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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가 죽어야 구해지는 세계
작가 : 소별왕
작품등록일 : 2017.7.27

이세계에 소환되어 뭣도 모르고 제물로 바쳐져 죽었다. 나를 죽인 이 세상에 복수하겠다. 모조리 불살라 버리겠다!
신과의 거래를 통해 마왕의 씨앗으로 환생한 니아. 가증스러운 천사놈들에게 걸리지 않고 세상을 부수고 인류를 몰살시킬 강대한 힘을 손에 넣어라!

 
아보레오의 고아 1
작성일 : 17-07-29 21:25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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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일리!”

 

  오빠의 부름에 아이는 뒤를 돌아본다. 찰랑거리는 금빛 단발에 커다랗고 동그란 파란 눈, 오똑한 콧날과 도톰한 입술. 신이 사랑하라고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소녀는, 하지만 아쉽게도 표정이 없다.

 

  여덟 살 쯤 되었을까, 아직 소녀보다는 아이에 가까운 라일리는 자신을 부른 오빠가 뛰어오는 것을 가만히 서서 바라만 본다. 조금 움직여줄 법도 하건만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움직임이 없다.

 

  라일리의 오빠, 열다섯의 소년 라훌라는 지친 기색도 없이 여동생의 곁에 쪼그려 앉아 눈을 마주친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라일리는 아무 말 없이 눈을 돌린다. 하지만 무뚝뚝함을 넘어서 감정이 메마른 게 아닐까 싶은 여동생과 근 십년을 산 라훌라는 그것만으로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 챈다.

 

  “또 누가 놀렸구나, 그렇지? 누구야, 애딘? 마에즈?”

 

  라일리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다.

 

  “그래도 이렇게 수업시간에 나오면 안 되지. 어디 가려는 중이었어? 또 숲? 동물친구들 보러 가는 중이었어?”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단어가 있었는 듯, 눈썹이 살짝 꿈틀거리며 라훌라를 매섭게 쏘아본다. 라훌라는 속으로 쓴웃음을 짓는다.

 

  ‘...애 취급 정말 싫어한다니까.’

 

  “그럼 학교 말고 오빠 일하는 데 가서 쉬고 있자.”

 

  라훌라는 라일리의 손을 잡으며 몸을 일으킨다. 여동생이 손을 빼려 하지만 오히려 그 자그마한 손을 꼭 쥔다. 결국 라일리는 마지못해 라훌라의 손에 끌려간다.

 

  라훌라가 라일리를 이끌고 도착한 것은 마을 어귀의 방앗간. 이미 많은 주민들이 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 여동생이 있기에 뛰지도 걷지도 못 하는 어중간한 걸음으로 라훌라는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한 거 알면 빨랑빨랑 해.”

  “이 인간이 정말. 말을 그렇게 밖에 못 해요?”

 

  맨 앞에서 기다리던 깁슨 부부가 티격 댄다.

 

  “아 왜? 늦은 게 나야?”

  “사람이 인정머리가 좀 있어 봐요. 라훌라랑 라일리인데.”

  “그게 뭐? 방앗간도 방앗간이잖아.”

  “...어휴, 말을 말아야지.”

  “하하하, 죄송합니다, 깁슨 씨. 고맙습니다, 깁슨 부인. 이리 저에게 주시죠.”

 

  방앗간의 한 쪽 구석에 여동생을 앉히고 라훌라는 부부에게서 밀 포대를 받아 인다.

 

  “그러고 보니 레티샤에서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방앗간이 만들어졌다던데.”

  “자동으로요? 어떻게요? 성법인가?”

  “뭐 바람의 힘을 이용한다고 하던데 자세히는 모르겠네. 풍차라고 하던가...”

  “이야, 신기하네요. 그런데 그러면 저 같은 방아돌이들은 뭐로 먹고 살죠?”

  “글쎄. 목사님이 다른 일을 주지 않겠어?”

 

  라훌라는 디딜방아를 밟기 시작한다. 깁슨 부인은 천천히 방앗간 내부를 둘러보다가 창가 책상에 앉혀진 라일리를 향한다. 라일리는 창밖을 보다가 다가오는 발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고양이가 털을 세우듯 경계하는 표정으로 깁슨 부인을 올려다본다.

 

  “그러고 보니 여동생은 학교 가기 전에도 매일 데리고 다니더니 학교 다니면서도 별 차이가 없네?”

  “하하하하... 뭐 그게 라일리 탓인가요. 제가 신경 못 써준 탓이지.”

  “요거, 요거. 오빠 걱정이나 시키고.”

 

  깁슨 부인의 엄지와 검지가 라일리의 보드라운 볼을 쥐고는 찹살떡처럼 주욱 늘어뜨린다. 라일리의 인상이 더욱 구겨진다. 라훌라는 그 모습을 걱정스레 지켜보면서도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방아 밟는 발을 서두를 뿐이다.

 

  그 뒤로도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귀엽다며 이쁘다며 라일리를 쓰다듬고 꼬집고 하자, 결국 다섯 번째 손님에서 라일리가 참지 못 하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라일리!”

 

  라훌라가 서둘러 라일리를 쫓아간다. 방앗간에서 채 열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라일리는 붙잡힌다. 라훌라가 라일리를 팔에 안아든다. 그 자세를 싫어하는 라일리는 다리를 버둥거리지만, 이내 저항은 소용 없다는 걸 깨닫고 빨갛게 부은 볼로 오빠를 사납게 노려볼 뿐이다. 라훌라는 그 볼을 살살 쓰다듬는다.

 

  “...아팠어?”

 

  여동생은 말이 없다. 하아, 라훌라는 안타까운 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본다. 방앗간에 줄을 선 주민들이 바쁘다는 듯 땅을 신경질적으로 밟으며 라훌라를 바라본다.

 

  뒤로 돌려진 라훌라의 목이 입고 있던 옷과 틈을 만든다. 그 사이로 라훌라의 뒷목에 있는 큰 흉터가 라일리의 눈에 들어온다. 뒷목 뿐 아니라 등, 팔, 다리, 온 몸에 나 있는 흉터다. 육 년 전 원인불명의 화재로 부모님이 죽은 날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 입은 흉터. 라일리는 무심히 눈을 돌린다.

 

  “......괜찮아.”

 

  여동생의 목소리에 라훌라는 고개를 돌린다.

 

  “방앗간에 있어도 괜찮겠어?”

 

  라훌라는 잠시 대답 없는 라일리를 바라보다가 이내 빙긋 웃는다. 이렇게나 착한 여동생이라니까.

 

  라일리는 그렇게 마스코트 인형처럼, 손님을 부르는 고양이처럼 창가 책상에 앉아 볼이 얼얼해질 정도로 온갖 수모를 겪는다. 라훌라는 그런 라일리를 장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물론 그녀의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생각을 들었다면 뒤로 나자빠졌으리라.

 

  전부 다 찢어서 불태워 죽여 버리고 싶다.

 

  라일리, 마왕의 씨앗은 속으로 생각한다.

 

  배를 열고 창자를 길게 늘어뜨려서 뜨거운 지옥의 불길이 내장 곳곳을 선명히 핥게 하고 싶다.

 

  하지만 그 거대한 분노는 자그마한 손 바깥을 벗어나는 일이 없다. 라일리는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가능한 차분히 들어 창에 댄다. 창의 서늘한 냉기가 그 분노를 식혀준다.

 

  이 수모, 반드시 갚아주마. 온전한 힘을 되찾는 순간 너희들 먼저 불태워 죽여주마. 라일리는 그 동그란 눈을 들어 창 밖 하늘을 올려다본다. 입술 끝이 비틀린다.

 

  그래, 이게 다 네프렌카 그 썅X 때문이다. 되도 않는 X 같은 패널티를 걸어놔서...

 

  지난 7년.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힘과 패널티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자신한다. 먼저 그녀가 가진 힘, 그래 힘만 따지면 분명 어마어마한 힘이다.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집을 전소시켰고 네 살 때는 인근의 숲을 반이나 태웠다. 하지만 문제는 그 힘이 나이를 먹을수록 해금된다는 것이다. 한 살 한 살 생일을 지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힘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빡침도 느꼈다. 그냥 처음부터 다 줬으면 좀 좋아?

 

  물론 라일리도 네프렌카의 노림수를 모를 정도로 어리진 않다. 힘을 전부 다 되찾기 위해 조용히 지내는 동안 인간의 따스함이라도 느끼라는 거겠지, 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런다고 내 증오가 꺼지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네프렌카!

 

  물론 지금의 그녀도 인간 기준으로는 충분히 강력하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턱없이 부족하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인류의 멸절. 거기에 드래곤의 목. 그렇기에 그녀는 아직도 힘에 목마르다. 브레스 한 번에 천 명을 태운다는 드래곤보다 적어도 수십배는 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지금은 이렇게 조용히 숨어서 살 수 밖에 없다.

 

  보고 싶다, 동지들. 라일리는 괜시리 울컥해진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우리의 교류, 나는 잊지 않고 있다. 그 지옥에서 너희들을 한 명 한 명 찾아 규합할 때 너희는 끝까지 나를 따라와 주었지. 너희들은 지금쯤 어느 하늘 아래에서 이런 수모를 겪고 있을까?

 

  그리고... 그래. 지옥의 동지들의 반대에 서 있는 천국의 위선자들도 경계해야 한다. 내가 조급하게 굴어 혹시라도 정체를 들킨다면 분명 인간계에 참견하여 나와 동지들을 죽이려들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인내의 시간이다. 참고 견디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결실은 분명 달콤하리라...

 

 

 

  라훌라는 걱정스런 얼굴로 동생을 본다. 평소에도 자폐 증상이 있었지만, 오늘따라 유독 그 증세가 심하다. 창밖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앙칼진 표정으로 누군가를 노려보기라도 하듯 눈썹을 세우더니 울먹이다가 마지막에는 츄릅 소리를 내며 침까지 흘린다.

 

  라훌라는 안타깝게 고개를 젓는다.

 

  어쩌겠는가. 어려서 부모를 잃고 화마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여린 아이다. 부서진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내가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몫까지 내가 여동생을 기르고 지켜야 한다.

 

  라훌라는 방아 밟는 발에 힘을 더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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