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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전하, 아니 되옵니다
작가 : 아범
작품등록일 : 2017.7.17

이벤트 당첨으로 일등석에 탑승한 담월. 그곳에서 한 남자와 크게 다투고 만다. 결국,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그가 속삭인다. "두 번 다시 마주칠 일 없길 바라거라." 아니, 뭐 저런 싸가지가 다 있어?!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인연이 황궁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도망치려는 그녀와 잡으려는 그. 마침내 사로잡힌 그녀의 입에서 절망적인 신음이 터져나왔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는군
작성일 : 17-07-28 16:13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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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시작한다."

 

 담월이 얼른 소파 위에 앉았다.

 지난번 영선의 방송에 이어 오늘은 미소의 데이트가 방송되는 날이었다.

 오늘은 집에서 혼자 방송을 보기로 했다.

 쇼를 앞둔 진아는 오늘부터 밤샘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엔 맥주와 오징어 따위는 없었다.

 대신 수첩과 볼펜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후후, 예리하게 분석해 주겠어!"

 

 볼펜을 손에 쥔 담월의 눈빛에서 의욕이 넘쳤다.

 지난번에는 진아 앞이라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많이 초조했던 그녀였다.

 

 연애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근사한 데이트 장소를 아는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불안해할 그녀는 아니었다.

 

 "흥!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뿐이야. 괜히 요란 떨 필요 없는 거라고. 게다가 난 그 남자한테 잘 보일 필요도 없잖아!"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괜히 혼자 콧방귀까지 뀌며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침내 긴 광고가 끝나고 방송이 시작되었다.

 첫 장면으로 샵에서 데이트를 준비하는 미소의 모습이 나왔다.

 그녀의 전용샵이라고 자막이 깔린 그곳은 한눈에 보기에도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들뜬 얼굴의 그녀 옆으로 꽤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오갔다.

 모두 그녀의 데이트 준비를 돕는 사람들이었다.

 

 "엄청 철저하게 준비하는구나."

 

 예쁘게 화장된 얼굴과 자연스러운 머리.

 거기에 여러 벌의 의상과 옆에서 거드는 스텝들까지.

 경쟁 후보자 입장에서는 저절로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담월이 애써 태연한 얼굴을 했다.

 

 "뭐, 각자 자신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니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신의 화장대 위에 몇 개의 화장품이 있는지 슬쩍 셈을 해보는 그녀였다.

 

 화면에 휘가 등장했다.

 오늘도 그는 근사한 슈트 차림이었다.

 

 "저런 것만 보면 참 근사한 남자인데 말이야."

 

 담월이 자신을 윽박지르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곧 미소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한껏 예쁘게 꾸민 그녀의 모습에서 작은 빈틈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역시 제국의 톱스타다운 아름다움이었다.

 

 휘가 꽃다발을 선물하자 그녀가 수줍게 웃었다.

 곧장 '사랑스러운 그녀'라는 자막이 깔렸다.

 자막처럼 남자라면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미소가 휘에게 뽀뽀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어?!"

 

 순간 담월이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지, 지금 뽀, 뽀뽀한 거야?!"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큰 눈을 쉴 새 없이 끔뻑거렸다.

 마치 그런 담월을 배려라도 한 듯 같은 장면이 다양한 각도로 여러 번 반복해서 나왔다.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뽀뽀가 확실했다.

 

 "아니, 왜 갑자기 뽀뽀는 하고 난리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하한테 막 저래도 되는 거야?!"

 

 흥분한 담월이 TV를 향해 씩씩댔다.

 손으로 소파를 탁탁 쳐대며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전하도 그렇지! 저렇게 달려들면 얼른 피했어야지! 그걸 그냥 내버려 둬?! 경호팀은 옆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금세 분노의 화살이 휘에게로 향했다.

 예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피하기엔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는 이성적인 판단은 완전히 무시되었다.

 어쩐지 마구 화를 내고 싶었다.

 이유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럴 때 진아가 옆에 있었으면 같이 욕이라도 해줬을 텐데.

 

 담월이 더욱 힘껏 눈을 부릅떴다.

 아쉬운 대로 진아의 몫까지 함께 노려볼 수밖에.

 

 그렇게 그녀가 씩씩대는 사이 두 사람이 탄 차가 놀이동산에 도착했다.

 담월이 한껏 예민해진 눈으로 TV를 노려봤다.

 

 "첫 만남부터 놀이동산이라, 아주 제대로 데이트를 하시겠다는 건데."

 

 데이트 코스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놀이동산이 나오자 담월이 더욱 예민해졌다.

 그때 갑자기 두 사람이 팔짱을 끼는 장면이 나왔다.

 담월이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씨구?! 이젠 팔짱까지?!"

 

 리모컨을 쥔 그녀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당장이라도 TV 속으로 들어가 두 사람을 갈라놓을 태세였다.

 

 곧이어 두 사람이 커플 머리띠까지 쓰자 담월은 기가 찬다는 듯 연신 혀를 찼다.

 

 "아주 작정을 했구나, 작정을 했어!"

 

 인증샷을 찍는 두 사람의 모습이 흡사 연인처럼 보였다.

 담월이 원인 모를 분노에 몸을 떨었다.

 

 곧 두 사람이 놀이기구를 타며 본격적인 데이트를 시작했다.

 담월의 시선이 화면 속 휘에게 머물렀다.

 시종일관 무뚝뚝한 얼굴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불쌍해 보였다.

 

 "바보같이! 저럴 거면 차라리 다른 곳을 가자고 할 것이지, 왜 저렇게 다 받아주고 있는 거야!"

 

 그녀의 눈빛이 금세 안쓰럽게 변했다.

 그가 고생하는 모습이 보기 싫었다.

 역시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나 놀이동산에서 두 사람이 나오자 담월이 화면 속 휘를 대신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어딜 가는 거야?!"

 

 지쳐 보이는 휘를 걱정하며 담월이 금세 볼멘소리를 했다.

 

 곧이어 그들이 탄 차가 야구장에 도착했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자 금세 대형 스크린에 그 모습이 비쳤다.

 그러자 화면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 두 사람을 향해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을 향해 여유 있게 손까지 흔드는 미소.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담월이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저건 정말 부럽구나."

 

 많은 사람 앞에서 전혀 기죽지 않는 그녀의 당당함이 살짝 부러웠다.

 만약 저 자리에 자신이 있었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금세 온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 경련을 일으킬지도 몰랐다.

 

 이어서 치킨과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자 담월이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미소가 맥주를 마시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리모컨으로 따라 할 정도였다.

 

 "역시 CF 스타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지만 칭찬은 잠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섹시 댄스를 추는 장면이 나오자 금세 사나운 얼굴을 했다.

 

 "저, 저건 반칙 아니야?!"

 

 어느새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담월이 있지도 않은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휘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쓰다듬으며 흐느적흐느적 매혹적인 몸짓을 선보이는 미소.

 담월이 애타는 눈빛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인정하기 싫지만, 자신이 보기에도 무척 섹시했다.

 

 "아, 난 저런 것도 안 되고. 어쩌면 좋니, 저주받은 몸치야."

 

 아쉽지만, 그녀는 몸치였다.

 고교 시절, 장기 자랑 시간에 선보인 일명 '굼벵이 춤'으로 '올해의 추잡상'을 수상했을 정도였다.

 어쩐지 점점 의욕을 잃는 기분이었다.

 

 곧이어 수족관으로 장소를 옮긴 두 사람의 모습이 나왔다.

 대형 수조가 화면에 나오자 담월이 저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와, 멋지다."

 

 그렇게 멋진 곳에서 두 사람이 와인을 마셨다.

 너무나 근사해 보였다.

 

 "저런 곳은 또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어느새 담월의 눈꼬리가 축 처졌다.

 볼수록 기가 죽었다.

 

 잠시 뒤.

 

 잔잔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왔다.

 곧이어 미소가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담월도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아, 저런 사연이 있었구나."

 

 그녀의 고백을 들으며 담월이 금세 슬픈 눈을 했다.

 어쩐지 웃고 있는 그녀가 측은해 보였다.

 그런 미소를 휘 역시 담담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대형 수조를 배경으로 아름답고도 슬픈 두 사람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담월이 가만히 TV를 껐다.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더 봤자 속만 쓰렸다.

 그렇게 TV를 끈 채 그녀가 말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바람에 방송 뒷부분에 등장한 황제의 인터뷰 영상은 보지 못한 그녀였다.

 황제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미소를 칭찬하며 웃어댔다.

 비록 짧은 영상이었지만 방송을 본 대중은 미소에 대한 황제의 직접적인 지지로 받아들였다.

 

 영선에 대한 황후의 지지에 이어 이번엔 황제의 지지를 얻어 낸 미소였다.

 

 방에 들어온 담월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엔 의욕을 갖고 방송을 시청했으나 오히려 지금은 답답한 기분만 늘었다.

 

 아직까지 어떻게 데이트를 할지 정하지 못한 그녀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다.

 다른 후보자들의 방송을 본 이후로 더욱 초조해졌다.

 

 "차라리 공부가 더 쉽겠구나."

 

 역시 연애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게다가 그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또 하나의 이유가 더 있었다.

 

 바로 내년 총리 선거에 관한 얘기였다.

 

 지난번에는 미처 몰랐는데 이미 언론에서는 한참 신나게 이 얘기를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총리 후보 자리에 아버지 이름도 당당히 올랐음을 알게 되었다.

 

 워낙 그런 쪽으로는 말씀이 없는 아버지라 그녀도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날 밤에 함께 술을 마시며 아버지가 한 말이 괜한 얘기가 아니었다.

 그제야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덕분에 대놓고 깽판 치기도 이젠 곤란해졌다.

 

 "에이, 이런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일단 뭐라도 좀 찾아보자."

 

 담월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이 있는 책상으로 향했다.

 그렇게 막 노트북을 켜던 순간이었다.

 

 때마침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는 뭔가가 나타났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그러면 되겠구나!"

 

 담월이 손뼉을 딱 치며 기뻐했다.

 

 

 ***

 

 

 늦은 시각.

 아직도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 있는 휘가 보였다.

 오늘 안에 검토해야 할 서류가 아직 몇 개 더 남았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 군사 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황실의 영향력이 막대하다 보니 그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잠시 후.

 

 마침내 휘가 마지막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

 최근 황실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 중 그의 답변이 필요한 사항들만 간추린 보고서였다.

 

 보고서를 보자마자 휘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그곳에는 온통 거친 말들뿐이었다.

 지금까지의 데이트 방송을 본 사람들의 의견들이 적나라하게 옮겨져 있었다.

 

 "택원이 이놈이!"

 

 택원이 일부러 그런 내용만 추려서 담은 게 분명했다.

 휘가 괘씸하게 생각하면서 보고서를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그러나 잠시 후.

 

 다시 보고서를 집어 든 휘가 슬쩍 그 안을 들여다봤다.

 곧 그의 얼굴이 못마땅하게 구겨졌다.

 

 "뭐라? 처음부터 끝까지 내 표정이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 불만이 가득했다.

 내가 무슨 배우도 아니고.

 억지로 표정 연기라도 하란 말인가!

 휘가 예민해진 얼굴로 다른 글들을 읽어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주먹까지 불끈 쥐며 외쳤다.

 

 "흥! 그 머리띠는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 금세 억울한 감정이 드러났다.

 뒤이어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기가 찬 표정을 했다.

 

 "어허, 섹시 댄스에 흥분했다니! 당치 않은 소리!"

 

 보고서를 쥔 그의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잔뜩 흥분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계, 계획적으로 포옹을?! 여봐라, 밖에 아무도 없느냐! 이 글을 올린 자를 당장 잡아들여라!"

 

 휘가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문 쪽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말을 듣고 달려오는 사람은 없었다.

 택원이 이럴 줄 알고 미리 사람들을 멀찍이 물려놓은 모양이었다.

 휘가 간신히 감정을 추스르며 중얼거렸다.

 

 "좋은 내용은 하나도 없군."

 

 아니다. 딱 하나 있긴 있었다.

 

 -전하 장딴지 존멋! 다음 편 기대!

 

 뜬금없는 글이지만 어쩐지 칭찬인 듯싶었다.

 유일하게 호감적인 글을 발견한 휘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크흠,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기대는 무슨."

 

 그가 자신의 종아리를 쓱 한 번 내려다봤다.

 은근히 기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방송은 봤는지 모르겠군."

 

 문득 그녀가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바로 내일이 그녀와 만남이 있는 날이었다.

 그날 황궁에서 그렇게 헤어진 후 처음 보는 자리였다.

 휘의 얼굴에 금세 흥미가 돋았다.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는군.'

 

 두근거리는 밤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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