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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실연 다이어트
작가 : 도진
작품등록일 : 2017.7.27

사랑하는 여자친구의 살을 빼기 위해 거짓 이별을 하는 한 남자 이야기

 
2. 실연 다이어트
작성일 : 17-07-29 06:32     조회 : 326     추천 : 0     분량 : 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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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를 연거푸 원샷을 했다.

 

 오늘은 도저히 맨 정신으로 버틸 자신이 없었다.

 

 평소 소주 3잔이면 쓰러지는 나였지만 오늘은 갈 때까지 가보자는 듯이 마시고 또 마셨다.

 

 어느 정도 마시자 세상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

 

 더 이상 마셨다 가는 큰일 나겠다 싶어 탁자에 돈을 놓고 일어나는데 세상이 지진 난 것처럼 마구 흔들렸다.

 

 제대로 걷고 싶어도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 지지 않았다.

 

 결국 휘청 거리다 앞에 앉은 어떤 남자와 부딪히고야 말았다.

 

 “죄송합니다.”

 

 몸이 비틀비틀 거려 제대로 고개가 숙여지지가 않았다.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마디 했다.

 

 “죄송하면 다야! 어디서 돼지 같은 년이 사람을 치고 난리야!”

 

 돼지 같은 년! 갑자기 화가 났다.

 

 “니가 나 돼지 되는데 소시지를 하나를 사 줬어 어디서 돼지래!”

 

 평소 같으면 입도 뻥긋 못하는 나였지만 술에 취하자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술에 힘은 역시 대단했다.

 

 “이게!”

 

 화가 난 남자는 플라스틱 의자를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급기야 손까지 번쩍 들었다. 하지만 말리는 사람도 나서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조용히 술을 마시며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무서운 나머지 두 눈은 찔금 감았다.

 

 ‘차라리 맞으면 정신이라도 번쩍 들겠지’

 

 그때 누군가가 남자의 손을 거칠게 잡았다.

 

 “여자를 때리면 쓰나”

 

 “너! 이 새끼 저리 안 비켜!”

 

 “나는 니 새끼가 아니라 우리 엄마 새끼거든! 그리고 비킬 거면 나서지도 않았어!”

 

 미나는 술에 취한 나머지 앞이 흐릿하게만 보일 뿐 자신을 구해 준 남자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결국 술에 못 이겨 휘청 거리다가 그만 탁자에 쓰러지고야 말았다.

 

 

 

 우영은 오랜만에 한잔 하려고 단골 포장마차에서 준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허기가 진 그는 먼저 우동부터 시켰다.

 

 오늘 처음 먹는 첫 끼니였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하루에 한끼만 먹었다.

 

 굳이 다이어트도 하지 않았는데 살이 쭉쭉 빠져 지금은 키 186에 몸무게 68kg다.

 

 다행히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라 그리 말라 보이지는 않았다.

 

 슬림하게 보일 정도라고나 할까?

 

 맛있게 우동을 먹고 있는데 낯익은 여자가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서 봤더라?

 

 여자는 슬퍼 보였다.

 

 우영은 우동을 먹는 내내 저 여자를 어디서 봤는지 기억해 내려고 머리를 굴렀다.

 

 남들 같으면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그는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그제서야 아까 전에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울고 있던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저런 여자와 부딪혀 봐야 좋을 게 없다라는 생각에 우동만 열심히 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눈길이 그쪽으로 향한다.

 

 때마침 준혁이 천막 안으로 들어온다.

 

 피곤한 기색이 역역했다.

 

 성형수술 의사답게 피부가 반질반질하다 못해 광이 난다.

 

 “아저씨! 여기 우동에 소주 1병이요”

 

 굶었는지 준혁은 우동이 탁자에 놓기가 무섭게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이제야 살 것 같네”

 

 “잘나가는 성형외과 선생님이 밥도 못 먹고 일하나 보지”

 

 “내가 워~낙 잘 나가서 말이야”

 

 “하여튼 잘난 척은.....”

 

 그때 플라스틱 의자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싸움이 벌어졌다.

 

 준혁은 못 본척하고 우동만 계속 먹고 있었다.

 

 아무도 여자를 대신해 끼어 드는 사람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우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혁은 고개를 저으며 말렸지만 우영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에 미칠 노릇이다.

 

 여자는 물 먹은 스펀지 마냥 탁자에 쓰러져 있고 그는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1시간째 같이 옆에 앉아 있다.

 

 준혁은 의리 없게 약속 있다고 먼저 가 버렸다.

 

 일단 술에 취한 여자를 그냥 두고 가기에는 남자의 매너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포장마차에 계속 이렇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손목시계를 보니 벌써 밤12시를 향하고 있었다.

 

 급기야 포장마차 아저씨가 마감시간이라고 정리를 부탁했다.

 

 어쩔 수 없이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의자에 놓여 있는 여자의 큰 가방을 열어 휴대폰을 찾았다.

 

 그런데 가방에는 화장품 보다 간식들이 더 많았다.

 

 사탕, 껌, 초코바, 초콜렛 등 누가 보면 어린아이 가방인 줄 알겠다.

 

 간신히 휴대폰을 찾은 그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부다 내사랑 준호라는 이름만 떠 있었다.

 

 무려 20통이나 했다.

 

 하지만 통화한 기록은 없었다.

 

 결국 전화번호부에서 집 전화번호를 알아 내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서미나! 너 지금 어디야!"

 

 우영은 크고 험악한 목소리에 순간 움찔했다.

 

 “같은 회사 동료데요... 미나씨가 많이 취해서요...”

 

 같은 회사 동료는 아니었지만 모르는 사람이 데려다 주면 어른들이 걱정할 것 같아 일부러 회사 동료인 척을 했다.

 

 주소를 알아 낸 그는 휴대폰을 다시 가방 안에 넣고 목에 걸었다.

 

 그녀를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몸이 나도 모르게 휘청거린다.

 

 "도대체 얼마나 먹은 거야!"

 

 우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낑낑 거리며 도로까지 나오자 빈 택시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우혁은 냉큼 손을 들어 택시를 세웠다.

 

 택시가 앞에 서자 우영은 재빨리 뒷자석에 문을 열어 짐짝을 싣듯이 여자를 던져 버렸다.

 

 뒤따라 그의 몸도 택시에 실었다.

 

 "아이고! 힘들어... 이럴 줄 알았으면 준혁이 말을 듣는 건데...."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져 있었다.

 

 땀도 식힐 겸 창문을 내렸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스치자 정신이 맑아졌다.

 

 그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 옆을 보니 여자가 울고 있었다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우영은 눈물을 닦아 주려고 손을 들다가 이내 다시 자신의 무릎에 내려 놓는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파트에 도착하자 몸빼 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50대 아줌마가 서 있었다.

 

 그녀가 내리자 냉큼 달려와 부축한다.

 

 “서미나! 정신 안 차려!”

 

 아줌마는 여자의 등을 사정없이 때렸다.

 

 그제야 눈을 뜨는 그녀였다.

 

 “고맙습니다.”

 

 아줌마는 다시 교양 있는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우영은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재빨리 택시를 출발 시켰다.

 

 택시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부쳤다.

 

 그런데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떠 보니 발 밑에 종이가방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그 여자의 것이었다.

 

 다시 가기도 그래서 기어이 들고 내렸다.

 

 “오늘 일진 왜이래”

 

 택시에서 내리자 번쩍번쩍한 신축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에는 스포츠카들이 전시된 그림처럼 주차 되어 있었다.

 

 재벌 2세들만 입주가 가능한 으리으리한 오피스텔이었다.

 

 회전문을 들어서자 젊은 경비원이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대꾸도 없이 그냥 고개만 살짝 숙였다.

 

 엘리베이터는 기본 아파트보다 훨씬 넓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갔다.

 

 10층에 도착하자 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각 층마다 사람이 살기 때문에 10층에는 우영이 밖에 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복도에는 그의 발소리만 들릴 뿐 고요하기만 했다.

 

 카드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늘도 가정부 아줌마가 왔다 갔는지 집안이 깨끗하다.

 

 소파에 쇼핑백을 던져 놓고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마셨다.

 

 이제야 속이 시원하다.

 

 주변에는 먼지 하나도 보이지 않을 만큼 번쩍번쩍 빛이 났다.

 

 그래서 더더욱 내 집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녹초가 된 몸을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하얀 천장에 포장마차에서 보았던 여자의 슬픈 얼굴이 순간 떠올랐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우영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미나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기억도 없다.

 

 다만 얼마나 마셨는지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화장실에서 나오자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구토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베란다로 나가 문을 활짝 열었다.

 

 찬바람이 얼굴을 감싸자 술이 조금씩 깨는지 정신이 맑아졌다.

 

 그때 6층에 살고 있는 여자가 고급 벤츠에서 내리고 있었다.

 

 엄마가 말하는 그 여자였다.

 

 매일 남자가 아침에 데리러 오고 퇴근 하면 집까지 데려다 준다는 그 여자

 

 매일 엄마는 그 여자와 나를 비교하며 핀잔을 줬다.

 

 ‘너는 이 나이 먹도록 저런 남자도 없냐?’

 

 여자는 역시나 골드미스처럼 당당함이 몸에 베어 있었다.

 

 같은 여자가 봐도 매력적이었다.

 

 또 다시 속이 울렁거렸다.

 

 결국 그녀는 화장실로 재빨리 뛰어가 어제 먹은 것들을 모조리 변기통에 개워냈다.

 

 

 

 

 

 

 

 뻐꾹~ 뻐꾹~

 

 알람시계 소리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구겨졌다.

 

 아직 잠이 덜 깬 우영은 비몽사몽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간다.

 

 어두운 검은 커텐을 한쪽으로 제끼자 뜨거운 햇살에 눈이 부신다.

 

 어렸을때부터 시작된 불면증은 아직도 여전하다.

 

 검은 커텐이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였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처음 느끼는 배고픔이었다.

 

 그는 현관으로 나가 배달 된 음식을 들고 들어온다.

 

 오랜만에 아침을 먹는다.

 

 언제나 아침은 물 한잔으로 떼우기 일쑤였다.

 

 오피스텔에서 알아서 아침식사를 챙겨주기 때문에 거르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잘 먹지는 않았다.

 

 집에서 먹는 밥보다는 맛은 없겠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아침을 먹으려고 소파에 앉는데......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제 여자가 택시에서 두고 내린 쇼핑백이었다.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궁금해진 우영은 조심스럽게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어 본다.

 

 프릴이 달린 귀여운 티셔츠였다.

 

 그런데 그 여자에게는 작아 보였다.

 

 새옷을 그냥 버리기에 아까웠던 우영은 다시 쇼핑백에 넣어 서랍장 한쪽에 고이 보관해 두었다.

 

 "언젠가 쓸 때가 있겠지...."

 

 그는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려 CNN 방송을 맞춘 다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엄마가 자장가처럼 항상 틀어 주던 방송이었다.

 

 덕분에 영어실력은 웬만한 원어민보다 잘한다.

 

 어느덧 집 나온 지도 벌써 5년째다.

 

 집이었으면 이렇게 마음 편히 밥을 먹지 못했을 것이다.

 

 재산 상속 때문에 으르렁 거리는 형제들 속에서 밥을 먹으면 항상 체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항상 내 방에는 소화제가 비치되어 있었다.

 

 드레스룸에 들어서자 검은 정장과 흰색 와이셔츠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우영은 늘 입던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 정장을 깔끔하게 입었다.

 

 검은 정장이지만 브랜드마다 다 다른 제품이라 디테일에서 조금씩 차이가 났다.

 

 악세사리 유리문을 열자 오래된 가죽시계가 보인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나에게 남긴 하나뿐인 유품이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 그에게는 어느 값진 물건보다 더 소중한 물건이었다.

 

 거실로 나와 구두를 신고 아무도 없는 집을 향해 인사를 한다.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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