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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9
작성일 : 17-07-29 21:01     조회 : 457     추천 : 2     분량 : 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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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은 너무 빨리 지고 해는 지나치게 빨리 떴다. 아침이 되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는데 대청마루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창호지에 그대로 비치는 체격은 흑노가 분명했다.

 

 “들어오세요.”

 

 일찍 일어나서 다행이다. 세수하지 않은 얼굴로 이 사람을 보게 됐다면 정말 싫었겠지. 소희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소희를 맞이했다. 흑노는 소희의 목에 잠시 시선을 주었다.

 

 피를 닦아낸 후에 목에는 아무 상처도 남아있지 않았다. 지극히 얕게 찌른 것이다. 하지만 저 남자를 볼 때마다 온몸이 오싹오싹하며 서늘한 기분이 드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소희는 그를 따라서 일어섰다.

 

 흑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앞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소희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큰 걸음으로 열심히 따라갔다. 햇빛은 따갑지 않고 바람은 서늘하고 꽃은 향기를 풍기는 것이 아주 좋았다. 지금 이런 남자 뒤를 따라서 지극히 높은 사람의 잘 모르는 병을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두 번째 방문이다보니 조금 더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디귿 자 모양의 건물은 문을 두 번 통과해야 황자가 머무는 내실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다실을 통과하자 금실이 놓인 족자와 세심한 산수화가 놓인 방이 있었다. 미닫이문을 다시 열고 흑노가 시종에게 신호를 받고 나서야 인상적인 여덟 폭 병풍이 다시 나타났다.

 

 “다시 뵙습니다.”

 

 황자는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았다. 그는 정좌하고 있었다. 협탁에는 책이 여러 권 펼쳐져 있었다. 얼핏 보았는데 한자가 많아 무슨 책인지 알 수 없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해부도를 어설프게 닮은 인체 그림이 있는 책도 있었다.

 

 ‘의서로군.’

 

 시우의 말에 그제서야 깨달았다. 시우가 없으면 글자도 읽을 수 없는 것이다.

 

 소희가 꿇어앉아 서툰 인사를 올리자 소년이 여전히 허공을 바라보며 흑노에게 지시했다.

 

 “다른 이는 물러가거라.”

 

 “소군주, 이자는 영리하고 교활한 곳이 있는 자로 소군주와 둘이서 독대할 만한 자가 못됩니다.”

 

 “영리하고 교활한 자는 나와 독대하지 못하나? 어째서?”

 

 흑노는 더이상 설명하지 않고 침묵했다. 더이상 설명한다면 소년 황자의 판단이 서툴고 미욱함을 흑노가 지적하는 바밖에 되지 않으리라. 흑노의 염려를 무시하고, 소년 황자가 다시 지시했다.

 

 “흑노는 나가라.”

 

 “명 받듭니다.”

 

 아마 저렇게 말하는 것도 흑노로써는 대단히 용기를 낸 것일지도 모른다. 흑노가 나간 후 소년은 여전히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대화를 나눌 때 마땅히 보아야 할 얼굴이 아니다. 소희의 어깨 너머 하얀 벽지다.

 

 - 이 황자님은 시각적으로도 예민한가 보군. 옷을 못 입는 걸 보면 촉각적으로 예민한 것 같고. 청각적으로도 예민할까? 미각은?

 

 문득 상관없는 의문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시우에게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다.

 

 황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열두 권의 의서를 읽었으나 어디에도 나와 같은 이는 나타나 있지 않다. 너는 어떤 공부를 하여 이것이 선천적인 체질이라 주장하는 것인가?”

 

 어제 소희가 저지른 말실수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소희는 극도로 긴장해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손때가 닿아있는 저 의서들을 보면 소년이 얼마나 자신의 체질에 대해 고민하고 두려워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함부로 말해서 섬세한 성격의 소년이 얼마나 두려웠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단언해버린 것이 나빴다. 그 잘못을 지금 다시 시정해야 한다.

 

 “소인은 그것이 선천적인 체질인지 아닌지 모르나 연이 닿아 황자님과 비슷하신 분을 여러 분 뵈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가.”

 

 거리감이 가까워졌다. 제 수하처럼 표정이 없는 소년은 몸을 앞으로 일으켜 바싹 다가왔다. 금방이라도 자리를 일어나 소희에게 가까이 다가올 것같이 하다가 다시 앉았다. 소희와 아직 한 장 이상의 거리가 있는데도 그 정도로 가까워지는 것이 불쾌한 듯 싶었다.

 

 ‘역시 청각도 예민한 게 분명해.

 

 - 이것들은 치료에 도움이 되겠지.

 

 관찰은 시우가 하고 있다. 지시도 시우가 내린다. 하지만 행동만은 소희 자신이 결정한다.

 

 “그들은 곤륜산에 계신 신선들이십니다.”

 

 “너는 신선들을 만났는가?”

 

 “그렇습니다.”

 

 “어떻게 살아왔는가.”

 

 소희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소년은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열 살짜리 어린아이도 아닌데 신선이 있다고 믿었다. 그건 잘못됐다.

 

 이 시대의 신선에 대한 이야기는 무당파의 선조가 신선이 되었다더라, 원시천존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신다거나, 도를 닦은 여우가 신선이 되었다거나 하는 괴담 정도였다. 양식이 박힌 성인이라면 산타 클로스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지 실제로 신선을 믿지는 않는다고 들었다.

 

  황자가 의심할 때를 대비해서 이리 저리 꾸며본 이야기는 아주 길었다. 밤 동안 시우의 도움을 빌어 짠 이야기 그물은 아예 펼쳐지지도 못했다. 눈이 먼 물고기는 그물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제발로 접힌 그물 안에 들어왔다.

 

 처음 만나 말하는 자의 말을 전부 믿어버리고, 요청하면 허락한다. 거기에 신분은 높고 고귀하나 연치가 어리다.

 

 이 얼마나 꼭두각시가 되기 좋은 조건이란 말인가.

 

 흑노가 너무 금방 자리를 뜬 게 아닐까? 만일 소희가 암살자였으면 어떻게 하려고 한 건가. 이 기세로라면 황자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금방 경쟁에서 탈락해 죽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신선 분 중 한 분이 저를 마음에 들어하여 내려보내주셨습니다.”

 

 “그 신선의 어느 부분이 나와 비슷했는가.”

 

 이것은 소희가 시우와 수없이 연습한 부분이었다.

 

 “그분은 인간의 몸에 걸맞지 않는 천재로 태어나 청각과 시각, 후각과 미각, 촉각이 매우 예민하셨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가장 부드러운 실로 짠 최상의 비단 옷감만이 몸에 닿을 수 있었고, 그 옷을 바느질한 부분이나 겹친 부분이 몸에 닿으면 괴로워하였다고 합니다.”

 

 소년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어깨를 움찔 떨었다.

 

 “다른 신선 분은 옥벽의 정기를 타고 태어나신 분으로 인간들이 서로 대화를 할 때 나누는 몸짓을 이해하기 어려우셨다고 합니다.”

 

 소년이 다시 한 번 어깨를 떨었다.

 

 ‘무시해. 그냥 반응성 틱이다.’

 

 시우의 조언을 받아들여 반복적인 그 동작을 못 본 척하며 소희가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각 상황에 맞는 대처 방법을 전부 유형별로 정리하여 그대로 대처하여 현명하게 행동하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잘하고 있어.’

 

 거기까지 이야기한 후 다시 소희는 머리를 조아렸다. 황자는 다시 두 번 어깨를 떨었다. 어깨를 떠는 것이 좋은 신호인지, 좋지 못한 신호인지 알 수 없었다. 심장이 세게 두근거렸다.

 

 “네가 말하는 신선 분이 나와 유사하다. 네가 옷의 솔기에 대해 질문한 까닭을 비로소 알겠다.”

 

 “소군주께서는 그 신선과도 같이 태생이 곤륜의 옥벽 기운을 받아 태어나신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저의 의문입니다. 그리하다면 제가 그 신선분께 전수받은 기술을 가르쳐 드릴 수 있습니다.”

 

 “고칠 수는 없지만 도울 수 있다. 네가 그렇게 말했지.”

 

 어깨를 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떠는 것이 점점 더 격해졌다.

 

 ‘어깨에는 신경쓰지 마. 당연하다는 듯이 굴어.’

 

 저절로 시선이 황자의 어깨를 향하는데 시우가 날카롭게 경고했다.

 

 “예.”

 

 다시 한 번 머리를 조아린 소희가 간곡하게 요청했다.

 

 “어리석은 제가 감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는 사실 감씨 가문의 의원이 아닙니다.”

 

 황자는 격렬하게 어깨를 떨었다.

 

 “감씨 가문의 의원이 아니면 누구냐.”

 

 무표정하지만 동요한 것이 분명하다. 황자가 손을 뻗었다. 조그마한 종에 손이 가까이 다가가는데 그 동작이 매우 느렸다. 날렵하게 난을 치던 때의 손놀림과 비교하면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그 느린 틈을 타서 소희가 잽싸게 말했다.

 

 “저는 곤륜에서 반나절 동안 신선을 만나고 내려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마을은 이미 사라져 버리고 없었고 새 도시와 새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사람이 없이 헤매고 있던 저를 현의문에서 구출하여 감씨 성을 주었습니다.”

 

 “이름이 감운하가 아니냐.”

 

 “감씨 가문의 장자가 제게 이름을 주었으나 제 정명은 임소희입니다.”

 

 황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상황을 알겠다.”

 

 ‘한 고비는 넘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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