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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만희탐정사무소
작가 : 강귤
작품등록일 : 2016.8.22

사설탐정 심만희!
그의 완벽한 두뇌로 선배의 의문에 죽음을 파헤친다!!!
온갖 수수께끼 투성이인 사건!
곧 그가 해결한다!!

 
(월화)만희탐정사무소 2회
작성일 : 16-08-23 03:30     조회 : 512     추천 : 0     분량 : 7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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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③

 

 

 "참 정직하게 생겼단 말이야~ 원래 이런 놈들이 변태들이 많아."

 

 보영의 전남편 사진을 보며 만희가 중얼중얼 대자 은이가 가늘어진 눈으로 만희를 보며 말을 한다.

 

 "댁이 변태인 건 모르고 원 쯧쯧쯧..."

 

 은이의 말이 분명 들렸지만 만희는 신경도 쓰지 않고 전남편의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러다 뭔가 번뜩 생각이 난 듯 만희는 눈썹을 끝까지 올리며 입을 크게 벌린다.

 

 "오!"

 "왜 그래요?"

 

 만희는 얼굴을 찌푸리고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한다.

 

 "연락이 왜 없지?"

 "무슨 연락이요?"

 

 은이가 갸우뚱거리며 대답을 하자 만희가 곰곰이 생각을 하며 대답한다.

 

 "같이 잔 여자 말이야."

 

 만희의 말에 은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혼잣말을 한다.

 

 "봐봐. 내 그럴 줄 알았어, 변태새끼."

 

 은이의 말이 안 들리는지 만희는 계속해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어제는 그래도 좋았는데... ... 문자 남겼고... 왜 연락이 없지? 아직도 자나?"

 "또 안 섰겠지~ 그러~~~ㅎ게 여자들을 몰라서야 원. 쯧쯧."

 "아... 그래도 간만에 얼굴 예쁜 여자였는데~ 할 수 없지 뭐. 보영씨가 있으니깐 히히~"

 "아이고 저 변태. 이젠 고객까지 노리네. 쓰레기 같은 인간. 으이구, 쯧쯧."

 

 

 고개를 숙이고 혼잣말로 대화 아닌 대화를 이어가던 은이는 순간 싸한 기운이 느껴져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린다. 조금씩 올라가던 시선은 바로 코앞에 떡하니 자신을 노려보는 만희의 얼굴이 보였다.

 

 "에구 놀래라! 뭐에요!!! 놀랬잖아요!!"

 

 실눈으로 은이를 노려보던 만희는 다시 소파에 기대면서 입을 연다.

 

 "네가 어떻게 알겠니~ 매일 70A나 75A, 재수 없음 더블A 하고만 놀던 애가 그렇게 쭉빵 미녀를 봐버렸는데~ 네가 남자의 심정을 어떻게 알겠니, 어?!"

 

 만희의 말에 기가 찬 은이는 어이없다는 듯 손으로 부채질을 해가며 대답한다.

 

 "나 원~ 사장님! 원래부터 그런 사람인 줄 알고 있었지만~ 인생 그렇게 살면 안 됩니다. 올바른 생각과 정신으로 사시길 빌어요!"

 

 만희는 다리를 꾀면서 은이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한층 무거워진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은 실장. 자넨 잘 모르나 본데? 남자들은 말이야, 다 똑같아. 몸매 신경 안 쓴다고 하는 남자들도 말이야 그런 가슴, 그런 힙을 보면... 터치하고 싶어져. 자넨 아마 잘 모를 거야. 암~"

 

 만희는 은이의 몸을 한번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은이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만희에게 크게 말을 한다.

 

 "저 90C 거든요!!!"

 

 커다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축 쳐진 듯 한 가슴 밑을 손으로 대면서 외친 은이는 만희의 얼토당토한 표정을 보며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바로 고친다. 만희의 표정이 계속 걸리지만 은이는 방금 한 자신의 행동 때문에 입술을 꾹 깨문다. 만희는 눈을 지긋이 감으며 고개를 천장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조심히 입을 연다.

 

 "하... 그건 가슴이 아니라 살이겠지... ..."

 

 만희의 말에 부글부글 끓던 은이는 결국엔 인내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희를 향해 주먹을 날리면서 크게 외친다.

 

 "야 이 변태새끼야! 그럼 이게 살이 아니고 뭔데!!!!!?"

 "퍽!"

 

 주먹은 정확히 만희의 뺨을 폭격했다.

 

 "꺄악!!!!"

 

 그리고 비명과 함께 만희는 그 자리에서 소파를 미끄럼틀 삼은 듯 바로 땅바닥에 나자빠졌다. 영혼이 탈출 한 듯 보이는 만희를 보자 은이가 정신이 번쩍 들기 시작했다. 놀란 은이는 쓰러진 만희의 뺨을 이번엔 손바닥으로 착착 때리며 부들부들 떠는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

 

 "사...사...장님... 사...장님... 사장님!!! 정신 드세요 얼른!!!"

 "아...아...아...아...아..."

 

 큰소리로 고래고래 불러보지만 만희는 입을 벌린 채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옹알이만을 한다.

 

 

 ④

 

 

 “남성에겐 간혹 그럴 수도 있어요.”

 

 긴 머리가 예쁘게 묶인 여의사는 반질거리는 이마를 보이며 만희를 바라보며 웃는다.

 

 “간혹 그런 게 저한테 온 거군요... ...”

 

 슬픈 표정을 짓는 만희를 보며 여의사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쓰다 결국 참지 못할 거 같아 모니터로 시선을 황급히 돌린다. 이제까지 처방했던 약들을 모니터링 하면서 만희의 시선을 피한 여의사지만 만희의 질문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럼 잠이 안 오는 것도 성별 차이가 있는 건가요? 수면유도제 말이에요.”

 

 만희의 말을 들은 여의사는 금세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만희를 바라보면서 대답한다.

 

 “그건 아니지만, 이번 처방은 깊은 잠을 유도 해주는 약과 함께 성욕이 그나마 덜 떨어지는 약으로 바꿔드릴게요. 2주치 처방 해드릴 테니 약이 잘 안 받는다 싶으면 바로 오세요.”

 “하... 4개월 동안 먹은 약인데... ...”

 

 만희는 다시 가엾은 아이의 모습으로 한숨을 연발하기 시작한다. 여태껏 4개월 동안 만났던 여성들과의 관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게 여성들의 가슴 문제가 아니란 걸 만희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알겠습니다.”

 

 만희가 인사를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여의사는 삐죽 입술을 내밀며 만희에게 말을 건다.

 

 “그런데...괜찮으세요? 치과나 음...외과 안 가보셔도 되겠어요? 한 대 맞으셔서 온 거라면서요.”

 

 걱정스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의사가 어찌나 심성이 착해 보이는지 만희는 자기도 모르게 낮고 두꺼운 음성으로 멋지게 대답한다.

 

 “아닙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갑자기 변조 된 만희의 음성을 듣고 여의사의 눈이 축 쳐져간다. 만희는 잘생긴 영화배우들이나 할법한 손짓을 보이며 쿨하게 진료실 밖을 나간다. 만희가 나가고 문은 닫혀졌지만 여의사는 축 쳐진 눈으로 어이가 나간 표정을 짓고선 문을 계속해서 쳐다본다.

 밖으로 나온 만희는 종합병원 입구에 있는 약국에 들려 약을 받고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차가 어디에 있더라?”

 

 넓은 주차장에 가득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보며 두리번거리던 만희는 자동차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의 차를 찾기 시작한다. 아무리 걸어 다녀 봐도 만희의 경차는 찾을 수 없었다. 똑같은 차량은 두어번 발견 했지만 정작 자신의 차는 찾지 못하고 자신에게 화만 되풀이 하며 주차장 안을 계속 돌아다닌다.

 

 “이그! 삐빅~ 하는 차로 바꾸든가 해야지 원!”

 

 그때 쥐색 경차 7735가 눈에 확 들어왔다.

 

 “여기 있었냐? 밥은 먹고 다니냐?”

 

 찡그린 표정을 짓고선 차에 타서 시동을 걸자 주유표시가 깜빡인다. 한숨을 깊게 들여 내쉬면서 만희는 운전석에 몸을 완전히 맡기며 눈을 감는다.

 

 “하~ 밥 먹으러 가자. 하~”

 

 감은 눈을 뜬 만희는 핸들에 손을 얹고 액셀을 밟아 주차장을 빠져나온다. 그리고는 근처 주유소를 찾아댄다.

 

 

 ⑤

 

 

 새벽 1시 50분.

 만희도 모르게 찾아 온 곳은 한적한 동네 골목어귀.

 도착한지 십여분이 지나고 의자시트를 내린 채 노래를 튼 만희는 가만히 눈을 감는다. 발라드만 흘러나오는 게 만희의 감성을 충분히 적신다. 노랫말을 중얼거리며 시간을 보내던 만희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한참동안을 계속 같은 자세로 노래만 듣는다. 그리고 40여분이 지난 2시 반. 택시 한 대가 만희의 차 앞에 세우더니 뒷좌석에서 어떤 이가 내리는 게 느껴진다. 자신도 모르게 겁이난 만희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다. 몇 분 후, 골목어귀 첫 번째 집. 만희의 차 건너편 집에서 불이 켜졌다.

 

 ‘택시에서 내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분명 그이는 이렇게 늦은 시각까지 밖에 있을 리가 없는데... ... 약이 없으면 난 왜...그 나쁜 아이가 계속 생각나는 걸까? 혹시 내가 약에 중독되어 환상에 시달리는 건 아닐까?! 몽유병! 몽유병이 올 수 있다고 그 착할 것 같은 의사가 말했었다. 그래, 기억난다! 약에 중독되어 환상에 시달리는 게 분명하다. 4개월 전부터 시작 된 복용은 성욕은 물론, 내 정신까지 앗아간 거야! 하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난...지금처럼 잠을 설쳐 이렇게 되잖아... 지금처럼... ...’

 

 만희는 의자시트를 다시 올리고 자동차 시동을 건다. 주유 표시가 거의 가득 차 있는 걸 보며 만희는 불이 켜진 집에 시선을 다시 돌린다.

 

 “다 너 때문이잖아. 내가 이렇게 된 게. 썅...!”

 

 만희는 불 켜진 집으로 고정 된 시선을 움직일 수 없었다.

 

 “씨발. 기름은 괜히 가득 채워가지고... 여기까지 오게 하고 말이야. 젠장. 크흐흐~!”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불이 켜진 집을 쳐다보며 가래침을 뱉고선 만희의 시선은 정면으로 향할 수 있었다. 액셀을 밟고 골목을 빠져 나오면서 만희는 차 안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계속해서 바꾸며 빠른 템포의 노래가 나오길 기다린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무실이 있다. 사실 사무실을 마련했을 때 여자 친구와 매일 보고 매일 가까이 있으려고 만희는 일부로 이 동네를 선택했던 거였다. 한 달 만에 헤어진다는 걸 알았다면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을 거다.

 

 

 ⑥

 

 

 "으~ 다 젖었어."

 

 사무실로 들어온 은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젖은 신발을 내려 본다. 옆에 놓인 쓰레기통에 우산을 넣어두고 신발을 벗은 은이는 축 젖어있는 양말까지 벗고 난 뒤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물 때문에 부은 건지 원래 그런 건지 두툼한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자리로 들어가던 은이는 소파에서 자고 있는 만희를 발견한다.

 

 "뭐야 이 양반. 여기서 잔거야?"

 

 매번 있었던 일인 양 은이는 놀라지도 않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의 전원을 켠다.

 

 "띠디딩~"

 

 부팅이 다 되었다는 소리와 함께 은이는 인터넷 창을 띄우고 즐겨찾기에 들어있는 쇼핑몰에 접속을 한다. 그리고 신상품들이 뭐가 있는지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오묘하게 나타나는 은이의 표정은 흐뭇하다고 말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슬그머니 일어난 만희는 그런 은이의 표정을 보며 졸린 눈을 비벼댄다. 그리고는 오른쪽 코를 후비며 은이에게 말을 건다.

 

 "야동 보냐? 므흣해 보인다?"

 

 잠이 덜 깬 모습의 만희를 본 은이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다시 모니터를 쳐다본다.

 

 "야, 오늘 보영씨 만날 거니깐 계획 세운 거 있음 이리 와서 어서 pt 좀 해봐."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하는 만희를 보고 은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껴댄다. 그리고 잠시 인터넷 창을 최소화 시킨 후 은이는 문서파일을 열고 인쇄 버튼을 누른 후 만희를 보며 대답한다.

 

 "프린트 나올 거에요. 보세요."

 

 퉁명한 말투로 말을 하는 은이가 못마땅한지 만희는 혀를 차며 자기 책상에 놓인 프린터기를 살핀다. 프린터기에서 나온 용지는 달랑 한 장. 만희는 그 한 장의 종이를 가지고 다시 소파에 기댄다.

 

 "한 장이 뭐냐 한 장이. 너무한 거 아냐? 우리 보영씨 일인데 좀 신경써주지...!"

 "그 우리 보영씨 사건. 아니 이건 사건도 아니지. 아무튼 그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다고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하겠습니까요~!"

 

 인중을 만지던 만희는 은이가 적어놓은 다섯줄에 계획을 보면서 하품을 해댄다. 눈에서 눈물이 살짝 고이자 이번엔 두 눈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다시한번 은이가 쓴 계획을 살펴본다.

 

 "전남편 직장이 용산이네?"

 

 만희의 말에 은이는 쇼핑몰을 계속해서 탐색해가며 대답한다.

 

 "네~ 그 우리 보영씨 집과도 그리 멀지 않네요~"

 

 놀리는 듯 한 말투로 은이가 대답하자 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말투로 은이에게 시비를 건다.

 

 "그럼 전~ 이만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열심히 쇼핑하고 계세요~"

 

 은이는 모니터 옆으로 살짝 날카로운 한쪽 눈매만을 보이며 만희를 노려본다. 만희는 크게 기지개를 피면서 잠긴 목이 한 번에 풀릴 정도로 큰 하품을 한 뒤 사무실 밖을 나간다.

 

 "젠장."

 

 밖으로 나온 만희는 비가 내리는 걸 보며 주위를 살핀다. 다들 우산을 쓰고 다니는데 만희 혼자 비를 맞게 생겼다. 간혹 보이는 레인부츠를 신은 여자들을 보며 자신의 신발을 한번 쳐다본다. 어떻게 할지 망설이던 만희는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후 허겁지겁 뛰기 시작한다.

 

 "으으으~ 젖네, 젖어~ 으~"

 

 철딱서니 없게 뛰어가던 만희는 차에 문을 열고 재빨리 운전석에 착석을 한다.

 

 "젖었어, 젖었어. 씨..."

 

 비에 맞은 옷을 손으로 툭툭, 젖은 머리도 손으로 쓰담쓰담 쓰다듬으며 빗물을 털어낸다. 시동을 걸고 용산으로 향하는 만희의 표정은 계속해서 귀찮아 보인다.

 용산역에 도착한 만희는 신호대기를 하는 도 중 보영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도착했습니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바로 가겠습니다.]

 

 빨갛게 자동차들을 막고 있던 신호등은 파란불로 바뀌면서 자동차들을 놓아주었다. 만희는 역 으로 들어서는 길로 들어가 주차 할 곳을 찾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밖을 유심히 살펴본다.

 

 "Okay!"

 

 빽빽이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에 비어있는 한 곳을 찾은 만희는 재빨리 방향을 틀어 후진으로 주차를 한다. 시동을 끄고 밖으로 나와 차문을 잠근 만희는 저번처럼 차를 찾지 못할까봐 고개를 돌려가며 현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좋아, 됐어."

 

 비는 그쳤지만 낮인데도 어둡게 그늘진 서울 중앙에서 만희는 뒷목을 주무르며 보영이 있는 커피숍으로 향한다. 5분가량을 걷던 만희의 몸에는 그세 땀이 주루룩 흐르고 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저기 보이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향해 짜증나는 표정을 가진 만희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진다. 커피숍이 가까워지자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보영이 보인다. 팔 전체가 보이는 파란 민소매 블라우스에 하얀색 긴 바지를 입은 보영의 모습은 실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만희는 표정관리에 들어갔고 헛기침 몇 번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커피숍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만희의 말에 고개를 들은 보영은 만희의 눈을 보며 살짝 미소를 보인다.

 

 "아니에요. 저도 금방 왔어요. 앉으세요."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보영의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만희는 보영을 보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는다. 계속 느껴지는 시선에 보영이 잠시 고개를 들고 말을 한다.

 

 "뭐 안 드세요?"

 

 보영의 말에 만희가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대답한다.

 

 "하하, 아직 식사 전이라서... 빈속에 커피가 잘 안 받더라구요~ 하하."

 "아, 네~"

 

 다시 살짝 미소를 보이며 보영은 앵두 같은 입술로 빨대를 짧게 빨아드린다. 목으로 넘어가는 커피가 눈에 보인 만희는 자기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킨다.

 

 "그런데 왜 이곳에서...?"

 

 보영의 말에 만희가 대답한다.

 

 "네, 저와 이실장이 조사를 해보니깐 전남편분이 이곳에서 근무를 하더라구요.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난 뒤 이 커피숍에서 커피를 자주 마신다고 합니다."

 "그런데요?"

 

 만희의 말은 보영의 얼굴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만들었다. 살짝 당황한 만희는 다시 멋쩍은 웃음을 내보이며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하하. 계획은 간단합니다. 저와 오늘 이곳에서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됩니다. 점심시간 까지요. 하하."

 

 시큰둥한 모습의 보영은 창밖을 시선을 돌린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만희는 눈썹을 긁적이며 다시 말을 한다.

 

 "자주 이런 모습을 보일 겁니다. 커피숍, 식당, 술집 등등. 전남편이 출몰하는 곳엔 우리가 있을 겁니다. 제가 보영씨의 새로운 남자로 인식을 하게끔 할 것이고 보영씨가 말씀하셨던, 그리고 저의가 알아본 전남편의 성격상 전남편은 아마 끙끙 앓다가 결국엔 보영씨를 포기하고 말겁니다."

 "잘못되면요?"

 "네?"

 

 보영의 말에 만희가 다시한번 당황한다. 하지만 이내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보영의 말에 대답을 한다.

 

 "전남편이 만약 쎄게 나오거나 예상 밖에 행동을 한다면 그거에 따른 플랜이 따로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플랜B는 없다. 오로지 보영과 같이 있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만희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면서 요리조리 빠져 나갔다. 계획을 짠 이실장에게 클레임을 걸지 않은 이유도 만희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은이였기에 달랑 다섯줄만 쓴 플랜이어도 만희는 너무나 흡족해했기 때문이다.

 

 "전남편이 보영씨를 보고 아는 척 다가오든 다가오지 않든 그건 상관없습니다. 우린 그냥 이 모습 자체만 보여주면 됩니다."

 

 만희의 말이 끝나자 보영은 고개를 돌려 만희를 쳐다본다. 그리고 그 성스런 앵두 같은 입술을 천천히 열기 시작한다.

 

 "음~ 믿어볼게요. 천재소년이 짠 플랜인데... 평범해 보이지만 한번 믿어보죠. 그치만 시간이 꽤 걸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보영의 말에 만희가 함박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보영님. 아까 뭐라고 말씀하셨죠?"

 "네?"

 "저에게요. 아까 방금."

 

 어리둥절한 보영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연다.

 

 "믿어 본다는?"

 

 만희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젓는다. 그 모습을 본 보영은 다시 만희를 보며 대답한다.

 

 "천재...소년?"

 

 흔들거리던 만희의 고개가 멈춰 선다.

 

 "저 천재잖아요. 히히."

 

 자신의 검지로 자기를 가리키며 말을 하는 만희를 보며 보영이 짧은 헛웃음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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