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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전하, 아니 되옵니다
작가 : 아범
작품등록일 : 2017.7.17

이벤트 당첨으로 일등석에 탑승한 담월. 그곳에서 한 남자와 크게 다투고 만다. 결국,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그가 속삭인다. "두 번 다시 마주칠 일 없길 바라거라." 아니, 뭐 저런 싸가지가 다 있어?!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인연이 황궁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도망치려는 그녀와 잡으려는 그. 마침내 사로잡힌 그녀의 입에서 절망적인 신음이 터져나왔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담월의 데이트-1
작성일 : 17-07-29 17:37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4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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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현관 앞으로 휘가 모습을 드러냈다.

 말끔한 슈트 차림의 그를 찍기 위해 카메라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늘은 특별히 더 신경 쓴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 그 자체였다.

 

 "몇 시에 온다고 하더냐?"

 

 "1시라 하였사옵니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 재차 시간을 확인하는 휘였다.

 시계를 보니 곧 도착할 시간이었다.

 

 "직접 운전해서 온다고 하더냐?"

 

 "그런 말은 따로 없었사옵니다."

 

 택원의 말에 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그녀가 자신을 데리러 온다고 했다.

 데이트에 여자가 남자를 데리러 오겠다니.

 역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다.

 

 "슬슬 도착할 시간이 되지 않았느냐?"

 

 "아직 조금 남았사옵니다."

 

 휘의 재촉에 택원이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대답했다.

 저런 모습은 난생처음이었다.

 몇 번이고 시간을 확인하며 초조하게 기다리는 모습이 마치 발표 차례를 기다리는 어린아이 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동영상으로 찍어 남기고 싶은 모습이었다.

 두고두고 써먹을 데가 많을 자료였다.

 

 "크흠!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사람을 보내거라."

 

 채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휘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택원이 침착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직 시간이 남았사온데 조금 더 기다……."

 

 택원이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삼켰다.

 휘가 사납게 쏘아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가 사람을 보내려던 찰나였다.

 곁에서 대기하던 사람이 택원에게 뭔가를 급하게 보고했다.

 곧 택원이 휘를 향해 말했다.

 

 "전하, 도착하였다 하옵니다."

 

 "오, 그래?"

 

 그제야 휘가 안도의 눈빛을 하며 얼굴을 활짝 폈다.

 그가 두 눈을 빛내며 멀리 시선을 두었다.

 정말 저 멀리서 그녀가 뛰어오는 게 보였다.

 휘가 금세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그의 얼굴이 불안하게 일그러졌다.

 

 "어허, 저러다가 넘어지면 어쩌려고!"

 

 휘의 말처럼 그녀는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위태롭게 달려오고 있었다.

 다행히 그의 염려 덕분인지 그녀는 무사히 현관 앞에 도착했다.

 

 "하아, 하아! 전하! 하아, 안녕하세요!"

 

 거칠게 숨을 고르는 그녀의 이마 위로 송골송골 땀이 맺혀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뛰어온 것인지 상당히 숨이 찬 모습이었다.

 휘가 못마땅한 얼굴로 다짜고짜 입을 열었다.

 

 "늦었구나."

 

 "네?! 그럴 리가요?"

 

 담월이 급하게 시간을 확인했다.

 마침 딱 약속한 시각이었다.

 담월이 억울한 눈빛을 보내자 휘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크흠, 시간을 딱 맞춰서 오는 것도 매너가 아니니라."

 

 그의 말에 담월이 몰래 눈을 흘겼다.

 

 '이 남자가 시작부터!'

 

 담월이 애써 감정을 추슬렀다.

 갈 길이 먼데 벌써부터 기운을 뺄 수는 없었다.

 

 "우선 이것부터 드세요, 전하."

 

 다소 숨을 진정시킨 담월이 손에 든 것을 휘에게 쓱 내밀었다.

 그제야 그녀가 손에 무언가 들고 있다는 걸 확인한 휘였다.

 

 "이게 무엇이냐?"

 

 "어? 처음 보세요? 토스트잖아요?"

 

 담월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대답했다.

 휘가 종이컵에 든 토스트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서두르느라 점심을 못 먹어서요. 제꺼 사면서 전하 것도 같이 샀어요. 일단 간단하게 이거라도 먹으면서 가요."

 

 그녀의 말에 휘가 곧장 인상을 찌푸렸다.

 

 "일찍 일찍 준비를 할 것이지, 쯧쯧쯧. 안에 식사를 준비하라 이르거라."

 

 휘가 택원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담월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어? 아니에요! 전 이거면 돼요."

 

 "그 작은 걸 먹고 어찌 돌아다닌단 말이냐. 안에 들어가서 제대로 식사를 하거라."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이거면 충분해요."

 

 휘가 재차 권했지만 담월이 한사코 고집을 부렸다.

 그러자 휘가 한쪽 입꼬리를 쓱 올리며 나직이 말했다.

 

 "내숭 떨 거 없다. 내 이미 너의 식욕은 익히 알고 있으니."

 

 그의 말에 담월이 움찔했다.

 처음 그와 만났던 비행기 안에서 먹었던 기내식을 말하는 모양이다.

 하필이면 왜 지금 그 얘기를!

 담월이 금세 얼굴을 붉히며 그에게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

 

 "그, 그날은 특별한 날이라 모처럼 저도 무, 무리를 한 거거든요! 원래 그렇게 많이 안 먹어요!"

 

 "흠, 글쎄다. 워낙 엄청난 걸 목격한 터라 그 말을 그대로 믿어야 할지 모르겠구나."

 

 휘가 능청스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답했다.

 그런 휘를 향해 담월이 사정없이 눈을 흘겼다.

 

 "안 믿으셔도 어쩔 수 없어요. 어쨌든 전 이거 먹으면서 갈 거니깐."

 

 말을 마친 담월이 몸을 휙 돌리더니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곧장 뒤에서 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냐, 알았다. 그럼 여기서 먹고 가자."

 

 그의 말에 걸음을 멈춘 담월이 뒤를 돌아봤다.

 

 "그럴 시간 없어요. 그냥 먹으면서 가요, 전하."

 

 "아니, 그러다가 체하기라도 하면……."

 

 그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등을 돌려 걸어갔다.

 휘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하여튼 저 고집하고는!"

 

 그가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말없이 궁을 걸으며 토스트를 먹었다.

 담월이 슬쩍 휘를 쳐다보았다.

 뜻밖에 그는 군소리 없이 잘 먹었다.

 

 '좋은 것만 먹는 줄 알았더니 의외네.'

 

 그렇게 휘가 마지막 조각까지 입에 털어 넣는 걸 확인한 담월이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조용히 따르는 자신의 수행원들까지 살펴보는 모습에 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뭘 찾는 것이냐?"

 

 "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담월이 애써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 까닭을 금세 눈치챈 휘가 갑자기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내가 꽃이라도 준비했을 거라 생각하느냐?"

 

 자신의 말에 그녀의 몸이 크게 움찔했다.

 

 '역시! 기대한 모양이군.'

 

 휘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담월이 볼을 빨갛게 붉히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 그럴 리가요! 게다가 전 먹지도 못하는 꽃 같은 건 별로 좋아하지도 않거든요!"

 

 애써 태연한 척 말하는 그녀에게 휘가 능글거리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그녀가 금세 약이 오른 얼굴을 했다.

 

 '도무지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여자군.'

 

 휘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곧 두 사람이 궁을 빠져나왔다.

 담월이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나 그의 수행원들이 바짝 달라붙은 채 따라오고 있었다.

 순간 담월의 눈빛이 짓궂게 반짝였다.

 

 "전하, 뛰어요!"

 

 "음?!"

 

 휘가 뭐라 물어볼 틈도 없이 그녀가 그의 손을 덥석 잡더니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영문도 모른 채 휘가 그녀와 함께 달렸다.

 

 "왜, 왜 이러는 것이냐?"

 

 "먹었으니깐 운동도 할 겸 저분들 실력 테스트 좀 해보려고요."

 

 그녀의 말에 휘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수행원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부리나케 쫓아오고 있었다.

 때마침 아슬아슬하게 깜빡거리는 신호등을 두 사람이 간신히 건넜다.

 뒤따르던 수행원들은 신호에 딱 걸려 금세 우왕좌왕했다.

 슬쩍 뒤를 돌아본 담월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것으로 그날의 복수 완료!'

 

 신호를 통제하느라 정신이 없는 휘의 수행원들.

 자신들이 지난번 미소의 뽀뽀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죄명을 뒤집어쓴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곧 흡족한 그녀를 향해 휘의 질문이 날아들었다.

 

 "도대체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이냐?"

 

 "지하철역이요."

 

 "뭐라?"

 

 "왜요? 지하철 타면 안 돼요?"

 

 휘가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두 사람이 지하철역으로 뛰어들어갔다.

 담월이 미리 준비한 승차권을 휘에게 건넸다.

 

 "전하, 혹시 이거 사용할 줄 아세요?"

 

 "날 어찌 보는 것이냐! 당연히 알다마다!"

 

 별것도 아닌 일에 발끈하기는!

 담월이 서둘러 게이트를 통과하자 휘가 능숙하게 뒤를 따랐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막 계단을 내려가려던 순간이었다.

 어느새 따라붙은 휘의 수행원들이 두 사람의 주변을 완전히 에워쌌다.

 

 순식간에 포위당한 담월이 놀란 얼굴을 했다.

 이렇게 빨리 따라잡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수행원들 틈에서 택원이 나타났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다."

 

 휘가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택원의 시선이 곧장 담월에게 향했다.

 

 "담월 양. 어찌 그렇게 뛰어가신 겁니까?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셨던 겁니까?"

 

 "네?! 아, 그게……."

 

 택원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묻자 담월이 금세 곤란한 얼굴을 했다.

 마땅히 둘러댈 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였다.

 

 "내가 뛰자고 한 것이다."

 

 갑자기 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택원뿐만 아니라 담월까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아니, 왜 갑자기……."

 

 "소, 소화 좀 시키려고 그랬다."

 

 택원의 물음에 휘가 그답지 않게 말까지 더듬으며 대답했다.

 3살 꼬마도 속이지 못할 만큼 그의 거짓말 솜씨는 형편없었다.

 보다 못한 담월이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속삭였다.

 

 "아니, 그렇게 빤히 보이게 거짓말을 하면 어떡해요!"

 

 그녀의 윽박에 휘가 금세 난처한 얼굴을 했다.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던 택원이 미어지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허리를 굽혔다.

 

 "알겠사옵니다. 그럼, 소인들은 이만 물러나겠사옵니다."

 

 그가 수행원들과 함께 두 사람에게서 멀찍이 물러섰다.

 담월이 그들을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곧 지하철이 도착하자 두 사람이 나란히 올라탔다.

 

 그렇게 두 사람의 데이트가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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