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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고귀한 여자
작가 : 솜솜
작품등록일 : 2017.7.1

본격 여주 여왕되는 이야기.
환생물, 당찬 여주. 스윗 남주. 힐링, 성장물.
(주의 : 흐름상 남주가 살짝쿵 늦게 등장.)

엄마에게 버림받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살해당한 뒤 환생해서도 여러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여주.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자 만나게 된 여러 인연을 통해 점점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됨.(남주, 충성스러운 시녀 등등.)


(제 멜주소와 트윗 주소 입니다..ㅎㅅㅎ
pang_0315@naver.com / @aSweet_world )
*트위터에는 업뎃 소식이 올라온답니다 ㅎㅎ

 
30.
작성일 : 17-07-29 16:11     조회 : 410     추천 : 0     분량 : 7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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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실리아 드 오웬은 항상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세상 모든 남자들이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고 사랑을 고백했기 때문이다. 세실리아가 생각하기에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단 한 가지. 신분이었다.

 

  도대체 내가 뭐가 모자라기에 고작 자작의 딸로 태어난 걸까, 저 모질이 로이테는 공주로 선택받았는데! 라고 항상 생각했다.

 

  세실리아의 그런 생각이 최정점을 찍었던 것은 로이테가 더 엘더른의 2황자에게로 시집갈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돌았을 때였다.

 

  더 엘더른의 2황자는 세실리아가 스스로의 남편감으로서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남자였다. 그런데 고작 좀만 잘해줘도 해실거리며 좋아하는 모질이 로이테 따위가 공주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안 황자에게 시집갈 수 있다니, 너무나 불공평했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세실리아가 맨 처음 이안 황자를 만난 곳은 메이븐의 국가적 행사인 더 엘더른의 사절단 방문 기념 무도회였다. 에우로딘 안에는 자신에게 걸맞은 남자가 없다고 여겨 부모님게 조르고 졸라 간신히 참석할 수 있었던 파티였다.

 

  물론 외부적으로는 메이븐의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을 치른다고 얘기해 두었지만, 세실리아가 메이헨에 간 목적은 오로지, 영민하고 잘생겼으며, 검술 실력도 뛰어난 데다 차기 황제가 될 거라는 소문이 자자한 이안, 그를 보기 위해서였다.

 

  세실리아는 이안 역시 흔한 다른 남자들처럼 자신을 보기만 하면 자신에게 사랑에 빠질 줄 알았다. 그래서 조급해하지 않고 무도회장에서 이안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안이 막 홀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세실리아는 이안을 만나면 하려고 했던 여러 가지 계획들을 하나도 실행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안은 소문이 오히려 부족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멋진 남자였다. 세실리아가 봐왔던 그 어떤 남자보다도 나았다.

 

  강인하게 떡 벌어진 어깨와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초록 빛 눈동자는 단연 한눈에 세실리아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세실리아는 낮 동안은 메이븐의 아카데미들의 입학시험을 치렀고 밤에는 무조건 무도회에 참석하여 이안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이안은 세실리아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결국 에우로딘에 돌아가야만 하는 날짜가 되어, 세실리아는 피눈물을 삼키며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카데미에서의 합격 통지서를 기다렸다. 메이븐의 아카데미에 합격했다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위상과 자신의 가치가 훨씬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자 했다.

 

  그런데 며칠 후 전국적으로 더 엘더른의 메이븐의 빌어먹을 8공주를 찾는다는 공고가 한참 돌아다녔고, 또 얼마 후 로이테와 이안의 혼담얘기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세실리아는 끝끝내 메이븐으로부터의 합격 통지서 또한 받지 못했다.

 

  세실리아의 감정은 분노와 모멸감에 휩싸여 견딜 수 없을 지경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결정했다. 로이테라도 절대 이안과 결혼하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무도 가져서는 안됐다.

 

  다행히도 멍청한 로이테는 제국과의 혼담을 팔려가는 것 같다며 두려워하고 있어서, 꾐에 쉽게 넘어왔다. 고작 조금 잘해준 거 가지고 철석같이 믿다니. 정말 멍청한 여자였다.

 

  세실리아는 자신의 추종자중 가장 신분이 높은 후작 집안의 브랜든 드 토스카를 골라 프레이튼의 아카데미로 시험을 치러가자고 꾀어냈다. 그리하여 세실리아와 로이테, 브랜든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었다.

 

  분명 세실리아는 계획을 실행한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날이 가면 갈수록 시중을 들어줄 하녀가 없으니 너무나 힘들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거의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마치 운명처럼 그가 나타났다.

 

  노아.

 

  홧김에 프레이튼으로 가기로 결정했을 때만 해도 신이 자신을 버린 것만 같았고 절망과 질투에 가득 차 있었는데, 노아가 그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다. 운명이 분명했다.

 

  노아는 7서클이라는 엄청난 능력의 마법사인데다가 무엇보다도 이안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잘생긴 남자였다. 무심한듯하지만 깊은 은빛눈동자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고, 노아가 자신을 좋아하게 된다면 공주님처럼 모셔줄 것만 같은 상상에 젖었다.

 

  사람들에게 교제하는 대상이 7서클 마법사라고 소개하는 장면을 상상해도 가슴이 두근거렸고, 자신의 옆에 서있는 노아를 보고 사람들이 부러워 할 것을 생각할 때마다 더더욱 저 남자를 차지해야만 겠다는 생각이 세실리아를 잠식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노아와 함께 다니는 싸가지 없는 여자. 키만 멀대 같이 크고 이상한 머리색에 화장도 너무 진해서 봐줄 거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자꾸만 그 여자가 마음에 걸렸다.

 

  일단 성격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기분 나빴고, 예의는 다 갖췄으면서도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가 들어있는 화법도 짜증났다. 마법도 잘 모르는 멍청이 주제에 자신을 그런 식으로 대하다니.

 

  노아가 대체 왜 그런 수준 떨어지는 여자랑 다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노아를 유혹하는 데도, 이렇다 할 정도로 잘 되어간다는 느낌이 오지 않는 것이 전부 다 그 여자 탓인 것만 같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세실리아는 오기와 승부욕을 느꼈다. 반드시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말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사라에게서 반드시 노아를 빼앗아 독차지 하리라는 목표로 둘 사이에 열심히 끼어들고 둘이 대화하는 것을 방해했다. 역시 사라가 멍청해서 그런지 자신이 몰아붙이는 의견에 쉽게 끌려 다녔다.

 

  여행길에 거의 노아를 독차지하고 있었음에도 사라의 태클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니 거의 자신의 승리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딱 꼬집어 무엇 때문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하여튼 이전과는 분위기가 뭔가가 다르게 돌아갔다.

 

  로이테가 사라와 대화하는 것을 예전처럼 두려워하지 않았고 사라와 대화를 할 때 소리 내어 웃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에는 겁 많은 로이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분명 노아는 자신의 옆에 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 느낌이 드는 건지 너무나 이상했다.

 

 

 

 *****

 

 

 

  상황이 내가 딱 계획했던 대로 진행되었다. 로이테와 계속 대화를 늘려가는 동안 로이테는 어차피 내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 때문에 점점 자포자기의 심정을 갖게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점차 내 질문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라를 떠난 이유, 프레이튼에 온 목적 등을 다 이야기했다.

 

  로이테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듣고 있자면 동질감도 느껴지고 해서, 마냥 이용만 하려고 했던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서 나중에는 진심으로 로이테의 이야기를 들어주게 되었다. 로이테의 이야기에서 추리해보면 이 여자가 얼마나 이용만을 당하고 살아왔는가를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공주라는 신분이 로이테에게는 오히려 불행을 불러오는 감투였던 것이다. 이 여자도 정말 이 여자 나름대로 불쌍한 인간이었다.

 

 

 

 *

 

 

 

  평소처럼 메리를 등 뒤에 태운 채 로이테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말을 몰았다. 그런데 갑자기 무리의 앞쪽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질러댔다.

 

  “오크다!! 오크 떼가 나타났다!!!”

 

  그 소리에 여기저기가 소란스러워지며 사방에서 검을 뽑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크라는 게 세실리아가 그렇게 말했던 몬스터의 한 종류인 모양이었다.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말을 멈춘 채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데, 곧 그 오크라는 것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꾸어어어어억!”

 

  “쿠웨에에에에엑!”

 

  길 가의 숲에서 초록색의 기괴한 돼지같은 얼굴을 한 생물들이 도끼를 들고 달려 나왔다.

  인간처럼 팔다리가 달려있고 옷 같은 것도 꿰어 입은 너무나 징그럽고 더럽게 생긴 그 괴물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드니 저절로 두려움이 일어났다.

 

  “노, 노아!”

 

  두려움에 노아를 부르니 노아가 얼른 말머리를 돌려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사라!! 뭐하는 거예요! 노아가 집중하지 못하면 사람들 전체가 위험해 질 수도 있는데, 방해하지 마세요!!! 도대체 생각이 있긴 한 건가요?!!”

 

  자신의 옆에 있던 노아가 내게 곧바로 다가가는 것을 본 세실리아가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아.......”

 

  이번만큼은 내가 잘못한 느낌이었다. 어쨌든 난 몬스터와 이런 전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니.......

 

  사람들의 소리 지르는 소리와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무시무시하게 울렸다.

 

  “노아 네 판단대로 해!”

 

  내가 급하게 외치는 목소리를 못 들은 건지 노아는 내 옆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숲속에서 달려 나오는 몬스터 쪽을 쳐다보며 입으로 뭐라고 중얼중얼했다.

 

  막 우리 근처까지 다가온 몬스터 한 마리가 순식간에 날아간 빛나는 화살에 맞고 번개를 맞은 듯 멈춰 섰다가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놀라서 보니 노아의 옆으로 번쩍 거리는 화살모양의 무언가가 여러 개 둥둥 떠 있었다.

 

  브랜든 역시 맞서서 칼을 들고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베어냈고 세실리아도 연신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우리 쪽은 괜찮았으나 살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비명이 사방에서 들려왔고 나는 몸을 떨며 노아의 그늘 아래 숨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의 피 때문인지, 몬스터의 피 때문인지 모를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바로 근처에서 아까 전까지 웃고 떠들던 사람이 퍽 소리가 날정도로 세게 몬스터가 휘두르는 몽둥이에 머리를 맞았다.

 

  순식간에 사람이 땅바닥으로 쓰러지며 눈이 뒤집어 진채 코에서 피를 쏟았다. 몽둥이를 맞은 쪽 머리가 움푹 함몰이 되어 있었다.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죽어가는 광경을 직접적으로 목격한 것은 처음이었다. 몇 번이나 더 스치듯 얼굴을 봤던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이 눈에 들어오니 호흡이 가빠지고 토기가 치밀어 올랐다. 이제는 손까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나 자신이 너무나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노아와 같은 능력자가 나와 메리를 지키기 위해서만 여기에 있는 게 아니라 나서서 사람을 보호하는 데 능력을 썼다면 훨씬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내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노아를 내 옆으로 불러들인 나에게 혐오감까지 들었다.

 

  몬스터와 얼마나 공방전이 계속되었을까 아침부터 흐렸던 하늘에서 추적추적 비가 내리더니 곧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 쪽은 몬스터가 다가오는 족족 노아가 죽였기 때문에 모두가 무사했다.

 

  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몬스터들이 지쳤는지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더니 우르르 도망쳤다.

 

  몬스터들이 모두 물러갔음에도 사람들은 정신없이 우왕좌왕했다. 누구는 살려 달라 소리치고 또 누구는 그를 구하기 위해 붕대를 동여매고, 가족과 친구, 일행을 찾고.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었다. 세차게 떨어지는 빗물을 따라 여기저기 고여 있는 피가 땅으로 스며들었다.

 

  바로 근처의 사람은 도끼에 맞아 팔이 잘렸는데 나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죽는 다는 것이 얼마나 한순간이며, 인간이 얼마나 쉽게 죽는지 잘 알기에 더더욱 홀로 멀쩡하게 살아남은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을 밟고 정상을 차지했던 전생의 내 모습과 한 치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

 

  여기 저기 눈에 띄는 많은 시체들이 나의 더럽고 추악한 이기심을 더더욱 마주보게 만들었다. 결국 몬스터가 물러갈 때까지도 노아에게 다른 사람도 도우라고 말하지 못했던 스스로가 너무 싫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한마디만 제대로 했더라도 저들 중 몇 명이라도 살 수 있었을 텐데!

 

  여전히 비가 세차게 오고 사람들이 정신없이 상황을 수습하고 있는 가운데 그대로 말을 몰아 아무 곳으로나 달렸다.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으나 호흡이 가빠지고 이미 머릿속은 포화상태가 되어 터져버릴 것 같았던 지라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당장 저 끔찍한 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죄책감. 그래. 나를 짓누르는 것은 죄책감이었다.

 

  내가 전생에 자살하게 만든 가정, 실업자로 만든 수많은 사람들.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겪은 억울한 일들이 더 나를 힘들게 했었는데.

 

  실제로 내 곁에서 죽어나가는 방금 전까지도 함께 호흡했던 사람들을 목격하니 내가 저질렀던 짓들의 무게가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처음으로, 내가 살해를 당했다는 데에 대한 피해의식 보다도 더 큰 죄책감이 나를 누르는 순간이었다.

 

  “허억... 헉.......”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변에는 나무와 풀 뿐이었다. 분명 미친 짓을 했음에도 정신이 멍했다.

 

  말에서 내려 고삐를 잡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말이 이끄는 대로 가만히 따라가니 깊어 보이는 계곡이 나왔다.

 

  말이 물을 마시는 걸 내버려 두곤 멍하니 물을 쳐다봤다.

 

  ‘내가 정말 미친 걸까?’

 

  감정 조절이 이렇게까지 안 되다니.

 

  그러나 끔찍한 그 전투의 현장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다시 호흡이 가빠졌다.

 

  “후우...후.......”

 

  호흡을 내뱉으며 세차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는데 등 뒤로 바스락 소리가 들렸다.

 

  “시아.”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비에 흠뻑 젖어 나와 마찬가지로 가쁜 호흡을 내뱉고 있는 남자의 인영이 눈에 들어오니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얼른 손을 들어 맺힌 눈물을 닦아냈으나 그것을 시작으로 더 많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노아.”

 

  한참을 울었는데도 옆에 말없이 앉아 있는 노아를 향해 말을 꺼냈다.

 

  “친구를 배신하고 살해한 것과....... 더 많은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죽게 만든 것 중에서 ....... 뭐가 더 큰 잘못이라고 생각해?”

 

  “....... 글쎄.”

 

  뜬금없는 질문일 텐데도 노아는 고심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이 세상을 창조한 신은 생각으로 사람을 죽인 것만으로도 죄라고 하던데, 절대적인 저울로 잰다면 어차피 다 똑같지 않을까.”

 

  “....... 그래.......”

 

  “.......”

 

  “그런 거구나.......”

 

  여전히 정답은 알 수 없었지만 마음이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내 마음의 상태를 쉽게 정의 내릴 순 없었지만 무언가가 변하고 있었다. 아주 근본적인 무언가가 말이다.

 

  “으... 에취!!”

 

  정신이 괜찮아졌다 싶으니 재채기가 나왔다. 비를 너무 맞았는지 몸이 으슬으슬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춥겠구나.”

 

  “응?”

 

  노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젖은 웃옷을 휙 벗었다. 젖어서 더욱 하얗게 빛나는 단단한 상체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왜, 왜 그래?!”

 

  “그냥 말려도 되긴 한데, 찝찝한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노아가 벗은 옷을 들고 손가락을 튕기자 내 옆에 작은 불덩어리 같은 것이 생겨서 둥둥 떠다녔다. 그리고 부드러운 바람이 나를 감싸며 젖은 옷과 머리를 말리고 지나갔다.

 

  노아가 벗은 상의를 내게 건넸다. 그 옷도 어느새 말라 있었다.

 

  “난 몸만 헹구고 나올 테니까 그거 덮고 있어.”

 

  “어?”

 

  얼떨결에 대답하니 노아가 그대로 계곡물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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