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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웃이 용이다
작가 : 김거북
작품등록일 : 2017.7.28

옆집에 용이 산다?
첨탑 대신 아파트, 용사도 공주도 없는 이 21세기 대한민국에도 판타지가 존재한다.
이계에서 온 용이다와 숲에는 안 살아도 잠은 많은 인간 신하라가 그려나가는 신비하고 일상적인 로맨틱판타지.
이웃이 용이다!

 
11화. 버렸던 것이 필요해진 이유.
작성일 : 17-07-29 21:44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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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왜 치웠을 거 같니?”

 

 잠시라도 저 인간이 내 아빠일까 생각했던 제 머리를 세게 후려치고 싶어졌다.

 

 가족 취급은 안 해도 사람 취급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뭘 치워요. 내가 물건이에요?”

 

 일부러 상처 주는 소리만 골라서 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기분을 맞길 이유가 없었다.

 

 맞서 싸우자. 할아버지인 게 뭐가 중요해?

 

 다 알고 나서도 가족애가 샘솟거나 하다못해 호감 한 조각도 생기지 않았다.

 

 그냥, 남이었다.

 

 “눈에 안 보이게 치운 거라서.”

 “...원하는 대로 와줬으니까 내가 원하는 대답을 내놔요. 왜 버렸어요?”

 

 남자는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웃었다.

 즐거운 듯 만개한 미소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았다.

 

 몹시 즐거운 듯 소리까지 내 웃던 남자가 잠시 뜸을 들였다.

 지금 할 말이 그를 즐겁게 만든 모양이었다.

 

 “네가 필요 없어서.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걸림돌이라서?”

 “...갓 태어나서 말도 못하는 애가 걸림돌이 될 수나 있어요?”

 “내 인생에서는 꽤.”

 “친부도 아닌데 왜요. 뭐 친부가 딴 데서 낳아 와서 그랬어요? 뭐, 그 정략결혼 같은 거 못하게 될까봐? 아니면 언론에 소문날까봐?”

 “상상력 하난 풍부하구나. 아쉽겠지만 다 아냐. 보주선생이 그러더군. 네가 우리 그룹의 대운을 가로막는 사주라고. 너 같으면 그 말 듣고 찝찝하지 않겠니? 그래서 치웠단다.”

 

 ...그러니까 보주선생이라는 인간이 사주를 봤고 내가 그 잘난 에스피를 말아먹을 사주라서 버렸, 아니 치웠다. 이건가?

 그럼 폭우치는 날 버린 것도 작정한 거겠네. 차라리 깔끔하게 죽어줬으면 하고 버린 거네?

 고작 태어난 날, 시간 이런 걸로 사람 버리는 걸 결정해?

 

 “...저기요. 지금 이십일 세기에요.... 재정난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니지. 망해도 삼십대가 먹고 살 거 같은 이 대기업에 흠집 날까 겁나서 버린 거잖아요. 사주요? 그래요. 그게 뭐 과학적인 학문이네, 통계학이네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게 자식을 버릴 만큼 중요해요?”

 

 하라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손톱이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고 손등의 뼈가 희게 튀어나도록 하라는 화를 참고 또 참았다.

 

 너무 화가 나서 이걸 다 분출했다간 몸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보주선생한테 도움을 꽤 받았거든. 난 자식이 많지만 내 자식들도 자식들의 자식들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어. 네가 유일했지. 딸도 손녀도 많은데 그런 말을 들은 널 굳이 이 집안에 둬야 할 이유가 없더군.”

 “그게 그런 말을 들어줄 이유가 된다고요? 차라리 변명을 하세요.”

 “내가 왜 그래야하지? 네가 원하는 건 사실일 텐데. 그 선생이 해준 조언 때문에 성공한 투자가 꽤 돼. 네 눈엔 내가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사는 사람쯤으로 보이겠지만, 큰 기업을 이끄는 덴 많은 자본이 필요한 법이야. 투자만이 성장을 낳지.”

 “어쩌라고요. 내가 여기 경제학 강의 들으러 온 게 아니라서. 날 버린 건 사소한 희생이었다는 말투네요?”

 

 남자가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빈정거리는 하라가 이상해보일 지경이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니까.”

 “그래요? 그럼 날 영원히 찾지 말았어야죠. 에스피 망할까봐 날 치운 인간이 왜 여기까지 날 불러들여요? 부정 타면 어쩌려고?”

 “이유가 있어.”

 

 하라가 손을 들며 남자의 말을 막았다.

 

 “있으시겠죠. 그렇게 계산적인, 아니다. 미신 믿는 분이 계산적인 건 아닌가? 아무튼 그렇게 계산적인 분이 절 다시 찾으려면 그 위험보다 훨씬, 훠어어어어얼씬 큰 이유가 있으셔야죠?”

 “비꼬는 거냐?”

 “그걸 이제야 알았어요? 날 부른 이유가 과거에 대한 참회와 속죄 같은 건 전혀 아니란 소리잖아요. 왜 불렀어요? 내 명의로 대출받자는 얘기도 아닐 테고. 이제 막 대학생인 내가 받아봤자 이 방 문짝 하나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눈치도 있고, 주제파악도 잘 하고. 건강하기까지 하니 거래는 잘 되겠어.”

 “거래? 뭔데요. 댁이랑 대화하는 거 너무 지치니까 빨리 말하고 헤어지죠. 여태 그랬던 것처럼 영영 모르는 사이로 남자구요. 이유가 해결되면 절대 만나자고 할 사람도 아니지만.”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화산 폭발하듯이 응어리진 마음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왔다.

 해야 할 말, 하고 싶었던 말, 묻어둬도 될 말들이 가려지질 않았다.

 하라는 앞 다퉈 나오려는 말을 겨우 추스르며 남자의 말을 기다렸다.

 

 남자는 애쓴다는 표정으로 턱을 괸 채 하라의 말을 듣고 있다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본론만 원하니 그렇게 해주지.”

 

 남자는 하라의 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라는 고개를 숙여 제 배를 쳐다보다가 다시 남자를 쳐다봤다.

 그걸 기다린 듯 말이 없던 남자가 전보다 더 짙은 미소를 띤 채 제 앞에 놓인 종이를 펼쳐 들었다.

 

 “네가 건강해서 참 기쁘단다.”

 

 하라의 눈앞에 내밀어진 종이는 진단서였다.

 복잡한 내용에 눈을 굴리는데 남자가 툭 한마디를 내뱉었다.

 

 “난 네 간이 필요해.”

 

 -

 

 이십년 만에 나타난 할아버지가 내 간이 필요하단다.

 

 생각하라며 던져준 시간은 달랑 삼일.

 

 이식을 하건 안 하건 조직검사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했다.

 자식 많다고 자랑할 땐 언제고 그 많은 자식들 중에 맞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었다.

 

 두어 시간의 만남은 온 몸에 진이 다 빠지도록 만들었다.

 

 남자는 하라를 걸어 다니는 싱싱한 간으로 보는 듯 했다.

 평생 필요 없을 줄 알았던 게 처음으로 필요해져 찾아보니 참으로 싱싱하더라.

 

 미소 속에 담긴 의미가 너무 적나라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안 들었다.

 

 “지가 버렸다고 인정도 했겠다, 아픈 건 쌤통인데. ...조직검사 해서 일치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진짜 줘야 돼? 나 버린 인간한테? ...차라리 나쁜 꿈이면 좋겠다.”

 

 할아버지가 꼭 인자해야한다는 법은 없지만 저건 좀 너무했다.

 그 오만한 태도며 막돼먹은 말본새까지 다시 떠올리기 싫은 것만 어쩜 저리 모여 있는지.

 

 아무 일도 하기 싫어져서 침대에 누워만 있던 하라가 자리에서 일어난 건 오후 네 시였다.

 누워서 생각만 했는데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았다.

 

 “내가 토끼야?”

 

 용왕에게 간을 바쳐야했던 토끼는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는 말로 상황을 모면했지만, 사람 간은 어디 꺼내둘 수도 없다.

 이 놈의 몸뚱이는 중요할 땐 감기 잘만 걸리더니 왜 지금은 이렇게 튼튼해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어? 시들시들해보여도 모자랄 판에.

 하긴 아파보이면 또 어떤가. 진료기록을 열람해봤음 봤지 아프다고 아이고 불쌍해라 간을 못 떼겠구나 할 인간이 아닌 것을.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감도 안 잡히는 상대 때문에 뇌가 과부하가 걸렸는지 핑핑 어지러웠다.

 원치 않는 일로 머리가 복잡해지는 건 딱 질색이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안고 있던 베개를 괴롭히던 하라가 부엌으로 향했다.

 냉수 한 잔 마시고 정신 차리는데 키패드 눌리는 소리가 나더니 태양이 들어왔다.

 

 “신하라. 너 몰골이 왜 그래.”

 “뭐가. 왜 또 시비야.”

 “그게 좀 뭐랄까. 머리는 한 쪽은 산발인데 한 쪽은 눌려있고 안색도 오늘따라 더 구리고. 너 설마 지금까지 잔 건 아니지?”

 “아냐. 모르면 좀 닥쳐봐....”

 “지금 닥칠 때냐. 너 진짜 얼굴상태 안 좋다니까? 다크써클이 목까지 내려왔어. 겁나 병자, 아니지 좀비 같아. 뭐 빡치는 조별과제라도 있냐?”

 “없는데. 지금 날 제일 빡치게 하는 건 너님이세요. 썩 꺼져줘. 머리 아프니까.”

 

 생수통을 다시 냉장고 안에 넣던 하라가 방에 들어가는 태양을 다시 불러세웠다.

 

 “잠깐만! 멈춰봐, 아 쫌! 신태양! 오빠!”

 

 저를 부르는 소리에도 문을 닫던 태양이 오빠 소리에 고개만 문틈으로 빠끔 내밀었다.

 

 “왜 부르냐?”

 “나 오늘 얼굴이, 그니까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 이거지?”

 “어, 많이.”

 “사소한 것도 잘 보는 님 기준 말고 쌩판 남이 봐도 안 좋아 보일까?”

 “어. 지금 되게 아파 보여.”

 “도움 감사. 들어가서 쉬셔.”

 “니가 안 불렀음 진작 누웠어.”

 

 하라는 투덜거리는 태양의 말을 귓등으로 넘기며 방으로 들어섰다.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상체를 쭉 빼고 얼굴을 살폈다.

 평소보다 짙은 다크써클과 미세하지만 더 홀쭉해진 볼이 한 눈에 들어왔다.

 

 “뭐야. 진짜 아파 보이는데?”

 

 워낙 만성피로인데다 다크써클도 항상 있으니 눈치를 못 챘었다.

 

 “영감탱이가 노안인 거야, 아님 이미 뒷조사를 한 거야?”

 

 하라가 피곤해하기 시작하며 다크써클이 급격히 얼굴 지분을 늘려가던 때, 급격히 안 좋아보이자 주위에서 걱정이 자자했다.

 자도 피곤하고 워낙 피곤하다보니 하라 역시 걱정이 돼 이것저것 찾아봤었다.

 어디서 주워듣기론 간이 안 좋으면 피곤하대서 증상을 찾아봤지만 피곤하다 빼곤 해당되는 게 없었다.

 

 그러다 코피를 한 바가지 쏟고 부모님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갔다.

 피검사에 온갖 옵션을 추가했지만 결과는 전혀 이상 없음, 빈혈기조차 없어서 다들 의아해했다.

 검사받은 때가 한여름이라 더위를 먹었거나 한창 성장기라 몸에 에너지가 부족한 게 아니겠냐는 식의 결론이 났었다.

 그 뒤에도 쭉 만성피로상태라 돌팔이인거 아니냐고 다른 병원에도 여럿 가봤지만 결과는 이 상태.

 

 “아픈 데가 없다는 걸 얼굴만 봐선 모르는 게 당연해보인단 말이지.”

 

 뒷조사를 했으니 저를 찾아냈겠지만 어딘지 찝찝했다.

 머리를 굴려 영감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찾던 하라가 어?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건강해서 기쁘다는 알겠는데 맑아 보인다는 대체 뭔 뜻으로 한 소리야?”

 

 이내 ‘뭔 소리긴 개소리지’ 하고 생각을 털어낸 하라가 책상 앞에 앉았다.

 

 노트를 펼치고 간을 주고 싶냐, 주기 싫냐 두 가지만 썼다.

 

 단순한 생각이 필요하다.

 일일이 의미부여하다간 결론이 안 날 것 같았다.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주고 싶냐 쪽으로는 눈길도 안 갔다.

 그걸 알면서도 하라는 계속 고민했다.

 영감 목숨이 달린 문제라서가 아니라, 그 영감 성격이면 해코지는 기본이고 납치해서 간만 뚝 떼서 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애정이 없는 관계에 인류애도 들지 않는 상대에게 내 장기를 왜?

 하필이면 재수 없는 인간이 돈도 많아서 함부로 대항하기 힘들다니.

 

 “진짜 어디다 간 떼서 숨겨야 하는 거 하나.”

 

 지금에서야 별별 생각이 다 들지만 사실 어떻게 자리를 떴는지, 집에는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정신없는 와중에 남자의 목을 비틀고 싶은 욕구를 억누른 게 기적이었다.

 

 “나오기 전에 뺨이라도 한 대 갈길걸.”

 

 간을 봐서라도 그 정도는 맞아주기는 개뿔, 열제곱으로 안 맞으면 다행이겠다.

 

 “소송 당할지도 몰라.”

 

 취하를 빌미로 간을 요구할지도 모르지. 아니면 돈을 왕창 뜯으면서 돈 없지? 간 내놔 할지도 모르고....

 

 상상마저 불쾌한 남자를 머릿속에서 지우려 고개를 붕붕 젓던 하라가 순간 등줄기를 치달아 오르는 소름에 몸을 굳혔다.

 

 장난스럽게 떠올린 것들이지만 사실 그 인간이 작정하면 저것들보다 훨씬 더한 일들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적합한 기증자가 없으니 길가다 마주치고 싶지도 않을 자신을 불러들였을 것이다.

 자신이 공여자가 돼주겠다고 할 때까지 압박할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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