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공작부인 클로에
작가 : 봄고양이
작품등록일 : 2017.7.25

죽은 남편에게 숨겨진 아이가 있었다. 사생아의 후견인은 데온 파이어. 한 번도 남자에게 빠진 적 없는 공작부인 클로에의 앞에 나타난 그가, 클로에는, 진심으로 싫었다.

 
5
작성일 : 17-07-29 00:02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430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말은 인간만큼 섬세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사들에게는 또 다른 동료였다. 클로에는 현명하게 말을 다루었고, 한눈에도 우월해 보이는 백마 위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마구간을 나서자마자 마구간지기와 마주쳤지만 재빨리 박차로 말의 배를 때렸고 백마는 마구간지기를 훌쩍 뛰어넘었다.

 

 “제시! 돌아와!”

 

 마구간지기가 내지른 비명에 가까운 외침에 클로에는 말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네 이름이 제시로구나? 암컷이고.”

 

 제시는 대답하듯 푸르르 고개를 흔들었다. 클로에는 다가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녀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제시는 기분이 좋은지 더 멀리 더 빠르게 풀쩍풀쩍 뛰었다. 덕택에 클로에는 순식간에 공작령의 경계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막 성 정문으로 들어서려는 그 때, 등 뒤에서 채찍이 날아왔다.

 

 “아아악!”

 

 클로에의 다리가 채찍에 휘감겨 당겨지고 그녀는 말에서 떨어졌다. 땅에 곤두박질친 클로에를 향해 날아온 것은 무자비한 발길질이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동그랗게 말았고 두 팔로 머리를 감쌌다.

 

 “멍청한 계집 같으니, 멋대로 사생아를 데려와?”

 

 아버지였다. 거친 폭언과 보이지 않는 곳을 때리는 솜씨는 여전했다. 클로에는 허리에 찬 검으로 채찍을 잘라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화를 돋우게 될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부친인 킬루세스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다혈질 꼰대라, 한 번 폭주하면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킬루세스 장관님. 그만 두십시오.”

 

 그래도 마침 판과 기사 렉사르가 나타나 말려준 덕택에 클로에는 덜 맞을 수 있었다. 막 멱살을 잡아 올린 킬루세스에게서 렉사르는 재빨리 그녀를 구출해 냈다.

 

 “공작령은 네가 물려받았어야 해.”

 

 씩씩대며 킬루세스가 쏘아붙였으나 클로에는 눈을 내리깔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째서 다른 공작부인들처럼 하지 못하는 거냐. 내게 맡기면 전부 처리해 줄 것을!”

 

 ‘그야 아버지의 속셈을 알고 있으니까요!’

 

 클로에는 속으로 외쳤다. 킬루세스는 그녀가 죽은 남편 대신 공작령을 아무런 문제없이 상속받도록 조치해 줄 수 있었다. 무려 후작에 장관이니까. 그러나 세이비어 가문, 즉 제국의 동부를 클로에에게서 빼앗고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것은 그 본인이 될 것이 뻔했다. 보호자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었다.

 

 킬루세스에게는 이미 전적이 있었다. 클로에는 첫째 언니가 어떻게 무너지고, 왜 자살했는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클로에처럼 역시 남편과 일찍 사별한 언니. 부친은 삼일도 채 되지 않아 상속을 깨끗하게 처리하더니, 영지는 자신이 차지하고 그녀는 다 죽어가는 노인에게 적당한 지참금을 받고 팔아넘겼다.

 

 보통 노인도 아니었다. 색정광에 사디스트 기질까지 있는 그 사내는 처녀나 다름없는 언니를 매일같이 더럽혔다. 견디다 못한 그녀는 스스로 목을 메고 말았는데, 킬루세스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참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싸움까지 했다. 시체에 아직 온기도 채 다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었다.

 

 “근본도 모르는 놈에게 작위를 물려주었다가 황제폐하께 큰 누를 끼치고 가문에 망신살이 뻗치면 네가 책임질 거냐. 그럴 주제는 되고?”

 

 뜬금없이 애국심을 끌어오는 킬루세스가, 클로에는 몹시 우스웠다. 첫째 언니와 같은 꼴을 당할 바에는 차라리 가문에 망신살이 뻗치게 두는 쪽이 나았다. 비록 남편 성을 따랐지만 어차피 세이비어 가문은 그녀의 집도 아니었으니까. 클로에는 단 한 번도 공작령과 성을 집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생각이라고는 없는 것. 가문을 말아먹을 것. 아비 얼굴에 먹칠을 할 것. 도대체 왜 그런 거냐!”

 

 “대를 이어야 하니까요.”

 

 폭언과 함께 킬루세스가 대답을 요구하자 클로에는 마지못해 응했다. 이러면 다음에 돌아올 말은 뻔했다.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 하는구나.”

 

 제 딸을 비웃으며 킬루세스는 성으로 들어가 버렸다. 제가 주인인 듯한 기세였다. 클로에는 딱히 잘못 본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욕심 많은 그가 주인이 빈 공작의 성채를 내버려 둘 리 없었으니까.

 

 “마님. 괜찮으십니까?”

 

 판이 달려와 렉사르와 함께 부축을 하는데 클로에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미망인 연기에 혼신의 힘을 쏟느라 잊고 있었어. 남편이 죽는다고 끝이 아니라는 걸.”

 

 “예?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묻지 마. 판. 부인을 그냥 내버려 둬.”

 

 렉사르가 판에게 딱딱거렸다. 클로에는 속으로 그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신경을 꺼 주는 것이 도리였다. 그녀는 무릎을 펴고 일어나 남자들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때때로 그들이 너무나 지긋지긋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지금이 그랬다. 정말이지 상종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 꺼져버려.”

 

 속으로 욕설을 짓씹으며 클로에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데 그만 앞으로 고꾸라졌다. 채찍에 휘감기고 밟힌 발목이 접질러 버린 것이었다. 눈물이 났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의 도움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냥 혼자 있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고사리처럼 작디작은 손이 시야에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로빈이었다.

 

 아이는 놀란 듯했다. 어린애답게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새파란 눈동자로 클로에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는 돌연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재빨리 주저앉아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로빈이 클로에의 품에 안기더니 눈물을 지었다. 그러면서 속삭였다. “마마…….”라고.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클로에는 로빈을 직접안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이 아이가 왜 내게 ‘마마’라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갑옷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클로에에게 완벽하게 맞았던 갑옷이 로빈의 생모가 있었던 것이라면. 그녀는 갑자기 복잡한 기분이 들었고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

 

 미처 하녀를 부르지 못한 나머지, 클로에가 단추를 잠그는 데 잠깐 머뭇거리는데 로빈이 작은 손을 뻗었다. 그녀는 작게 웃으며 “그래, 해 줘.”라고 중얼거렸다. 아이는 좋아라 하면서 클로에의 드레스 단추를 잠가주었다. 제 삼촌과 다르게 서툴기만 하고 제대로 마무리도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몹시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마마.”

 

 로빈이 클로에의 품에 안겨들었다. 아직 어른 여성의 외모를 잘 구별 못하는 것일까. 자세히 보니 아이는 많아야 세 살쯤 되어 보였다.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을 수도, 어릴 수도 있고 또 심리적으로 불안정할 수도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어쨌거나 너무 어린 나이에 친모를 잃었으니…….

 

 무심코 로빈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클로에는 깜짝 놀랐다. 언제부터 나한테 이런 감정이 있었던 것일까? 이건 모성애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냥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냥 좋고 웃음이 나니까. 급한 마음에 데온에게 ‘내 아들’이라고 힘주어 말했던 것이, 이제 와 진실이 되어버린 그런 느낌이었다.

 

 그때 문이 탕 하고 열리더니 킬루세스가 들이닥쳤다. 클로에는 무심코 로빈을 품에 안고 경계하는 눈으로 아버지를 쏘아보았다.

 

 “그 자식은 죽여 버려라.”

 

 킬루세스가 짧고 굵게 한 마디 했다. 클로에는 경악했다. 게다가 그의 눈빛을 보면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애가 듣고 있잖아요. 말씀을 가려 해 주세요.”

 

 “배알도 좋구나. 그렇게 새끼가 좋으면 공작이 죽기 전에 만들지 그랬냐.”

 

 어린 시절 클로에는 아버지가 악마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신께 빌고 또 빌었다. 신은 악을 처단하는 것이 일이니, 제발 우리 집으로 강림해 일 좀 하라고. 하지만 그녀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 신을 믿지 않게 되었다.

 

 “내일까지 하지 않으면 내 손으로 하마.”

 

 “손에 피를 묻히시게요?”

 

 돌아서려던 킬루세스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클로에는 그 음산한 분위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슨 소리냐? 피가 묻는 것은 손이 아니라 검이다.”

 

 한두 번 사람을 죽여 본 솜씨가 아님을 킬루세스는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 샌가 부친은 악마를 뛰어넘는, 마왕이 되어버린 듯했다. 클로에는 차라리 자길 때리거나 자신에게 화풀이를 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문제가 아닌 것도 잘 알았다. 킬루세스가 바라는 건 단 하나, 로빈을 죽여서 후환을 없애는 것이었다.

 

 게다가 클로에는 언제라도 때릴 수 있는 존재이니까 그런 것은 협상 축에 들지도 않았다.

 

 ―협상!

 

 클로에의 눈이 번뜩 떠졌다. 협상가를 그녀는 하나 알고 있었다. 비록 속이고 도망치기는 했지만 데온이라면 하나뿐인 조카를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터였다.

 

 “너 나랑 같이 말 탈 수 있니? 쉬지 않고 달릴 건데.”

 

 그러나 로빈을 두고 갈 수는 없기에 클로에가 아이의 의사를 물었다.

 

 “응!”

 

 “그럼, 가는 거다?”

 

 “응!”

 

 클로에는 로빈을 데리고 제시 위에 올라탔다. 이미 길을 익힌 만큼 순식간에 다시 데온에게로 갈 수 있었다.

 

 왜인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데온을 만나는 게 기대라도 된다는 것일까? 클로에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런 남자 따위, 이건 그냥 협상을 하러 가는 것뿐이라구!

 

 그렇게 스스로를 다잡으면서 클로에는 고삐를 당기고 박차를 가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7 7 2017 / 8 / 1 245 0 4638   
6 6 2017 / 7 / 29 245 0 4155   
5 5 2017 / 7 / 29 234 0 4301   
4 4 2017 / 7 / 29 227 0 4907   
3 3 2017 / 7 / 29 224 0 3955   
2 2 2017 / 7 / 29 246 0 4722   
1 1 2017 / 7 / 29 405 0 362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