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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의 정원
작가 : 리리코스
작품등록일 : 2017.7.10

눈을 떠보니, 그곳은 내 소설 안이었습니다.
사형대 칼날에 목이 들이밀어진 조잡한 악녀, 알렌시아의 몸으로요.
"왜 하필 빙의를 해도 지금 이 시점이야? 다른 소설들처럼 10살때로 돌아가서 인생개선계획 좀 세우면 안돼?"
눈물로 쓰는 악녀의 생존일기. 타도하자, 내가 쓴 여주인공!

 
적과 함께 춤추는 일주일
작성일 : 17-07-29 14:24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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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해서 나는 북스 자매에 대해 연기력 좋은 암살자는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다. 황제 미하엘이 나의 자연스런 사고사를 주문하기 위해 이 자매에게 막무가내 연기를 시킨 거라고.

 

 그렇지만 대야에 담겨 피를 퐁퐁 샘솟고 있는 리야 북스를 보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냥 얘네는 머리가 눈처럼 새하얄 뿐이다. 뇌에 기본 OS조차 장착이 안 되어 있어서 포맷한 컴퓨터처럼 아주 텅 비었을 뿐이었다.

 

 “붕대가 없어요! 이미 다친 환자가 있어서 붕대가 부족해요!”

 

 “그럼 손수건이라도 가져와요! 레이스랑 구슬 장식 없는 걸로, 순면으로요! 순면 손수건 있으신 분!”

 

 내 말에 자리에 모인 귀부인들이 모두 손수건을 꺼내느라 야단법석이었다. 그 중에는 리야의 손을 보고 세상에, 상처가 난 손을 물에 담그는 걸로 응급처치를 했다고? 하고 함께 기겁해주는 귀부인도 있었다. 상식인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피를 많이 흘려서 어지러울 테니 일단 누워서 쉬어요. 일어나지 말구요.”

 

 “정말,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저 때문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야단인게 얼마나 부끄러운지….”

 

 “당신은 여기에 가만히 누워서 쉬는 게 도움이 되요. 정말로. 그리고 저 사슴 간이라도 꺼내서 삶아서 이 사람한테 줘요! 피 흘린 거 보충해야 하니까!”

 

 어느 귀부인이 아기 턱받이용으로 가져온 순면 천을 그녀의 손에 단단하게 매어주며 리야를 만류했다.

 

 사슴 간이라도 입에 물고 있는 동안은 조용해지겠지. 리야 북스든 디야 북스든 북스 자매가 여기서 한번만 더 사고를 치면 신경줄이 끊어져 버릴 것 같았다.

 

 리야 북스를 치우고 빈 자리에 주저앉아 있자니 멀리서도 눈에 띄는 엔도르시의 크림색 긴 머리카락이 보였다. 뜻밖에도 나를 이곳으로 돌려보내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은 듯 했다. 바로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모처럼 오셨으니까 공도 사냥에 함께 참여하셨으면 좋았을텐데요.”

 

 “죽일까 고민했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아주 오랜만에 어머니 무덤 앞에 왔는데 무덤 앞에 피를 뿌리는 불효까지 저지를 수는 없었으니까요.”

 

 바람처럼 흘러가는 말 중 그 말이 귀에 와서 박혔다. 그가 나를 보고 순간 차갑게 웃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아까 전 그때, 내가 같잖은 카드를 꺼내들고 어떻게든 그와 협상하려고 했다면 그는 나를 죽였을 것이다. 내가 아무 생각도 못하고 그에게 살려달라고 매달리지 않았더라면.

 

 “알렌시아 양, 이쪽으로 오셔서 쉬세요. 양도 다쳐서 오셨으면서 정말 바쁘시군요.”

 

 모여 있던 부인 중 하나가 나를 이끌었다. 나는 방금 전의 충격을 안은 채로 그녀가 이끄는 대로 부인들의 무리에 합류했다.

 

 “오늘은 귀인들을 많이 뵙는군요. 저 쪽에서 우리 남편과 대화하는 분은 카르탄 소공작이시지요?”

 

 “선대 카르탄 공작부인의 묘지가 이곳에 있으니까요. 셸 지방은 이래봬도 신성발현지 중 하나잖아요? 선대 공작부인의 신앙심이야 엄청 유명한 바이구요.”

 

 “아, 기억나요. 여러 성지 중에 셸 지방이 가장 조용하다고 해서 새 카르탄 공작부인께서 직접 셸 지방을 매장지로 결정하셨지요.”

 

 “그래도 공작부인께서 매장된 뒤로 소공작을 뵙는 건 처음이네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수도와 이 지방은 머니까요.”

 

 “다른 성지들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선대 공작부인의 마음이 어지러워질 거라니, 우습지도 않은 얘기에요. 공작가 사람들이 그동안 오지 않은 것만 봐도 알지 않겠어요? 너무 먼 변방이어서 말예요. 새 공작부인은 단지 공작가 사람들이 전대 공작부인을 기리는 게 싫었던….”

 

 “이자벨, 조용히!”

 

 대화를 나누던 부인들은 내 눈치를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안 보이는 데서야 나랏님 욕도 한다지만 나는 얼마 전에야 셸 지방에 온 사람으로서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나는 딴 생각에 빠져 있었다.

 

 엔도르시 카르탄은 신전중매로 태어난 아이였다. 엔도르시의 모친은 원래 일생에 결혼 생각이 없었다. 유서 깊은 가문의 둘째딸이었지만 종교와 신에게 심취해 수녀가 되기 위해 예비 기도까지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녀의 수도자 기도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신전에서 그녀가 카르탄 공작의 부인이 되어서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가 신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신탁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수의 귀족 가문들의 청혼을 거절하던 그녀는 신탁에 충격을 받았지만 신의 의지에 순명하기 위해 카르탄 공작과의 결혼을 결심한다.

 

 재밌는 점은 신의 의지라고 하지만 대귀족가문인 공작가와 후작가의 결합을 통해 가문들이 얻는 이득이 많았다는 점이다.

 

 카르탄 공작이 새신부에 대해 원래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카르탄 가문이 권해주는 신부와 결혼했을 뿐이니까. 다만 그가 첫날밤에 새신부에게 정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종교적 성물로 꾸며진 신방에서 “이 결혼은 신의 의지로 이루어졌으니 우리 가정이 신의 보호 하에 평안하고 서로에게 신의가 있기를 빈다.” 라고 경건하게 말하는 신부를 무신론자인 카르탄 공작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오직 신의 의지로 인해 결혼한 신부와 신앙심이 없는 공작 사이에 애정은 없었다. 부부는 간신히 엔도르시를 낳고 공작은 곧 가정에서 겉돌게 된다. 공작부인이 병들어 죽을 때 즈음엔 이미 애인이 가내에 공공연하게 드나들 정도였다.

 

 공작은 아내의 사후 원래부터 사귀던 애인과 아주 빠르게 재혼했다. 재혼한 부인은 결혼식에서 부푼 배를 자랑스럽게 앞세워 입장함으로써 공작의 부정을 증명했다. 전 공작부인의 장지는 아주 먼 곳으로 보내버리고, 태어날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 그녀는 엔도르시의 ‘사명’을 꺼내들었다.

 

 “전 공작부인께서 신에게 도움이 될 아들을 낳을 거란 신탁이 과연 무슨 뜻이었을까요? 어떻게 인세에서 신의 뜻을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이건 당연히, 두 분 사이의 아들인 엔도르시 카르탄이 신전에 귀의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엔도르시 카르탄은 평생을 카르탄 가문의 적장자로 큰 남자였다. 이제 막 공작부인이 된 여자 정도는 어린애 손 비틀 듯이 무시할 수 있었으나, 이쯤에 엔도르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가 들고 있었다.

 

 파탄이 난 공작가의 가정상황 속에 자신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 신의 의지로 태어났다는 자신은 신에 대해 별다른 신앙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직 신앙심으로 너를 낳고 공작가에서의 세월을 버텼다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씁쓸했다.

 

 그때 성녀, 혜림이 나타난 것이다. 혜림을 돌보고 살피면서, 그는 성녀의 도움이 되는 것이 자신의 존재가치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신의 예비하셨다는 뜻이 이것이 아닌가, 하는.

 

 엔도르시는 혜림을 통해서 신을 믿게 되었다. 신을 믿게 되어서 신탁으로 태어난 자신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엔도르시에게 그런 가정환경을 준 것은 여주인공 혜림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그가 혜림에게 빠르게 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혜림이 사랑받기를 원해서.

 

 악마가 나에게 웃으며 던지고 간 말이 떠오른다. 처음부터 네가 선택한 소수의 인간들은 정해져 있었다고. 나머지 인간들은 얼마나 간절한 마음을 품고 있던지, 밤마다 신에게 소원을 빌던지 알 바 아니지 않았느냐고.

 

 엔도르시도 자라면서 밤마다 기도하는 어린 날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에게 내린 시련이 너무나 힘들다고, 언제쯤 이런 힘든 일이 끝나는 거냐고, 아니 사실은 신이 나를 위해 준비해 뒀다는 것 따위는 필요 없으니 나는 지금 당장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엔도르시가 현재의 공작부인과 싸우느라 몇 년 동안 아주 멀리 떨어진 어머니의 묘소에 방문하지 못했던 고통 같은 것은 성녀의 정원에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혜림의 일대기로 기록은 모두 혜림에게 중심이 맞춰져 있었다.

 

 책의 이야기를 벗어난 그의 모습에 나는 오히려 깨닫는 것이다. 그가 여주인공을 위한 부속품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캐릭터였음을.

 

 함께 있던 사람과 대화를 끝내고 나에게 다가오는 엔도르시를 나는 약해진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곳에 방문하신 건 영락없이 저 때문인지 알았는데.”

 “영애 쪽이 덤이었답니다. 아주 오랫동안 어머니를 뵙지 못해서 이번에 짬을 내서 방문 계획을 잡고 있던 참이었었죠.”

 

 남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엔도르시의 말투는 다시 조곤조곤한 존대로 돌아온 터였다. 나는 그의 존대와 반말을 오가는 어투를 특별히 지적하지 않았다.

 

 아 그래, 나는 졸지에 어머니 성묘 다녀오는 김에 찜찜한 거나 치워볼까, 하고 죽을 뻔한 거였군?

 

 “사냥회가 끝나고 자작께서 무도회를 연다고 하네요. 함께 하시겠습니까?”

 

 “아니요, 제가 왜요?”

 

 “제 말을 잘못 알아들으셨군요. 함께 가죠, 영애. 제가 예정에 없이 참석하는 거라 파트너가 없어서요.”

 

 “같은 말을 두 번 말씀하셨네요?”

 

 “중요하다는 얘기죠.”

 

 그가 웃었다. 나는 거절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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