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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웃이 용이다
작가 : 김거북
작품등록일 : 2017.7.28

옆집에 용이 산다?
첨탑 대신 아파트, 용사도 공주도 없는 이 21세기 대한민국에도 판타지가 존재한다.
이계에서 온 용이다와 숲에는 안 살아도 잠은 많은 인간 신하라가 그려나가는 신비하고 일상적인 로맨틱판타지.
이웃이 용이다!

 
10화. 상상과 다른 사이
작성일 : 17-07-29 01:08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6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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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차 안은 널찍하고 편안했다.

 아마도 최고급일 가죽 시트는 적당히 서늘하고 푹신해서 거실 소파보다 안락했다.

 이런 상태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면 기분 좋게 한잠 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황이 최악이라 있던 잠도 죄 달아난 지 오래였다.

 

 창밖으로 가로수들이 희미한 잔상을 남기며 멀어졌다.

 하라는 까맣게 물든 창문에 비친 제 얼굴을 보다가 좀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까만 정장을 입은 남자 다섯이 문 앞에 서있었다.

 맨 앞에 선 키 큰 남자가 명함을 건넸다.

 

 [SP그룹 경호실장 차도영]

 

 “...어쩌라고?”

 

 굴지의 대기업 경호실장이 자신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벨이 터지게 눌러댄단 말인가?

 

 “찾으시는 분이 계십니다. 같이 가주시죠.”

 “싫은데요.”

 

 하라가 문을 닫으려 하자 남자의 발이 쑥 현관 안으로 밀고 들어와 문을 단단히 받히고 섰다.

 

 “뭐하는 짓인지...?”

 “같이 가주셔야 합니다.”

 “내가 왜요.”

 “연락 못 받으셨습니까? 계속 전화 드렸습니다만.”

 

 남자는 그럴 리가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그 때문에 다시 한 번 생각해봤지만 근래에 그런 전화를 받은 기억이 없었다.

 

 “전화? 전혀요.”

 “목걸이는 가지고 계십니까?”

 “목걸이요? ...설마.”

 “신하라씨를 애타게 찾고 계십니다. 가시죠.”

 “싫어요. 안 본다고 했는데 못 들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가시죠.”

 

 무슨 말을 해도 가시죠로 대답하는 남자 때문에 하라의 멘탈이 파스스 부서졌다.

 일부러 이런 놈을 골라 보낸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

 

 “경찰 부를 거예요.”

 “부른다고 올까요?”

 “오겠죠!”

 “저를 움직일 정도면 어떤 분이실지 짐작이 안 되십니까? 그 분이 그 정도도 못 막으실까요?”

 “....”

 “십분 드리겠습니다. 준비하세요.”

 

 밑에서 기다리라고 했지만 남자들은 막무가내였다.

 하라가 머리를 빗고 세수를 하는 동안 현관 앞에 버티고 서있었다.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벽처럼 서있는 게 다였지만 시선을 타고 은근한 재촉이 전해졌다.

 

 “어쩌지? 가기 싫은데....”

 

 갈 마음이 없으니 손이 자꾸만 느려졌다.

 뭉그적대는데 거울 위로 푸른빛이 어른대는 것이 보였다.

 새파란 빛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궤적을 남겼다.

 

 [여기에 손바닥을 대시오.]

 

 마침표에 머문 빛이 깜빡깜빡 거렸다.

 하라가 손바닥을 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어쩐지 수능날 아침 일어났던 꿈같은 일이 다시 재생되는 기분이다.

 이게 뭔진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보다 더 나쁠 건 없을 것 같았다.

 

 오른손을 들어 갖다 대자 푸른빛이 파스스 흩어지더니 거울 위로 파란 천을 뒤집어쓴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 잘 들려?]

 “...엑? 수능...!”

 [그건 무슨 반응이야? 오랜만에 보는데 너무하잖아?]

 “...반가움?”

 [거짓말이 늘었네.]

 “뭐, 그때 구해준 거 빚 갚으라고 이래요?”

 [아니. 지금 꽤 곤란해보여서. 도와줄까?]

 “스토커에요? 곤란한 줄은 어떻게 알고?”

 [필요 없나봐? 그럼 안녕-.]

 “잠깐!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데요?”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준다거나, 널 찾는 사람한테서 네 기억을 싹 지워버린다거나?]

 

 남자가 방법은 많다며 장난스레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순간 솔깃했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도망치면 계속 찾아올 테고, 기억을 지우면... 알 수 없어질 테니까....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얻어야 하는 게 있나봐?]

 “나중에 부탁해도 돼요? 기억 지우는 거요.”

 [대가만 지불한다면야.]

 

 “나는 꽤 비싸~.” 하고 깨발랄하게 웃는 모습이 얄미워 하라가 거울 위로 콩하고 쥐어박는 시늉을 했다.

 

 [오, 부탁하는 사람 태도가 불손한데.]

 “얄미워서요.”

 [그래? 필요 없나보네. 그럼 난 이만 간다~.]

 

 손까지 흔들며 옅어지는 환상에 하라의 마음만 급해졌다.

 완전히 사라질까봐 오른손은 꼼짝 못하고 왼손으로만 쾅쾅 쳐댔다.

 그런 하라를 놀리듯 환상이 출렁이며 완전히 사그라지다 다시 짙어졌다.

 

 “필요해요! 완전!”

 [누구 기억을 지우고 싶은데?]

 “당연히 상대방 기억이죠.”

 [...하긴 그렇지. 밖에서 문 두드리네. 지금 당장 도움은 필요 없다 이거지?]

 

 남자의 말에 하라가 문을 돌아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용한데...?”

 [자세히 보는 게 좋을 걸.]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문고리가 들썩이는 게 보였다.

 

 “문 열려고 하네...???”

 [조심해. 잔뜩 화난 것 같거든.]

 “화나면 어때요. 별로 가고 싶지도 않은데.”

 [마지막으로 이건 방패.]

 

 거울 속 남자가 손짓하자 초록빛 둥근 원이 하라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원은 빙글빙글 돌며 하라의 발끝까지 천천히 내려와 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밝은 원이 천천히 어두워지며 진녹색의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빼곡히 드러났다.

 

 “이게 뭐예요?”

 [신의 가호? 무음모드는 서비스. 잘 갔다 오던지.]

 

 티비가 꺼지듯 남자가 사라지자 쿵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가 귀에 날아와 꽂혔다.

 

 세상 소리를 자루에 가둬놨다가 한꺼번에 풀어준 듯했다.

 문고리 철컹이는 소리, 쾅쾅 두드리는 소리, 뭐라뭐라 고함치는 소리들.

 터져 나온 소리들이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안에서 뭐하시는 겁니까! 안 나오시면 부수고 들어갈 겁니다!”

 

 하라는 대답 없이 문을 벌컥 열었다.

 두드리던 손이 하라의 코앞에서 멈췄다.

 손을 들어 주먹 쥔 경호원의 손을 내려친 하라가 정색하며 말했다.

 

 “시끄러워요. 남의 집에 무단으로 쳐들어와놓고 뭐 잘났다고 큰 소린데요. 솔직히 나 못 데려가면 깨지는 건 당신들이지. 난 상관없거든요. 부순단 소릴 하지 않나, 지금도 봐. 구둣발로 들어왔네? 얌전히 현관에 서있어요. 짜증나니까.”

 “지금 삼십분 째입니다만?”

 “내 알 바 아니라니까.”

 “말귀 못 알아먹으면 눈치라도 있어보지. 그 사람 전화번호 좀 줘보지 그래요? 전화해서 데리러 온 사람이 짜증나서 못 가겠다 그럼 반응 참 좋겠네.”

 

 강경한 태도에 남자가 한 발 물러서 현관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도 우르르 남자를 따라 돌아가 현관에 섰다.

 지저분해진 마룻바닥을 내려다보던 하라가 한숨 한 번 쉬고 밀대걸레를 들었다.

 

 “신발 벗고 들어와서 정리해놔요. 아니 거기 경호실장 아저씨만. 무슨 청소를 다섯이서 해요? 이거 소독제니까 이것도 뿌려요. 드럽게 신발신고 들어오고 난리야.... 옷만 갈아입으면 되니까 빨리해요.”

 

 대답은 듣지도 않고 방으로 휙 들어온 하라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친부라면서 관련된 일마다 죄 꼬이니 같이 안 산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곁에 둔 사람은 상태가 왜 저 모양이지?

 주위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대충 유추가 되는데, 결과가 영 안 좋다.

 아무래도 안 만나야지 했던 원래의 결심이 정답이었나 보다.

 

 무난한 옷을 꿰입고 나가자 여기저기 까만 자국이 남은 바닥이 보였다.

 

 역시, 결과가 영 꽝이다.

 

 속으로 이를 바득바득 간 하라가 무표정으로 고갯짓했다.

 

 “앞장서요.”

 

 

 -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빌딩은 꼭대기를 보려면 머리를 한껏 젖혀야 할 정도로 높았다.

 

 엘리베이터에 타자 경호원이 아무 것도 적히지 않은 버튼을 눌렀다.

 몸이 살짝 꺼지는 느낌이 났다.

 

 <문이 열립니다.>

 

 기계음과 함께 드러난 공간은 호사, 그 자체였다.

 새까만 대리석 바닥 위에 동선을 따라 자줏빛 카펫이 깔려 있었다.

 벽에는 그림이 규칙적으로 걸려있고, 검은 가구들 위로 금박 입은 도자기나 꽃병이 놓여 있었다.

 그림이나 미술품 위로 떨어지는 핀 조명을 빼면 대체적으로 어두운 곳이었다.

 

 “여기가 어디....”

 

 하라의 말을 끊고 남자가 먼저 성큼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뒤에 선 무리가 눈짓으로 나갈 것을 종용했다.

 떠밀리듯 내리자 푹신한 카펫이 발 아래로 느껴졌다.

 

 엘리베이터에서 일직선으로 깔린 카펫은 안내데스크처럼 생긴 곳에 닿아있었다.

 남자는 이미 안내데스크 뒤쪽의 커다란 문 앞에 서 있었다.

 

 “여깁니다.”

 

 문에는 손잡이가 없었는데, 데스크에 있던 여자가 전화를 걸자 스르륵 자동으로 열렸다.

 

 열린 문 너머에는 숲이 있었다.

 아니, 숲이라고 밖에 표현 못할 신세계가 있었다.

 

 천장이며 바닥이 죄다 푸르게 우거져있었고,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는 꽃들이 무성했다.

 흙냄새와 풀냄새가 훅 끼쳤다.

 

 전부다 진짜일까?

 

 “신발 벗고 들어와.”

 

 창가를 향한 등 높은 의자 쪽에서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막 발을 내딛던 하라가 멈칫 굳었다.

 

 저 사람인가?

 이 괴상한 곳의 주인이자, 자신을 찾는다는 사람이?

 

 신발을 벗고 바닥을 내려다본 하라가 양말까지 벗어두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바닥에 한 발 내딛자 풀이 스치는 느낌, 누우며 저들끼리 바스락대는 소리, 발가락 사이를 간질이는 느낌까지 모두 생생히 전해졌다.

 

 놀랍게도 진짜 잔디고, 진짜 흙이었다.

 

 작은 숲 한 가운데는 분수가 퐁퐁 솟아나고, 그 옆에 묵직한 원목 책상이 있었다.

 풀냄새 가득한 방은 온실을 연상시켰지만, 습한 데 없이 쾌적했다.

 천장의 조명도 나뭇가지가 얽혀 둥지 같은 갓이 씌워져 있었다.

 당장 어디선가 새가 튀어나올 것 같은 모양새였다.

 

 책상 위에선 방울꽃 모양의 갓 수십 개가 차르르 매달린 스탠드와 크리스털 명패가 반짝거렸다.

 

 [SP그룹 총괄 회장 구 만재]

 

 회장? ...회장?!

 그 3대 재벌 회장 구만재? 부의 상징? 이름이 최고부자와 동일시되는 그 구만재?

 ...이 사람이 친부는 아니겠지. 설마. 나이 많지 않나?

 

 남자의 부와 명성만큼의 긴장이 순식간에 밀려왔다가 스르르 썰물이 되어 밀려갔다.

 굳이 먼저 쫄 필요는 없다. 만약 저 사람이 나를 버린 놈이라면 더욱더.

 

 너무너무 싫은 가정이지만 내가 잘못한 게 뭐 있담?

 

 의심을 털어버리려 고개를 두어 번 저은 하라가 책상 앞의 소파로 시선을 돌렸다.

 명패를 자꾸 보다보면 쓸 데 없는 생각만 늘 것 같았다.

 

 이끼를 연상시키는 반지르르한 진녹색 비로드 소파는 이곳과는 어울렸지만 회장실에 있을 법한 물건은 아니었다.

 소파 위로 주홍불빛이 떨어지는 게 일터보다는 술집 같은 인상을 풍겼다.

 

 흙냄새 풀냄새부터가 실내에 어울리는 게 아니긴 했다.

 서울 빌딩숲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니.

 

 뭐가 됐든 돈 냄새 하난 코가 찡하게 진동하는 방이었다.

 하라는 방 곳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목소리가 다시 말을 하길 기다렸다.

 

 방을 둘러보는 것만이 하라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먼저 뭐라고 말을 건단 말인가.

 

 왜 보자고 했어요? 할 말이 뭐예요? 친부랑은 무슨 사이예요?

 꼽자면 할 말은 참 많은데 입 밖으로 먼저 낼 말은 없었다.

 

 “오랜만이구나.”

 

 창가에 놓인 의자가 빙그르르 움직여 하라를 향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새까만 머리에 가벼운 셔츠 차림인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광 때문에 얼굴이 금세 그림자에 가려졌지만 괜찮았다.

 뉴스에 종종 나오는 만큼 하라도 남자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실물로 보니 느낌이 색달랐지만 여전히 “아빠”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릴 적 이목구비 굵직하고 또렷한 제 사진과는 꽤 닮은 데가 있었지만, 많이 옅어지고 밋밋해진 지금의 모습과는 닮지 않았다.

 

 자신의 “아빠”라면, 소문이 얼결에 반쯤은 들어맞은 걸지도 모르겠다.

 바람난 회장의 첩이 낳은 자식쯤이려나.

 

 상상만 해봤던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불쾌했다.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남자도 하라도 서로를 바라보며 관찰했다.

 한참을 바라본 끝에 먼저 입을 연 건 남자였다.

 

 “이렇게 자랐구나.”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 처음이라. 하긴 워낙 어릴 때 봤으니. 올해 스무 살이라지? 한창 좋을 때군. 꽤 맑아 보이고. 학교생활은 어때?”

 “...지금 그게 궁금해서 불렀어요?”

 “저런. 날 세우지 말고 우선 앉지 그러니. 올려다보려니 목이 아프구나.”

 

 남자는 예의 그 이끼 소파를 권하며 웃어보였다.

 상냥한 웃음이었지만 어딘지 위협적이기도 했다.

 

 순순히 따라주기엔 배알이 많이 꼴렸지만 처음부터 싸우면 피곤해질 뿐이다.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 있지만 착한 내가 참는다.

 

 속으로 참을 인을 수백 개째 쓴 하라가 무릎을 굽히자 남자가 눈매를 휘며 웃었다.

 흡족한 웃음에 만족감이 듬뿍 묻어나왔다.

 

 하라는 소파 끝에 엉덩이만 걸친 채 남자를 주시했다.

 

 “착한 아이구나. 꽤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뭘 걱정했는데요?”

 “집으로 돌아와.”

 “...내가 내 발로 나간 적 있어요? 누가 들으면 가출한 줄 알겠네. 그리고 거기가 왜 제 집인데요? 회장님이 저랑 무슨 사인지 밝힌 것도 아니고, 제가 여기 무슨 생각으로 왔는지 아는 것도 아니면서 왜 멋대로 돌아오라고 해요?”

 “꽤 당돌하기도 하고. 누굴 닮아 이렇게 다혈질인지.”

 

 혀를 찬 남자가 성질머리는 저를 닮은 건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이미 다 설명되지 않았나? 아직 학생이라 구구절절 설명해주는 게 좋은가봐?”

 

 빙글빙글 웃는 남자의 뺨을 후려치고 싶어 손이 바르르 떨렸다.

 점점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이 등 바로 뒤까지 다가와 날숨을 훅훅 뱉는 느낌에 가뜩이나 더럽던 하라의 기분이 지구 내핵을 뚫고 들어갔다.

 

 집으로 돌아오라니. 이십년 만에 하는 게 가출청소년 취급이야?

 

 “비꼬지 말고 설명하세요. 사람을 버려놓고 그딴 소리가 나와요?”

 “그렇지. 나와 가족인 널 내가 버렸지.”

 “...말 섞을 상대가 아니네요. 가보겠습니다.”

 “앉아.”

 “싫어요.”

 “건방지구나. 네 애비도 내 앞에선 고분하단다. 앉아.”

 

 하라가 만나자고 연락한 것도 아니었는데 남자는 너무 무례했다.

 먼저 불러놓고선 고압적인 태도로 명령하는 남자와 더는 한 방에 있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뭐? 내가 널 버렸지? 그게 할 소린가?

 

 분노는 하라의 눈을 가렸고, 뵈는 게 없게 만들었다.

 

 “회장 싸대기는 얼마짜리에요?”

 “뭐?”

 “귀싸대기 날리기 전에 닥치란 소리예요. 인간이 염치가 있어야지. 버렸단 소리가 터진 주둥이라고 잘도 나오네.”

 

 한껏 예민해진 하라가 말로 주먹을 날렸지만 뭐가 스치기라도 했냐는 듯 남자는 태연했다.

 

 “왜 불렀는지 궁금하지 않은 가봐?”

 “네. 당신 같은 사람이랑 엮일 것 같아서 안 궁금하네요.”

 “회장이 안 먹히면 이건 먹히겠지. 난 네 할아버지란다. 네 친부는 지금 미국에 있지.”

 

 남자의 의도와는 달리 하라의 기분은 더 아래로 처졌다.

 친부의 아버지란다. 본 적 없는 친부의 이미지까지 마이너스를 향해 달렸다.

 

 하라는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하라를 볼 때마다 우리 강아지~ 하며 내리사랑을 쏟아주시던 할아버지가 그리웠다.

 저딴 영감탱이가 내 친할아버지라니!!! 세상에!!!

 

 “어쩌라고요. 나이 드신 값을 하셔야죠, 영감님. 버려놓고 어떻게 자랐는지 궁금하다 이거예요? 말이 나왔으니 물어나 봅시다. 왜 버렸는데요? 왜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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