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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구슬
작가 : 키라이스트
작품등록일 : 2017.6.6

어느 날 공주가 죽었습니다.
왕자는 공주의 시신을 붙잡고는 그 안을 절규로 가득 채웠습니다.

절규를 들은 저승의 여인은 지상에 입을 벌렸습니다.
배를 가득 채운 그녀는 왕자에게 속삭였습니다.
공주의 죽음이 절망스럽다면 그걸 뒤집어 봅시다.

폐기된 공사현장에서 여학생이 철봉에 꽂힌 채로 발견된다. 주변에 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은 시신의 얼굴은 만족한 듯 편안하다. 자살로 판명된 시신에게 영력이 사용되었음을 알게 된 테인은 그 주변의 조사를 시작하고, 아들인 김호련은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서영과 같은 학교에 진학한다.

 
면담, 미행(2)
작성일 : 17-07-29 20:10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4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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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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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멀리 가지 않고 근처의 작은 공원에서 멈췄다.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확인한 테인은 공원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차를 세우고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멀리 공원 외곽의 벤치에 앉아있는 두 사람을 확인한 그는 그들의 시야에 닿지 않을 나무 뒤에 숨어 시력과 청력을 높이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김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근... 어머니는, 어떠시니?”

 “괜찮으세요.”

 

 우물쭈물거리며 목소리가 걸리는 김가인에 비해 대답하는 김하인의 목소리는 차갑다. 그는 이어서 물었다.

 “혹시.......집안에 이상한 일은 없고?”

 “왜 자꾸 캐물어요?”

 김가인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며칠 전 네 어머니와 전화했었다. 욕먹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가만히 있기가 너무 힘들었어. 그런데 네 어머니 목소리가 묘하더구나. 뭐라 할지, 너무 침착했다. 강한 여자였던 만큼 회복이 빠른 게 아닐까 생각도 했었지만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말하는 게 나는 너무 무서웠다.

 

 토해내듯 간신히 말을 맺은 김가인의 숨이 가늘게 떨렸다.

 

 “오늘 너를 찾아온 건 그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아서였다.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고 나도 너에게 깊게 캐물을 생각도 없단다. 다만 내가 필요해지면 전화는 해주렴. 이걸 말하려고 여기에 왔다.”

 

 많이 생각했었던 듯 그가 오늘 했던 말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막히지 않는다. 김하인의 입가가 풀어지며 말에 온기가 담겼다.

 “다음 달 중순에 집에 오세요.” 김가인의 눈이 크게 떠지며 입이 벌어졌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어쩌면 그 때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몰라요. 잊지 마세요.”

 

 그녀는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는 벤치에서 일어나 공원입구 쪽으로 멀어졌다. 그녀를 쫓지 않은 채 멍하니 뒷모습을 바라보는 김가인을 확인한 테인은 들어왔던 입구로 나가 공원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그는 대로변을 따라 학교로 향하는 김하인의 맞은편에서 접근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열 발자국 이내로 가까워지자 김하인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김하인은 멈춰서고는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누구시죠?” 명백하게 경계의 날을 세운 그녀의 반응에 테인은 경계심을 낮추는 생각을 포기했다. “혹시, 집안에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있지 않으신가요?” 김하인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테인은 지면을 박찼다. 열 발자국 이상 멀어진 하인와의 거리가 삽시간에 줄어들었다. 테인은 하인의 앞을 막아섰고 김하인은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지려는 그녀의 팔을 잡아내며 말했다.

 

 “잠깐, 잠깐만. 전 그저 얘기를 하려고 한 거에요. 듣기 싫으시면 아무 말도 안할 테니 도망가지는 말아주세요.” 김하인은 그녀보다 큰 키를 가진 테인을 독기 쓰인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꺼져.”

 

 테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를 세우고 팔을 놓았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제 직업이 그쪽 방면이라 무심결에 말을 걸었습니다.” “거짓말하지 마. 그리고 난 당신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어.”

 

 말로는 아무것도 나아가지 못할 것을 직감한 테인은 코트 주머니에서 손톱크기의 작은 백색의 십자가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더 이상 말씀드려봐야 듣지 않으실 테니 이걸 드리겠습니다.” 김하인은 그가 건넨 십자가를 집어 들고는 그대로 땅에 내동댕이쳐 수차례 발로 밟았다. 오랜만에 겪는 상황에 테인은 미소 지었다.

 

 “금강석 재질이니까 쉽게 부서지지 않습니다.”

 

 김하인은 그를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며 발을 흔들었다. 신발 바닥에 붙었던 십작가가 흙먼지를 붙인 채로 떨어져 지면을 수차례 굴렀다. 그러나 금이 간 곳은 없어 흙먼지가 묻지 않은 부분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하인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수차례 더 밟았지만 십자가는 그녀의 신발 바닥과 지면을 오가며 굴러다닐 뿐 부서질 기미가 없었다. 십자가가 테인의 발밑으로 튕겨왔다.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집어 들고는 흙먼지를 깨끗하게 닦아내 다시 그녀에게 내밀었다.

 

 “믿기 힘드시겠다면 이걸 가지고 금은방에 가보셔도 됩니다. 그리 강하지는 않지만 이능을 막는 힘이 있죠. 지금 저보다는 당신에게 더 필요하실 것 같으니 선물로 빌려드리겠습니다.”

 

 김하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십자가를 잡았다. 테인은 미소를 지으며 코트 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제 연락처입니다. 그건 제게도 소중한 물건이니 나중에 돌려받지요. 다만 그 형태가 지금처럼 손과 손을 오가는 형태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게 진짜 다이아몬드라면 내가 팔아버릴 거라는 생각은 안 해?” 김하인이 냉소지으며 받아쳤다. 테인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랬다간 머지않은 미래에 죽을 거다.”

 

 김하인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고 테인은 더 이상의 말없이 몸을 돌려 차로 돌아왔다. 그가 그녀에게 했던 말은 어디까지나 거짓말이다. 하지만 김가인과의 대화를 생각할 때 이 소녀를 쓰려면 흔들어 둘 필요가 있었다.

  신이 한 사람을 소화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흘, 힘의 회복에 전념해야 하는 시기에 이미 일주일이 흐른 시점에서 한 사람 밖에 죽지 않은 것은 분명히 이상하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그 집안의 사정이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집에 돌아온 서영은 곧바로 유영의 방으로 들어갔다. 실외에서 들어온 참이지만 방문을 열어둔 동생의 방은 그보다 추웠다. 방안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한 그녀는 방안의 냉기에 몸을 떨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내일부터는 편지의 수가 10개 이하로 내려간다. 그를 기념하기 위해 서영은 책상 위에 만원 한 장을 놓고는 방을 나섰다.

 

 그녀는 부엌으로 이동해 냉장고를 열었다. 저녁식사에 쓰일 반찬들은 이곳에 올 때 고모가 챙겨준 것들이 주로 그녀가 따로 준비하는 것은 없다.

 

 식사를 끝낸 그녀는 남은 음식에 그릇을 덮어두었다.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지려 시작된 버릇이지만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는 그녀의 머릿속엔 그것이 내일 자신의 아침식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 머릿속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교복을 벗어던졌다.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가방과 함께 침대에 엎어지자 긴장감이 사르르 풀린다. 책가방을 뒤적이던 그녀는 점심시간 때 읽던 책을 책상 위에 놔두고 왔던 것을 떠올렸다. 그를 잇듯 김호련이 떠올랐다. 그녀는 몸을 굴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사람 같지 않던 첫인상에 천장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선명했다.

 

 오늘 도서실에서 그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았을 때, 첫인상의 불쾌한 감각은 그대로였지만 하는 행동은 단순하게 느껴졌다. 김호련의 이미지 옆으로 레노바의 여성이 그려진다. 머릿속은 자연스레 두 사람을 비교한다.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관계가 있는 걸까.

 

 스마트폰의 메시지 착신음에 그녀의 생각이 깨졌다. 그녀는 휴대폰을 켰다. 번호를 확인한 그녀의 눈이 크게 떠지며 시야가 어두워졌다. 멍해진 머릿속을 잘라내듯 움직인 손가락이 액정에 닿았다. 액정을 가득 채운 문자메시지를 쫓듯 시야가 밝게 돌아왔다.

 

 ‘오늘 누나가 다니는 학교에 들렸었어. 시간도 별로 없었고 수업 중이라 만나러 가지는 못했어. 대신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시설 괜찮더라? 화장실도 깨끗하고 중학교에 비해 동아리도 많고. 우연히 수업 땡땡이 쳤던 3학년 누나를 만났는데 짐들을 옮기고 있더라고. 조금 도와줬지.

 동아리 실 하나를 꾸미고 있던데 도서부 같은 활동을 하려는 모양이야. 오래된 책이 많더라고.‘

 

 그녀는 곧바로 문자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어지는 신호음이 중간 중간 끊어질 때마다 목이 마르고 속이 울렁였다. 신호음이 끊어지고 음성 메시지로 넘어가자 그녀는 화장실에 뛰어가 헛구역질을 했다. 간신히 속이 가라앉고 화장실을 나온 그녀의 왼손에는 삐 소리를 내는 휴대폰이 꽉 쥐여져 있었다. 그녀는 방을 수 바퀴 돌다가 집을 나섰다.

 

 머릿속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녀는 걸었다. 걷고, 걷고. 자신이 어디 있었는지는 상관없었다. 눈물에 가려진 시야에 저녁의 가로등이 눈이 부셨다. 생각이 돌아왔을 때 그녀는 자신의 목이 잠겨있고 온 얼굴이 눈물범벅임을 인식했다.

 

 고개를 숙여 티셔츠로 눈물을 닦아내자 발밑으로 화강암 타일로 된 보도블록이 보였다. 정면을 바라보자 좌측에는 호숫가, 우측에는 벤치와 그 옆에 전원이 들어온 음료수 판매기가 있었다. 그녀는 판매기에 다가갔다. 따뜻한 음료 표기가 들어있는 음료를 확인하자 몸에 힘이 풀리며 속이 사늘해졌다. 그제야 힘이 풀린 그녀는 왼손에 있던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벤치에 앉아 뜨거운 코코아를 마시자 목구멍을 넘어간 음료가 배를 가득 채우며 울렁이는 속을 풀렸다. 그녀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있는 곳은 집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공원이다. 호수를 따라 놓인 가로등이 꺼진 것으로 볼 때 이미 이곳의 입장시간은 지난 듯 그녀 이외의 사람은 없다.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는 기억에 없다. 아마 어딘가에 있는 빈 구멍으로 들어왔겠지.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은 미동도 없다. 문자가 왔던 번호는 분명 유영의 것이다. 3개월 전부터 집에 쪽지를 놔두던 사람이 그 애였나? 그럼 왜 지금은 오지 않지? 왜 얼굴을 비추지 않지? 왜 전화는 받지 않는 거지?

 

 생각이 막히자 그녀는 빈 코코아 캔을 버리고 새로 코코아를 하나 뽑았다. 다시 문자 메시지를 확인할 용기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문자의 내용은 그녀에게 목적을 부여했다. 그녀는 빈 캔을 쓰레기통에 던졌다. 교내의 동아리 실, 새로 준비 중인 곳들을 확인해 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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