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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49일,
작가 : 에스뗄
작품등록일 : 2017.7.20

평탄한 성공 가도를 걷다 한 순간에 실패자로 전락한 승완. 삶을 포기한 그녀 앞에 홀연히 나타나 자신을 악마라 칭하는 남자. 그런데 이 남자, 망자를 앞에 두고 엉뚱한 말만 한다. "새 인생은 즐겨. 날 유혹하는 건 대환영이고." 49일간 같은 이름의 전혀 다른 인물이 된 그녀. 게다가 전생의 인물들까지 엮여버린 상황에서 승완은 자신과 관련된 무서운 비밀을 발견하는데... (autor_ester@naver.com)

 
012. 너와 함께여서 좋았어
작성일 : 17-07-29 20:17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6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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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야야..."

 

  승완은 풀잎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바위 틈새에서 눈을 떴다.

  삭신이 쑤신다는 말이 이런 걸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없어서 몸을 꼼짝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 승완을 부르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조금 전까지 그녀가 있었던 정상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바르게 몸을 펴고 누운 승완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시리도록 밝은 태양과 청명한 빛깔의 하늘, 그리고 제 몸을 감싼 보랏빛 불꽃뿐이었다.

  그중에서도 이준의 능력이 분명한 불꽃은 그녀의 주위를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몸에 내려앉았다 떠오르기를 반복했다.

 

 "안녕."

 

  승완은 그나마 통증이 덜한 손가락을 움직여 엄지손톱만 한 불꽃 하나를 톡 두드렸다.

  그러자 그 자그마한 불꽃은 그녀의 인사에 화답하듯 얼굴 앞으로 다가와 춤을 췄다.

  그 모습이 마치 그녀가 깨기를 기다렸다는 듯, 그리고 안심하라는 듯 보였다.

 

 "혹시 날 지켜준 거야?"

 

  승완이 여러 개의 불꽃 중 유독 생기발랄한 그 엄지만 한 녀석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엄지 불꽃은 승완의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손바닥 위에 올라타 더 열렬히 춤을 췄다.

  승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처음이었다. 누군가 그녀를 지켜준 것은.

 

 "고마워."

 

  승완이 다른 손을 들어 엄지 불꽃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머리라 함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가장 윗부분이다.

  자그마한 불씨가 연신 떨어지는 불꽃의 머리는 생각보다 뜨겁지 않았다. 기분이 좋을 만큼 딱 적당한 온도였다.

  그녀의 감사에 화답하는 모양은 마치 부끄러워 몸을 배배 꼬는 것 같기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강아지 같기도 했다.

 

 "그보다 여긴 어딜까? 너희는 아니?"

 

  어느새 승완의 어깨며 가슴 위로 올라와 자기도 봐달라고 춤을 추는 크고 작은 불꽃들에게 승완이 물었다.

  그러나 불꽃들은 그녀의 몸에서 통통 튀어 오르며 춤을 출 뿐 대답을 해주지는 않았다.

 

 "큰일 났네."

 

  몸의 통증도 문제지만, 일단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 아닌가.

  승완은 몸을 일으켜보았다. 바위 틈새에 접혀있던 몸을 이루는 뼈의 마디마디가 곡소리를 냈다.

 

 "으악!"

 

  승완은 입 밖으로 터져나가는 비명을 차마 막지 못했다. 눈물이 날 만큼 아팠다. 실제로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녀는 괜히 TI 그룹의 최연소 대리가 된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새 인생을 살아 성격이 변하고 있다지만 예전의 그녀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승완은 이를 악물고 허리를 일으켜 가장 가까운 바위에 기대어 앉았다.

 

 "아, 몰라. 이 이상은 무리야."

 

  이만큼이나 움직인 게 기적일 만큼 너무 아팠다.

  이마에서는 땀이 홍수처럼 흘러넘치고, 바듯이 깨문 입술에서는 빨간 쇠 맛이 느껴졌다.

  통증으로 인해 정신을 놓기 직전의 상황에 있는 승완의 곁을 보라색 불꽃들이 걱정스럽게 살피며 오르내렸다.

  여기서 한숨만 자고 일어나면 다 나을 것 같은데. 아니, 애초에 이 모든 일이 꿈일 것 같았다.

 

 "백승완!"

 

  정말 꿈이 맞나보다. 가까운 곳에서 그녀를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도 안 되지. 정상에 있는 사람들이 그녀를 찾으려면 못해도 한 시간은 걸릴 거다.

  희망 제로의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승완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손바닥에서 엄지 불꽃을 비롯한 크고 작은 불꽃들이 삽시간에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지도 않고 그녀를 노려보는 이준이 서 있었다.

 

 "조이?"

 

  이준은 놀란 승완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고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훅, 밀고 들어오는 그의 얼굴과 함께 남자의 스킨향이 승완의 코를 찔렀다.

 

 "괜찮아?"

 "여긴 어떻게 내려왔어?"

 

  승완의 얼굴을 지나 몸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피는 이준의 옷이 엉망이었다.

  각종 풀과 작은 나뭇가지들이 엉겨 붙은 옷과 땀으로 범벅이 된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둘 중에 누가 절벽 아래로 떨어진 사람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다친 데 없어?"

 

  설마 절벽을 타고 내려온 거냐고 농담을 건네려던 승완은 이준의 표정이 너무 심각해서 그냥 순순히 대답해야 했다.

  누가 보면 애인이 다친 줄 알겠네, 라는 말은 그녀 혼자 속으로 생각하고 말았다.

 

 "다리를 삐끗한 것 같아. 그 외엔 괜찮아."

 

  사실은 온몸이 부서진 듯 바스락거렸지만, 승완은 거짓말을 했다.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준은 마치 제가 다친 것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아픈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둘러 다른 말을 덧붙였다.

 

 "네 불꽃들이 날 보호해 준 것 같아."

 

  그러자 이준은 미간을 더욱 심하게 접었다.

  찌푸린 눈썹과 이에 짓이겨진 입술을 여 사원들이 봤다면 다른 생각을 했겠지만, 정작 이준은 심각했다.

 

 "잠깐만. 목 좀 보자."

 

  그가 승완의 고개를 조심스럽게 젖히더니 제 얼굴을 가져다 댔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승완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이준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그가 한 민망한 짓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은 그날을 매우 잘 기억했다. 발끝에서부터 간질간질하고 저릿한 전기가 몸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승완의 기대 아닌 기대와 달리 이준은 금세 몸을 뒤로 물렸다. 그러자 승완의 입에서 뜻 모를 한숨이 흘렀다.

  제 한숨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그녀는 이준의 얼굴이 딱딱히 굳은 걸 발견했다.

 

 "왜 그래?"

 

  이준은 말이 없었다. 그의 반응에 오히려 불안해진 승완이 재차 물었다.

 

 "왜 그러는데?"

 

  이준이 손으로 제 얼굴을 쓸었다. 얼굴을 쓸어내는 손길에 착잡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이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무척이나 낮았다.

 

 "너 방금 죽었어."

 

  이준의 말에 승완은 잠시 멍해졌다. 죽었다고?

 

 "아, 나 세 번 살 수 있다고 했지."

 

  얼마 전 이준이 한 말을 기억해낸 똑똑한 승완은 상황을 쉽게 이해했다.

  그녀의 빠른 이해는 오히려 이준보다 더 덤덤한 반응으로 이어졌다.

 

 "신기하네."

 

  그저 눈을 감았다 뜬 것뿐인데 죽었다 살아났다니.

  하긴, 손목을 긋고도 살아난 그녀다. 바닥에 누운 제 몸을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두 번째인데도 아직 적응이 안 돼."

 "적응해서 좋을 것 없어."

 

  단호히 답한 이준이 승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승완이 조금 더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아준 그가 그녀의 한쪽 다리를 손으로 감쌌다.

 

 "아야!"

 

  승완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시큰거림을 넘어선 통증에 아래를 내려다보자 이준의 손에 올려진 발목이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부러졌네."

 

  손이 닿은 것 같지도 않게 조심해서 승완의 다리를 살핀 이준이 말했다.

 

 "미안."

 "아니, 뭐. 미안할 것까지야."

 

  승완은 차마 화를 낼 수 없었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준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목소리뿐이 아니었다. 장난기 넘치는 모습도 사라지고 어딘가 슬퍼 보이는 게, 평소의 그가 아닌 것 같다.

  이준은 승완의 다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의 손에서 보라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승완의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춤을 추던 귀요미 불꽃들과는 사뭇 다른 크고 강력한 불꽃이었다.

 

 "우와, 신기하다."

 "지금은 어때?"

 "하나도 안 아파! 너 대박이다!"

 

  승완이 눈을 크게 뜨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준이 치료한 건 부러진 발목뿐이 아니었다. 그의 불꽃이 발목에서부터 승완의 몸을 포박하듯 감싸며 올리오자, 불꽃이 지나간 자리는 통증이 사라졌다.

  이 능력으로 장사하면 돈을 얼마나 벌까, 승완이 계산하고 있는 사이 이준은 그녀의 발목을 아프지 않게 주물렀다.

 

 "미안해."

 

  승완은 느릿하게 두 눈을 깜빡였다.

  오늘따라 너무나 다른 이준의 행동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박 주임이 먹인 오이가 이상 반응을 일으켰나?

 

 "오늘 같은 일이 앞으로도 여러 번 있을 거야."

 "......"

 "지금처럼 추락사가 될 수도 있고, 차에 치어 사고사가 될 수도 있어."

 

  원래 주인이 아닌 영혼이 들어오면 몸은 계속해서 침입자를 내쫓으려 한다.

  그렇게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영혼은 불안정한 탓에 보통 인간들보다 더 쉽게 죽음을 불러들이고, 실제로 몸에서 튕겨 나간다.

 

 "너는 겪지 않았으면 했는데."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다.

  승완처럼 불안정한 상태의 영혼 주변에는 불순한 의도를 지닌 악령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맴돈다.

  그건 비단 몸과 영혼의 합이 맞지 않는 이들뿐 아니라, 쉽게 제 몸에 상처를 내거나 삶에의 의지가 없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악령은 속살거리는 혓바닥으로 저들이 스스로 죽음을 부르도록 부추기며,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순간 새까만 입을 벌려 영혼을 삼켜버린다.

  생전에도 제 몸을 아끼지 않았던 승완은 특히 더 위험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악령들의 가장 탐스러운 먹잇감인 것이다.

 

 "그게 내가 회사에 들어온 이유였는데..."

 

  승완은 이준이 어떤 생각으로 회사에 들어왔는지, 지금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그저 유희나 즐기기 위해,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던 그녀는 고개를 숙인 이준에게 오히려 더 미안했다.

  승완이 아직도 제 다리를 붙잡고 있는 이준의 머리카락에 붙은 풀잎을 살짝 들어서 떼어냈다.

  그리고는 그의 손을 잡아 끌어 제 옆에 앉혔다. 커다란 두 개의 바위틈에는 딱 두 사람이 앉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있었다.

 

 "있지."

 

  공간이 좁은 탓에 이준과 어깨를 나란히 붙인 승완이 제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 두 팔로 안았다.

  승완이 입술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는 동안 이준은 곁에서 가만히 그녀를 기다렸다.

  한참을 망설이다 턱을 무릎 위에 얹어 몸을 기대니 승완은 조금은 용기가 생겼다.

 

 "나는 오늘, 6년 만에 처음으로 등산을 즐겼어."

 

  다리 끝을 향한 시선을 따라 나지막이 뱉어진 말끝에 아픈 웃음이 스몄다.

  그러나 괜찮은 척, 아프지 않은 척 웃어넘기는 그녀를 이준은 말없이 응시했다.

 

 "이거 비밀인데, 사실 나 회사에서 왕따였다."

 

  학창시절에도, 대학교에서도, 그리고 회사에서도 그녀는 언제나 혼자였다.

  사람들이 저를 따돌린 건지, 제가 그들을 따돌리고 홀로 남은 건지 알 수 없었다. 그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되짚을 수조차 없었다.

  혼자인 게 꼭 외로운 건 아니라고, 그럴수록 더 자세를 바로 하며 강인하게 살았지만, 그녀의 마지막은 역시나 외로웠다.

 

 "그런데 오늘은 동기들이랑 꽤 재밌게 올라왔어."

 

  예전 같았으면 윗분들에게 끌려다니며 비위를 맞춰주거나, 동료들과 떨어져 혼자 경치를 구경했을 거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남자친구 얘기나 상사의 잔소리도 함께 듣는 이가 있으니 그리 고깝지 않았다.

  비단 회사뿐이 아니다.

  아침마다 애정이 담긴 밥상을 차려주고 손수 간 과일 주스를 손에 쥐여주는 어머니, 신경 안 쓰는 척 신문을 보면서도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어주는 아버지가 있었다.

  그들을 보며 승완은 깨달았다. 생전에 자신이 혼자가 된 첫 이유를. 그녀가 진정으로 목말랐고, 갈구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너와 함께여서 좋았어."

 "나?"

 "응, 너."

 

  비록 다른 여자들 틈에 선 그를 보고 조금 질투도 했지만.

  어쨌든 이 예측 불가능한 생을 선물하고, 알게 모르게 그녀의 곁에서 즐거움을 준 이는 단연 이준이었다.

 

 "이제 조금은 네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승완이 무릎에 얹은 고개를 그대로 돌려 이준을 바라보며 웃었다.

  두 눈을 휘며 만들어낸 그녀의 미소에서 생생한 생의 빛이 발했다.

 

 "즐거웠어, 오늘."

 

  이준의 보라색 눈이 일순 커졌다. 그가 이를 물고 숨을 참았다.

  승완에게서 발하는 생의 빛은 그가 상상해온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빛을 띠었고 아름다웠다.

  생전에, 그리고 조금 전까지 그녀를 뒤덮었던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반짝였다.

  이준의 얼굴에도 살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그가 한참 아래에 있는 승완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토닥토닥,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이 그대로 느껴졌다. 말이 없어도 손길과 눈빛만으로 '예쁘다.' 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아 승완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 그보다 날 지키기 위해 회사에 들어오면 원래 일은 어떻게 해? 매일 야근해?"

 

  승완이 빨개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무릎에 얼굴을 숨기고 물었다.

  그러나 이준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고는 계속 승완의 머리를 쓰다듬기만 했다. 그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중요했다.

  기다리다 못한 승완이 고개를 번쩍 들고 입을 비죽 내밀었다.

 

 "뭐야, 말 안 해줄 거야?"

 "비밀이야."

 "우씨! 말해줘라, 줘!"

 

  승완이 몸을 일으켜 바로 곁에 앉은 이준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두 팔을 잡고 밀어붙이자 등 뒤의 바위로 밀려난 이준이 당황해 소리를 질렀다.

 

 "아니, 너는 무슨 여자가 힘이 이렇게...!"

 "야, 그거 지금 성차별적인 발언이거든!"

 

  이미 한 번, 아니 두 번이나 죽다 살아났겠다, 몸도 다 나았겠다, 승완은 못 할 게 없었다.

  이준의 불꽃 덕분인지, 오히려 힘이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신이 난 승완이 이준을 더 몰아붙였다.

 

 "아니, 그러니까...!"

 

  더는 갈 곳이 없어진 이준이 승완의 손목을 고쳐잡고 위로 확 당겼다.

  그러자 균형을 잃은 승완이 그대로 이준의 몸으로 떨어졌다. 딱딱한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떨군 그녀가 놀라 고개를 휙 들어 올렸다.

 

 "이씨, 너! 죽었..."

 "아..."

 

  이준과 승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굳어버렸다.

  서로의 코가 스치는 느낌이 잔향처럼 남아 그들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렸다.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

  비스듬히 맞닿은 코끝의 감촉은 아찔했으며, 스칠 듯 가까운 입술에서 새어 나온 숨결이 상대방의 뺨을 간질였다.

  내리깐 이준의 눈동자와 올려 뜬 승완의 눈동자는 달리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서로에게 붙들리고 말았다.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 안에서 번쩍이는 보랏빛을 발견한 승완의 등줄기 사이로 지릿, 전기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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