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5
작성일 : 17-07-29 00:29     조회 : 458     추천 : 2     분량 : 487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소희는 방 안에 앉아 있었다. 비단이불에 수놓여진 자수를 만지작거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불쑥불쑥 나타나던 흑의인들은 막상 필요할 때가 되니 나타나지 않았다.

 

 - 하인에게 아무라도 불러 달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식사를 갖다주는 최하급 몸종이 주인을 호위하는 무림고수들을 마음대로 부를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원 안을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되는지 어떤지도 알 수 없었다.

 

 방 안에서 갖다주는 음식을 먹는 것은 편했다. 설거지를 할 필요도 없이 음식이 꼬박꼬박 나온다. 불만인 것은 나물무침조차 기름에 잔뜩 절어서 느끼하다는 것과 고기 반찬이 많지 않다는 건데….

 

 “치킨 먹고 싶다….”

 

 ‘양계장에 많은 닭들을 몰아넣고 키우는 방식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어. 지금은 닭들이 너무 비싸지. 귀한 기름을 써서 닭을 튀긴다는 개념 자체도 없고… 치킨은 너무 멀지. 천오백 년 정도?’

 

 “….”

 

  노려볼 수 있다면 있는 힘껏 노려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노려볼 수 있는 것은 자기 얼굴밖에 없다. 흐린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던 소희는 한숨을 쉬었다.

 

 이곳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 연금되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조금만 나갔다 오자.

 

 소희는 두루마기를 걸치고 방 밖으로 나섰다.

 

 고르게 깔려있는 돌바닥과 그 옆에 심겨져 있는 화초들. 보라매공원에서 보던 잘 깎인 잔디와 몇 그루 버드나무와 달랐다.

 

 작약과 매화, 모란과 난. 웅크린 소나무 구석 옹이에 꽃피어 있는 꼬부랑 난초부터 소희가 올려다봐야 하는 거대한 나무까지 종류 수가 많았다. 열대의 밀림에 오면 이런 느낌일까, 다양한 식물들을 보며 감탄하다 보니 낯선 곳까지 걸어왔다. 포도 덩굴과 유사하게 생긴 덩굴이 정자의 지붕에 얽혀있었다. 네 개의 흑단목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었고 아래에는 대청마루처럼 넓은 목제 의자가 네 개 서로 마주보고 놓였다.

 

 소희는 의자에 앉아 기지개를 폈다. 하얀 나비가 날아다니다가 소희의 어깨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날았다.

 

 한가롭고 평화로웠다.

 

 이 시간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여기에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문득 떠오른 그 생각에 소희는 흠칫 놀랐다.

 

 그럴리가 없다. 당연히 돌아가야 한다. 냉장고도 없고, 가스렌지도 없고, 세탁기도 없고, 수세식 화장실도 없다. 모든 것은 인간의 노동력으로 해결한다. 신분의 고하가 뚜렷하며 단지 그렇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이곳에서 적응할 수 있을리가 없다.

 

 - 하지만 만일, 내가 황자의 눈에 든다면.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해서… 여기서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가족들은 모두 죽었다. 소희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떡 줄 사람 생각도 하기 전에 김칫국이다.

 

 일어나지 않은 가정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반쯤 졸던 소희는 자신이 하던 생각에 놀라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이곳은 외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언제 왔는지 모르게 그가 거기에 서 있었다. 18예라고 불리던 열여덟 번째 황자다.

 

 소희는 다급하게 일어나 서툰 예를 차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몰랐습니다.”

 

 이런 식이 아니다. 좀더 다른 식으로 말해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시우는 적절한 예의 범절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요구했다.

 

 - 한 번만 더. 한 번만 네가 하라는 대로 할 거야. 이렇게 해서 제대로 안 되면 나는 네 말을 전혀 듣지 않을거야.

 

 “감히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소희는 고개를 숙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솔기가 없는 옷을 입으시지요?”

 “침모에게 들었는가.”

 

 소년이 이마를 찌푸리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황당할 것이다. 나도 당황스럽다. 소희는 소년에게 보이지 않는 긴 소매 속에서 자신의 주먹을 꽉 쥐었다. 긴장해서 손톱이 주먹 안으로 파고들어갔다. 이 떨림이 전신으로 퍼지면 안 된다.

 

 “아무에게도 묻지 않았습니다.”

 “….”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소년은 이쪽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지금 소희에게 이야기를 하는데도 자그마한 화분에 꽂힌 나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전에는 소년이 먹을 갈고 있었기 때문에 소희를 바라보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먹을 간다’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쪽을 보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았다. 흑노라는 그 호위 대장도 당연히 그러려니 하고 있어서 원래 그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하지만 황자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소희를 보지 않았다. 소희에게 말을 건네지만 화분에게 이야기한다.

 

 소희의 새끼손가락도 되지 않을 법한 자그마한 나무였다. 소희는 조금 앞으로 나서서 그 나무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조그마한 묘목이 아니라 온전한 분재였다.

 

 새끼손가락만한 크기다. 이쑤시개 조각같은 가지를 죽죽 뻗고 속눈썹만한 크기의 잎사귀를 매달았다. 레고 인형 옆에 놓으면 딱 좋을 스케일의 나무였다.

 

 “이거, 살아 있는 거예요?”

 

 “이 분재는 곤륜산에서만 나는 소엽목의 가지를 채취해 키운 것이다. 소엽목은 본래 흑단보다 더 크게 자라는 나무지만 한여름에 칠빙설지를 먹여 키우면 성장이 멎는다. 화화문의 송화륜이 두 자 크기의 소엽목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칠빙성지를 많이 먹을수록 작게 자라지. 지금 이 정도 크기의 소엽목은….”

 

 무표정하게 소년이 말했다.

 

 “같은 무게의 금보다 천 배의 가치가 있다.”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새끼손가락만한 나무가 그렇게 엄청나게 귀하고 값진 물건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소년은 다시 옆에 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이 나무는 적단목의 분재다. 흑단은 본래 대엽과 소엽으로 나뉘고 적단은 화과와 무과로 나뉜다. 적단목의 무과는 분재로 하기 어려우나 화과는 분재로 키우는 것이 수월하다.”

 

 “그럼 이건 무과겠군요.”

 

 “너에게 특별히 무과를 키우는 비결을 알려주지.”

 

 황자는 적단목이라 하는, 좀전의 분재보다 조금 더 커다란 분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화분은 한시가 쓰여진 백자로 그 또한 표면이 곱고 매끄러워 범상해 보이지 않았다.

 

 “화분은 곤륜의 가장 깊은 계곡에서 제일 촉촉한 흙을 여름에 파서 구워야 한다.”

 

 화분에 시선이 맺힌 것을 알았는지 황자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비료가 중요하다. 정결한 부인이 첫딸을 낳고 내는 초유와 곤륜 옥벽에 맺히는 이슬, 청화의 꽃잎을 여든 일 동안 끓인 물을 주면 무과를 작게 자라게 할 수 있다.”

 

 - 설마 나보고 식물을 돌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난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인간이야.

 

 소희가 당황해하는 것을 괘념치 않은 채 황자는 말을 이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 금력과 약간의 관심이 있으면 누구라도 키울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당금 서안에서 두 치 크기의 소엽과 세 치 크기의 무과는 이곳 창비원의 내실 창궁원에만 존재한다.”

 

 “식물을 대단히 좋아하는군요.”

 “그렇다. 식물은 솔직하다. 인간과 달리.”

 

 짧게 끊어 말한 소년이 뒤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내게 치료를 받고 싶은지 물어보았지.”

 

 “예.”

 

 “다른 의사는 아무도 그렇게 물어보지 않았다. 너는 왜 그렇게 질문했지?”

 

 “돕고 싶으니까요.”

 

 소년은 소희와 키가 비슷했다. 하지만 소희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 시선은 불안정하게 소희 너머의 어딘가, 다른 나무 중 무언가를 응시했다.

 

 “항상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느끼시지 않았습니까?”

 

 소희가 먼저 물었다.

 

 “그렇다.”

 

 황자의 대답은 평온했다. 그것은 나같이 훌륭한 이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오만함도, 나는 다른 이들보다 열등하다고 고민하는 낮은 자존감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담담하게 사실을 말하는 것 뿐이었다.

 

 “그대도, 흑노도, 가모께서도 이야기할 때에는 모두 시선을 똑바로 두지. 하지만 나는 그것이 어렵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처음 만난 이에게 술술 털어놓는 아들은, 분명히 권력 투쟁의 한가운데에서는 살아남지 못하겠지. 황자라는 신분에 걸맞게 황궁에 있어야 했을 그가 이러한 지방 어딘가 장원에서 군림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형님께서는 안쪽에 솔기가 있는 옷을 입으실 수 있으나 나는 그것이 어렵다.”

 

 소희가 잠시 딴생각을 하는 사이 황자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것이 악령의 소행이라 생각하시며 무당과 도사를, 고승을 수없이 불러왔으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소림사의 승려가 이는 귀신이 든 것이 아니라 의원의 힘을 빌어야 한다고 하여 가모께서 널리 알아보셨다.

 가모께서 귀신을 쫓고 돌려보내는 신령한 의원이 있다하여 네 조부를 불렀다.”

 

 “나는 누구보다도 정확하고 빠르게 사서와 오경을 읊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의 실제 문제에 대해서는 열 살 아이만도 못하다. 그렇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가 가모께 어떤 도움이 되며 아바마마께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어미에게 냉정하다 들었으나 그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깊이 부모를 경애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지극히 정론에 따른, 효를 다해야한다고 그가 배운 방식대로였다. 소희는 어째서 이토록 비정상적인 점이 강하게 도드라지는 것을 처음에 제가 눈치채지 못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는 너무나도 이상해서 일반인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 순식간에 눈에 띌 것이다. 정상적인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며, 화제가 순식간에 이곳에서 저곳으로 튄다. 소희의 반응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할말만 한다.

 

 처음에 멀리서 몇 마디 했을 떄는 높은 신분 때문에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보니 이것은 신분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타인에 대해 적절한 거리를 둘 줄 몰랐다. 소희는 이런 이들을 영화 속에서 보았다.

 

 “네가 그것을 고칠 수 있는가?”

 

 황자의 질문이 떨어졌다.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지극히 선천적인 질환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성적인 이를 활발하게 만들 수 없고, 말 많은 이를 조용하게 성격을 바꿀 수 없듯이- 책읽기를 좋아하고 활쏘기를 싫어하는 이에게 활쏘기를 하도록 권유할 수는 있지만 활쏘기를 좋아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소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것은 <고쳐야 할 것>이 아니다.

 

 “고칠 수 있는가?”

 “…저는.”

 

 소희가 입을 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9.12. 공지사항 (1) 2017 / 9 / 12 773 0 -
34 밤의 검. 03 [09.09. 수정] (2) 2017 / 9 / 8 555 1 6211   
33 황금의 길. 08 (2) 2017 / 9 / 8 488 1 4330   
32 황금의 길. 07 (3) 2017 / 9 / 4 501 1 5206   
31 황금의 길. 06 2017 / 9 / 2 448 1 5538   
30 황금의 길. 05 (1) 2017 / 9 / 2 475 1 4238   
29 황금의 길.04 (2) 2017 / 8 / 31 485 1 3139   
28 황금의 길. 03 (2) 2017 / 8 / 25 501 1 4534   
27 황금의 길.02 2017 / 8 / 24 481 1 4850   
26 황금의 길. 01 (2) 2017 / 8 / 23 505 1 5303   
25 검은 영혼. 01 2017 / 8 / 23 467 1 4735   
24 밤의 검. 02 [8.23 수정] (1) 2017 / 8 / 7 520 1 5108   
23 밤의 검. 01 (1) 2017 / 8 / 7 503 1 4259   
22 혼인은 거절합니다. 05 2017 / 8 / 5 463 1 3948   
21 혼인은 거절합니다. 04 (2) 2017 / 7 / 31 517 1 3967   
20 혼인은 거절합니다. 03 2017 / 7 / 31 489 1 5237   
19 혼인은 거절합니다. 02 2017 / 7 / 30 447 1 5097   
18 혼인은 거절합니다. 01 2017 / 7 / 30 468 1 4745   
17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11 (1) 2017 / 7 / 30 496 2 5271   
16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10 2017 / 7 / 30 461 2 5214   
15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9 2017 / 7 / 29 457 2 3910   
14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8 2017 / 7 / 29 433 2 5038   
13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7 2017 / 7 / 29 464 2 4849   
12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6 (1) 2017 / 7 / 29 490 2 4577   
11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5 2017 / 7 / 29 459 2 4872   
10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4 2017 / 7 / 28 458 2 4934   
9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03 2017 / 7 / 28 487 2 4928   
8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2 (1) 2017 / 7 / 27 500 2 5237   
7 의원이 필요하시다고요. 01 2017 / 7 / 27 477 2 5060   
6 네 아버지를 죽인 건 내가 아니야.4 (2) 2017 / 6 / 24 540 2 4688   
5 네 아버지를 죽인 건 내가 아니야.3 2017 / 6 / 23 482 3 4574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소희유희
미루하
그녀가 어제 죽
미루하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