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6
작성일 : 17-07-29 02:16     조회 : 489     추천 : 2     분량 : 457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소군주께서는….”

 

 소희가 말을 이었다. 그가 말을 끊었다.

 

 “나는 네 군주가 아니다. 너는 나에게 충성의 맹세를 하지 않았다.”

 

 “이 나라의 국민은 모두 소군주의 신하입니다.”

 

 “소군주라 부르는 것을 허한다.”

 

 그는 정말로 그 자신의 논리 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논리는 지극히 단순하고 얕아서, 그를 잘 아는 이라면 누구라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 소희가 질문을 했을 때 흑노의 반응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흑노는 황자를 아기새처럼 감싸서 보호하려고 했다. 황자가 너무나도 이용당하기 쉬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소군주께 감히 말씀을 드립니다. 소군주님은 병에 걸리신 게 아닙니다.”

 

 “나는 아픈 것이다. 아픈 것이 나으면 좋아질 것이다. 보통 사람이 된다.”

 

 소희는 이를 악물었다. 이 이야기를 지금 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

 

 “흑단목이 자단목으로 자랄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아니하다.”

 “소엽이 대엽으로 자랄 수 있겠습니까.”

 “자연에 이치가 있어 대엽의 가지는 대엽이, 소엽의 가지는 소엽이 된다.”

 “소군주께서는 초목 중의 자단과도 같습니다. 특이하고 뛰어나되 몇 가지 조심하셔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그것을 제가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왜 나는 다른 자단들을 만나지 못하였는가?”

 “방금 제게 소엽이 대단히 희귀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소엽은 다른 소엽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

 

 황자는 여전히 무표정했으나, 아주 약간 입가가 뒤틀렸다. 그가 웃는 것이 이런 형태일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극히 서툴렀다. 소희는 이런 사람을 알았다. 시우가 지시하는 것이 황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대로 하고 싶었다.

 

 그것은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거만하고 천재적인 껍질 속에 숨어 있는, 고귀한 신분의 외로운 소년을 도와주고 싶었다.

 

 “나는 이제 돌아가야 한다. 미시에는 점심을 먹어야 한다. 점심은 안채에서 흑노와 함께 든다.”

 

 소년은 몸을 돌렸다. 소희를 뒤돌아보지 않은 채 그는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때 소희는 그가 화려한 용이 조각된 지팡이를 짚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이 소년은 고작 십오세이지만 지팡이에 몸을 기대 걷고 있는 것이다.

 

 그는 황위의 승계 문제에서는 완벽하게 내쳐져 있는 외부인이다. 그 걸음걸이를 보고서야 소희는 완전히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배운 중국이나 조선의 역사에서도 장애가 있는 후계자가 황제나 왕이 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장애나 약한 것, 문제가 있는 것은 천벌을 받은 것으로 배제해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이유는 그의 신분이 고귀하고 어머니가 그를 보호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어머니가 그의 병이 일시적인 것이며 나을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자세한 사정은 아직 소희로서는 알 수 없었다.

 

 따각 따각 소리나던 지팡이의 소리가 멈추었다.

 소희를 무시하고 나가는 줄 알았던 소년이 잠시 멈춘 것이다. 그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익일 묘시에 소현재로 와라.”

 

 “황자님!”

 

 소희가 소리쳤다. 이것은 시우가 말한 것이 아니었다.

 

 “자단이 흑단이 아니라 자단으로 태어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옵소서. 내일 뵙겠습니다.”

 

 황자는 들은 척 만 척하고 앞으로 계속 걸어나갔다. 따각 따각 바닥의 돌을 지팡이가 쓸었다. 하지만 한 순간 그의 지팡이가 머뭇거렸다가 움직였다. 소희는 그가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소희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우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었어!’

 

 - 하지만 이야기하고 싶었어. 네가 그렇게 태어난 건…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걸.

 

 ‘조금더 가까워진 다음에, 라포(rapport)가 형성된 다음에 하는 거라고!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다가가면 오히려 경계할거야. 네가 환자를 실제로 본 적이 있어? 무슨 병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잖아!’

 

 빽빽거리며 외치는 시우의 목소리가 거슬렸다. 양쪽 귀를 막아도 그 소리의 볼륨은 줄어들지 않았다.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라고! 제발! 그래야 너도 다른 애들처럼 안 된다고!’

 

 소희는 잘 닦여진 반석 위에 우뚝 멈춰섰다.

 그 반석은 거칠거칠하고 모가 난 것이 어디서 자연석을 가져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반석 위에는 이름 모를 작고 까만 딱정벌레가 기어가고 있었다. 딱정벌레의 갑각류 위에 햇빛이 한순간 비쳤다. 동시에 소희의 인식에도 깨달음이 떠올랐다.

 

 “다른 애들처럼?”

 

 소희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 오직 시우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였다. 그녀는 드디어 찾고 있던 의문 중 몇 가지에 대답을 얻은 것이다.

 

 하나. 시우는 다른 애들을 자기처럼 의사로 훈련시키려 했다.

 둘. 그렇지만 그들은 시우를 따르지 않았다.

 셋. 그리고 그들은 죽거나 크게 다쳤다.

 

 그리고 하나 더. 시우는 자기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고집이 세고 독선적이다. 지금 당장 몰아붙이면 조금 더 알려줄 것이다. 소희는 시우에게 따지려 입을 열었다.

 

 “감 의원.”

 

 어깨에 손이 닿은 것이 그보다 먼저였다. 낯선 손길에 소희는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앞으로 한 걸음 걸어나오며 뒤를 돌아보았다.

 

 햇빛이 바로 눈에 들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우람하고 거대한 체격과 대낮에 완연히 눈에 띄는 흑의는 다른 이와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밤이라면 칠흑에 감싸여 보이지 않았을 옷은 낮에는 백로 속 까마귀처럼 확실히 눈에 띄었다.

 

 ‘소군주, 소군주라고 부르는 걸 허락받았다고, 빨리 말해!’

 

 시우가 외치는 것을 따라 다급히 말했다.

 

 “소군주님이라 부르는 것을 허락받았습니다.”

 “….”

 

 흑노는 표정을 굳히지 않았다. 그는 무감한 얼굴로 부드럽게 소희에게 속삭였다.

 

 “소군주께서 오실 시간에 맞추어 창궁원에서 기다리고 있었는가.”

 

 “….”

 

 그것은 터무니없는 오해다. 하지만 소희가 해명하기도 전에 흑노가 칼을 빼어들었다. 날이 세워진 장검은 소리도 없이 스르륵 빠져나와 눈부시게 빛났다. 검날에 비추는 소희의 얼굴은 핏기없이 창백했다.

 

 “소군주께서 솔기없는 옷만 입으시는 것은 침모뿐 아니라 창비원 모두가 아는 사실인저.”

 

 흑노는 검을 앞으로 세웠다. 검이 소희에게 다가왔다. 소희의 이마를, 코끝을, 입술을 지나 목 앞으로 내려왔다. 소희는 침을 삼키지도 못하고 얼음처럼 굳어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심장이 쿵쿵 뛰어서 귀가 울렸다.

 

 다행히도 시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군주께 감히 삿된 말을 아뢰었다.”

 

 이런 일을 겪는 것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 두 번째다. 처음에는 시체를 묻어주려다가 배은망덕한 아들놈이 녹슨 창을 목에 갖다댔다. 지금은 황자를 도와주려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호위가 날카로운 검으로 생명을 위협한다.

 

 그래서 소희는 지금 자신의 목 바로 앞 한 치 앞에 있는 칼날에 정신을 집중하지 않았다. 언제든지 이 칼날을 그을 수 있는 상대, 인간 자체에 신경을 썼다.

 

 이 남자는 어떤 사람인가, 이 자에게는 무엇이 중요한가, 결국 텔레마케팅에서 제일 중요한 건 상대에게 어떤 필요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그가 하는 말 모두는 소군주로 시작해서 소군주로 끝났다.

 저 사람에게도, 자기 인생이 있을까.

 

 오직 소군주의 도움이 되기 위해서 길러졌을까?

 흔히 말하는 그림자인가?

 

 그것을 생각하는 동안 두려움이 조금 가셨다. 어차피 죽일 거였으면 이런 말을 늘어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군주님이라 부르는 것을 허락받았다고.”

 

 칼날이 조금 더 앞쪽으로 다가왔다. 목이 간지러웠다. 그리고 촉촉한 것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마 땀은 아닐 것이다.

 

 신기하게도 목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다만 귀가 아팠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서 동맥을 통해 그 처절한 펌프질이 귀까지 올라오는지, 드럼 백 대가 귓가에서 북을 치는 것처럼 아프고 아찔했다.

 

 “이제 네가 창비원의 식구가 되었으니 나는,”

 

 검이 멀어졌다. 흑노는 입을 벌렸다. 비뚤비뚤하고 누런 이가 빨간 혀와 함께 드러났다. 피가 뚝 뚝 떨어지는 칼 끝을 제 입술에 가져다댔다. 흡혈귀라도 된 것인양 허세를 부리며 피를 핥는 꼴이 거슬렸는지 조용히 있던 시우가 말을 꺼냈다.

 

 ‘말려들지마. 저놈은 이제 너 못 죽여. 황자가 죽이라고 직접적인 명령을 하기 전에는 절대 못 죽여.’

 

 “가증스럽게 혀를 놀려 소군주를 농락한 년. 후에 치죄할 것이다.”

 

 ‘…년?’

 

 “어떻게 알았지?”

 

 “현의문에는 운하라는 이름의 제자가 없다. 딸이라면 제자록에 이름을 올리지도 않았겠지.”

 

 흑노는 지그시 소희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는 사실과 다른 추리를 엄청난 사실을 알아냈다는 둥 말하며 소희를 내려다보았다. 그 태도에 소희는 어이가 없었으나 애써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당당하게 흑노를 응시했다.

 

 “여자의 피맛은 비리고 불쾌하다.”

 “….”

 

 그래서 지금 목을 찔러 피맛을 봤다고. 상종하면 안될 놈이다. 소희가 머릿속에서 그럭저럭 충실한 호위대장 흑노의 이미지를 피에 미친 변태로 수정하는 동안, 시우가 중얼거렸다.

 

 ‘피 속에 있는 헤모글로빈, 철분이 비린 맛을 내는거라서 남자 피도 비린데….’

 

 지금 이 긴장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그 말에 그만 소희는 풉 하고 웃어버렸다.

 

 “푸…푸합.”

 

 그리고 자신이 웃은 데에 놀라 입을 다물었다. 목에서 흐르는 피는 멎었는지 더이상 흘러나오지 않았다. 소희가 예상외로 여유만만한 반응을 보이자, 흑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역시 평범한 계집은 아니군. 여기에 왜 왔나. 8예의 밀정인가?”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과하객 17-07-29 13:54
 
갈수록 흥미있는 내용이네요. 작가의 내공이 초고수급이에요. 공모전 기간이 짧은 게 아쉬울 정도....계속 보겠습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9.12. 공지사항 (1) 2017 / 9 / 12 773 0 -
34 밤의 검. 03 [09.09. 수정] (2) 2017 / 9 / 8 554 1 6211   
33 황금의 길. 08 (2) 2017 / 9 / 8 488 1 4330   
32 황금의 길. 07 (3) 2017 / 9 / 4 501 1 5206   
31 황금의 길. 06 2017 / 9 / 2 448 1 5538   
30 황금의 길. 05 (1) 2017 / 9 / 2 474 1 4238   
29 황금의 길.04 (2) 2017 / 8 / 31 485 1 3139   
28 황금의 길. 03 (2) 2017 / 8 / 25 501 1 4534   
27 황금의 길.02 2017 / 8 / 24 481 1 4850   
26 황금의 길. 01 (2) 2017 / 8 / 23 505 1 5303   
25 검은 영혼. 01 2017 / 8 / 23 467 1 4735   
24 밤의 검. 02 [8.23 수정] (1) 2017 / 8 / 7 520 1 5108   
23 밤의 검. 01 (1) 2017 / 8 / 7 503 1 4259   
22 혼인은 거절합니다. 05 2017 / 8 / 5 463 1 3948   
21 혼인은 거절합니다. 04 (2) 2017 / 7 / 31 517 1 3967   
20 혼인은 거절합니다. 03 2017 / 7 / 31 489 1 5237   
19 혼인은 거절합니다. 02 2017 / 7 / 30 447 1 5097   
18 혼인은 거절합니다. 01 2017 / 7 / 30 468 1 4745   
17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11 (1) 2017 / 7 / 30 495 2 5271   
16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10 2017 / 7 / 30 461 2 5214   
15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9 2017 / 7 / 29 457 2 3910   
14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8 2017 / 7 / 29 433 2 5038   
13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7 2017 / 7 / 29 464 2 4849   
12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6 (1) 2017 / 7 / 29 490 2 4577   
11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5 2017 / 7 / 29 458 2 4872   
10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4 2017 / 7 / 28 458 2 4934   
9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03 2017 / 7 / 28 486 2 4928   
8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2 (1) 2017 / 7 / 27 500 2 5237   
7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1 2017 / 7 / 27 477 2 5060   
6 네 아버지를 죽인 건 내가 아니야.4 (2) 2017 / 6 / 24 540 2 4688   
5 네 아버지를 죽인 건 내가 아니야.3 2017 / 6 / 23 482 3 4574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소희유희
미루하
그녀가 어제 죽
미루하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