 인사하거나 춤을 청하면 그는 곁에 있는 나 때문에 시간을 오래 못 낼 것 같다는 눈치를 주곤 했다. 직접적으로 알렌시아 양이 신경을 쓰실 것 같아서요, 파트너가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사람들과의 대화가 한 마디 이상 길어질 것 같으면 같은 테이블에 앉은 내 쪽으로 손을 한 뼘 더 가까이 하거나 대화 중에 슬쩍 나를 한번 쳐다보고 말을 잇는 것이었다. 그러면 대게의 사람들은 “아, 이런 제가 눈치가 없었군요. 좋은 시간 되세요.” 하고 물러났다.

 

 ‘차라리 파트너라고 소개하면 나을 텐데 말이지. 이거 나중에 누가 셸 지방의 무도회에서 알렌시아 양과 파트너셨다지요? 라고 물어보면 아니요, 그런 적은 없었는데요. 다만 당시에 알렌시아 양이 제 근처에서 얼쩡거리긴 하셨죠. 라고 대답하고 치고 빠지기 좋잖아?’

 

 “화법…참…독특하시군요? 나를 이러려고 데려왔어요?”

 

 “가끔은 살아가면서 남의 인생에 도움이 되 봐. 그런 경험도 있어야지.”

 

 “왜 참가했어요? 별 흥미도 없어 보이는데. 중요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변덕이었어. 묘지가 깨끗해서.”

 

 “선대 공작부인의 묘지요?”

 

 “거미줄이 쳐 있거나 잡목이 무덤에 뿌리를 내렸을 각오 정도는 하고 있었어. 근데 제법 깔끔하더군. 수도 어딘가에서 세웠다는 커다란 무덤 따위, 안 돌봐도 그만일 텐데. 그래서 호의가 생겼어. 이 사람들한테는 자기들이 연 무도회에 소공작이 참석했다는 사실은 평생의 영애가 될테니까.”

 

 “좀 더 몸을 희생해서 이 자리의 아가씨들에게 미래의 공작님이랑 춤도 췄다는 더 큰 영애를 주시면 어떨까요?”

 

 “그 정도 까진 아니야.”

 

 “칼 같기는.”

 

 리야 북스와 같은 소란스러운 사람과 있고 싶지 않거나 오르텐 남작 부인같이 분별 있는 사람이 함께 있길 원하지 않는다면 엔도르시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핑거푸드로 나온 연어와 블랙 올리브를 올린 카나페가 맛이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오늘 무도회의 주최자인 자작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니 소공작, 왜 춤추지 않으십니까? 혹시 이 무도회에서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만약 그러신 게 아니시라면 제가 춤출 상대를 한 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자작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불편한 곳은 없습니다. 다만,”

 

 ‘다만, 은 무슨. 퍽이나.’

 

 또 다시 그가 여운이 남는 시선으로 나를 잠시 응시했다. 나는 비소를 짓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그렇네요. 훌륭한 신사 분에게는 아름다운 짝이 있기 마련이죠. 조금 있으면 카드릴이 끝나고 다음 곡이 시작합니다. 그 곡이 시작하실 때 두 분께서 함께 춤을 추시면 어떻습니까?”

 

 “음, 그것도 좋겠군요.”

 

 “예?”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자작이 방금 엔도르시에게 춤을 권했고, 엔도르시는 나와 춤을 추겠다고 승낙했다! 그것도 가장 사람들의 시선이 모일 타이밍에!

 

 나는 엔도르시의 소맷자락을 잡고 다급히 말했다. 그의 팔을 붙잡고 남들 눈에 들리지 않게 소곤거리는 모습이 남들 눈에는 좋은 사이로 보였는지 주위 사람들이 웃었다. 실상은 전혀 달랐지만.

 

 “무슨 생각이에요?”

 

 “네 말이 맞아. 참가했다면 많이 출 필요는 없지만, 한 번은 춰야겠지. 주최자 시선도 있고 하니.”

 

 “나, 난 춤 못 춰요.”

 

 “둘러대는 핑계가 너무 빈약한 거 아닌가? 한번 무도회가 열리면 새벽 두 시, 세 시까지 춤에 미쳐 살던 여자가. 네 인성을 의심하기는 하는데 네 춤 실력을 의심하지는 않아. 한 때의 사교계의 여왕님.”

 

 그 춤 실력 좋은 여자는 이 몸의 전 주인이고! 현 주인은 몸치야!

 한국에서 국영수사과만 배웠던 내가 춤바람의 춤 자도 알 리가 없었다. 언젠가 사교댄스를 교양으로 배우긴 했었지만 내 성적은 C+ 하고 다시 C+ 였다. 중간고사 C+, 기말고사 C+

 

 하지만 엔도르시가 아는 알렌시아는 사교계와 무도회의 여왕이었다. 그는 단순히 내가 그와 춤추기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악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우리가 일어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춤추지 않을 거야.”

 

 “난 분명 말했어요. 난 춤 출줄 모른다고. 진짜 난, 경고했어요.”

 

 

 무도회의 중앙으로 가자 사람들의 기대감 어린 시선이 꽂히는 게 느껴졌다. 천장 위에는 황금빛의 샹들리에가 빛을 쏟아내고, 그 아래에는 손을 맞잡은 젊은 남녀. 조금만 돌아도 폭포수 같은 풍성한 치맛자락이 내 움직임을 따라 넘실거렸다.

 

 악사는 우리의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이며 음을 조율하고 있었고 몸을 가까이 한 엔도르시에게서는 복숭아 같은 옅은 달콤한 향이 나고 있었다.

 

 ‘향수를 뿌렸을까? 남자 주인공은 향수 같은 거 안 뿌리던데. 매력적인 남성 인물에게 향기를 느끼는 건 여주인공의 특권이니 주변인물인 나한테까지 발휘할 필요 없잖아?’

 

 “갑자기 손이 차가워진 것 같은데.”

 

 “난 당신 발을 밟고 말 거예요.”

 

 “일부러 밟을 작정이 아니면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당신 춤 솜씨는 제국 내에서 알아주는 편이니까.”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거예요!”

 

 춤이 시작되었다. 왈츠의 네 박자마다 나는 엔도르시의 발을 네 번씩 밟았다. 하이힐을 신은 발로 번번히 그의 발을 찍어 눌렀음에도 그가 신음 한 번 지르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결국에는 엔도르시가 내 발을 자신의 발등 위에 올려놓으라고 말했다.

 

 “미안해요, 실수예요. 그게, 오늘따라 몸이 굳어서…아까 말에서 떨어져서 다치기도 했고…그러니까, 미안해요. 많이 아팠죠.”

 

 마침내 왈츠가 끝나고 본 그의 발은 언뜻 보기에도 부어 있었다. 나는 얼굴이 새빨개져 사과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읏….”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괜찮아. 춤을 못 춘다는 말이 정말이었군. 의외였지만 안 믿은 이쪽이 잘못이니. 그것보다 알렌시아.”

 

 미안한 마음에 네, 라며 그에게로 재빠르게 몸을 돌린 순간. 발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났다.

 

 ‘당했다!’

 

 한 발짝 늦은 깨달음이 낙하와 함께 번쩍 들었다.

 치맛자락이 한 바퀴 빙그르르 돌면서 어떤 춤사위보다도 아름답게 펼쳐졌다. 입을 딱 벌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어지럽게 보였다. 꽝. 무릎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나는 아주 드라마틱하게 넘어졌다.

 

 “어머, 세상에 아프겠다….”

 

 “쉿, 알아보면 더 창피해.”

 

 이대로 바닥으로 꺼져버리고 싶다. 빨리 수습을 하고 이 자리를 떠나버리는 게 가장 나은 일이었지만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넘어져 버렸다. 춤까지도 어떻게든 엔도르시한테 기대서 삐걱이며 췄는데, 정작 춤을 다 추고서 발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아 미안, 실수였어.”

 

 엔도르시가 하나도 안 미안한 멀쑥한 얼굴로 말했다.

 

 “난 신사답게 용서했는데, 그대의 숙녀다운 자비를 바랄게.”

 

 “발을 거는 신사가 어디 있어요!”

 

 “남의 발을 그렇게 걸레짝으로 만드는 숙녀는 어디 있을까?”

 

 그는 일주일은 내 힐에 찍힌 멍든 발로 걸어 다녀야 할 테고, 나는 일주일은 이 동네에서 고개도 들지 못하고 집에만 처박혀 있어야 할 터였다.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어쩔 수 없이 그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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