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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가 죽어야 구해지는 세계
작가 : 소별왕
작품등록일 : 2017.7.27

이세계에 소환되어 뭣도 모르고 제물로 바쳐져 죽었다. 나를 죽인 이 세상에 복수하겠다. 모조리 불살라 버리겠다!
신과의 거래를 통해 마왕의 씨앗으로 환생한 니아. 가증스러운 천사놈들에게 걸리지 않고 세상을 부수고 인류를 몰살시킬 강대한 힘을 손에 넣어라!

 
아보레오의 고아 3
작성일 : 17-07-29 21:28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4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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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비앙은 올 때 보다 한층 더 복잡해진 머리로 교회로 발을 옮긴다. 앨런 부부와의 이야기가 끝나고 만난 앨딘은 결코 거짓말을 하는 눈이 아니었다. 라일리는 어째서 거짓말을 한 걸까. 아니 그 전에, 왜 앨딘을 때린 걸까. 그 말의 어디가 싫었던 걸까, 아니 아무리 싫었다한들 그게 어째서 폭력으로 연결된 걸까.

 

  자폐아라 우리와는 사고방식이 다른 건가... 파비앙은 퍼뜩 놀라 고개를 저어 떠오른 생각을 지워 버린다. 이런 생각을 해선 안 된다. 바르게 될 때까지 사랑으로 보듬어줘야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 파비앙 목사님 아니십니까.”

 

  교회 앞 광장, 누군가 벤치에 앉아 파비앙을 부른다. 이미 해는 정수리만을 남기고 숲 너머로 사라진 저녁, 파비앙은 잠시 그가 누군지 가늠해 본다.

 

  “...아, 촌장님.”

 

  파비앙은 작게 목례를 한다.

 

  “또 라훌라 남매의 뒤치다꺼리를 하러 다니시는 겁니까.”

  “...들으셨나 보군요.”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하필이면 촌장집이라고 부모님들이 다 저희 집에 모이는 바람에...”

 

  파비앙은 쓴웃음을 짓는다.

 

 

  “촌장님. 옆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아 물론입니다.”

 

  잠시 두 노인은 마지막 햇빛을 받는 교회의 모습을 바라본다. 파비앙이 먼저 입을 연다.

 

  “저희 아이들을 감싸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뭐, 노인이 할 일이 그것 밖에 더 있겠습니까.”

 

  후우, 누구의 것이라 할 수 없는 한숨이 분위기를 짓누른다.

 

  “참 어렵습니다. 아이들을 기른다는 게.”

  “그렇지요. 게다가 목사님은 마음으로 낳은 아이들을 기르는 것이니 더욱 힘들 수밖에요.”

  “에반, 릴리. 둘에게 부끄럽지 않게 키워야 하는데 말입니다.”

  “에반과 릴리... 참 그리운 이름입니다. 좋은 사람들은 어째 그리 급하게들 가버리는지 원...”

 

  파비앙은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고보니 이번에 아드님이 사관학교시험을 치렀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게... 후우, 시험을 치르긴 했는데... 글쎄요. 워낙 아들놈이 못 미더워서 말입니다.”

  “잘 할 겁니다. 저희 마을에 미겔만큼 반듯한 청년이 어디 있습니까.”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잠시의 정적이 찾아오고, 파비앙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촌장이 불현 듯 입을 연다.

 

  “그, 라일리는... 뭐 별 다를 건 없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앨딘과 싸운 거 말씀입니까?”

  “아뇨. 그... 뭐, 마법 적성이라거나...”

  “성법도 아니고 마법이요?”

 

  파비앙은 이해가 안 간다는 어조로 되묻는다.

 

  “아, 아닙니다. 하하하. 그 아이들이 편하게 살아가려면 그런 능력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해서 여쭤봤습니다.”

  “...촌장님은 언제나 마음이 참 깊으시군요. 그럼 전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파비앙은 허리를 숙여 보이고 교회로 발을 옮긴다. 해가 완전히 져 어둠 속에 파묻힌 촌장은 짧게 혀를 찬다.

 

 

 

  파비앙이 교회에 돌아왔을 때, 라훌라와 라일리는 공부방에서 앤에게 훈육을 받는 중이었다. 폭력을 쓰면 안 된다, 는 그 간단한 훈육에도 라훌라는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라일리는 이미 한참 전부터 엎드려 자고 있었다.

 

  평소라면 그런 라일리를 부드럽게 안아 침실로 옮겨 주었을 테지만, 이번만은 파비앙도 라일리를 흔들어 깨운다. 그 고운 눈썹을 있는대로 찡그리며 눈을 뜨는 라일리. 그런 라일리를 억지로 일으켜 손을 잡고 예배당으로 향한다. 자애로운 네프렌카상의 앞에서 파비앙은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추고 엄한 목소리로 묻는다.

 

  “라일리. 왜 거짓말을 했니.”

 

  아직 잠이 덜 깬 라일리는 반쯤 감긴 눈으로 파비앙을 마주 본다.

 

  “앨딘네 다녀왔다. 앨딘은 네 몸에 손을 댄 적이 없다더구나. 왜 거짓말을 한 거니, 라일리.”

 

  가만히 파비앙을 바라보던 라일리는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그래야 라훌라가 내 편을 들어주니까.”

 

  그 말에 파비앙은 얼어붙는다.

 

  “오빠가... 네 편을 들어주었으면 했니?”

 

  천천히 라일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파비앙의 눈이 조금씩 젖어온다.

 

  “알았다, 라일리. 이만 돌아가서 자거라.”

 

  라일리는 잠에 취한 걸음으로 예배당을 떠난다. 파비앙은 물기 어린 눈으로 고개를 들어 네프렌카상을 바라본다. 하얀 대리석으로 빚어진, 양팔을 벌리고 따뜻한 미소로 서 있는 자애로운 네프렌카상을.

 

  “...거짓말이 죄인 건 압니다. 마땅히 훈육했어야 했던 것도 압니다. 하지만, 하지만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단 하나 남은 혈육에게 미움 받지 않으려는 저 여덟살배기의 애처로운 거짓말에, 저 가여운 발버둥에 말입니다.”

 

  파비앙은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친다.

 

  “에반, 리리. 어째서 그리 일찍 떠난 거요. 이 가련하고 불쌍한 아이들을 두고서 어찌 그리 서둘러 떠난 거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파비앙은 기도 올린다. 아이들의 부모가, 천사가, 네프렌카가, 천국에서 라훌라와 라일리를 지켜보기를. 아이들의 앞에 축복을 내리고 사랑이 가득하게 하기를.

 

  파비앙은 그 날 기도로 밤을 설쳤다.

 

 

 

  “...또 여기에 계시네요.”

 

  자비의 천사가 무명의 뒤로 다가온다. 자비의 천사의 옷자락과 발치에는 언제나처럼 수많은 천계의 주민들이 달라붙어 있다. 사랑과 관심을 넘치게 받은 아이들의 표정은 평안하다. 무명은 아래에서 눈조차 떼지 않고 고개만을 살짝 끄덕여 아는 체를 해 보인다.

 

  “이제는 누가 자비의 천사인지를 모르겠어요. 저보다 더 지옥을 들여다보시다니.”

  “걱정 말게나. 천계의 주민들이 자네를 가장 좋아하는 이상 자네가 실직할 일은 없을 테니.”

 

  가벼운 농담을 던지면서도 무명은 지옥의 얼굴들을 하나하나 살피는 눈을 멈추지 않는다.

 

  “불가능할 겁니다.”

 

  자비의 천사의 부드러운 목소리와는 다른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얼마나 차가웠는지 따뜻한 자비의 품 아래 노곤히 졸던 천계의 주민들이 퍼뜩 깨어나 자비의 천사의 뒤에 숨을 정도다. 그런 천계의 주민들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흘기며 지식의 천사는 재차 입을 연다.

 

  “지옥에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있는지 잘 아시잖습니까. 그런데 그것을 눈으로 한 명 한 명 살펴 원하는 이를 찾겠다니, 사막에서 모래알 찾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무명은 아무런 대답을 않는다. 자비의 천사가 한숨을 내쉰다.

 

  “...스스로를 탓하고 계신 건가요.”

  “이렇게 속죄한다해서 그 미련한 놈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명예의 천사님의 영혼만 지옥의 빛깔로 타락할 뿐입니다.”

 

  마침내 무명은 지옥에서 눈을 뗀다. 천천히 두 천사를 돌아보는 그의 눈은 여전히 부드러우면서도 강직하다.

 

  “어쩔 수 있겠는가. 미련하다해도 내 소중한 후손인 것을.”

 

  그 쓸쓸한 표정을 가만히 바라보던 지식의 천사가 다시 입을 연다.

 

  “지구의 칠천사분들은 다들 놈의 사상에 반대했다 들었습니다. 천국에서 다른 천사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천사가 지옥 외에 다른 갈 곳이 있다고 생각하셨던 겁니까?”

  “나는 내가 그의 생각을 고쳐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네.”

  “오만입니다.”

 

  지식의 천사는 딱 잘라 말한다.

 

  “사람의 생각은 쉬이 변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죽음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겪으며 굳어버린 생각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그걸 바꿀 수 있다 생각하셨다면 그건 오만이고 독선입니다.”

 

  무명은 씁쓸한 표정으로 웃는다.

 

  “저, 저기...”

 

  너무나 차가운 지식의 천사의 어투에 오히려 안절부절 못 하던 자비의 천사가 간신히 입을 연다.

 

  “저, 저는 지구가 아닌 이 곳 출신이지만... 그래서 이런 말하기에는 주제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전 지구칠천사분들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인간들의 방식은 좋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의 방식은 너무 극단적이었어요. 그, 그러니까 힘내세요. 명예의 천사님은 잘못이 없으시니까...”

 

  그 따뜻한 마음에 무명은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고맙네.”

 

  그리고 그것으로 대화는 끝내고 싶다는 듯, 다시 등을 돌려 지옥을 내려다본다. 지식의 천사가 답답함을 담아 발을 구른다.

 

  “아니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제 선택으로 제 발로 지옥으로 떨어진 놈입니다. 드높은 천국의 명예에 먹칠을 한 타천사 놈입니다! 그런데 뭐하러 명예의 천사께서 이렇게 지극정성이신 겁니까?”

 

  무명의 대답은 느리고 잔잔했다.

 

  “명예를 지키는 것만큼이나 추락한 명예를 다시 건져내는 것 또한 나의 의무일세.”

 

  그 등을 한참 노려보던 지식의 천사는 깊은 숨을 내쉬며 발을 돌린다.

 

  “...지옥은 이제 들여다보실 필요 없습니다. 제 계산에 의하면 놈은 이미 환생을 했습니다.”

 

  움찔, 무명이 고개를 돌린다.

 

  “저, 정말인가?”

 

  점점 멀어지는 등에서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고맙네, 고마워! 덕분에 근심을 덜었네!”

 

  그리고 직후 소집된 마왕 탄생 대비 회의에서 모든 천사들은 근심을 하나씩 짊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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