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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바타 브레이커
작가 : 스테인리스
작품등록일 : 2017.7.15

일가친척 없는 소녀가장 한지연. 마지막 남은 피붙이였던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열흘 째 되던 날 저녁, 인생을 뒤바꿀 제안 하나를 받다!
4년 동안 차유희란 이름으로 대신 대학을 다니며 그 어떤 감정도 마음대로 드러내선 안 되는 상황에서 그녀의 마음을 자꾸만 괴롭게 만드는 이가 있는데...

타고난 머리에 다이아 수저를 물고 태어난 송태열.
고등학생 된 기념으로 청담동 일대 클럽을 화려하게 순회, 대학생 된 기념으로 라스베이거스 일대 카지노를 거침없이 순회하며 20대 라이프를 즐기다 스물 둘에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의해 도살장 끌려가다시피 입대. 군대에 있는 동안 좀비처럼 공부했다 할아버지의 사학재단을 받기 위해. 그렇게 다시 입학한 대학에서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는데...

집요하리만큼 그녀의 진짜 마음을 알려 하는 그와 어떻게든 제 마음을 숨기려하는 그녀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16. 투명 인간 (1)
작성일 : 17-07-29 23:12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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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연은 손바닥에 땀이 나는 것 같았다. 되잡은 가죽 가방끈이 미끄러웠다.

 

  “어?”

 

  태열이 답답한 듯 눈썹을 구기며 한 번 더 물었다.

 

  지연은 침을 삼켜내고는 그를 천천히 올려봤다.

 

  “무시 안했어요.”

 

  “그럼.”

 

  태열의 헛웃음에 지연이 다시 타액을 목뒤로 넘겼다.

 

  막 크게 들려온 피아노 소리가 대답을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약속이 있어서… 지금 가봐야될 거 같아요.”

 

  “……. 그래.”

 

  태열은 헛숨을 쓰게 내뱉었다.

 

  지연이 그를 빠르게 지나쳤다.

 

  허탈하게 움직인 태열의 입가보다 주변에서 느껴진 따가운 시선에 신경이 더 쓰였다.

 

  더는 자신을 붙잡지 않은 그가 고맙기까지 할 정도였다.

 

  빠르게 음악관을 나온 지연은 어깨에서 가방을 빼내 들었다.

 

 

  사그작, 사그작.

 

  발밑으로 질퍽이는 소리가 칭찬처럼 들리고 있었다.

 

  잘한 거라고, 잘 했다고.

 

  근데 왜 이렇게 이 첼시부츠에 닿은 이물질마냥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지.

 

  그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니까.

 

  이게 그런 관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자의 관심은 무시해야되니까.

 

  신경 쓸 필요, 없는 게 맞았다.

 

 

 

 

 

 *

 

 

  “으음…….”

 

  소복이 쌓인 숫눈처럼 새하얀 이불 밑으로 지연의 눈가가 찌푸려지며 떠졌다. 축 늘어진 그녀의 기름한 속눈썹이 조금 따가운 듯 힘겹게 밀어올린 눈꺼풀은 살풋 찡그려지기까지 했다.

 

  “아…….”

 

  시트를 내려 맞은편 벽면에 걸린 LED시계를 본 지연의 눈가에 힘이 빠졌다.

 

 

  [AM 04:26]

 

 

  오늘은 토요일. 지난 5일 연속으로 등교에 대한 긴장으로 인해 새벽같이 일찍 일어났던 것이 습관이 됐던 모양이다.

 

  어제 밤 침대에 누울 때 분명, 오늘만큼은 마음 편히 푹 자자했건만.

 

  지연은 다시 이불 밑으로 숨듯 쏙 들어갔다.

 

  오늘은 정말 옛날처럼 늦잠을 자고 싶었다.

 

  아무 걱정 없이, 이 따듯한 이불 밑에서 그냥 혼자. 혼자서 조용히 자고 싶었다.

 

 

  그 시각.

 

  왼손에 담배를 끼고 있던 태열은 난간에 기댔던 몸을 일으켰다. 느리게 연기를 뿜어내며 스테이지를 내려 보던 그의 구미는 온통 지연에게 쏠려 있었다. 이틀 전 음악관에서 본 이후로 본 적 없는 여자.

 

  태어나 처음이었다. 여자한테 먼저 연락을 해본 것도. 연락을 씹혀본 것도.

 

 

  “후…….”

 

  태열은 복도 구석에 세워진 재떨이형 쓰레기통 위로 담뱃불을 지졌다.

 

  쓰게 구겨진 입가가 펴질 줄 몰랐다.

 

  유명 EDM DJ의 손놀림에 따라 퍼지는 사운드

 

  그 안에서 유독 그의 심장만이 차갑게 뛰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으로 누군가 빠르게 다가와 술잔을 건넸다.

 

 

  “너 뭔 일 있는 거 맞지, 뭔데 요며칠…….”

 

  “야.”

 

  친구에게서 술잔을 빠르게 가져온 태열은 느리게 손을 올려 턱끝을 쓸었다.

 

  무언가 주저하는 듯, 생각을 하는 듯.

 

  그런 태열의 모습에 친구는 기가 막혀 웃음조차 나지 않았고.

 

  태열은 미간을 깊게 구긴 채 술잔 위로 검지를 톡, 톡 까딱대며 입술을 씹었다.

 

  “어이 송태열, 불렀으면 뭐라도…….”

 

  “됐다.”

 

  이걸 뭐라고 말할까.

 

  내가, 무섭게 생겼냐.

 

  여자들한테 내가, 같이 다니기 싫은 사람 같냐.

 

  내가, 무시당할 짓을 한 놈이냐.

 

 

  태열은 별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을 하고 있는 저 자신이 그저 한심했다.

 

  설령 물어봐야 한들,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일 건데.

 

  새까만 분위기 속 밝은 조명이 아찔하게 간간이 비추는 이곳에서, 그의 눈가만이 짜증으로 붉게 물들고 있었다.

 

 

 

 

 

 *

 

 

  띠리릭, 띠리릭, 띠리릭.

 

  단조로운 경음이 반복해 울렸다. 코끝으로 고소한 빵 냄새가 언뜻 서린 가운데, 지연은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으며 빠르게 주방으로 향했다.

 

 

  ‘저번에 보니까 잘 먹더라, 간식으로 먹으라고 사왔어.’

 

  노릇하게 구워진 토스트 위로, 지연은 혜민이 사다준 녹차 스프레드를 고르게 펴 발랐다.

 

  오늘 새벽에 그렇게 눈을 뜬 이후 다시 잠들어서 20분 전인 정오에 일어났던 그녀.

 

  오로지 혼자 있는 이 공간이, 주변 사람들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상황에 그녀는 절로 마음이 놓였다. 최근 닷새 동안 방과 후 집으로 온 이후와 비교해보면 더더욱 그랬다.

 

  학교에서 실수한 건 없었는지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곱씹고 또 곱씹어봐야 했으니까. 사람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으니까.

 

  이틀 후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대학강의에 더불어 계속 부딪히게 될 사람들에 대한 걱정은 어쩌면 더하면 더했지 줄진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혜민의 충고에 따라 다른 걱정 없이 오직 저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맛있다!'

 

  반으로 곱게 접은 식빵을 한손에 쥔 그녀의 입가가 오물오물 움직였다. 식탁에 올려놓은 독서대 위로 가지런히 놓인 책을 읽는 그녀의 눈매가 제법 편안했다.

 

  바삭한 겉면 안으로 촉촉한 빵의 결이 달콤 쌉싸름한 녹차향과 어우러 입안을 감도는 게,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아…….’

 

  지연의 이마 정중앙이 살풋 아프게 흔들렸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거… 할머니가 담근 생지. 배추겉절이.

 

 

  “…….”

 

  지연은 눈썹 앞머리를 세게 긁다가 이내 입가에 힘을 줬다.

 

  찌푸려진 미간이 보다 선명해진 때, 그녀는 몸을 앞당겨 자몽주스가 담긴 잔을 가져왔다.

 

  아무래도 갑자기 편안하게 있으려니까 적응이 안 되나 보다.

 

  이렇게 쉽게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걸 보니까.

 

 

  “후우…….”

 

  심호흡을 하듯 크게 숨을 내쉰 지연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넓고 깨끗한 집에서 살며, 먹고 싶은 것과 배우고 싶은 걸 돈 걱정 없이 누리고 있는데.

 

 

  “괜찮아……!”

 

  지연은 왼편으로 고갤 돌려 거실을 바라봤다. 전면 유리창 맞은편 대리석 벽면 위엔, 우뚝 선 에펠탑을 배경으로 세느강이 흐르는 파리의 모습. 그 선명한 사진이 담긴 액자가 걸려있었다.

 

 

  ‘우울할 때마다 이거 보면서 버티라고, 어때 마음에 들어?’

 

  사흘 전, 모든 학기가 끝나면 파리로 유학을 가고 싶단 말에 혜민이 한 시간도 안 돼 가져왔던 것이었다.

 

  그림, 그림을 배우고 싶었다. 어렸을 적 물감이 없어, 크레파스가 모자라 그려놓은 밑그림에 채우고 싶은 색을 이름으로만 남겨뒀던 기억들.

 

  섬에서 보낸 유년시절을, 그 푸르디 푸른 만물의 것들과 손 끝에 닿았던 흙의 감촉들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이곳에 와 이것저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제 자신이 가장 즐겁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했던 것이, 드로잉 수업이었으니까.

 

  조금 더 일찍 유학하고 싶은 곳과 유학할 거리를 정했다면 어땠을까.

 

  더욱 더 마음을 굳게 먹는 데 수월하진 않았을까.

 

  그렇게 지연은 스물다섯, 프랑스 파리로 향하고 있을 제 모습을 상상하며 우울해지려했던 제 숨결을 골라냈다.

 

 

 

 

  *

 

 

  “어깨가 조금 뭉친 것 같던데, 신경쓰는 일 있었어요?”

 

  요가매트를 정리하던 지연이 조금 멈칫했다. 그러나 이내 작게 웃으며 답했다.

 

  “아뇨.”

 

  “가방들 때나 평소 자세 잡을 때, 이 어깨. 어깨 신경 써줘야 해요, 안그러면 목선이 안예뻐지니까. 아까 알려준 동작 기억하죠? 승모근 이완 동작.”

 

  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거울로 보이는 제 모습에 살짝 고개를 갸우뚱 거린 그녀.

 

  “아직까진 티나게 올라오진 않았어요, 그냥 아까 자세 잡아주다가 저번이랑 달라서.”

 

  “아, 네…….”

 

  지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나로 높이 묶은 머리 밑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목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가운데, 그녀가 제 어깨를 주물렀다. 손끝에서 언뜻 딱딱함이 느껴진 것 같기도 하고.

 

  지연은 요가 강사를 배웅한 뒤 어깻죽지와 팔을 연이어 움직이며 스트레칭했다.

 

 

  일요일 아침, 요가로 시작하는 이 하루가 개운하게 느껴진 건 오직 홀로 보낸 어제의 시간들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스마트폰을 들어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는 곳곳의 창문을 열었다.

 

  공기 청정기는 물론 최첨단 습·온도 조절장치로 인해 불편함 없이 실내에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시원한 바깥바람이 필요했다.

 

  오늘이 일요일이어서라기 보다는, 문득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생각에 또다시, 불현듯 닥쳐온 불안감 때문이었다.

 

 

  “아냐, 무시 잘 했잖아.”

 

  지연은 생각하기 싫은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내일이면 송태열 그 사람이랑 옆자리에 앉아야 하는데,·영어 말하기 연습을 그 사람이랑 하는 것 같던데.

 

  “후… 정신 차리자 정신!”

 

  지연은 눈을 질끈 감더니 두 손으로 제 뺨을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는 욕실로 향했다. 일어나서 간단히 샤워를 했지만, 요가를 한다는 것이 배우면 배울수록 땀이 꽤 나는 운동 같았다.

 

  오늘은 외출도 해야 하니까.

 

 

 

  그렇게 다시 샤워를 하고 나온 지연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빠르게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헤민이 11시까지 데리러 온다고 했으니까, 앞으로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긴 했지만 옷을 고르고 화장을 하려면 넉넉하진 않았다.

 

  아직도 옷을 고르고 화장을 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뭐 입지…….”

 

  대충 머리를 말린 지연은 드레스룸으로 들어와 손가락을 꼼지락 대며 눈동자를 굴렸다.

 

  “갈아입기 편한 옷으로 입으라고 했으니까…….”

 

  아, 지연은 자신이 바보같단 듯 눈가를 살짝 접으며 3시방향으로 향했다.

 

  스커트, 이 니트 스커트. 그리고…….

 

  다시 정 맞은편으로 향한 지연은 들고 있던 진회색 스커트를 여기저기 대보더니 가장 흡사한 쥐색의 카디건을 꺼냈다.

 

  오늘 쇼핑을 하러 간다고 했으니, 일전의 경험들을 비추어 보건대 바지보단 치마가 나을 것 같았고, 목이 올라온 폴라티셔츠류보다는 벗기 편한 카디건이 나을 것 같았다. 물론, 카디건 안으로는 아주 얇은 검은색 니트를 입을 생각이었다.

 

  “머리 많이 길었네…….”

 

  화장대 앞에 앉은 지연은 새삼 놀랐다. 기분탓인 건지, 오늘따라 제 긴머리가 유독 길게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다음주엔 미용실을 가야하는 날이었다. 태어나 처음해본 염색에 보다 머릿결이 더욱 부드러워졌던 건, 정기적으로 받는 클리닉 시술 때문이었으니까.

 

  “어제 너무 많이 잤었나……?”

 

  아이섀도를 펴바르려고 했던 지연은 눈두덩이 평소보다 부어있는 듯 보이자 양 검지를 구부려 눈두덩을 꾸욱 눌렀고.

 

 

  “어!”

 

  다시 눈을 떠 거울을 보던 지연이 놀란 듯 벌떡 일어났다.

 

  열어 놓았던 창밖으로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예보에도 없던 눈이었다.

 

 

 

 

 *

 

  “말했잖아 일기예본 믿을 게 못된다고.”

 

  “그래도 이렇게 내릴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항상! 어떤 상황이 올 수 있단 걸 대비해야 돼, 알겠어?”

 

  지연은 혜민의 힘있는 말에 벨트를 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혜민이 그 모습에 씨익 웃으며 차키를 빼냈다.

 

  “오늘 쇼핑은 너 마음대로 할 건데, 준비 됐어?”

 

  “저 마음대로요?”

 

  “어, 이제부턴 네가 입을 거 너가 알아서 고르란 소리야. 오늘 입고나온 거 보니까, 이제 쇼핑 맡겨도 될 거 같아서.”

 

  “아…….”

 

  지연은 혜민의 칭찬에 입술끝이 기분좋게 움직였다.

 

  “대신, 사는 거 보다가 정 아니다 싶음 내가 커트 칠 거니까 잘 골라라?”

 

  “네.”

 

  지연은 혜민이 차문을 열자 따라서 문을 열었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백화점.

 

  실내에서 여러 브랜드들을 편히 보게 하여, 그녀의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익힐 수 있게 하기 위해 부러 이곳에 데리고 온 거라고 했다.

 

  “점심은 좀 나중에 먹자?”

 

  “네.”

 

  클러치에 차키를 넣은 혜민은 들어 가자는 듯 지연의 어깨를 가볍게 감쌌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5CM 검은색 펌프스 힐을 신은 지연이 귓가를 스치는 구두소리에 괜시리 입술을 깨물었다. 사고 싶은 옷을, 직접 입고 싶은 옷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

 

  어쩐지 지연의 마음이 조금 설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들어선 명품관.

 

  불과 3개월 전이라면 감히 들어설 엄두도, 이렇게 실제로 보지도 못했을 테지만.

 

  지금 지연은 혜민의 이끎에 따라, 반짝이는 크리스탈로 도배된 것만 같은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젊은 연예인들 사이에서 가장 핫하다는 명품 브랜드 라던데…….

 

 

  “손 떼.”

 

  직원들의 깎듯한 인사에 씨익 웃으며 고갯짓만 한 혜민이 지연을 향해 엄하게, 그러나 그녀만이 들을 수 있게 소리 낮춰 말했다.

 

  지연이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댄 것.

 

  이쯤되면 위축되진 않을 거라 했는데, 아직도 전부 적응이 된 건 아닌 것 같았다.

 

  이런 화려한 분위기.

 

  지연은 침을 삼켜내며 눈을 두어 번 세게 깜빡였고.

 

  양갈래로 나뉜 지점에서 멈춰선 혜민이 정신을 똑바로 차린 지연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저쪽부터 봐, 난 저기부터 돌게. 돌다보면 만날 거니까, 일단 가볍게 스캔하듯이 보고. 오케이?”

 

  “네.”

 

  복주머니 디자인의 검은색 미니 체인백을 들고 있던 지연이 체인을 꽉 잡으며 말했다.

 

  지연의 작은 미소에 안심한 혜민은 먼저 오른편으로 향했다.

 

  그녀가 더는 시야에 들어오지 않자, 지연 또한 왼편으로 천천히 몸을 움직였고.

 

 

  벽면으로 세팅된 소량의 가방과 지갑을 지나쳐, 그녀는 한발자국, 한발자국 움직이며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옷들을 가볍게 훑으며 또 매만지다가 살짝 꺼내보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진짜 부드럽다…….’

 

  ‘예쁘다……!’

 

  ‘키가 엄청 커야겠다…….’

 

  ‘색깔이 특이하네.’

 

  옷의 디자인을 속으로만 감탄하며 그렇게 옷을 감상하던 중, 뚝 끊긴 디스플레이에 고개를 살짝 돌렸다. 아까 양갈래 길이 있던 게 결국 원이었는지, 오른편으로 곡선 형태로 나있는 길목으로 또다른 옷들이 보였다.

 

  ‘아…….’

 

  저편으로 보인 게 보다 밝은 옷인 걸 보니, 지금까지 봤던 것들은 옷 색상의 채도가 낮은 것들만 모아뒀던 것 같았다.

 

  지연은 다시 뒤를 돌았다. 자신이 깨달은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맞네……!’

 

  이내 제 생각이 맞음을 확실하게 느낀 지연이 기분 좋게 몸을 돌린 때.

 

  지연의 말간 두 눈이 일순간 미동하며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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