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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실연 다이어트
작가 : 도진
작품등록일 : 2017.7.27

사랑하는 여자친구의 살을 빼기 위해 거짓 이별을 하는 한 남자 이야기

 
6. 실연 다이어트
작성일 : 17-07-29 16:22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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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이 작다.

 

 어떻게 입어 보려고 유니폼에 몸을 끼워 보지만 머리만 들어갈 뿐 더이상은 무리였다.

 

 20분이 지나도 내가 나오지 않자 수호가 데리러 왔다.

 

 “누나 아직 멀었어요?”

 

 “좀 큰 사이즈 없어요?”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이 뭔지 깨달은 수호가 남자 유니폼을 들고 온다. 문을 살짝 열어 미나에게 건네 주었다.

 

 라인이 없어 여성미는 없었지만 남자 사이즈라 넉넉하고 편안했다.

 

 의자에 살포시 접어져 있는 여자 유니폼을 들어 본다.

 

 나에게 아동복처럼 작아 보였다. 이런 몸매의 여자도 존재하다니 나에게는 꿈같은 일이였다.

 

 "이제 일하러 가 볼까?"

 

 다행히 손님들은 썰물처럼 이미 빠져 나가고 없었다.

 

 잘생긴 종업원 두 명만 체력이 바닥이 난 채 탁자에 쓰러지다시피 엎드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같이 일하게 된 서미나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미나의 군대식 인사에 수호와 찬희가 킥킥 웃었다.

 

 "누나 여기 군대 아니예요"

 

 눈웃음이 예쁜 수호가 말했다.

 

 "우리는 그냥 누나라고 부를 테니깐 누나는 우리를 그냥 편한 동생처럼 이름 불러요"

 

 털털한 수호의 모습에 이제야 마음이 놓인 그녀였다.

 

 사실 아랫사람이 나이가 많으면 윗사람으로써 시키기도 불편하다. 그런데 수호는 내 마음을 아는지 편하게 대해 주었다.

 

 그녀는 먼저 카페 청소부터 시작했다.

 

 뭐를 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그때는 몰랐다.

 

 그때 사장실 문이 열리고 우영이 나왔다.

 

 올 블랙에 검은색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멋스럽게 잘 어울렸다.

 

 미나의 눈에는 이미 하트가 뿅뿅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정신 줄 놓기 전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여기는 회사야 일만 하자 일만!'

 

 그녀는 커피숍 곳곳을 돌아 다니며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먼지라는 먼지는 다 없앨 작정이었다.

 

 그때 유리문이 열리고 준혁이 들어왔다. 아침부터 수술이 있었는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 지금 당이 필요해"

 

 우영이 카라멜 마끼야또 한 잔을 앞에 내려 놓자 준혁이 커피잔을 들어 향을 맡는다.

 

 달콤한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한 모금 마시자 온몸의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지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사장님! 화장실 청소 다 했는데요"

 

 울렁찬 여자 목소리에 놀란 준혁이 재빨리 눈을 뜬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왠지 낯이 익은 여자가 서 있었다.

 

 저여자는....그 여잔데........

 

 준혁이 우영이 쳐다보며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 여자가 왜 여기에 있어?"

 

 "나도 몰라?"

 

 우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준혁은 커피를 마시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미나에게로 다가간다.

 

 "저 몰라요?"

 

 웬 작업멘트?

 

 미나는 이내 준혁을 지나쳐 쓰레기를 버리려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천하의 신준혁이 차이다니..."

 

 우영이 놀리고 있었다. 덩달아 옆에 있던 수호와 찬희도 피씩 웃는다.

 

 "우리 누나 멋있네! 천하의 바람둥이를 어떻게 알아보고 축구공처럼 뻥 차다니..."

 

 준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수호를 쳐다 본다.

 

 수호는 일부러 커피잔을 매 만지며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준혁은 처음으로 여자한테 무시를 당하자 분한 마음을 애꿏은 수호한테 화풀이 하고 있었다.

 

 미나가 들어오자 수호와 찬희가 엄지 손가락을 번쩍 들었다. 그녀는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수호와 찬희에게 해맑게 웃어 준다.

 

 벽시계를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미나의 뱃속에서는 이미 거지들이 대모를 하고 있었다. 아침으로 사과 하나 밖에 안 먹은 그녀였다.

 

 “미나씨! 점심 뭐 먹을래요?”

 

 “아무거나”

 

 “메뉴에는 아무거나는 없는데”

 

 우영의 개그에 수호와 찬희가 썰렁하다며 핀잔을 줬지만 미나는 그마저도 멋있어 보였다.

 

 한마디로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었다.

 

 그녀는 유니폼에 가디건만 살짝 걸치고 우영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덤으로 준혁도 같이 갔다. 내가 멀리 떨어져 걷자 우영이 다가온다.

 

 "아직도 내가 서먹해요? 그게 아니면 같이 걸어요 마치 모르는 사람 같잖아요"

 

 준호랑 걸을 때 언제나 나는 뒤에서 걸었다. 왠지 그래야만 될 것 같았다.

 

 우리는 연인 사이였지만 모르는 사람처럼 걸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준호랑 나란히 손을 잡고 걷던 날.....

 

 길거리에서 준호와 아는 사람을 만났다. 준호에게 누구냐고 묻자 그는 나를 여자 친구라는 말 대신 사촌 여동생이라고 말했다.

 

 내가 풀이 죽어 있자 회사 내 싱글로 알고 있는데 여자 친구가 있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곤란하다는게 그의 변명이었다.

 

 이제는 그게 습관이 되어 버렸나 보다.

 

 우리는 가까운 돼지국밥 집으로 갔다.

 

 사실 미나는 돼지국밥도 좋아했지만 지금은 돈까스가 먹고 싶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자신보다 남이 먼저였다.

 

 자리에 앉자 주인아저씨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국밥 세 그릇과 돼지 수육을 놓고 가신다.

 

 우영과 준혁은 밥을 반공기만 국밥에 넣고 말았다.

 

 미나는 남자 앞에서 돼지처럼 먹으며 안 된다는 생각에 배가 고팠지만 미나 역시 반공기만 국밥에 넣고 말았다.

 

 우영에게 돼지처럼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집에 가서 밥통에 있는 밥을 다 먹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은 자제를 해야 했다. 나도 여자란 말이다.

 

 “미나씨! 그거 밖에 안 먹어요 보기에는 많이 먹을 것 같은데.....”

 

 준혁이 비아냥 거리며 말하자 미나가 눈을 흘겨 본다.

 

 여자의 매서운 눈빛에 준혁이 국밥에 코를 박으며 다시 먹기 시작했다.

 

 그녀가 계속 애꿎은 깍두기만 먹자 우영이 그녀의 밥그릇에 수육을 얹어 준다.

 

 “많이 먹어요 그래야 일도 열심히 하죠”

 

 목소리가 솜사탕처럼 달콤했다.

 

 그때 조용한 음식점에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남자는 똑같다는 게 그 말이 이제 이해돼 감이 오지 않아 너란 놈 이젠 있다 없다 왔다 갔다 하는 너를 내가 바꿀 수 있다. 믿었던 게 나 그게 참 바보같아......

 

 씨스타의 i like that이었다

 

 준혁은 액정화면을 보더니 마구 인상을 찌푸린다.

 

 통화를 끝낸 그는 갑자기 수술이 잡혔다며 밥을 먹다 말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해 나 먼저 갈깨.... 미나씨 오늘 반가웠어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우리는 오늘 길에 편의점에 들러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뜨거울 걸 먹다가 차가운 걸 먹으니 속이 시원해졌다. 우리는 어린아이 마냥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로 카페로 향했다.

 

 사장만 보고 있으면 행복했다. 그냥 좋았다.

 

 가게 앞에 도착하자 우영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진다. 처음 보는 무서운 표정이었다.

 

 “여기는 웬일이십니까?”

 

 젊은 여자는 노란색 꽃 프린트로 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날씬하고 얼굴도 예뻤다. 긴머리는 단정하게 올려 상큼한 이미지를 더해 주었다.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나가서 얘기 하시죠”

 

 우영은 차갑고 냉정했다.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수호와 찬희가 수근 거렸다.

 

 저 여자는 누구지?

 

 미나는 일하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여자 친구가 있듯 말 듯 신경 쓰지 말자고 몇 번이나 다짐 했지만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우영이 나간 곳은 멍하니 쳐다 볼 뿐이었다.

 

 

 

 

 “이 여자 어떠니? 너도 나이가 꽉 찼으니 이제 결혼을 해야지”

 

 우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여자가 준 사진을 바라본다. 많이 닮았다. 이제는 하다하다 별 짓을 다하는 구나 그는 사진을 밀어내며 여자의 정곡을 찔렀다.

 

 “내가 왜 당신 딸과 결혼을 해야 하는 거지”

 

 여자의 눈동자가 초점 없이 흔들렸다.

 

 여자는 입술을 깨물며 변명거리를 찾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듣자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 버렸다.

 

 “내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 하지마! 나는 당신 꼭두각시 놀이에 같이 놀아줄 생각이 없거든! 그리고 앞으로 내 가게에 얼씬도 하지마! 그때는 나도 내가 어떻게 변할지 나도 몰라 이건 마지막 경고야”

 

 우영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리창에 비친 여자는 충격을 받았는지 자리에서 꼼작도 하지 않고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이 정도는 약과야!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무섭다 못해 섬뜩했다.

 

 그만큼 상처가 깊다는 뜻이다.

 

 가만히 있으면 폭발할 것 같았다.

 

 가는 길에 때마침 오락실 펀지가 보였다.

 

 돈을 넣고 사정없이 주먹을 날렸다.

 

 숫자가 사정없이 올라간다.

 

 화가 풀릴 때까지 날리고 또 날렸다.

 

 결국 신기록 수립까지 했다.

 

 숫자는 그의 분노 지수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비까지 내린다.

 

 비는 그의 슬픔을 대신해 울고 있었다.

 

 어느덧 창밖에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급기야 쏟아진다.

 

 미나는 한쪽 구석에 세워져 있는 우산 꽃이를 들고 와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서성거렸다.

 

 사장이 걱정이 되었다.

 

 왜 이렇게 안 오는지....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그녀의 머릿속에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때 사장이 비를 맞고 걸어오고 있었다. 미나는 재빨리 우산 꽃이에 있던 장대 우산을 펼쳐서 우영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이러다가 감기 들어요”

 

 그의 얼굴에서 비가 뚝뚝 떨어졌다.

 

 “고마워요 미나씨”

 

 표정이 쓸쓸해 보였다.

 

 사장을 부축해 안으로 들어가자 수호와 찬희가 재빨리 다가온다.

 

 사장은 수호의 부축을 받고 사장실에 들어가고 찬희는 필요한 물건을 챙겨서 안으로 들어갔다.

 

 30분이 지나자 수호와 찬희가 나왔다.

 

 “누나! 지금 사장님 주무시니깐 우리 먼저 퇴근해요”

 

 미나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사장실 쪽으로 한 번 쳐다보고는 유리문을 열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가방 속에 있어야 할 휴대폰이 안 보인다.

 

 아마도 옷 갈아 입을 때 탈의실에 놓고 온 것 같다.

 

 그녀는 가게로 뛰어가 비상키로 문을 열고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휴대폰은 탈의실에 얌전히 있었다.

 

 탈의실에서 나와 가려는데 사장실에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천천히 다가갔다.

 

 문 틈사이로 그가 보였다.

 

 추운지 이불을 덮어 쓰고 잔뜩 웅클린 모습이었다.

 

 얼굴도 붉은게 열이 있어 보였다.

 

 "어디 아픈가?"

 

 미나는 무언가에 이끌린듯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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