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불안한지 혼은 집으로 돌아가자며 일어났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탔다.
운전대는 혼이 잡았고, 그 옆은 혜영이가 앉았다. 그런데...
“왜 네가 여기 앉는 거야?”
순이 나와 순 사이에 앉은 윤에게 말했다.
눈치 없는 윤이 이번에도 눈치 없이 우리사이에 앉았다.
“아니 아까 우리 뽀뽀하는 것 까지 봤잖아?”
“뽀뽀?”
순의 말에 혜영이가 반응했다.
“뭐야 뽀뽀했어? 혼! 우리가 지고 있는데?”
혜영이가 혼을 보며 말했다. 운전을 하던 혼은 백미러로 우리를 슬쩍 보더니 연신 헛기침을 했다.
“뭐야? 반응이 왜 그래 장난이야.”
혜영은 약간 서운한 표정으로 혼의 반응을 넘기려 했다.
“근데 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우리랑 동갑이면 너희도 미성년자 아니야?”
“응. 우린 너희랑 같은 년도에 태어났으니 동갑이라고 볼 수 있지?”
“근데 운전은 어떻게 해? 면허가 어떻게 있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중요한 문제점을 혜영이가 말했다.
난 이들이 인간이 아닌 것을 알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치던 부분이었다.
“그건...”
혼은 알맞은 말로 상황을 벗어나려 하려고 하는 게 보였지만 어떤 말로 벗어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우리 외국에서 온지 얼마 안 됐잖아. 우리가 있던 곳은 면허를 좀 더 빨리 딸 수 있었고, 이 나라에서도 그게 인정이 되더라고.”
“그...그래 맞아 저거야.”
갑작스런 윤의 말에 혼이 맞장구를 쳤다.
나는 윤의 말에 박수를 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래? 근데 그게 인정이 돼? 우리나라에서 새로 시험을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혜영도 잘은 모른 것 같았지만 윤의 얼굴을 보니 그냥 아무 말이나 한 듯 보이니 아마 혜영의 말이 맞을 것 이었다.
그래도 5명중에 한명이 옳은 말을 해도 나머지 4명이 틀린 말이 맞다고 우기면 그 틀린 말이 맞는 말이 되니 혜영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우리 집 근처로 오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혼은 우리를 내려주고 혜영을 데려다 주고 오기로 했다.
차에서 내린 나와 순, 윤은 혜영이에게 인사를 한 뒤 집으로 올라갔다.
집으로 들어가니 윤이 거실로 우리를 불렀다.
“아까 나와 순이 쌀쌀하다고 했던 거 기억해?”
“응. 진짜 추웠어. 그치?”
“근데 우리가 느낀 쌀쌀함은 그게 아니었어.”
“그럼?”
“우리도 처음에는 인간의 몸이니 그래서 쌀쌀하다고 느낀 줄 만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이 기분 나쁜 한기는 다른 종류였어.”
“다른 종류?”
“응. 그때와 같아. 내가 학교에서 그 악마를 처음 봤을 때 말이야.”
내 심장이 두근두근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 악마라면 분명 우리엄마를 죽인 그 악마를 말하는 것 이었다.
“그래서? 봤어? 소희를?”
“아니 보진 못했어. 근데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어. 그 한기는 흔하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야.”
“잘못 느낀 거 아니야?”
순이 불안해하는 내 얼굴을 봤는지 나를 대신해서 윤에게 물어봐 주었다.
“방금도 말했지만 그건 흔하게 느낄 수 있는 한기가 아니야. 더군다나 인간화 옷을 입고 있는 우리가 느낄 정도면 분명 그 악마... 더 커졌을 거야.”
“더 강해졌다는 거지?”
순간 광기어린 소희의 얼굴이 떠올랐다. 무서웠다. 더 이상 얘기를 듣고 있을 수 없었다.
“나 방으로 들어갈게.”
“응? 알았어. 들어가.”
난 그렇게 방으로 들어왔고, 그 후에도 무슨 얘기인지는 자세히 들을 수 없었으나.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써도 순과 윤이 얘기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선아 들어가도 될까?”
얘기가 끝났는지 순이 방문을 두드렸다.
“응!”
순은 내가 걱정이 되는지 따뜻한 코코아를 들고 들어왔다.
“이것 좀 마셔.”
침대에 순이 앉았는지 침대가 덜컹했다.
나는 이불을 걷어내고 순이 주는 코코아를 들었다.
“지선아 걱정하지 마. 저번처럼 그 악마가 무슨 짓을 하던 그렇게 두지는 않을 거야.”
“고마워.”
순이 그렇게 말하자. 떨리던 몸이 멈췄다. 나는 그제야 코코아를 마실 수 있었다. 코코아는 무척 달고 따뜻했다.
“내가 말했지? 네가 슬퍼하는 건. 보기 싫다고, 그 악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내가 반드시 그걸 막을 거야.”
“응!”
나는 남은 코코아를 모두 마셨다. 순은 다 마시고 비어버린 컵을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내가 컵을 주자 나를 눕히고 방을 나갔다.
순이 방을 나가자 몸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떨리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잠에 들었다.
“지선아!”
그리고 밖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지선아!”
처음에는 잠결이라 잘 듣지는 못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들었다. 그건 엄마의 목소리였다.
난 급하게 문을 열었다.
“이제야 왔네?”
그 곳에는 소희가 칼을 들고 있었고 엄마는 쓰러져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난 저번과 같은 악몽이라 생각은 했지만, 아무리 악몽이라도 엄마를 소희를 그냥 둘 수 없어 난 또 다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지선아!”
그러자 이번에도 뒤에서 순이 나를 잡았다. 그리고 악몽에서 깼다.
옆을 보니 저번처럼 순이 내 손을 잡고 침대에 걸친 채 잠이 들어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그렇게 놀라며 깨지 않았는지 순은 깨지 않고 있었다.
“순...”
난 그렇게 잠들어 있는 순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지선아...”
그리고 나를 부르며 행복하게 웃고 있는 순의 얼굴이 보였다. 그 웃음을 보니 진정이 되는 듯 했고, 난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