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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18.침입자
작성일 : 17-07-28 23:15     조회 : 355     추천 : 0     분량 : 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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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뒷문으로 내려선 여자는 손으로 이마에 가림 막을 만들었다.

 

  “어휴 더워라. 뭐 이런데 까지 와있다는 거야”

 

  여자는 짜증을 냈다.

 

  “덥지? 들어가자 내가 시원한 거 준비해줄게.”

 

  “됐거든요. 그보다 확실한 거죠?”

 

  여자는 동재에게 퉁명스럽게 대했다.

 

  “그럼. 내가 너한테 거짓말할리가 없잖아”

 

  동재는 딱 봐도 자기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여자에게 친절을 넘어서 쩔쩔매고 있었다.

 

  “어디보자. 건물 엄청 좋네. 이만하면 그럴 만도 하네.”

 

  여자는 자신의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 납득했다는 행동을 취했다.

 

  여자는 그 자리에서서 미동조차 없는 은아를 향해 걸어왔다.

 

  그 뒤를 동재가 뒤따라오며 은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은아는 망부석처럼 어떠한 미동도 않고 그저 서있었다.

 

  은아는 자신을 향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흑발이 잘 어울리는 짧은 단발머리, 예쁘장하게 생긴 여우상의 이목구비 그리고 몸에 쫙 달라붙는 핑크색 트레이닝복까지 모든 정황이 그녀를 나타내고있었다.

 

  그녀가 다가오면 올수록 확실해졌다.

 

  다혜였다.

 

  은아는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침이 꼴깍 삼켜지고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결코 자신의 성역에서 만나고 싶지도 만날 일도 없을 그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어떻게 여길?...’

 

  영역을 침범당한 암사자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위협의 눈빛을 쏘아 보냈지만 침입자는 아랑곳 않았다.

 

  맹수의 위협을 가볍게 무시한 채 다혜는 결국 사자소굴까지 발을 디뎠다.

 

  그녀는 은아의 옆을 지나쳐서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다혜는 은아를 업신여기거나 깔보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갈퀴가 사라진 맹수를 정확히 포착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덩치 큰 굉이는 흥분하여 날뛰었다.

 

  격분한 암컷 고양이는 앞발을 높이 치켜들고는 그대로 뒤이어 들어오는 먹잇감의 왼뺨을 할퀴었다.

 

  [짝]

 

  경쾌한 마찰음에 다혜는 뒤돌았다.

 

  그리고 은아의 손에 동재의 고개가 돌아간 장면을 목격하였다.

 

  “꺄! 오빠 괜찮아요?”

 

  다혜는 소리를 지르며 동재에게 다가갔다.

 

  “미안해... 은아야”

 

  동재는 은아에게 사과했다.

 

  그 말을 듣고 다혜는 눈이 동그래졌다.

 

  “은아? 은아?”

 

  다혜는 동재와 은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은아는 그런 다혜를 째려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야! 너 말이 짧다.”

 

  “진짜? 거짓말. 댁이 한은아라고?”

 

  “정다혜! 말이 짧다고 했다.”

 

  은아는 다혜를 살기어린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두 여배우는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때 매장의 문이 열리며 민재가 소란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사장님 분위기 왜 그래요?”

 

  민재는 뒤돌아서있는 다혜를 가로질러 은아에게 걸어왔다.

 

  “누구 길래 이런... 어? 어! 정다혜? 이거 실화에요? 팬이에요 누나”

 

  민재는 심각한 분위기 사이에서 오두방정을 떨었다.

 

  다혜는 표정을 풀고는 상냥하게 웃어주었다.

 

  “정말요? 고마워요”

 

  “사장님 진짜였네요. 와 몰카 클라스 지렸다.”

 

  은아는 호들갑떠는 민재에게 호통쳤다.

 

  “김민재! 들어가 있어!”

 

  “그러면 제가 커피 타놓고 있을게요.”

 

  “필요 없어! 금방 갈 거니까. 그렇지?”

 

  은아는 쌀쌀맞게 다혜에게 대답을 강요했다.

 

  “글쎄요. 나는 언니랑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아서요. 후훗”

 

  다혜는 은아의 말에 맞장구 쳐줄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오케이 그럼 올라가서 얘기하자. 그리고 넌 내려와서 봐”

 

  은아는 동재를 향해 경고했다.

 

  은아와 다혜는 정적이 감도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은아의 집으로 올라갔다.

 

  은아가 문을 열자 다혜가 집주인보다 앞서 들어갔다.

 

  “와 언니 좋은데 사네요.”

 

  다혜가 돌아서며 집주인을 향해 소감을 밝혔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우리 언니는 성질도 급해. 알았어요. 그거부터 얘기하죠. 사실 어제 동재오빠 인사명령 났어요.”

 

  “뭐? 어디로”

 

  “언니도 알다시피 내 매니저가 없잖아요?”

 

  “잘 알지. 네 싸가지 때문에 전부 몇 달을 못 버티고 나간 다지?”

 

  “후훗 잘 아시네요. 그래도 언니한테 이런 말 들으니까 섭섭하다. 내가 누구한테 배웠는데요.”

 

  “키킥 얘 웃기네. 나 따라하던 꼬맹이가 많이 컸다.”

 

  “키는 원래 제가 더 컸던 거 같은데요? 그리고 지금은 누가 누굴 따라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후훗”

 

  은아는 다혜의 말대답에 아무런 대구도 할 수 없었다.

 

  “뭐 아무튼 언니 밑에서도 버텨냈던 동재오빠를 나한테 붙여달라고 대표님께 말씀드렸어요.”

 

  얄밉게 얘기하는 다혜를 은아는 어금니 꽉 깨물고 매섭게 응시했다.

 

  “그런데 이 오빠가 자기 주제도 모르고 거부하는 거 있죠. 어이없게.”

 

  “흥”

 

  은아는 한쪽 입 꼬리를 올려 미소 지었다.

 

  ‘그래도 의리는 있네.’

 

  “대표님이 끝에는 잘라버린다고 협박도 했지만 어찌나 완강하던지... 그때 그냥 잘라버렸어야 했는데”

 

  다혜는 아까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래서 뒤에 내가 물어봤죠. 왜 그런 똥고집을 피우냐고... 분명 날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죠.”

 

  다혜는 양손바닥을 내보였다.

 

  “사람이 정이 있지 그렇게 쉽게 사람을 져버릴 줄 알았니? 물론 넌 스태프들과 오래 일한 적이 없어서 모를 수도 있겠네.”

 

  “아닐걸요. 단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랬을 뿐이던데요. 내가 캐묻기 시작하니 그냥 술술 나오던데요.”

 

  “흥”

 

  은아는 올라간 한쪽 입 꼬리를 다시 내렸다.

 

  ‘그나마 의리도 없네.’

 

  “은아 언니가 보고 싶다고 했더니 앞장서서 태워주더라고요.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와서 보니 많이 놀랐어요. 언니가 아직 안 죽고 대국민 사기극을 꾸미고 있었을 줄이야. 후훗”

 

  “사기라니. 난 그냥 쉬고 있었을 뿐이야. 날 죽인 건 내가 아니라 언론이 지들 멋대로 보도한 거지.”

 

  “후훗 언니. 그래서 말인데요. 그냥 죽어주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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