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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달빛을 쫓는 마법사
작가 : 바람빛달
작품등록일 : 2017.7.13

[환생물/환골탈태/흑막남주/다정한미친놈]

마법학자였던 엘리제 오데이른은 100년 후 다시 엘레나 그란디아로 환생했다. 죽음에 대한 단서도 없고 왜 환생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엘레나가 한 선택은 하나였다.

이번 생은 즐기자. 즐기며 노는거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꿈속에 100년전 남사친 리베리오가 찾아온다. 찜찜함을 떨쳐낼 수 없었던 엘레나는 리오의 흔적을 쫓고, 마침내 엘레나의 앞에 리베리오가 나타나는데...

“내가 엘리제라는 거 어떻게 알았어?”

리오를 추궁하는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엘레나로 태어난 이후 가장 크게 감정표출을 하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너라는 걸 알고 있었어.”

슬금슬금 불쾌한 감정이 올라왔다. 더 이상 물으면 안 될 것 같으면서도 엘레나는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는데?”
“계속 너를 기다렸으니까.”

“너 없이 혼자 살아갈 수 없었어.”

전우애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리오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이런 사이 였어?

 
남겨진 사람들
작성일 : 17-07-28 21:20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6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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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쩍은 돌무더기 앞에 앉아 기묘한 행동을 하던 엘레나 아가씨는 정말 눈 깜짝할 새 사라져 버렸다.

 

 “아가씨!”

 

 듀랜트의 불안감이 현실이 되었다. 결국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 어렸을 때부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가씨 덕분에 하루에도 몇 번씩 듀랜트의 속은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ㅡ 아가씨의 이상행동을 그냥 두란 말씀이십니까?

 ㅡ 엘레나는 특별한 아이라네. 자네 생각만큼 크게 걱정할만한 일은 아예 생기지 않을 걸세. 그냥 옆에서 엘레나가 무엇을 하는지 보고만 해주게.

 

 분명 엘레나의 아버지인 에셀로드 백작님은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거라 단정했지만 듀랜트는 믿을 수가 없었다. 엘레나가 어떤 일을 하겠다고 나서면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

 

 헛웃음이 나왔다. 눈앞에서 허망하게 놓쳐버리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엘레나가 건드린 돌무더기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엘레나를 쫓아가기 위해 숲의 입구에 발을 들이자 무언가에 가로막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듀랜트의 속이 갑갑해졌다.

 

 이럴 때마다 듀랜트는 백작님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가끔 한 번씩 엘레나 아가씨는 천사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대부분은 일부러 듀랜트를 놀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간을 졸아붙게 만들었다. 그러니 저놈도 분명 같은 심정이여야 이치에 맞았다.

 

 “그렇게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돌아다니지 말고 기다리죠.”

 “지금 뭐라고 했나?”

 

 듀랜트가 태연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오렌을 노려보았다. 오렌은 듀랜트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하더니 허리춤에 있는 검까지 풀어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별 수 없지요. 아르카이안 로이스를 이길 수는 없지 않습니까.”

 “네놈이 그러고도 호위라고 할 수 있나? 저 숲은 마물들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다.”

 

 그러나 위기감이 없는 것인지 오렌의 반응은 무덤덤함을 넘어 태평해보였다.

 

 “그냥 기다리시면 될 겁니다. 다 로이스 짓일 테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엘레나 아가씨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도통 모르겠지만, 오렌은 아르카이안 로이스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가씨를 오래 모시지 않았습니까? 그동안 이상한 게 단 하나도 없었습니까?”

 “있었다. 넘치도록.”

 

 다 말하려면 일주일도 모자랄 거다. 듀랜트는 오렌의 옆에 퍼져 앉았다. 오렌이 지나치게 침착하니 오히려 흥분하는 자신만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오렌이 영 딴소리를 하는 것 같지 않으니 듀랜트는 일단 말을 들어볼 작정이었다. 지금은 별다른 수가 없기도 했으니까.

 

 “뭘 알고 있나?”

 “엘레나 아가씨 주위를 항상 로이스가 맴돈다는 거요. 아니면 아가씨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걸요.”

 

 어쩐지 빈정대는 것 같은 말투에 듀랜트는 오렌의 멱살을 잡고 싶은걸 참았다.

 

 “자세히 이야기해봐라.”

 “아가씨는 목숨을 내놓고 다니잖습니까.”

 

 듀랜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가씨는 스스로 안전주의자, 목숨아까운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듀랜트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너무 튀었고 위기감지능력이 형편없었다. 또 15살인 아가씨에겐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은지, 듀랜트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여태 무사했던 건 다 로이스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듀랜트의 말에 오렌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더니 정말 말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딱 한번만 이야기해 줄 테니 잘 들어요.”

 

 *

 

 암살길드의 오렌은 이번 의뢰만 성공하면 동생을 놓아주겠다는 진부한 협박으로 엘레나의 암살 건을 받아들였다. 쓰러져가는 백작가라 사병은 별로 없을 테고 귀족 아가씨라니 오렌은 별달리 어려울 것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빠른 동작으로 담을 넘고 백작가에 침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란디아 영애의 곁에는 괴물이 있었다.

 

 ㅡ 감히 겁도 없이 누구의 목을 가지러 왔나?

 

 바닥이 잘게 진동한 이후 오렌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오렌을 발견한 눈앞의 소녀가 뭐라고 말하고 있었으나 오렌은 환청같이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가 더 신경 쓰였다.

 

 낮고 오싹한 목소리는 분명 오렌을 위협하고 있었다. 어디서 죽일지 모르는 공포. 이게 마지막 의뢰가 되겠군. 여기엔 재수 없게도 마법사가 있는 모양이었다.

 

 ㅡ 재수 없는 건 나지. 여기서 네놈 같은 버러지를 잡았으니.

 ㅡ ……넌 뭐냐?

 

 머릿속에 곧바로 전해져오는 음성에 오렌은 어떻게 대꾸해야할지 몰랐다. 아직 몸은 모두 마법에 묶여있는 상태였다. 그러니 오렌은 처음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에게 절대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ㅡ 아르카이안 로이스. 아무리 멍청해도 내 이름은 알겠지.

 

 마치 오렌의 생각을 읽기라고 하듯 대답이 돌아왔다. 아르카이안 로이스라는 이름은 모든 이상 현상의 원인을 단 한 번에 설명했다.

 

 ㅡ 로이스가 왜 여기에…….

 ㅡ 그걸 알려줄 이유가 있나? 귀가 제대로 뚫려있다면 잘 들어봐. 엘리제가 말하고 있잖아.

 

 엘리제? 앞에 있는 소녀의 이름인가. 암살대상의 이름을 보고 온 것 같은데 그 순간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렌은 그제야 찬찬히 소녀의 모습을 훑었다.

 

 푸른 머리에 호박색 눈동자, 예쁘장하게 생긴 눈앞의 소녀는 로이스의 말처럼 오렌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었다.

 

 ㅡ 네 앞의 사람은 다정하니까 잘 빌어봐. 살려줄 테니까.

 

 다정? 저렇게 기분 나쁘다는 눈으로 노려보는데?

 

 여기서 살아나간다고 해도 오렌의 상황은 더 나아질 거란 보장이 없었다. 동생의 목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덧없이 보냈던가. 더 이상 놀아나기 싫다. 자신이 없어지면 동생은 인질의 가치가 없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죽여라.”

 

 목소리가 나와 놀란 것도 잠시 오렌은 눈앞의 소녀가 한숨을 폭 쉬자 호기심이 생겼다. 예쁘장한 외모의 소녀는 굉장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이상하게 그 표정이 소녀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오렌은 자신의 멍청한 생각을 머릿속으로 부정했다. 그러자 오렌의 귀에 소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똑똑히 들리기 시작했다.

 

 “죽는 것 보다 어때요? 저랑 거래 한번 해볼래요? 일단 죽고 나면 후회할 걸요?”

 

 연이어 이어지는 소녀의 질문에 오렌은 멍해졌다. 뭐 이런 아가씨가 다 있지? 끊임없이 오렌에게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니 우습기도 했다. 그러나 오렌은 어쩐지 로이스가 소녀를 다정하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대체 로이스와 무슨 사이일까.

 

 태연한 태도에 당황한 오렌이 침착함을 되찾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다. 여기서 휘말리면 안 된다. 손톱이 파고드는 감각이 느껴지자 오렌은 제법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혹시 이 소녀도 로이스와 마찬가지로 마법사일까. 제법 신빙성 있어 보이는 추측이었다.

 

 “마법사인가?”

 “비슷해요.”

 

 오렌은 눈썹을 찌푸렸다. 마법사면 마법사지 비슷한 건 또 뭐지. 이미 몸이 자유로워진지 오래였지만 오렌에게 임무 생각은 이미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리고 없었다.

 

 ㅡ 당신을 도와줄게요.

 

 소녀의 말이 오렌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호박색 눈동자가 선명히 오렌을 보고 있었다. 소녀의 눈동자는 이상하게도 호의적이었다. 그 시선에 통성명을 하고 자연스럽게 동생의 사연까지 털어놓은 오렌은 잠시 후 소녀의 풍성한 머리카락을 손에 쥐게 되었다.

 

 “어차피 금방 자라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어중간하게 잘라 가면 믿지 않을걸요.”

 “…….”

 

 소녀가 하는 말은 오렌의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로이스가 아끼는 소녀라면 망했군. 오렌은 제 손에 쥐고 있는 푸른 머리카락을 보며 멍하게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려고 하는 겁니까?”

 

 상대는 로이스가 아끼는 소녀였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도 범상치 않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습득하게 된 오렌은 절로 저자세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소녀에게 괜한 성질을 부려서 뒤탈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섣부르게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 미리 몸을 엎드리는 편이 나았다.

 

 “그러니까 오렌도 나중에 제 일 하나만 도와주면 돼요.”

 “어떤 일 말씀이십니까?”

 “일종의 호위? 그란디아 가의 기사들은 엄밀히 말해 내 사람이 아니니까요. 마음대로 데리고 나갔다간 아버지께 혼날 게 분명하잖아요.”

 

 황당한 이유였다.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 의심이 들 정도로. 소녀는 오렌의 상황에 개의치 않고 무시무시한 성능의 독약과 기타등등의 마법약, 금화주머니까지 넘겨주었다.

 

 해사하게 웃는 모습이 정말 성능을 궁금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쯤 되자 오렌은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돌아오겠습니다.”

 

 그 와중에도 돌아오겠다는 대답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생각하기를 포기했지만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이 배신이라는 것쯤은 알았다. 동생을 구하고 나면 그 다음은? 길드를 떠나버리면 갈 곳이 없었다. 오렌은 문득 이 소녀 옆이면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어찌됐든 로이스가 옆에 있으니까.

 

 “고마워요. 그럼 기다릴게요. 꼭 무사히 돌아와요.”

 

 오렌은 다시 창을 넘었다. 이번엔 분명히 다른 목적이 있었다. 여기를 나가면 이 빌어먹을 인생이 달라질까. 오렌은 희망적인 상황을 꿈꾸며 소녀가 건네준 약병을 품에 단단히 챙겨 넣었다. 임무에는 실패했지만 오렌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 가벼워졌다.

 

 그러나 잠시 후 오렌은 다시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바로 앞에서 오렌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 때문이었다. 은발에 붉은 눈. 압도적인 마력을 가진 남자 아르카이안 로이스. 그와 마주친 오렌은 그 자리에 뚝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이왕 할 거면 확실히 하는 게 좋겠지. 길드가 어디지?”

 “…….”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라 오렌은 남자가 스스로 로이스라고 하기 전에 로이스를 알아보았다. 드욘 숲 근처에 갔다가 실종되어버린 아버지를 찾으러 갔을 때 오렌은 로이스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정작 당사자은 기억을 못 하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그때나 지금이나 재수 없고 오만한 표정은 여전했다. 로이스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오렌이 쥐고 있는 푸른 머리칼을 보았다. 그 살벌한 시선에 흠칫한 오렌은 로이스가 무슨 꿍꿍이인지 묻지도 않고 길드의 본부로 안내했다. 오렌을 따라 허름한 외관으로 위장하고 있는 본부에 도착한 로이스는 조용히 마법으로 입구부터 막았다.

 

 “지금 이 시간에 마스터가 안에 있나?”

 “아마도 있을 겁니다.”

 “너는 네 할 일을 해. 방해 안할 테니까. 엘리제에게 효과를 알려줘야지. 굳이 실험하지 않아도 완벽할 테지만.”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오렌은 로이스가 사라지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길드 안의 사람들은 모두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이것도 마법인가. 오렌은 분주하게 동생을 찾아 헤맸다. 동생을 찾고 해독제를 뿌린 오렌은 곧바로 독약을 풀었다.

 

 푸른색 안개가 퍼져나갔다. 뭉실뭉실한 안개는 제법 빠른 속도로 온 공간을 채웠다. 이대로라면 건물 전체에 가득 차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았다. 길드 사람들이야 뭐 이미 배신할 생각이었으니 괜찮았다. 로이스는 두말할 것도 없이 괜찮겠지.

 

 살점이 녹아내려 서서히 사람의 형체를 잃는 길드 원들을 보는 오렌의 눈에는 죄책감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걸 가지고 있다니 그 소녀는 보기보다 괴상한 구석이 있는듯했다. 아마 그래서 자신만만했던 것일 테다. 모두 형체도 없이 녹아버리니까.

 

 위에서 불타는 냄새가 나는 걸 보니 굳이 오렌이 풀어놓은 독이 아니어도 이 길드는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 같았다. 부서지고 무너지고, 절규에 찬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오렌은 동생을 업고 급하게 움직였다. 조금만 지체해도 여기서 뼈를 묻을 것 같았다.

 

 모두 없애버리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마법에 오렌은 로이스가 나선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아마 그 푸른 머리의 소녀를 건드렸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무사히 길드에서 빠져나온 이후 엘레나의 집으로 돌아간 오렌은 동생 노아와 함께 그란디아 가에 머물게 되었다. 엘레나 덕분에 별 탈 없이 그란디아 가에 오게 되었지만, 오렌은 여전히 태연하게 생글거리는 엘레나를 보며 이 대책 없는 아가씨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 표적이 되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렌은 그런 생각으로 밤마다 엘레나의 방문 앞을 서성거렸다. 그리고 정확히 이틀 째 되는 날 누군가에게 멱살을 붙잡혔다.

 

 “꺼져라. 정신 사나우니까. 한번만 더 얼쩡거리면 죽인다.”

 

 오렌은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로이스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 바쁘지도 않나. 그 일로 본의 아니게 엘레나의 뒤에 언제나 로이스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오렌은 엘레나를 볼 때마다 뒤에 선연한 붉은 눈동자를 떠올렸다.

 

 보이지 않아도 엘레나의 곁엔 항상 로이스가 있었다. 오렌은 엘레나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후 괜히 엘레나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 없다는 중요한 정보를 얻은 오렌은 그날부터 엘레나에 대한 걱정을 한층 덜어낼 수 있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렌의 긴 이야기를 다 들은 듀랜트는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5살 엘레나가 계단에서 굴렀을 때도, 이상한 실험을 하겠다고 폭발을 일으켰을 때도, 관리되지 않은 정원 한구석에 숨었을 때도 긁히기는커녕 머리카락 하나 다치지도 않고 넘어갔었다. 듀랜트는 대체 왜 로이스가 아가씨의 곁을 맴도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태 이상하게 여겼던 일들에 대한 답을 거의 풀어낼 수 있었다.

 

 “로이스에 대해 아가씨도 아시는 건가?”

 “아마 모를걸요?”

 “…….”

 

 나무에 팔짱을 끼고 기대앉아 늘어져버린 오렌을 보며 듀랜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가씨도 아가씨였지만 자신도 세심함이 부족했다. 이미 사라져버린 엘레나의 자취를 눈으로 쫓으며 듀랜트는 머리를 비웠다. 모르겠다. 될 대로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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