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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물 : 너에게 나를 바친다 (가제)
작가 : 조은산
작품등록일 : 2017.7.26

어린 시절 무당 할아버지에게 애기 무당 일을 강요 당하며 학대 받아온 소녀, 연지. 어느 날 연지앞에 나타난 서위.
서위는 연지의 지긋지긋한 세상을 깨부수어 주었다.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 연지는 서위와 자신 앞에 나타난 이상한 차림의 남자를 보게 되고. 그 남자가 다시 자기의 세계에서 서위를 데려갈 것이라 예감한다.

"나의 빛. 나의 선. 나를 구하러 이 추잡한 세계 밖에서 온 나의 서위. 너는 나의 추잡한 세계를 부숴주었고, 그토록 바랐던 평범한 일상을 선사해 주었어. 서위,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로맨스 판타지, 현대 판타지(1부), 차원이동물, 미스터리 로맨스

 
6. 나를 데리러 온 구원자 (6)
작성일 : 17-07-29 06:58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4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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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나를 데리러 온 구원자 (6)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서위 너만 빼고.

 

 연지는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다. 정말 모두 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여자 보듯 서위를 대하는 정호 삼촌도, 선망의 대상이라며 서위를 추켜세우는 여자 아이들도, 계집애가 나댄다고 욕하면서도 서위의 맨송맨송한 얼굴을 힐긋 거리는 남자 아이들도, 믿음직스럽다며 친한 척 구는 교사나 다른 어른들도. 그리고 마치 서위에게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구는 신이석도.

 

 그래, 신이석도. 불쌍한 척 제 비극적인 사연을 늘어놓으며 서위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신이석도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서위에게서 연지를 밀어내게 하는 그 모두가, 이 세상 모두가 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아니, 어쩔 때는 연지 자신 또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 오로지 서위만 빼고. 이 세상에서 서위 너만 빼고 모두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

 

 

 그날 이후 집에서 정호 삼촌을 보는 것이 어려워졌다. 정호 삼촌은 아침 일찍부터 가게에 나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가면,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처음엔 서위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쩜 연지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한 정호 삼촌의 노력일 수도 있다고 의심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연지는 아침 식사를 거부했다.

 

 사실 그 이유 뿐만은 아니었다. 자신을 대하는 서위의 차가운 태도를 견디기 힘들었다. 매번 아침을 거르고 나가는 연지를 보고도 서위는 보통 때처럼 챙겨주질 않았다.

 

 이른 아침,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서위를 등지고 등굣길에 나서며 연지는 종종 눈물을 흘리곤 했다.

 

 거부당한다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견디기 참 힘들었다.

 

 

 

 그건 그렇고 요즘에도 학교에선 이석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수업 중 교사들도 종종 이석은 잘 지내냐며 아이들에게 묻곤 했다. 아이들 역시 쉬는 시간 때 마다 병문안 갈 이야기로 한참을 떠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석이 이제 더 이상 걷지 못 할 거란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이제 많이 괜찮아진 것 같은데, 학교에 오질 않는 건 꾀병이라며 떠들어대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럴 때마다 연지는 서위의 눈치를 살폈다. 이석의 이름이 오르내릴 때마다 서위의 얼굴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도대체 이석은 왜 서위에게만 그런 말을 한 것일까.

 

 어쩜, 서위를 특별하게 여기고 서위에게 구원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연지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까지 닿자 연지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이석이 제 물건을 훔쳐간 도둑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뻔뻔하고 수치를 모르는, 인두겁을 뒤집어 쓴 강도. 마치 그렇게 느껴졌다.

 

 요즘에 모두 싫은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요즘뿐이겠는가, 연지에게.

 

 “한서위. 너도 오늘 이석이한테 갈래?”

 

 남자 아이 하나가 서위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에 서위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체육관 끝나고 가려고.”

 

 요새 서위의 귀가가 많이 늦어지는 까닭이었다. 서위와 대화를 나눈 지도 꽤 되어, 의심만 하고 있었는데 당사자의 입을 확인 받은 것이다.

 

 연지는 쥐고 있던 볼펜을 꾹 움켰다. 그리고 서위 쪽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서위는 연지 쪽으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갑자기 두통이 일었다. 한 손으로 머리 움켰다. 그러나 피가 쏠리는 느낌이 멈추지 않았다. 연지의 시선은 여전히 서위 쪽에 머물러 있었다.

 

 서위가 다른 아이의 농담에 키득거리며 웃는 순간, 구토감이 밀려들었다.

 

 “꺅, 뭐야!”

 

 순식간이었다. 연지의 책상 위는 연지가 게워낸 구토들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교실의 이목이 연지에게로 집중되었다. 몇몇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다가 교무실로 뛰어갔다.

 

 그 소란에 서위 역시 마침내 연지 쪽을 보게 되었지만, 이내 시선을 거두고 딴청을 피웠다. 연지는 여전히 바들거리는 몸을 겨우 가누며 서위를 노려보았다.

 

 

 **

 

 

 늦은 오전 시각. 연지는 때 이른 하굣길에 나선다. 집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연지가 종종 보이는 증상들을 보고 사람들은 신병이라느니, 귀신이 들렸다느니 각자 믿고 싶은 처방을 내리지만, 사실은 아니다. 연지는 그저 남들보다 특별하게 예민한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잘 참고 견디는 스트레스에 약한 것이고,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무엇들이 종종 보이는 것이다. 그 뿐이다.

 

 어쩌면 꾀병일 수도 있다. 연지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구토를 하거나 쓰러지거나 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저 서위에게 서운했던 일들을 많이 떠올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까.

 

 그래, 서위는 알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꾀병이란 것을. 그랬기에 울며 책가방을 꾸려서 교실을 나오는 연지에게 집에 잘 가라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학교에서 나온 연지는 곧장 병원을 목적지로 정했다. 이석이 입원한 종합병원이었다. 이석을 만날 생각이었다. 병문안 따위 때문은 아니었다.

 

 병원에 가는 길 내내, 이석에게 할 말들을 곱씹었다. 곱씹고 곱씹어도 결국 해줄 말은 단 하나 뿐이다.

 

 그러는 사이 병원에 도착했고, 연지는 병원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이석이 있는 병실은 11층. 이제 곧이다.

 

 “웬일이야, 네가. 혼자 왔어?”

 

 병실에 방문한 연지를 보고 이석은 반갑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항상 그가 그래왔던 것처럼 연지의 굳은 표정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조퇴했어?”

 

 침대 맡에 둔 제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이석이 물었다.

 

 “응.”

 

 연지는 짧게 말하고 이석이 있는 침대 옆 간이침대에 걸터앉았다. 간이침대 한편엔 홑겹 이불이 개켜져 있었다. 아마도 이석의 어머니는 이 곳에서 지내는 모양이었다.

 

 “서위는?”

 

 이석이 묻자, 연지의 입술이 이상한 모양새로 비틀어졌다. 연지는 자신이 이 곳에 온 이유를 상기시켰다.

 

 “너, 이제 못 걷는다며.”

 “…누가 그래?”

 

 이석이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었다. 연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네가 누구한테 말했는데?”

 “…….”

 

 이석은 대답 없이 연지를 빤히 쳐다보았다. 연지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반 애들도 거의 알고 있더라. 걔네들 요즘 많이 찾아오지?”

 “…….”

 “가끔씩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소란 삼곤 하지.”

 “…….”

 “힘내. 그래도 많이들 걱정하더라.”

 

 이석의 얼굴이 금세 불콰해졌다. 무어라 대답할지 모르고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 이석의 모습은 낯설었지만 싫은 건 아니었다.

 

 “나 목말라. 음료수 냉장고에 차고 넘친댔지? 하나 마셔도 돼?”

 

 연지는 일어나 조소하는 양, 비꼬는 투로 말하며 냉장고 쪽으로 걸었다. 음료를 하나 꺼내 뚜껑을 열면서도 이석의 얼굴을 주시했다.

 

 “…서위한테 들었어?”

 “몰라, 나한테 그런 거 묻지 마.”

 “서위가 말했냐고!”

 

 이석은 고함을 질렀다. 그의 얼굴, 눈, 모든 것이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몸을 떨고 있었다. 어쩜 이석이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은 배신감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보통 또래가 친구들에게 느끼는 종류가 아니었다. 알고 있었다. 연지는 그럴 줄 알았다. 이석이 서위에게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이유는 이것이었다.

 

 “서위한테 구걸하지 마.”

 “뭐?”

 “서위 앞에서 꺼져줘, 제발.”

 

 마지막 말은 연지가 병원 오는 길에 계속하여 곱씹고 곱씹던 말이었다. 또한 언제나 연지가 이석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 때마다 이석은 짓궂은 농담이라도 들은 양 웃어넘겼다. 하지만 이번엔 그러질 못 했다.

 

 “네가 이제 더 이상 그 좋아하는 운동 못 하게 되는 거랑 서위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야?”

 “…닥쳐.”

 “…….”

 

 이석은 어금니를 꾹 물며 말했다. 그에 연지는 아무 말도 답하지 않았다. 이불 끝을 움켜쥔 이석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닥치라고!”

 

 대꾸 없는 연지에게 지른 그 고함이 갈 곳 없이 허공에서 흩어졌다. 연지는 부러 소리 내어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들렸을까. 숙인 이석의 고개 아래로 물방을 떨어져 이불 위에 닿았다.

 

 이석은 자리를 박찼다. 팔로 힘 있게 침대 위를 딛고 몸을 날렸다. 그 기세에 연지는 이석이 자신에게 달려들까, 뒷걸음을 쳤다. 그러나 이석은 그대로 침대 밑, 바닥으로 보기 좋게 고꾸라졌다.

 

 그 소동에 병실 밖에서 놀란 간호사 몇몇이 들어 왔고, 이석의 어머니를 찾아 불렀다. 그녀들의 도움에도 이석은 좀처럼 몸을 가누지 못 했다.

 

 바닥에서 오열하는 이석을 내려다보며, 연지는 조용히 병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떠올렸다. 언젠가, 아니 늘 갖고 있던 그 생각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서위 너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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