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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거울의 도시
작가 : 홀로가는길
작품등록일 : 2017.7.27

에펜슐렌 대륙 중부에 위치하는 국가 브리티아에서는 에드워드 왕태자가 그의 아버지인 클레이안 왕을 시해함으로써 반역자로 간주되어 실각하였다. 그에 따라 빈 왕좌와 주인을 잃은 왕관은 자연스럽게 왕의 둘째 아들이자 왕태자의 이복동생 에렌 왕자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것 일뿐, 에렌 왕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의 모후가 되는 헤스데아가 섭정후로 등극하였고, 브리티아는 그녀의 통치 아래 놓이게 된다.

에렌은 자신의 의지 하에 선택을 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의 인생을 재단하는 것은 늘 그의 어머니 헤스데아 섭정후였다. 거짓 왕의 자리에 앉아 어머니와 그에 관련된 신하들 사이에서 놀아나는 것에 분노를 느끼던 나날 중, 우연히 카드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카드는 이복형이자 실각한 에드워드 왕태자에게 자신이 그려줬던 카드였다. 이 카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왕태자와 자신뿐이었다.
평소 시해 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던 에렌은 이 카드의 끝에 닿으면 왕태자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뒤를 쫓는다. 하지만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일에만 자꾸 휘말리는데…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 것인가?

 
#7
작성일 : 17-07-29 16:48     조회 : 268     추천 : 4     분량 : 7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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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연한 봄은 아니라 아침과 밤에는 춥다고 느낄만한 날씨이지만 낮에는 제법 햇살이 비춰 따뜻했다. 그 따뜻한 봄의 빛을 받고자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커튼이 펄럭이며 방 안의 세 사람이 보였다. 소년처럼 보이는 두 사람에 비하면 한참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앞에서 책을 펴고 말하는 것을 보니 그는 지금 이 둘을 가르치는 중인 것 같았다.

 

 수업을 한 지 시간이 꽤 흘러 목소리가 약간은 쉰 것인지 아니면 원래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것인지 방에서는 그의 목소리만이 울렸다.

 

 “폐하, 현재 스텔라들의 기원에 대한 기록은 동맹왕국시대 훨씬 이전인 고대 시대의 석판과 벽화에서 나타납니다. 스텔라의 눈을 의미하는 자료들이 그 증거입니다. 아시다시피 스텔라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힘입니다. 정확히, 제일 중요한 것은 대기 중의 스텔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스텔라가 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시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그, 케인즈의 질문에 책만을 쳐다보고 있던 그의 제자이자 어린 왕, 에렌이 고개를 들었다.

 위로 치켜뜬 모양새라 그런 건지 올라간 눈매 때문인지 케인즈를 바라보는 에렌의 얼굴이 날카로워보였다.

 “예. 대기 중에 존재하는 ‘스텔’이라는 힘을 볼 수 있는 것이 일단 스텔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죠. 일단 그 힘이 보여야 쓰던지 말 던지 할 테니까요. 하지만 진정한 스텔라가 되기 위해서는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눈’도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예, 폐하. 그래서 그들은 스텔라들을 그림으로 표현할 때, 눈의 모양으로 표현하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스텔라들은 시각적인 부분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스텔의 힘을 보고 그걸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이나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사용한다거나 말이죠.“

 

 에렌은 케인즈가 뭔가 더 설명을 하려고 입을 막 열려고 할 때 무의미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예를 들면, 군사에 해당되는 스텔라의 경우에는 스텔 만을 인식할 수 있을 때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이 경우에는 칼이 되겠군요. 칼에 스텔을 씌어 사용하죠. 그 파급력은 개인의 갈고 닦은 역량에 따라 다르거나 아님 개인의 그릇에 따라 다르겠지요. 대기 중의 스텔을 얼마나 가져다 쓸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테니까 말이죠.

 여기에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눈’을 더 가진 스텔라는 칼의 성분을 파악하여 그 성분의 배열을 바꾸던가 재배치해서 다른 무기를 만들어 낼 테지요.“

 

 “예, 폐하. 스텔라들에 대한 의미를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럼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래서 기록이 존재하는 고대 시대 이후의 스텔라들은 신으로부터 힘을 부여받아 이 세상의 인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대리인의 역할이라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스텔라들의 대부분이 한 나라를 통치하는 왕 이라던가 아님 자신을 신의 대리인으로 칭하며 사람들을 이끌었습니다.

 물론 모든 스텔라들이 사람들 위에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군사, 제조, 건축, 행정, 법 등 다양한 분야에 많은 스텔라들이 종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 접해본 엄청난 힘은 특히 선택적으로 특정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 힘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야망과 욕망이 강하고 통제 불가능한 일부 스텔라들이 나라를 세우면서 수많은 전쟁을 낳았고, 이들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았고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것을 뺏지 않으면 안 되었고, 약한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밑으로 들어가야 했으며 대부분의 지출이 전쟁으로 소비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졌습니다.“

 

 케인즈가 앞서 말한 내용과 다른 것을 말하기 위해 한 숨을 끊어 얘기하려고 할 때였다. 에렌이 그 틈을 타 불쑥 말했다.

 “신이라 칭한 성인의 등장.”

 

 “예. 난세가 지속되면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영웅적 존재를 바라거나 아님 회피하여 속세를 벗어나거나 그것도 아님 결국엔 포기하여 속세를 떠나는 이가 생겨나는 건 당연한 거겠지요.

 그 때 그들의 소원을 이뤄 줄 존재들이 등장했습니다. 폐하께서 말씀하신 8인의 성인…“

 

 “물의 아레츠, 불의 카노, 바람의 헤이나, 얼음의 스테히아, 빛의 플레이라, 철의 앵그웬, 공간의 이클레인 , 약속의 로웬.”

 

 “그 8인은 신으로부터 힘을 부여받았다 스스로를 칭하며 대륙의 국가들을 평정시켰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신의 대리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스텔의 힘을 벗어나 설명할 수 없는 그들만의 독자적인 힘을 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평정을 한 후, 그들이 제일 먼저 한 것은 왕들을 한 곳으로 불러들였지요. 그들의 지역…”

 

 “현재 신의 도시 레테나퀴스라 칭하는 그 지역으로.”

 

 “그렇게 불려간 왕들은 약속의 로웬 아래 마리로트의 서약서를 작성했습니다.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동맹왕국 이전 시대부터 내려온 마리로트의 서약서. 거기에 적는 모든 내용들은 이뤄주는 서류 같은 존재. 현재에도 내려오고 있는 서약서.

 그 서약서에 적을 수 있는 사람은 신에게 선택받은 신실한 신관들뿐. 그들은 신의 도시 레테나퀴스에서 파견되어 그 서약서를 관리. 왕도, 귀족도, 그 누구도 거기 적는다고 그 일이 일어나지 않지. 나라 간 조약도 아마 이 서약서에 적었을 테지. 각 나라 별로 마리로트의 서약서를 가지고 있으니까. 이 서약을 위반했을 시, 저주를 받게 될 것이라는 무서운 서약서이지.“

 

 “예, 그들은 2가지 조항에 서명을 했습니다.

 첫 번째, 스텔라들을 관리할 권리를 레테나퀴스에 부여할 것.

 두 번째, 그들 왕가의 성이 바뀌지 않는 이상, 자발적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

 

 서명 후, 대륙 내 전체 왕가의 성이 바뀌기 까지 약 800년이 흘렀고, 하지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 심리인지라 동맹왕국시대가 시작되었지요.

 물론 동맹왕국시대까지 가기 전에 쿠데타나 내전으로 왕가의 성이 먼저 바뀐 나라에서 전쟁을 걸어오기도 했지만 그건 서약서에 포함된 사항이 아니니 합당한 사유 조건 하에 전쟁을 치루기도 했지요.“

 

 에렌은 케인즈의 말이 끝나자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 당시에 획득한 스텔라들을 관리할 권리로 지금까지 뻣뻣하고 뻔뻔하고 당당한 나라 하나가 탄생했지요. 신의 도시 레테나퀴스.”

 

 “…”

 

 “아,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겁니까? 레테나퀴스가 지금까지 스텔라들의 횡포로부터 지켜줬다 믿는 광신도들의 표적이 될까 부들부들 떨어야 하는 건가요 아님 멈출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같이 변해버린 레테나퀴스의 위치와 마음가짐을 탓해야 하는 건가요 아님 앞을 내다보지 않은 약속의 로웬 잘못입니까.”

 

 에렌은 무표정한 케인즈의 얼굴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하지만 사제들이 스텔을 쓰지 않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을 쓰니 성인들에게 그 힘을 부여받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뭐 그들이 대륙을 수호하고 있다고 얘기할 만합니다. 일단 성인들의 선택을 받았으니 말이죠.”

 

 에렌은 케인즈를 보며 말했다.

 “레테나퀴스 뿐만이 아니라 여기도 목을 길게 내빼고 접을 줄 모르는 것들이 널렸지요.”

 

 “…”

 

 “그래도 경께서는 필요할 때는 굽히시더군요.”

 케인즈는 에렌이 말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잃어버린 도시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에렌의 형이자 실각한 왕태자인 에드워드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렉스 공작의 편에 서서 심판대 위에 오른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폐하, 제가 모셨던 분은 전 클레이안 폐하의 형님이신 니콜라이 전하이십니다. 그 분을 모신 것이 아닙니다. 제가 충성을 보이고 받쳐야 할 분은 오직 니콜라이 전하뿐이십니다. 그러니 저는 브리티아의 신하된 도리로서 정의를 바로세운 것뿐입니다.”

 

 에렌은 그의 말에 속으로 분노를 삭이며 그를 고요하게 쳐다보았다.

 문득 에렌은 그가 자그마한 보석함 같은 상자를 가지고 에드워드를 방문했던 것을 생각이 났다.

 

 - ‘전하, 드디어 찾았…

 케인즈는 에렌과 같이 있던 에드워드 방에 벌컥 들어왔다. 에렌은 그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그가 안고 온 소식을 에드워드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그의 품에는 직사각형의 작은 상자가 있었다.

 

 에렌은 케인즈가 옆구리에 끼고 있던 단지를 쳐다보다가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는 숨을 바삐 헐떡이는 바람에 열린 입을 급히 닫아 곧은 입매로 만들었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에렌에게 예를 갖췄다.

 

 이 모습이 마치 아랫사람의 예의로 윗사람을 뵐 때, 평정심을 유지하여 예를 갖추는 것처럼 보였지만 에렌은 알고 있었다. 에드워드의 측근들은 자신이 그들의 주군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탐탁치 않아한다는 것을.

 

 지금도 말을 이으려다 끊은 이유는 자신이 여기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어머니인 헤스데아에게 정보가 새어나갈까 그가 있을 때는 에드워드의 측근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은 이제는 익숙해진 일이었다.

 

 케인즈의 경우에는 아무 감정도 담지 않고 그를 대했지만, 알렉세이 같은 경우에는 최대한 감정을 숨겨보려 하지만 그런 일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 에렌을 꺼려하는 것이 은연중에 묻어나왔다.

 

 - 전하, 두 분이 같이 시간을 보내시는데 갑자기 끼어들어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 제가 너무 마음만 급하여 예를 져버린 거 같습니다. 편하실 때, 아무 때나 다시 불러주십시오.

 

 케인즈의 말에 에렌은 에드워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에렌이 그린 그림을 보며 다른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의 형은 고민하는 것이 분명했다. 알렉세이면 몰라도 케인즈가 저렇게 급하게 올 정도면 꽤나 중요한 사항일 테니 말이다.

 

 에렌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 전하, 저도 이만 가 봐야할 거 같습니다.

 

 에드워드는 에렌의 말에 약간은 놀랐지만 곧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 밖에 켈렌이 있으니 그 아이가 데려다 줄 것이다.

 

 - 예, 전하.

 에렌은 그리 말하며 에드워드에게 인사를 하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 근처에 있던 케인즈가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을 받으며 그를 지나쳐갔다. 문이 열리고, 에렌이 방을 나오자 다시 닫히려 할 때 호기심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닫혀지려는 문 사이로 케인즈는 에드워드에게 그 보석함 같은 상자를 내밀었고 에드워드는 약간 어두운 듯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았다. 에드워드가 상자에 8자의 모양으로 되어 있는 고리를 여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문이 닫혔다.

 

 그 상자는 어디로 갔을까?

 

 에렌은 떠오르던 기억을 더듬던 중에 갑자기 그 단지의 행방으로 생각의 방향이 틀어졌다. 케인즈의 손에 다시 돌아갔을까 아님 에드워드의 손에 있다가 공중으로 떠 버렸을까 아님 제3자의 손에 들어갔을까.

 

 “폐하, 『고대의 유물 – 브리티아』 에 있는 내용을 정리하여 서면형식으로 제출하시는 것으로 숙제를 내드렸는데… 제가 아무리 찾아봐도 없군요. 혹시 안 하셨습니까?”

 

 에렌은 갑자기 현실로 불러오는 케인즈의 목소리에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

 

 케인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폐하, 모든 수업을 다 마음에 안 드셔 하시지만 유독 제 수업을 싫어하시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

 

 “하지만 폐하의 잘못된 행동은 켈렌이 다 책임을 져야 하시는 거 알고 계시잖습니까. 아랫사람도 생각하셔야죠.”

 

 케인즈는 에렌의 옆에 있던 켈렌을 자신의 옆으로 불렀다.

 “켈렌, 이리 오거라.”

 

 켈렌은 케인즈가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알았다. 그것이 그가 맡은 업무 중 하나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거부하지 않고 케인즈의 옆으로 가서 섰다.

 

 “손을 내밀어라.”

 

 켈렌이 손을 내밀자 케인즈는 나뭇가지 여러 개를 모아 묶어 만든 것처럼 보이는 막대기를 높이 들어 켈렌의 손을 향해 내리쳤다.

 뭉툭한 소리와 함께 켈렌의 손과 나뭇가지가 접촉했다. 켈렌은 익숙한 듯, 묵묵한 표정으로 그 아픔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케인즈는 현재 나이가 지긋한 학자이지만 젊었을 적에는 한 때 검을 만졌던 자 였기 때문에 켈렌의 손을 내려치면서 휙휙 나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형식적으로는 켈렌이 에렌에게 있어서 아랫사람이긴 하지만 어렸을 때 왕궁 내 또래가 켈렌 밖에 없었기 때문에 함께 뛰놀던 친구이기도 했다.

 켈렌은 에렌의 친구가 될 자격 조건을 모두 갖춘 또래라고 할 수 있었다.

 

 첫째, 에렌과 놀아줄 체력이 되는 것과 에렌이 무슨 짓을 해도 살아남을 만한 능력.

 둘째, 넘어뜨리고 때리고 기습 공격하고 골탕 먹이는 에렌에게 화를 내지 않고 꿋꿋이 버틸 수 있는 인성.

 셋째, 자주 도망가고 숨는 에렌을 찾아오거나 회수해 올 능력.

 이 모든 게 켈렌이 에렌의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무방했다.

 물론 켈렌이 워낙 단단한 돌 같은 성격이라 같이 놀기 에는 재미가 없었겠지만 나이에 비해 철이 없고 거침없이 말하며 장난이 심했던 어린 에렌에게는 그만한 친구도 없었다.

 

 에렌에게는 그런 켈렌이 꽤나 애틋할 텐데, 자신 때문에 그에게 가해지는 체벌을 보고도 날선 눈빛으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쳐다보았다.

 케인즈도 베르챠인 가문의 사람으로서 자신이 맡은 의무와 책임을 다하여 막대를 휘둘렀다. 켈렌의 손은 본연의 색깔을 잃어갔고, 모르는 이가 보면 위태위태해 보이건만 아무도 이 상황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그 때 케인즈가 휘두르던 막대를 멈췄다.

 “폐하께선 제가 과거에 베르챠인 가문으로서 같은 아이를 때리는 것으로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려고 하셨겠지만 전 더 이상 베르챠인의 성을 따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약속도 지키지 못하시는 폐하를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스승의 의무입니다. 부디 깨달음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켈렌, 손 말고 다른 곳에 벌을 받아야 할 거 같구나.”

 

 켈렌은 에인즈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눈에는 속상해하거나 미움, 서러움이라는 그런 격한 감정은 담겨있지 않았고 처음 손을 내밀 때처럼 평온해 보였다.

 케인즈가 그런 켈렌을 보고 뭐라 말 하려고 입을 뗄 때 누군가 방을 두드렸다.

 

 방 안의 세 사람은 갑자기 들어온 시종을 쳐다보았다. 시종은 자신보다 높은 신분의 두 사람이 동시에 쳐다보았는데도 주눅 들지 않고 제 할 일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폐하, 수업 중 갑자기 찾아뵈어 흐름을 깬 것에 대해 사죄의 말을 올립니다.”

 

 시종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헤스데아 섭정후께서 폐하를 찾으십니다.”

 

 시종의 말에 에렌은 케인즈를 쳐다보았다. 케인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폐하,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숙제는 저번과 같습니다. 해 오실 때까지 계속 내드릴 것이며 이에 대한 벌은 변하지 않습니다.”

 

 에렌은 케인즈의 말에 얼굴을 확 찌푸리며 홱 하고 등을 돌려 시종이 잡고 있는 문으로 향했다. 켈렌도 에렌을 따라 나가기 위해 쫓아가려고 할 때였다.

 

 “켈렌, 얘야.”

 

 켈렌은 케인즈의 목소리에 뒤돌아보았다.

 “힘들 지는 않느냐.”

 

 “괜찮습니다.”

 

 “…”

 켈렌은 에렌을 쫓아가야 해서 빠르게 말한 것인지 아니면 힘들어도 그저 버텨내는 수밖에 없어서 속으로 되놰 입에 붙어버린 말이라 빠르게 말한 것인지 케인즈는 알 수 없었다.

 켈렌은 그가 무슨 질문을 해도 절대로 진심을 말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이 아이의 마음 모양이 그저 제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무형의 존재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 아이 뿐만이 아니라 베르챠인 가문의 사람이라면(알렉세이 같은 별종은 제외하고) 자신의 마음이 어떤 모양인지 그 자신만이 알 것이었다. 남들이 보기에 그들이 완벽한 도형의 형태로 이루어진 마음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가진 진실된 마음의 모양은 그것을 제외한 모든 문양일 것이므로.

 

 켈렌은 말없이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케인즈가 의아해서 미세하게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다, 가거라. 가서 넌 네 할 일을 하거라.”

 

 켈렌은 케인즈에게 인사를 하고 빠르게 에렌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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