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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7
작성일 : 17-07-29 15:43     조회 : 463     추천 : 2     분량 : 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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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제껏 현실감이 없었다. 드라마를 멀리서 보는 것과도 같다. 이곳의 현실은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아서, 순간 순간 어찌어찌 위기를 헤쳐나가면서도 소희는 자신이 정말로 죽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나보다.

 

 죽을만큼 무서웠지만 정말로 죽을 거라고 생각지하지는 않았다. 호러영화를 보는 관객이 영화속에서 귀신이 튀어나와 자신에게 해꼬지를 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흑노의 기색이 바뀌었다. 그의 체구는 그대로였으나 줄기줄기 기운이 뻗쳐와서 소희를 덮쳐왔다.

 

 따끔따끔한 기운이 온몸의 피부를 찔러왔다. 여우 앞의 토끼가 굳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치일까. 아주 잠시간 기운이 뻗쳐나오는 것을 멈추었을 때 간신히 입을 열었다. 너 한번 입을 열어봐라 하고 일부러 기운을 거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나 떨려서 괴로웠다.

 

 “제 목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저는 누군가의 명령을 받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닙니다.”

 

 무릎이 떨리고 온몸에 힘이 빠진다. 소희는 바닥에 털썩 하고 무릎을 꿇었으나 자신이 무릎을 꿇었다는 것도 몰랐다. 멍청하게 허공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얘, 얘, 정신 차려! 살기 처음 받아봐?!’

 

 시우가 외치는 소리도 아득했다. 몇 킬로미터 밖에서 외치는 것처럼 희미하게 들렸다.

 

 “누구의 사주를 받았나?”

 

 다시 한 번 묻는 소리는 천둥이 꽈르릉 치는 것처럼 압도적이었다. 위압감에 눌린 소희는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저 혼자 왔습니다.”

 

 “네가 말하는 것이 사실이냐?”

 

 “네….”

 

 휘몰아치는 폭풍이 멎었다. 천둥과 번개가 멈추고 구름이 풀리고 해가 뜨듯 다시 고요해졌다. 소희는 그제서야 온몸의 감각이 살아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헐떡이며 숨을 쉬었다. 돌아온 호흡이 달가워 눈물이 났다.

 

 “거짓을 고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흑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서 소희를 그대로 두고 걸어가 버렸다.

 

 ‘소희야! 소희야! 괜찮아?’

 

 괜찮지 않다. 조금도 괜찮지 않다. 소희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다가 오른쪽으로 기울어 넘어질 뻔했다. 옆에 선 이름모를 나무를 짚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날카로운 나무껍질이 파고들어 손이 따가왔다. 엄청나게 아팠으나 피는 한 방울도 새지 않았다. 표피 속에 파고든 나무껍질은 마치 원래부터 거기 있던 것처럼 얇은 피부 사이에 끼어 있었다.

 

 “아으으윽….”

 

 무심코 손톱으로 그것을 밀어내려 하는데 시우가 제지했다.

 

 ‘안돼. 여기는 너무 더러워… 손부터 씻어.”

 “…으으으으으으으으.”

 

 파들파들 떨면서 소희는 간신히 움직였다. 자그마한 별채까지 돌아가는 길이 구만리가 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찌어찌 방 안에 들어와서 손을 씻으려고 해도 깨끗한 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하인에게 끓인 물을 한 줌 가져다 달라 부탁하였다. 받은 물을 조금 식혀 흐르는 물에 손을 씻었다. 귀한 물을 마시지도 않고 한참 뒀다가 손에 부어버리는 기이한 행동에 하인이 곁눈질을 했다.

 

 소희는 창호지 문 옆 고리를 걸어 잠갔다. 가시가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는 것을 간신히 밀어 빼고 나니 손바닥에는 잘 들여다봐야 보이는 흉터가 남았다.

 

 ‘표피만 다친 거니까 금방 나을 거야. 더 깊이 찔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침착하게 지시하는 시우가 없었더라면 좀더 망가지고 무너졌을 것이다. 이리 저리 재고 있지만… 그녀를 완벽하게 믿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럴 때 의지할 사람은 시우밖에 없다.

 

 “언니.”

 ‘왜.’

 “내가 물어보면 사실대로 대답해 줄 거야?”

 ‘당연하지.’

 

 시우는 고민할 것조차 없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언니는 왜 나한테 잘해주는 거야?”

 ‘나랑 말이 통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잖아.’

 

 돌아온 답변은 단순했다.

 

 ‘저기에 있는 저 많은 사람들? 그냥 돌이야. 벽 같은 거지.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무슨 말을 외쳐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

 

 “…나를 이용하려고 한 게 아니야?”

 

 ‘내가 너하고 한 몸인데 어떻게 널 이용해.’

 

 소희는 몸을 떨었다. 지금 그 말이 사실일까? 오히려 나와 ‘한 몸’이기 때문에 몸을 혼자 쓰고 싶은 것이 아닐까? 세번째 소원을 빌지 않은 것이 언니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세번째 소원을 빌 수 있을 때까지 내 몸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걸지도 몰라….

 

 “…의심해서 미안해.”

 

 하지만 일단 소희는 먼저 사과부터 했다. 뭐라고 해도 지금 시우가 도운 덕분에 여기까지 와 있다.

 

 ‘나도 처음에 여기 왔을 때는 아무도 못 믿었어.’

 

 아마 거기까지가 시우가 말하는 한계일 것이다. 소희는 기지개를 폈다.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지금도 다시 그 순간을 떠올리면 손발이 달달 떨린다. 선연한 공포에 제 팔로 몸을 감싼 소희가 벽을 바라보았다.

 

 ‘그 자는 아직 너를 죽일 수 없어.’

 

 알아도 무섭다. 그 얘기는 아까도 했다. 하지만 그 말에 반박하는 대신 소희는 다시 물었다.

 

 “아직?”

 

 ‘황자가 너를 정식으로 창비원에 받아들였으니까.’

 

 “그런데 왜 아직이야?”

 

 ‘네가 신분을 사칭했으니까, 그게 들키면 황족기만이 돼.’

 

 소희는 입을 벌렸다. 그것은 소희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몸을 맡기고 있는데 감씨 집안의 당주가 너를 자신의 막내라 강요하며 응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해야지.’

 

 “산 넘어 산이군….”

 

 ‘아니면 아예 들키지를 말아야 하는데… 감씨 집안에선 널 언제든지 버릴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들킬 수밖에 없어. 차라리 네가 그들을 먼저 버리는 것이 좋아. 그쪽에서 말을 꾸며내면 위험해.’

 

 ‘감하명이 죽었다는 걸 그들이 함구하고 있어. 그것부터 밝혀야 해.’

 

 “하지만 난 이미 내가 감운하라고 말해버렸는데?”

 

 ‘황자이신 줄 몰랐다, 감운정이 너를 강요하였다. 감운정이 이런 식으로 너를 시험하여 죽음에 들게끔 하려는 줄 알았다, 해야지… 통할 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말할 수는 없어. 지금은 그 사람을 치료하는 게 급해.”

 

 ‘….’

 

 일단 내가 그 황자라는 놈한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해. 지금 말하면 분명히 바로 목부터 칠 것이다. 소희는 확신이 있었다. 저 소년은 정언정명하여 바르고 한없이 바를 뿐이라, 융통성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을 것이다.

 

 텔레마케터로 일하다 보면 그런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같은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사람.

 

 ‘인터넷을 해지해 주세요, 그냥 해지만 해주시면 됩니다.’ 지금 3년 계약 하시고 해지하시는 거라 위약금이 있으세요. 소희가 아무리 설명해도 소 귀에 경 읽기였다.

 

 ‘위약금은 몰라요. 그런 얘기 못 들었어요. 제가 가입한게 아니라니까요. 속은 거에요. 그냥 해지만 해 주세요. 사용 요금은 다 낼 테니까.’ 답은 정해져 있다. 더이상 어떤 이야기를 해도 소용없다. 법률처리 담당 부서로 넘겨야 한다. 그래도 소희는 그 사람을 이해시키고 싶었다. 어차피 법률처리 담당 부서로 보내도 결국 또 상담사에게 전화를 해서 같은 소리를 반복할 것이고.

 

 사실 갑자기 강제로 돈을 내야 한다고 압류 고지서를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도와주고 싶었다. 이해하게 하고 싶었다. 그냥 미리 내면 되는 것을, 쓸데없는 짓을 했다.

 

 지금 와서는 아무 상관없는, 추억의 한 토막이다.

 

 시우가 말했다.

 

 ‘그러다가 뒤늦게 밝혀지만 늦는데….’

 

 “지금 말하면 빨리 죽을 뿐이야.”

 

 ‘그것도 그럴 수는 있지…. 어느 쪽이든 위험하긴 한데.’

 

 “조금이라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다면… 행동치료가 증상을 좋아지게 한다고는 들었어. 고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아지게 할 수는 있을 거야.”

 

 시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뭔지 알고 있어?’

 

 “정확히는 모르지만 조금은….”

 

 소희가 허공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친구 동생이 자폐증이었어. 놀러갔을 때 인사만 해도 무서워하고 말도 못했어. 그런데 걔보다는 훨씬 상태가 좋아.”

 

 그때는 아직 소희의 부모님이 살아 계셨던 때였다. 소희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혔다. 어머니는 따뜻하셨고 아버지는 엄격하셨다. 두 분 모두 좋은 분이었다. 다시 없을 정도로 귀한 분이셨다. 그렇게 일찍 돌아가실 분은 아니었다….

 

 지금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소희는 어렸을 적 친구와 그 동생을 떠올렸다.

 

 친구 이름은 호영이고 동생 이름은 연호였다. 친구네 어머니는 인내심이 많았다. 연호는 솔기가 안에 있는 옷을 입으면 아파트가 떠나가라 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체크무늬가 있는 양말을 보면 두 개가 완벽한 한 짝이 아니라고 피부를 견디며 견디지 못했다. 항상 어딘가에서도 패턴을 찾았다. 자신만의 규칙이 있어 그것을 어기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에 연호는 소희가 그 집에 놀러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소희는 연호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호영이랑 놀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자주 놀러갔다.

 

 소희가 매번 화요일과 목요일, 주산 학원이 없을 때마다 방문하자 연호는 그것을 규칙적인 일과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아마 세 달쯤 되었을 때일 것이다. 이모부 생신이 있어서 소희가 놀러가지 못한 날, 연호는 왜 소희가 오지 않냐며 난리를 쳤다. 호영이가 곤란해하며 혹시 올 수 없냐고 전화했다. 전해 주는 이야기를 듣고서 그제서야 확연히 깨달았다.

 

 연호는 일과가 일정하게 흘러가는 것을 좋아했다. 일탈을 견디지 못했다. 소희를 싫어하는게 아니었다. 일정이 바뀌는 것을, 같은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행동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조금 나아졌다. 다른 사람이 짝이 맞지 않는 양말을 신고 있어도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소희가 수요일에 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솔기가 안쪽에 있는 옷만은 견디지 못했다. 결국 연호네 엄마는 옷감을 떼다가 모든 옷을 일일이 손으로 꿰매어 주었다. 소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자폐증이지?”

 

 연호가 아니었다면 소희는 시우가 이야기하는 목적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왜 그런 말부터 꺼내는지 전혀 실마리도 잡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야. 그랬으면 저 나이까지 살아있지도 못했어. 아마 부모가 처분해야 했을 거야.’

 

 시우가 대답했다.

 

 

 

  ‘아마… 90% 정도.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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