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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구슬
작가 : 키라이스트
작품등록일 : 2017.6.6

어느 날 공주가 죽었습니다.
왕자는 공주의 시신을 붙잡고는 그 안을 절규로 가득 채웠습니다.

절규를 들은 저승의 여인은 지상에 입을 벌렸습니다.
배를 가득 채운 그녀는 왕자에게 속삭였습니다.
공주의 죽음이 절망스럽다면 그걸 뒤집어 봅시다.

폐기된 공사현장에서 여학생이 철봉에 꽂힌 채로 발견된다. 주변에 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은 시신의 얼굴은 만족한 듯 편안하다. 자살로 판명된 시신에게 영력이 사용되었음을 알게 된 테인은 그 주변의 조사를 시작하고, 아들인 김호련은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서영과 같은 학교에 진학한다.

 
면담, 미행 (1)
작성일 : 17-07-29 20:08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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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인은 시선을 김하인에게 되돌리고 시력을 높였다. 방금 전보다 높아진 시력이 김하윤을 넘어 교실 앞문까지의 모습이 시야에 집어넣었다. 5분 정도가 지나자 교실 앞문 쪽에 김진근이 나타나 김하윤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바라보는 그의 행동을 알아차린 몇몇 학생들이 김진근의 시선을 쫓아 두 사람을 번갈아보았고 한 남학생이 김하윤의 팔을 건드리며 김진근을 가리켰다. 그를 바라본 김하윤은 불만스러운 듯 입가를 아래로 늘어뜨린 채 시선을 마주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나섰다.

 

 테인은 카페 식사를 계산하고는 가게를 나섰다. 차로 돌아가 시동을 걸자 학교 정문을 빠져나가는 검은 마티즈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단지 입구를 빠져나와 그 뒤를 쫓았다.

 

 

 

 호련은 복도 끝으로 이동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내려가자 바로 옆에 독서실이라 붙은 낡은 문패가 들어왔다. 그가 다니는 학교는 대부분이 리모델링을 끝냈지만 30년이 넘는 역사를 증명하려는 듯 도서실이라고 쓰인 낡은 명패와 문은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다.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입구부터 학생들로 웅성거렸다. 호련은 만화책이나 얇은 소설을 읽는 학생들을 지나 두꺼운 책들이 위치한 도서실 뒤편의 서가 쪽으로 이동했다. 300p가 넘는 책들이 꽂인 책장을 넘어서자 벽을 지나친 듯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그는 서가 뒤편에 위치한 창문가 쪽으로 이동했다.

 

 수 개의 책장을 더 지나치고 유리창을 따라 놓인 책상들 쪽에 다가서자 웅성거림이 사라진 귀에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들렸다. 책상에 앉은 학생들을 흩어보는 그의 시선이 모퉁이 자리에 닿자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기억에 익숙한 자리에 이서영이 앉아있었다.

 

 호련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어깨를 두들겼다. 400p는 될 법한 두께의 책이 덮이며 서영의 고개가 돌아와 시선을 마주했다. 가늘게 뜬 눈동자 안의 멍한 시선을 마주한 그의 숨이 잠시 멈췄다. 초점이 없는 눈 안으로 엿보이는 절망에 불타는 콘크리트와 그 위에 서 있는 여성이 떠올랐다. 목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야?”

 서영의 일그러진 눈동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숨이 밖으로 새어나왔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담임선생님이 널 부르셔서 알려주러 왔어.”

 서영은 상체를 뒤로 뺐다. 그녀의 입가가 비틀어진다.

 “무슨 일인데?”

 “간단한 상담이야. 진로에 관해서도 조금씩, 고등학생이 돼서 불편한 부분이나 다짐 같은 것도. 다른 학생들은 너나 내가 전학 오기 전에 모두 했었데.”

 “너는 안 해?”

 불쾌함이 담긴 메마른 말에 방금 전 김현수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그는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은 채 대화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나는 방금 전에 끝내고 왔어. 곧바로 널 부르러 온 거야.”

 서영의 눈동자가 그를 살피듯 좌우로 움직였다. 그녀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너 얼굴이 왜 그래? 뭐 이상한 말 들었어?”

 “아니, 아무것도. 어서 가봐. 기다리시겠다.”

 

 이상한 말은 내가 했지. 그는 말을 삼키며 서영에게 답했고 그녀는 그가 지나온 책장 속으로 들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호련은 서영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자 머릿속이 지끈거리며 떠올리다말았던 과거 일이 올라왔다. 김현수에게 들었던 말은 추측이었지만 분명 의심이 담겨 있었다.

 

  그의 입이 무겁기를 비는 그의 시선에 서영이 읽던 책이 들어왔다. 덮는 과정에서 접혔는지 책 중간 정도에 5페이지 정도가 구겨져 뭉쳐 접혀있었다. 그는 접힌 페이지를 펼쳐 책을 읽어 내려가던 호련의 눈이 3/2지점에서 멈췄다.

 

 ‘그녀는 제인이 아니길 간절히 바랬다. 살이 타는 역한 냄새에 시야가 돌아왔다. 먼지가 된 검은 피부가 얼굴에 닿았고 시신은 무릎을 꿇었다. 암갈색이 무너졌다.’

 

 표지에서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가 이전에 읽었던 소설이다. 그로테스크한 시신이 이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인물들과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범인의 트라우마를 써낸 장편의 소설. 이전에 읽을 때와는 다른 시선으로 다가왔다. 페이지의 중간이 다른 페이지들과는 달리 짓눌려있다. 타는 시신을 묘사하는 것은 넘어갈 수 없다.

 

 호련의 눈동자 속에서 물감이 퍼지듯 붉은 연기가 눈동자를 채워나갔다. 시야는 이내 붉게 물들었고 펼쳐진 두 페이지 사이에 닿았던 지문들이 다양한 색을 띄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떤 지문도 책장 사이를 짓누른 초록색 지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는 책을 내려놓고 책상에서 일어나 책장 사이로 들어갔다. 책장에 꽂힌 책들을 살피는 그의 손에 초록색 지문이 찍힌 책이 들렸고 다시 책장을 나왔을 때는 4권을 채웠다. 그는 자리로 돌아와 책의 양쪽 끝을 한손으로 잡은 채로 휘었다가 가장 앞장을 놓았다.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갔고 초록색 지문이 가득 묻은 페이지에서 손을 멈췄다. 화제가 난 집안에 갇힌 사람이 진열장에 손을 뻗으며 비밀을 고백하는 장면이 있었다.

 

 

 

 10여분 즈음 달리던 마티즈 차량은 주택가 안쪽으로 차를 돌려 그 안에 있는 파스타 집에 멈췄다. 유리벽으로 된 가게 내부는 주방을 기준으로 테이블들이 ㄷ자 형태로 둘러싸듯 배치되어 있었다.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두 테이블 밖에 없는 가게 안으로 두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테인은 차가 들키지 않도록 근처 공터에 세워두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보다 빈 테이블이 많은 가게에서 구석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은 곧바로 시야에 들어왔다. 테인은 주방을 끼고 반대편으로 돌아가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에 앉았다. 점원이 다가와 메뉴판을 내밀었고 그는 해산물이 들어간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테인은 눈을 감고 조심스럽게 청력을 높였다. 가게 손님들의 목소리가 또렷해지고 주방 안의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선명해진다. 그는 그 안에서 40대 중반 정도의 목소리를 잡아냈다.

 

 ‘힘든 일은 없니?’, ‘중학교 친구들은 어렵지 않아?’ 김가인의 질문은 이어졌지만 그에 답하는 김하인의 목소리는 없다. 주방 안쪽에서 구두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자 두 개의 쟁반을 든 종업원이 그들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시 눈을 감자 질문뿐이었던 대화소리를 접시를 긁는 포크소리가 차지했다.

 

 곧바로 그에게 다가오는 구두소리가 들렸다. 주문한 음식이 테이블 위에 놓여졌고 그는 눈을 떴다. 산처럼 말린 나폴리탄 위에 구운 새우 두 마리가 놓여있었다. 그는 눈을 뜬 채로 스파게티를 입안에 넣었다. 소리에 집중한 탓인지 혀에 닿는 양파와 토마토 향이 진하게 느껴졌다.

 

 식사를 시작한 지 5분 정도가 지나자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렸다. 김가인과 김하인이 시야를 가렸던 주방의 가림막을 나와 계산대로 향했다. 테인은 냅킨으로 입을 닦아냈고, 그들이 가게를 나서자 곧바로 계산대로 달려가 계산을 끝냈다. 차를 세워 둔 공터로 돌아가 시동을 걸고 가게로 돌아오자 막 주택 단지를 벗어나는 마티즈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액셀을 밟으며 그들의 뒤를 쫓았다.

 

 “동아리를, 요?”

 “그래, 너는 학원도 야자도 안하잖니. 그러니 그쪽으로 활동을 하면 좋겠다 싶어서. 나도 네 학적부에 한 줄이라도 더 써줄 수 있고.”

 

 김현수와 마주앉은 서영은 그가 말한 제안에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말에 악의가 없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정을 알고 있음에도 이런 식으로 말의 의도를 돌려 듣는 것은 속이 끓는다. 그녀는 불쾌한 속을 억누르며 그에게 물었다.

 

 “제가 싫어할 거라는 건 알고 계시죠?”

 “알아.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제안이야. 네 성적을 고려하면 희망 대학에 진학하는 건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만일에 대비해 학적부에 한 줄이라도 있는 편이 낫거든.”

 “그렇다면 자격증을 공부할게요.”

 

 김현수의 입술 끝이 살짝 흔들렸다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쪽이 편하다면 그렇게 하렴. 하지만 동아리 모집기간은 이번 주로 끝이니 한번 둘러보기라도 해줘. 생각이 변할지도 모르니까. 아직 학기 초고 급할 건 없으니 서두르지 말아라.”

 “그럼 말씀 끝나신 걸로 알겠습니다. 그보다, 저랑 같은 날 전학 왔던 김호련이 여기에 왔었죠? 혹시 걔에게 뭔가 말씀하신 게 있으세요?”

 “널 불러오라는 말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왜?”

 “아뇨. 그저. 그 애는 조심해주세요.”

 

 김현수의 고개가 살짝 기울었다.

 “걔가 뭐라고 했니?”

 “아뇨. 그냥 기분이. 느낌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걱정 말거라. 내 입은 무거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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