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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일레인과 그 뻔뻔한 반지
작가 : 유르르
작품등록일 : 2017.7.27

폭탄제조에 비상한 재능을 가진 연금술사, 일레인.
위장취업 중 영주의 보물창고를 털어 달아나는데...
영주를 따돌린 그녀의 앞에 왠 사내가 한명 나타난다!

소원을 빌라고 속삭이는 반지에서 나온 마법사가 일레인은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일레인과 반지 (2)
작성일 : 17-07-28 17:46     조회 : 279     추천 : 1     분량 : 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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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레인은 연금술사였다. 등록되지 않은 연금술사. 수 많은 연금술 중에서 일레인은 특히 병기를 만들어내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병기에는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독약부터 전쟁의 한복판에 던져넣음으로써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폭격탄까지 여러가지가 있었으나, 스승님께 인정받은 부분은 후자였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역작들은 그녀를 돈방석에 앉게하진 못했다.

 오로지 연금술에만 바쳐온 십여년의 세월에서 그녀가 얻은 것은 스승님의 인정과 그녀의 무기를 얻길 원하는 수 많은 사람들 뿐이었다. 특히 전장에서 좀 굴렀다 하는 이들에게 일레인의 무기는 꿈에 그려도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면 뭘하나. 지금 그녀는 고작 하녀에 불과했다.

 어느순간부터 일레인은 폭약의 연금술사라 불리기 시작했다. 연금술이라는 학문의 이름을 들어본 자들이라면 누구든 일레인의 존재를 원했다. 병기에 있어 최고의 경지를 이룩했다고 여겨지는 연금술사였기 때문이었다. 일레인을

  만나면 자신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맹신하며 그녀의 뒤만 열성적으로 쫓아다니는 연금술사도 있었다. 그러면 무엇하나. 당사자는 떡 줄 생각이 없는데…….

 

 일레인은 황실이나 관청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것을 가장 큰 자부심으로 여겼다. 창작자이자 발명가인 연금술사에게 주변의 재촉과 독촉은 독이나 다름 없었다. 시달리면, 더 안나오는 걸 왜 몰라? 짤짤 털어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였다. 바로 곁에서 그 괴로움을 십분 체험했기 때문에 일레인은 절대로 어딘가에 소속될 생각이 없었다. 물론 그 덕에 재정상태는 매우 쪼들렸지만…….

 

 배에 기름만 찬 영주새끼는 지 뱃살만 불려갈 뿐 삼개월째 제대로 된 월급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쌓아놔봤자 제 배때기만 채울 돈이었다. 여기서 보낸 시간의 값도 제대로 받아야겠고, 체불된 임금도 챙겨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일레인은 결심했다. 영주새끼의 방을 털어야지.

 

 그 멍청한 놈은 다른 귀족들처럼 금고나 창고에 보관하지 말고 모든 귀한 것들은 제 방에 모아놓는 습성이 있었다. 지가 오리새끼야 닭새끼야? 머리에 든 것 없는 조류새끼 다운 짓이었다. 알을 품는 것처럼 보석이라도 품고 자나보지. 연무장을 지나면서 풀어졌던 분홍 머리칼을 단단히 틀어 올리며, 일레인이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거사는 오늘 밤이었다.

 

 이 작은 영지는 농사 짓기에 적합하지 않은 매우 척박한 땅을 가지고 있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고르지 못한 땅과 30%에 육박하는 세금. 그럼에도 이 영지가 부유한 이유는 배부른 영주 덕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역을 하기에도 적당하지 않은 위치였다. 그런데도 수많은 상인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기에 호기심에 눌러앉았다. 1년 여를 머물렀는데도 건진 게 없었다. 건진 게 없으면, 만들면 된다. 어쨌든 저들은 폭약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이 엄청난 노동력을 거의 공짜로 부렸고, 자신은 한 몫 챙길 거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일레인이 콧노래를 불렀다.

 

 

 

 “일린, 나 내일 들어와도 괜찮을까?”

 

 

 

 핑계도 알리바이도 완벽한 밤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마리는 어찌나 기분이 들뜨셨는지 대놓고 외박을 이야기했다. 이미 전적이 많았다. 용케 걸리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 지경으로 마리는 월담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히스테리가 장난이 아닌 하녀장에게 걸리면 모든 이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될텐데. 일레인이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다녀와. 내 물건 다 빼놓을테니까 내일부터는 네가 써.”

 

 

 

 그래도 때 맞춰 마리가 자리를 비워주니 일이 수월해졌다. 일레인이 만족스러운 시선으로 협탁을 두드렸다. 손잡이가 작은 상아장식으로 만들어져서 양각된 나무 무늬와 잘 어우러지는 작은 협탁은 서랍에는 작은 자물쇠도 붙어있었다. 모양은 투박하지만, 평민들이 가지기는 힘든 물건이었다. 마리의 표정이 절로 환해졌다.

 

 

 

 

 “역시, 일린이 최고야. 일린도 좋은 남자 만나야할텐데…….”

 “아냐, 뭘…….”

 

 

 

 

 일레인이 말꼬리를 늘어뜨렸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남자가 제 인생 책임져주는 것도 아닌데, 왜 말 끝마다 남자 남자인지. 마지막 기억을 싸움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던 일레인이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럼에도 불편해하는 기색은 전혀 지워지지 않아서 마리가 난처한 척 일레인의 눈치를 살폈다.

 

 

 

 

 “고마워. 내일 봐!”

 

 

 

 

 초저녁, 그녀가 양볼에 비쥬를 선사하고 뛰어나가자마자 일레인은 단단히 걸린 자물쇠를 열었다. 싸구려 옷가지, 다 떨어진 머리끈을 쓰면서도 이 협탁에 공을 들인 까닭. 스르륵 소리를 내며 열린 서랍 안에는 연금술을 통해 만들어진 물건들과 재료더미가 가득했다. 떠나는 자에게 짐이 많으면 의심받을 이유밖에 되지 않는다. 일레인은 주로 제가 입은 하녀복 주머니에 나눠서 담았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연분홍색 머리카락을 틀어 올리고 나면, 완벽하게 하녀 일린이었다. 제 치맛자락 아래 만들어 단 주머니에 연금술사 일레인이 만들어낸 희대의 역작들이 담겨있다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겠지. 일레인이 콧노래를 부르며, 방문을 닫고 복도로 나섰다.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방이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녘이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새벽하늘 아래, 일레인은 눈을 감고 손을 뻗었다. 차갑게 손에 감기는 새벽의 공기. 연금술사에게 영감을 주는 저 푸른 은하수까지 아름다운 밤이었다. 도망치기 딱 좋은 밤이다.

 

 

 

 

 “거기, 움직이지 마라.”

 “아, 기사님. 저…….”

 

 

 

 

 영주의 가족들이 머무는 본성으로 저녁 늦게 발을 디디기는 어려웠다. 아무리 하녀 중에 눈에 띄는 일레인이라고 하여도 쪽문 앞에서 보초를 서던 기사에게 가로막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밤 하늘 아래 살짝 비치는 연분홍빛깔 머리카락에 그는 얼굴을 붉혔다. 어찌 모르겠는가. 기사단에 소문이 파다했다. 처음 말을 섞어보는 데도 목소리까지 차분하고 처연했다. 이 시골구석에서 흔치 않은 미인이었다.

 

 

 

 “저……도련님께서…….”

 

 

 

 

 일레인은 부러 부끄럽다는 듯, 수치스럽다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 바로 직전 소맷깃에 눈을 비벼 만든 붉은 자욱이었다.

 

 

 

 

 “뭐냐.”

 “저, 도련님께서……. 오늘 저녁에…….”

 

 

 

 

 일레인이 선택한 경로는 가장 외진 쪽문이었다. 식자재가 드나드는 통로. 그 곳을 지키는 기사의 직급 역시 가장 낮았다. 종기사정도일까. 일레인이 버벅거리다 고개를 푹 떨구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저 기사는 이 상황을 추리해낼 것이었다.

 

 

 

 

 저런 미인을 가만히 둘 리 없었다. 기사들도 군침만 흘릴 뿐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그들의 윗분께서 탐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용히 흘러갈 것만 같던 도련님의 첫사랑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얼마 전부터 대놓고 추근거리기 시작했으니 말 다했지. 기사가 한숨을 삼켰다. 드디어 방으로까지 불렀던가. 약혼녀가 있어서 혼례 전까지는 첩을 들이지 않으려는 것 같았는데 설마 한 번 먹고 버리겠다는 건 아니겠지. 저 외모만 아니었다면, 어딘가의 사내에게 시집가서 잘 먹고 잘 살았을 수도 있었다. 아니, 고아라니 그것도 아닌가……. 기사가 안타깝다는 얼굴로 비켜섰다.

 

 

 

 “…감사합니다.”

 

 

 

 

 조금 떨리는 일레인의 목소리에 그의 동정어린 시선이 짙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레인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쪽문을 넘어섰다. 수치스럽거나 부끄러워서 떨리는 게 아니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는 희열에서 온 떨림이었다.

 

 

 

 그 망할 놈의 도련님 때문에 저에게 달라붙는 시선은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서 기회를 엿보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고생 끝에 복이 온다고, 이렇게 기회를 만드는 데 쓰였다. 일레인은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제 과거사를 떠올리며 마른 눈가를 훔쳐냈다. 고생 끝은 스스로 오지 않는다. 고생을 끝내는 것도 복을 부르는 것도 결국은 스스로가 만들어야하는 일. 인생은 개척해야하는 것이다. 그것이 연금술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니던가. 실패하더라도 손을 뻗는 모험심! 폭발을 두려워하지 않은 결과 그 분야에서 1인자가 되었지 않나. 일레인은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영주의 방에 숨어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걷기 싫어하는 돼지새끼 답게, 그의 방은 1층에 있었고 일레인은 본성의 정문을 통과하는 대신 정원을 빙돌아 그의 드레스룸에 난 창문으로 숨어들었다. 이미 머릿속에서 수십번 시뮬레이션했던 순간이었다.

 

 

 

 

 “하…….”

 

 

 

 

 천으로 만든 신발이 조심스럽게 바닥에 닿았다. 일레인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레스룸 가장 안쪽, 깊숙한 곳에 잠겨있는 서랍 안에 영주의 보물들이 있었다. 단단한 자물쇠로 이중삼중 보호받는 곳이었다. 일레인이 주머니를 뒤적여 손가락보다 조금 긴 막대 하나를 꺼내들었다.

 

 

 

 

 스승님의 뒤를 따라다녔을 때, 갖게 된 드워프의 역작. 뭐든지 열 수 있는 황금열쇠!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일레인에게 생애 최고의 생일선물이 되었던 것이었다. 끼워넣자마자 착착하는 소리와 함께 달칵, 자물쇠가 열렸다. 그 과정을 두어번 반복하자 서랍이 열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미친, 사파이어에 핑크다이아몬드…….”

 

 

 

 

 

 잔뜩 환희에 찬 목소리가 드레스룸 안에 부유했다. 시녀복 치마는 쓸데없이 긴 덕에 주머니를 만들어 집어넣기 편리했다. 일부러 비어 온 회색 주머니를 떼어내 이것저것 집어넣는 일레인의 손이 다급했다. 쉼없이 주머니를 채워넣으면서도 일레인의 눈은 어떤 것이 더 비싸게 팔릴 수 있는가를 분류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치맛자락 아래 단단히 묶은 주머니가 묵직했다.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한사코 발목을 잡았으나 일레인은 개의치 않았다. 아무리 무거워도 제 인생을 탄탄대로로 만들어줄 물건이었다. 이제 배때지에 기름만 찬 영주와 음흉한 눈길로 제 치맛자락을 내려다보던 빼빼마른 도련님과는 안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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