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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태양이 뜨기 전에
작가 : 목목목
작품등록일 : 2017.7.28

여성 파이터 한보름.
거칠고 강한 그녀에게도, 소녀가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월드스타 오태양을 맞이할 때!

그러나 의문의 무대 사고로 태양은 생을 마감해버리고...
보름은 과거로 회귀하여 16살 소녀가 되어버린다.

혼란도 잠시, 이건 기회다!

지금이라면 태양이 뜨기는커녕, 데뷔도 못 한 상태!!

운명으로부터 태양을 구하고, 겸사겸사 태양을 품어보자꾸나.

태양이 뜨기 전에!

 
방해받은 행복
작성일 : 17-07-29 07:22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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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태양과의 치킨 만찬을 끝마치고, 보름은 학교로 돌아가고 있었다.

 

 띠리링-

 

 보름의 휴대폰이 울린다. 같은 반 친구인 희연의 전화였다.

 

 "어, 희연아. 왜?"

 - 보름아! 큰일 났어. 현아가 일진들한테 끌려갔어!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보름은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뛰어다니던 거리였기에, 적당히 숨이 차오를 쯤 학교에 도착한다. 일단 반으로 올라간 보름은 희연을 찾았다.

 

 "현아 어딨어?"

 "오,옥상에..."

 

 보름은 다시 뛰었다. 옥상에 들어서자, 한눈에 보기에도 불량해 보이는 여중생들에게 둘러싸인 현아가 보인다. 현아는 눈물로 범벅이 된 채, 무릎을 꿇고 빌고 있었다. 거칠게 옥상 문을 열고 들어온 탓에, 현아와 일진들의 시선이 보름에게 집중된다.

 어색하게 화장을 떡칠해놓은 일진 중 한 명이 보름에게 시비를 걸어온다.

 

 "야. 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오냐? 죽고 싶어?"

 

 보름은 분노로 차오른 눈빛으로, 그 일진을 노려봤다.

 

 

 

 띠링-!

 

 

 이름 : 김주연

 나이 : 16살

 

 무력 : 41

 지력 : 39

 마력 : 8

 

 

 

 보름은 지난 두 달간, 저 반투명한 목판에 떠오르는 수치들을 분석하기 위해 노력했다. 성인을 기준으로 무력의 평균은 남자가 50, 여자가 40이었으며, 지력은 남녀 구분 없이 50이 평균이었다.

 

 무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육체적인 능력이 좋았고 전투와 관련된 기술이 좋았다. 지력은 지능의 우수함을 나타내는 수치로, IQ와 비슷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아직 마력이 의미하는 바는 알지 못했으나, 남자의 경우 평균이 3이었고 여자의 경우 7이었다. 또한 남녀를 통틀어, 마력이 10을 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이름 : 한보름

 나이 : 16살

 

 무력 : 73

 지력 : 59

 마력 : 5

 

 

 

 최근에 확인한 보름의 목판이다.

 남자와 여자의 무력차이가 평균적으로 10 정도이니, 보름과 주연의 무력차인 32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현재 보름의 육체는 별다른 격투 훈련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아직은 기초체력을 단련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체력적으로 개선이 되긴 하였으나, 육체적인 능력만 놓고 보면 보름의 신체기능은 평균 이하.

 

 "이게 뭘 꼬라봐?"

 

 그렇게 말하며, 싸대기를 날리는 주연. 보름은 어렵지 않게 그녀의 팔을 낚아채 꺾은 뒤, 발로 밀어버린다.

 

 주연은 바닥에서 나뒹군다.

 보름은 싸움방식은 육체의 강함에 의존하기보다, 기술적인 것에 있었다. 그렇기에 남성 파이터들을 상대로도 선전할 수 있었고, 과거로 회귀해서도 높은 무력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유려한 보름의 제압기에 일순간 당황하는 나머지 여섯 일진. 그녀들은 서로 잠시 눈빛을 교환하더니, 동시에 보름에게로 덮쳐든다. 그러나 싸움이 뭔지도 모르고 센 척만 해대는 여중생 일진들은, 한 트럭이 쏟아져나와도 보름의 적수가 아니다.

 

 인당 5초. 총 30초 만에 일진들은 전부 바닥에 자빠져 신음을 흘린다.

 제일 먼저 자빠졌던 주연은 그새 몸을 추슬렀는지, 간신히 일어나서 다른 일진들을 일으켜 세운다.

 꼴에 의리는 있는 모양.

 일진들이 다 일어나자, 주연은 슬슬 뒷걸음질 치며 말한다.

 

 "야! 너! 내가 아는 오빠들한테 다 말할 거야! 넌 끝났어!"

 

 여중생이나 남고생이나 보름에겐 '일반인' 카테고리의 상대일 뿐이다. 아는 오빠 10명을 데려온들, 결과는 달라지지 않으리라. 그 사실을 모르는 주연은 일당들을 데리고, 의기양양하게 옥상을 빠져나갔다.

 

 "보름아으흐흥"

 

 울먹이며 보름을 부르는 현아. 보름은 현아를 안아주며 자초지종을 물었다. 보름은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에 이런 사건이 없었기에, 의아했다.

 

 "그게..."

 

 현아가 울먹이면서도 사연을 풀어놓았다. 현재 현아는 보름의 추천으로 가수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보름은 현아의 끔찍한 미래를 알았기에, 가수 말고 다른 직업을 갖게 하면 어떨까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보름은 노래할 때 행복해하던 현아의 모습과 가수로서의 재능을 보았다. 친구의 출셋길을 막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과거 현아는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에도 예고에 진학했었다. 순하디순한 현아가 그렇게까지 강성으로 나온 걸 생각해보면, 그녀의 음악적 열망은 아무리 보름이라도 가로막을 수 없었다.

 

 이제 보름은 현아를 지킬 힘이 충분했으며, 범행은 크리스마스에만 발생하므로 미리 조심할 수도 있었다. 아울러 현아를 일찍 데뷔시켜, 미래에 대한 변수를 초래하기까지 한다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름은 현아에게 나쁜 짓을 시켰다. 현아에게 공부학원비를 빼돌려, 실용음악학원에 등록하기를 부추긴 것이다. 덕분에 현아는 평일엔 실용음악학원에 다니며 보컬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역시 현아의 재능은 어딜가지 않았는지, 실용음악학원에 입원하자마자 단번에 보컬 에이스로 등극했다. 문제는 그 학원에 김주연도 수강 중이었다는 것이고, 주연이 현아의 재능을 시기했다는 것이다.

 

 "흐흐으응. 그래서 주연이가 학원에서부터 날 괴롭혔어. 흐흑"

 "근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너가 이렇게 싸움 잘하는 줄 몰랐지. 흐흥. 난 그 학원 꼭 다니고 싶은데으흑. 보름이 너한테흑. 말해봤자 걱정만 할 테고 흐흐응."

 

 현아는 울먹이면서도, 뭔가를 계속 말하려 했다. 아무래도 속에 쌓인 것이 많았나보다.

 보름은 현아의 등을 토닥여주며, 한참이나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도 그 학원 가야겠어."

 

 

 

 ***

 

 

 

 방과 후에도 소년소녀의 만남은 계속되었다.

 태양의 연주와 보름의 허밍.

 같은 듯 다른 미묘한 선율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반지하라는 공간이 주는 침음함이 맑게 환기된다.

 

 태양이 연주하는 작은 피아노와 그 앞에 작은 의자.

 둘은 나란히 앉아있었다. 의자가 작은 탓에 착 달라 붙을 수밖에 없다.

 매일 방과 후에서, 태양의 부모님이 귀가하기 한 시간 전까지.

 보름은 태양의 집에서 음악 작업을 도와주고 있었다.

 

 태양이 이 건반 저 건반 눌러보며 작곡을 하다가, 보름은 익숙한 멜로디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익숙한 멜로디라고 해봐야, 태양의 1집 수록곡의 멜로디를 기다리는 것이다.

 

 물론 보름은 먼저 수록곡의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태양의 곡은 태양의 것이니까. 그가 미래에 창조하게 될 곡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

 

 보름은 단지 보조할 뿐이고, 그것으로 만족했다. 사실 자신의 보조 따위는 필요도 없을 만큼, 태양의 음악적 역량은 뛰어나다. 그렇지만 태양이 자신을 필요로 하고, 원하고 있는데,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도 작업시간 단축에는 도움을 주니까!'

 

 그렇게 스스로의 가치를 합리화하며, 보름은 오늘도 열심히 콧노래를 부른다. 오늘은 태양의 1집 여덟 번째 수록곡 작업을 끝마쳤다.

 

 "됐다. 1집 완성!"

 

 하며 혼자 박수를 치는 태양. 보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어? 1집은 아홉 곡인데?"

 

 그렇다. 보름의 기억으로는 분명 아홉 곡이었다. 그러나 태양에게 한 곡이 더 남았다고 말하기는 모호한 상황이다.

 

 "누나. 고마워요!"

 

 태양은 앨범을 완성했다는 생각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그걸로는 기쁨의 표현이 부족했던 걸까?

 

 보름을 와락 안아버린다.

 보름의 몸이 달아오른다.

 

 달아오를 수밖에. 무려 태양이 자신을 안았다. 머릿속에서 김이 나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보름은 뜨거워졌다. 그 열기에 아홉 번째 수록곡에 대한 의아함 따위는 기화되어 날아가 버린다.

 

 챙! 챙! 챙!

 

 괴음이 보름의 황홀을 부순다. 보름이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봤다. 반지하 창문 쪽이었다.

 보름의 숨이 멎는다.

 광기와 증오로 타오르는 눈동자와 마주친 것이다.

 

 "오태양!!"

 

 보름다운 선율이 가득하던 공간으로, 악에 받친 여인의 고함이 짓쳐 든다. 보름을 안고 있던 태양이 순식간에 간격을 벌리며 읊조린다.

 

 "어,엄마. 일찍 오셨네요..."

 

 쪽창문으로 방안을 주시했던 여인은 태양의 어머니였다. 그녀가 몸을 일으키곤, 쿵쾅거리며 반지하로 내려온다.

 보름의 심장도 쿵쾅인다.

 

 쾅!!

 

 대문을 박차고, 태양의 어머니가 들어왔다. 여기저기 해진 작업복 차림에 봉두난발인 중년 여인이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는 나뭇잎이 하나 달려있었는데, 조금 전 쪽창문으로 방안을 들여보기 위해 엎드렸다가 붙은 것이다.

 

 깡다구 하나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보름이었지만, 태양의 어머니 앞에서는 주눅이 들어버린다. 아니 주눅으로는 부족했는지, 소름이 돋는다. 그녀의 흉흉한 눈빛 때문이었다. 분노어린 시선으로 보름을 주시하는 여성.

 

 보름은 뱀 앞에 선 개구리마냥, 몸이 굳어 꼼짝 못했다. 속절없이 그 눈빛을 마주한다.

 

 

 

 띠링-!

 

 

 이름 : 노윤이

 나이 : 42살

 

 무력 : 64

 지력 : 57

 마력 : 13

 

 

 '마력이 10을 넘어?'

 

 처음 겪는 현상이다. 보름은 가뜩이나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눈앞의 여인에게 더욱 경계심이 든다. 보름이 경계하거나 말거나, 윤이는 보름에게서 눈을 떼고는 태양에게 다가간다.

 

 착-

 

 윤이의 손바닥이 태양의 뺨을 강타했다. 태양이 바닥에 나뒹군다.

 

 "이게 어디서 여자를 집에 끌어들여! 누가 니 애비 종자 아니랄까 봐!"

 "엄마,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바닥에 엎어졌던 태양이 넘어진 자세 그대로, 용서를 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윤이는 그 정도로 태양을 용서해줄 마음이 없었다.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올린다. 이번엔 손바닥이 아니다. 주먹이다.

 윤이가 주먹을 내리꽂으려는 순간.

 

 탁-

 

 보름이 그녀의 손을 낚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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