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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구슬
작가 : 키라이스트
작품등록일 : 2017.6.6

어느 날 공주가 죽었습니다.
왕자는 공주의 시신을 붙잡고는 그 안을 절규로 가득 채웠습니다.

절규를 들은 저승의 여인은 지상에 입을 벌렸습니다.
배를 가득 채운 그녀는 왕자에게 속삭였습니다.
공주의 죽음이 절망스럽다면 그걸 뒤집어 봅시다.

폐기된 공사현장에서 여학생이 철봉에 꽂힌 채로 발견된다. 주변에 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은 시신의 얼굴은 만족한 듯 편안하다. 자살로 판명된 시신에게 영력이 사용되었음을 알게 된 테인은 그 주변의 조사를 시작하고, 아들인 김호련은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서영과 같은 학교에 진학한다.

 
동아리, 김유정
작성일 : 17-07-29 20:11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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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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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점심식사를 마친 서영은 2층으로 올라갔다. 총 6층인 학교 건물에서 대부분이 동아리 실로 쓰이는 층이지만 도서실을 제외하고는 방과 후가 아닌 시간대에는 조용하다. 그녀는 창문으로 교실 내부를 바라보며 복도를 걸었다.

 

 그녀는 복도에 난 창문으로 교실 내부를 살피며 걸었다. 중간 정도에 도달해 앞을 바라보자 아무런 포스터가 붙지 않은 교실 하나가 보였다. 교실에 다다르자 안쪽에서 기계음이 들렸다. 그녀는 창문으로 안을 살폈다. 교실 뒤편으로 책들이 가득 꽂힌 밤색 책장의 옆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호기심이 동한 그녀는 교실의 미닫이문을 당겼다. 문에 걸쇠가 걸리는 느낌이 든다. 문의 가운데를 보자 가로로 잠긴 열쇠구멍이 시야에 들어왔다.

 

 전학 왔던 날 3층에 있는 1학년 교무실에서 보관하고 있던 동아리실들의 열쇠 보관함이 기억난 서영은 복도 끝으로 이동했다. 계단을 따라 3층으로 그녀의 모습이 복도에서 사라지자 잠겼던 열쇠구멍이 세로로 열리며 남성의 얼굴이 복도로 나왔다. 그는 서영이 지나간 복도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직은 들키면 곤란하다고.”

 

 ***

 

 교무실 열쇠 함에 그녀가 바랬던 열쇠가 없음을 확인한 서영은 방과 후에 다시 2층으로 내려갔다. 방과 후의 2층은 학생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웠다. 교실 앞에 도착한 그녀는 점심시간 때 문이 잠겨있었던 것을 떠올리고 별 기대 없이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바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문은 가볍게 열렸다. 문이 열린 교실 안에서 개운한 공기가 복도에 흘러나왔다.

 

 안을 들여다보자 교실 벽에 붙어 작동하고 있는 공기청정기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의 시선이 교실 뒤편으로 향했다. 교실에서 볼 수 있는 책상을 이어 만든 테이블 너머로 천장에 닿을 것만 같은 높이의 고동빛 책장 5개가 옆면을 보인 채 일렬로 놓여있었다. 책장 사이에는 사이사이마다 3칸 사다리가 있었다. 책장으로 다가간 서영은 그 안에서 옆면에 아무런 장식도 없는 검은 책 한권을 뽑아들었다. 오래된 책 특유의 묵은 종이냄새가 진하게 났다. 최근에는 보기 힘든 디자인의 외피에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서영은 책장 사이에 있는 사다리에 앉아 페이지를 넘겼다. 신이 세계를 만드는 창세기부터 내용이 시작되었다.

 

 최초에 신이 있었다. 홀로 있기 외로웠던 신은 자신과 함께할 다른 신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피조물이자 아들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에게 감동한 최초의 신은 관계를 통해 세상에 신들을 낳았고 새로이 태어난 그들은 세상의 일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자연의 일부가 되는 개념을 만들었다.

 

 세상이 그 형태를 잡아가기 시작하자 최초의 신은 자신의 가장 어여쁜 외손자에게 권능과 세상을 넘기며 모든 신들에게 그를 따를 것을 부탁했다. 어머니인 그녀의 부탁에 신들은 성심성의껏 그를 돕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외손자인 그에게 많은 걸 가르쳤고 외손자는 예의를 맞춰 그들에게서 다양한 것을 배웠다.

 

 자신의 아버지나 친척들처럼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외손자는 세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던 중 ‘움직이는’ 것이 없음을 깨닫고는 ‘인간’을 만들었다. 그들은 신들처럼 두 발로 움직이고 ‘개념’들이 존재하는 신들의 영역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었다. 그들은 풍요로운 대지에서 배고플 때마다 떨어진 열매를 주워 먹었고 따뜻한 지면에서 잠을 잤으며 다른 존재들이 생을 다해 죽은 것들을 베어다가 살 집을 짓고 각 신들의 영역에 있는 것들을 옮기며 세상을 연결하는 전달자로서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자신이 만든 세상에 만족하던 외손자는 세상을 돌아다니는 자신의 형제들을 발견했다. 50개의 몸이 이어진 누이들과 외눈의 형제들은 그가 보기에 좋지 않았다. 그는 그들을 지하 가장 깊은 감옥에 가두었다. 그 일을 뒤늦게 알게 된 최초의 신은 길길이 날뛰었으나 이미 세상을 내어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화가 가라앉는 일은 없어 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지면이 흔들렸고 화를 참아낼 때마다 땅이 갈라졌다. 이변에 기겁한 다른 신들이 외손자를 찾아가 하소연했다.

 

 ‘당신의 어머니이자 우리의 시작이신 분께서 진노하고 계십니다. 그분이 몸을 흔드실 때마다 지진과 바다가 육지를 갉아먹고 있으니 그분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십시오.“

 

 외손자는 내키지 않았지만 별 수 없이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 그가 어머니의 무릎 앞에 몸을 숙이자 태초의 신은 그를 가리키며 운명을 결정지었다.

 

 ‘네 자식 중 하나가 너를 몰아내고 너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네가 만든 피조물이 사라질 것이고 너 역시 죽지 못한 채 세상을 떠돌게 될 것이다.’

 

 외손자는 깜짝 놀라 몸을 돌려 그대로 도망갔다. 그 이후 그는 아내와의 사이에서 자식들이 태어날 때마다 그들을 모두 삼켰다. 5명의 자식을 잃은 아내는 여섯 번째 자식을 낳을 때가 되자 태초의 신을 찾아가 간청했다.

 

 ‘저는 세 명의 딸과 두 명의 남자아이를 남편에게 잃었습니다. 지금 가진 이 아이를 숨긴 들 남편은 반드시 찾아내고 말 것이니 어머니의 지혜를 빌려주십시오. 아이 아이를 살릴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태초의 신은 입 안 가득 미소를 지으며 아내에게 방법을 알려주었다. 아내는 그 말을 따라 땅 끝에 있는 섬의 요정들에게 아이를 맡기고는 남편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갓난아이와 비슷한 무게의 돌을 구해 끈으로 칭칭 감았다.

 

 남편이 아이를 받기 위해 다가오자 그녀는 울컥한 마음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남편은 슬픔에 담긴 얼굴을 보고는 안심하고 그녀가 내어준 돌을 삼켰다.

 

 신의 지혜로 도망치게 하는 데 성공한 막내아들은 이후 태초의 신이 정한 운명대로 아버지를 몰아내게 된다.

 

 아버지를 몰아내고 그가 가진 권능을 모두 손에 넣은 아들 또한 아버지처럼 자신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고자 했다. 아버지의 세상은 아름다웠으나 그의 흔적을 보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들은 세상의 인간들을 모두 지하의 영혼세계로 보내고 새롭게 인간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아들이 아버지를 넘어서는 것이 쉽던가. 아버지의 힘에 미치지 못한 그가 만들어낸 인간들은 아버지 때보다 불안정했다. 그들은 때때로 신에 대한 존경심을 잊었고 필요한 것 이상의 음식들을 탐했으며 아직 죽지 않은 나무들을 베어다가 집을 지었다.

 

 그들 부자(父子)의 모든 행보를 지켜보던 신들은 새롭게 최고신이 된 아들의 명령에 의욕들을 잃었다. 정이 떨어진 그들의 관계는 깨어지기 시작했고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떨어진 다음 곧바로 자라던 열매는 다음 해에야 다시 자라났고 밤에 지면은 차가워졌으며 죽은 나무가 다시 자라나 가지를 뻗어내기 까지는 수십, 수백년의 세월이 걸렸다.

 

 ***

 

 챕터가 끝나고 내용의 긴장감이 풀어졌을 때 그녀는 어깨가 아파왔다. 맨 처음 넘겼던 표지와 펼쳐진 페이지 사이에는 종이가 한 움큼 있었다. 창문을 보자 교실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노을로 붉었던 하늘이 검게 변해있었다. 옆에서 달달한 향기가 났다. 고개를 돌리자 책장 입구에 종이컵을 든 여학생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당혹감에 두 눈이 크게 벌어졌다.

 

 “이제야 돌아보네. 책은 재미있니?”

 “에? 아? 어. 아. 죄송해요. 허락받고 들어왔어야 했는데.”

 “괜찮아. 오히려 방해해서 내가 미안해. 안 그래도 이런 오래된 책들을 누가 봐줄까 걱정했었거든, 고마워.”

 

 서영은 여학생이 내민 종이컵을 받아들며 그녀를 살폈다. 흠잡을 곳은 보이지 않았지만 예쁘다보다는 건강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와 맑은 눈동자.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밝게 웃는 미소와 생기 넘치는 목소리. 자신과는 다르다. 그녀와는 다른, 물들어서는 안 되는 대상이다.

 

 “이름이 어떻게 되는 지 알 수 있을까?”

 “이서영이에요. 1학년.”

 “난 3학년의 김유정. 이 동아리의 부장이야. 혹시 동아리 구직중이야?”

 “아, 예.......”

 

 유정은 곧바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눈이 먹잇감을 찾은 듯 반짝였다.

 

 “잠깐 앉아서 이야기 할래? 여기에 관해 알려줄게.”

 

 그 미소에 거부권은 없었다. 서영은 그 손을 맞잡았다.

 

 ***

 

 여자는 왕자의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막아냈습니다.

 지금 그가 소리 지르게 할 수는 없습니다.

 저 아이는 공주의 삶을 되돌릴 마지막입니다.

 저 아이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에필로그에 들어설 것입니다.

 몸을 떠는 왕자의 모습에 속이 간지러워진 여자는 왕자의 귀에 대고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이걸로 새롭게 쓰인 이야기는 재미있을까요?

 

 ***

 

 서영이 교실에 있는 간이 테이블에 앉자 유정이 입을 열었다.

 

 “여기는 정확히 말하면 ‘문학독서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 학생들에게 책을 빌려주고 매달 한권씩 추천도서를 골라 의젼을 전시하는 것이 일이지. 개인적으로는 여행부를 만들고 싶엇지만 일탈 동아리 활동이라 허가가 들어오지 않았어.

 

 서영은 고개를 책장으로 돌렷다. 방금 전 책장에서 잠깐 봤을 때 가장 깨끗해 보였던 책은 7년 전 발간된 것이었다.

 책장의 양면을 가득 채운 책들을 중고로 구했다고 해도 적지 않고 거기에 소형이지만 지금 그들이 들고 있는 음료를 넣어둔 냉장고까지 있다. 학교에서 내어준 지원금을 내어준다고 감안해도 학생 지갑 수준에서 나올 금액에서 벗어난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유정을 보았다.

 

 “이곳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도와준 사람이 있었어. 여기 있는 책들은 거의 다 그 사람이 제공해 준 것이지. 책장과 냉장고는 학교에서 내준 지원금으로 구매했고 몇몇 기재들은 나와 친구들이 돈을 모아 구한 거야. 책들은 모두 그 사람 책장에 있던 것들이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서영의 표정을 읽은 듯 유정이 웃으며 대답했다. 창문가로 보이는 하늘에는 별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8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늦었으니 슬슬 돌아가 볼게요. 혹시. 여기에 어제 남학생 한명이 오지 않았나요? 중학생 정도인데.”

 “아. 걔가 네 동생이었어?”

 

 서영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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