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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78 화. 외전(1) - Love in France
작성일 : 17-07-28 15:08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7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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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78 화. 외전(1) - Love in France : 재희 이야기

 

 

 

 파리에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몽마르뜨 언덕을 찾아 나섰다. 프랑스에 가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이 그곳이라서 눈을 붙이고 쉬는 시간도 아까웠다.

 

 패기 좋게 숙소를 나서 지하철을 타고 여행 책자에 적혀있는 역에서 내렸다.

 

 처음 와 본 외국인데다, 초행길이라 목적지 주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진도 여러 번 참고했다. 그런데, 자신이 본 길과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길이 전혀 다른 것 같다.

 

 재희는, 준비는 완벽하게 해도 실전에는 약했다. 게다가 길치가 아님에도, 여행 책자에 적힌 방법과 블로그를 통해 찾은 사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낯설기만 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현지인에게 물어봐야겠다.

 

 현지인들에게 묻는 것도 프랑스에서는 꽤 어려운 일이었다. 재희가 영어로 물으면 그들은 자기도 영어를 안다며 영어와 불어를 섞어 쓰거나, 혹은 전혀 못 알아듣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재희는 그가 서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계시는 할머니께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Excuse me, Where is the Montmartre Hill?"

 

 그러자, 할머니께서 걸음을 멈추시고서 쓰고 계신 안경을 꼿꼿하게 올려 끼셨다. 중후한 분위기와는 달리, 눈빛을 통해 느껴지는 분위기가 보통 깐깐한 게 아니다.

 

 “Pardon? Est-ce que vous pouvez repéter, s'il vous plaît? (뭐라고요?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젊은 양반 불어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평가하실 기세였다.

 

 외국인 할머니의 차가운 눈빛에 긴장되었다. 뭔가 답을 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 알지 못하는 언어라서 답답했다.

 

 

 

 재희가 곤란해 하고 있을 때.

 

 “Excusez-moi, je cherche la butte Montmartre. (실례합니다. 몽마르뜨 언덕을 찾고 있는데요.)

 

 누군가가 할머니께 당당하게 다가와 유창한 불어로 말을 걸었다.

 

 “Oh, la butte Montmartre?"

 

 그러자 할머니께서 ‘동양인이 불어 좀 하네?’라는 눈빛으로 대견하게 바라보시며 친절히 설명해주셨다.

 

 상대는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고 할머니와 작별했다.

 

 길을 묻기 위해 붙잡아두었던 할머니는 떠나셨고,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쥐고 있는 여자는 제 갈 길 가기 위해 이미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국적이 어디든, 같은 동양인과는 영어가 통하겠다 싶어서 그녀를 붙잡았다.

 

 “Excuse me.”

 

 

 

 그러자, 어깨선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의 여자가 재희를 돌아본다.

 

 “어.......?”

 

 재희와 그녀가 동시에 놀라움을 표하며 자리에서 정지했다.

 

 “헤라 씨?”

 

 “어머, 재희 씨. 오랜만이다.”

 

 아는 이 하나 없는 타지에서 한국인을, 그것도 자신이 아는 이를 만났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

 

 헤라가 의외라는 얼굴로 재희에게로 걸어왔다.

 

 “나는 지구가 꽤 크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가봐. 잘 지냈어?”

 

 “그래. 여행 중?”

 

 “응. 한국에 있으려니 의욕이 안 나서 다 접어두고 왔어. 재희 씨는, 유럽 여행 한 지 얼마 됐어?”

 

 “이제 8일 됐어. 아까 보니까 불어 잘 하던데. 언제 그렇게 배운 거야?”

 

 “아, 틈틈이 공부하고는 있는데 아직 잘하는 단계는 아니야. 그러는 재희 씨는 아까 보니까 꽤 애 먹던데? 프랑스 사람들이랑 대화하기 꽤 힘들지?”

 

 자신의 고충을 알아주는 헤라의 말에, 재희가 웃었다. 불어를 잘 하는 그녀가 저 말을 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응.”

 

 헤라가 고갯짓으로 길 위를 가리키며 물었다.

 

 “내가 몽마르뜨 언덕 가는 길 아는데. 같이 갈래? 혼자 다니는 것도 좋지만 오랜만에 보니까 더 반갑네.”

 

 헤라의 말대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이렇게 하루쯤은 혼자에서 벗어나도 나쁠 거 없다 생각해 흔쾌히 답했다.

 

 “그러자.”

 

 

 

 

 

 ***

 

 

 

 

 

 몽마르뜨 언덕을 올라가는 길에는 그림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헤라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재희의 팔을 이끌며 할아버지께서 앉아 계시는 쪽으로 이끌었다.

 

 “여기서 그림 한 장만 그리고 가. 얼마 안 걸려.”

 

 “Asseyez-vous ici. (여기 앉으세요.)”

 

 제안한 사람은 헤라인데, 화가 할아버지의 모델은 어느 순간부터 재희가 되어 있었다.

 

 

 

 슥슥, 구도를 잡기 시작하면서 그림을 그리시는 할아버지의 손을 한참 지켜보던 헤라는 재희의 옆에 앉아 할아버지께 물었다.

 

 “Deux, OK? (두 명 가능한가요?)”

 

 할아버지가 힘든 일도 아닌데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해주셨다.

 

 “Ça oui. (물론이죠.)”

 

 할아버지께서 그들이 함께 앉아 있는 고운 모습을 채색까지 예쁘게 하셔서 지관통(종이를 보관하는 통)에 담아주셨다.

 

 “재희 씨, 이거 내가 내고 싶은데. 그렇게 해도 괜찮지?”

 

 “왜?”

 

 헤라가 이유를 바로 말하지 못하고 수줍게 머뭇거렸다.

 

 “그냥, 내 모습이 잘 나온 거 같아서....... 그러고 싶어. 부담되면 점심은 재희 씨가 사.”

 

 헤라가 할아버지께 그림 값을 드리고 돌아서려는데, 할아버지께서 흐뭇하게 웃으시며 말하셨다.

 

 “Joli. Ça vous va très bien. (예뻐요. 잘 어울리네요.)”

 

 헤라가 화사하게 웃었다.

 

 “Merci. Bonne journée.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몽마르뜨 언덕에 올라 내려다보는 파리 시내는 정말 광활했다. 늦가을이여서 쌀쌀했고 푸른 녹음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싱그러운 녹음보다 더 따뜻한 시간이었다.

 

 헤라와 재희는 몽마르뜨 언덕을 내려가기 전, 새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사크레 쾨르(Sacred Heart Cathedral) 성당을 마지막으로 보고 내려갔다.

 

 프랑스를 좋아해서인지, 헤라가 재희보다 아는 것도 많았고 준비도 더 꼼꼼했다. 덕분에 어떻게 시간 가는지 모를 정도로 그녀의 말에 푹 빠져 있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점심이었다.

 

 그들은 몽마르뜨 언덕 밑에 있는 프랑스 가정식 코스 요리 점으로 들어가 점심을 하기로 했다.

 

 “재희 씨, 이 그림. 내가 가져도 돼?”

 

 “가지고 싶으면 가져. 나는 그림에 관심 없어서 괜찮아.”

 

 재희가 달라고 하면 어쩌나 싶어 조마조마하던 헤라는 흔쾌히 그러라는 그의 말에 얼굴이 밝아졌다.

 

 남자로부터 꽃을 받은 여자처럼, 목소리에 화색이 돌았다.

 

 “앞으로 몇 군데 더 둘러볼 거야?”

 

 “음....... 원래는 계획 세워서 사는 게 내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그냥 내가 가고 싶은 대로 다녀보기로 했어. 5군데 생각 중이야. 마음이 정리가 안 돼서 온 것도 있거든.”

 

 재희의 얼굴빛이 복잡해졌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헤라는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다른 여자와 이어지지 않았음에 놀랐다가도 쓸데없는 미련을 가지려는 자신의 마음이 10년 전 그때와 똑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헤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여자?”

 

 “.......응.”

 

 헤라는 씁쓸하게 웃으며 포크를 뒤적였다.

 

 “아팠겠다. 나는 양 쪽 집에서 결혼 얘기까지 오가던 남자한테 뒤통수 맞았어.”

 

 생각만 해도 기가 막혔던 일방적인 통보였다.

 

 

 

 - 미안. 나는 내 이름으로 된 병원을 가지고 싶었거든. 그 여자는 열쇠 3개 해줄 수 있대.

 

 사람과 물질을 재서 순식간에 돌아서버릴 사랑이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 남자 잊으려고 무작정 온 거야. 한국 하늘 아래서 같은 공기를 마신다는 것 자체가 끔찍했거든.”

 

 “......”

 

 자신이 가진 상처도 아직 수습하지 못했는데, 남의 상처를 어설프게 위로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재희의 오랜 침묵이 어색하고 싫었는지, 헤라가 웃으며 포크를 집어 들었다.

 

 “이런 분위기 가라앉는 대화는 그만하고. 배고프다. 먹자.”

 

 

 

 재희와 헤라는 다음 장소로 떠나기 전, 몽마르뜨 언덕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베쎄(Abbesses) 광장을 마지막으로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저기 보이는 푸른색 벽을 사랑해벽이라 하는데 300여 개의 달하는 나라들의 언어로 ‘사랑한다’고 적어뒀대. 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말이 사랑이라고 생각해.”

 

 “어, 여기 한글도 있네.”

 

 헤라가 재희가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을 그의 카메라로 찍어주며 말했다. 헤라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재희는 절대 눈치 못 챌 정도로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재희 씨.”

 

 “프랑스어로 사랑해라는 말이 뭔 줄 알아요?”

 

 “Je t'aime. 즈뗌므래.”

 

 헤라는 씁쓸했다. 처음부터 그 말을 하고 싶었던 사람은 저기 서 있는데. 차마 뱉어지지 않는 그 말을 속으로 여러 번 속삭인다.

 

 

 

 

 

 ***

 

 

 

 

 

 샹젤리제 거리의 시작을 알리는 개선문 밤거리가 화려하게 붉을 밝혔다.

 

 Sophie Milman이 부른 ‘La Vie En Rose’이 온 거리에 들려 퍼지는 듯했다.

 

 

 

 Quand il me prend dans ses bras,

 그가 나를 그의 손으로 안을 때

 

 Il me parle tout bas

 그는 나에게 속삭여요.

 

 Je vois la vie en rose,

 장밋빛 인생을 보여준다고

 

 Il me dit des mots d'amour

 그는 나에게 사랑의 말을 해요.

 

 Des mots de tous les jours,

 매일 말해줘요.

 

 Et ça me fait quelque chose

 그 말들은 나에게 무언가를 생기게 해요.

 

 Il est entré dans mon cœur,

 그는 내 마음 안으로 들어왔어요.

 

 Une part de bonheur

 행복의 일부분이 되었어요.

 

 Dont je connais la cause,

 내가 그 까닭을 아는

 

 .

 .

 .

 

 Alors je sens en moi

 나는 내 안에서 느꼈어요.

 

 Mon cœur qui bat

 내 심장이 뛰는 것을

 

 

 Des nuits d'amour à plus finir

 끝나지 않은 사랑의 밤은

 

 Un grand bonheur qui prend sa place

 제 자리를 잡은 큰 행복

 

 Des ennuis, des chagrins s'effacent

 권태, 슬픔은 지워졌어요.

 

 Heureux, heureux à en mourir

 행복해요. 죽어도 행복해요.

 

 

 

 거리를 거닐며 예쁘게 사랑을 키워나가는 커플들이 몇 쌍 보였다.

 

 재희와 헤라의 거리는 줄곧 평행선이었다. 나란히 걸으며 함께 있는 이 순간. 그와 곧 헤어져야 하지만 다시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기에, 충분했다.

 

 

 

 헤라가 재희와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일정이었다.

 

 “에펠탑은 매일 밤 9시부터 매 시간 정각에 불이 들어와 아름답게 빛난대요.”

 

 그들은 샤이요궁(Palais de Chaillot, 박물관) 계단에 걸터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소소한 얘기로 이어가던 대화가 끊겼다. 헤라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리를 음악 삼으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여전히 제 심장은 예전처럼 뜨겁게 뛴다. 그녀의 마음을 대변해주기라도 하듯, 가슴이 바짝 바짝 조여 오며 부끄러움에 얼굴에 열이 올랐다. 바보 같이, 사랑에 대인 상처가 무색할 만큼 포기했던 사랑에 욕심을 내고 싶다.

 

 그 사람이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해서 그를 대신할 다른 사람들과 보냈던 시간들.

 

 누군가는 그럴 거면 왜 사귀냐, 또 다른 누군가는 물질을 찾아 떠나가며 그녀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이제는, 그 사람을 대신할 누군가가 아니라 당당하게 마주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의 곁에 아무도 없어서가 아니고, 그 사람의 상처를 쉽게 보는 것도 아니다.

 

 “재희 씨.”

 

 

 

 헤라의 부름에 재희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내가 재희 씨한테 고백했다 여러 번 차인 거, 기억해?”

 

 “......”

 

 “그거 아직 유효한데.......”

 

 헤라의 풍성한 속눈썹이 차분하게 내려앉으며 그녀가 재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댔다. 입술에 닿은 생소한 촉감에, 헤라의 심장이 수줍게 떨렸다.

 

 그 순간, 어두웠던 밤을 밝히는 불빛이 새하얀 다이아몬드처럼 에펠탑을 에워싸며 주변이 환해졌다.

 

 “나는 아직도 재희 씨 보면 떨려.......”

 

 재희의 눈이 커졌다.

 

 “......”

 

 갑작스런 헤라의 행동에 당황한 듯 재희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자, 그런 그의 반응이 거절의 뜻인 줄 알고.

 

 헤라는 애써 쿨한 척 하며 별 뜻 없이 행동했던 것처럼, 그에게서 물러나며 말했다.

 

 “작별인사. 나, 오늘이 마지막 일정이거든. 혹시....... 재희 씨 일정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거 아는데....... 나랑 같이 한국 갈 생각 있으면....... 공항으로 나와 주지 않을래요?”

 

 하지만, 헤라는 재희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지 못했다.

 

 

 

 

 

 ***

 

 

 

 

 

 재희는 헤라와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지듯 털썩 누웠다.

 

 그는 헤라의 행동에 혼란스러웠다. 팔을 올려 이마에 대고 눈을 감았다.

 

 대학 동기로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던 날들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주 헤라. 그녀를 아는 남자들은 전부 그녀에게 호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성격도 호탕하고 세심하기까지 한데다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당당했다.

 

 일명 퀸 카였다. 과는 물론이고 학교 전체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다른 남자들의 고백을 전부 거절하던 그녀였다. 그게 자신 때문이라는 건 그녀와 어울려 다니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 재희야, 너 내가 고백하면 받아줄 거야?

 

 자신이 사랑한다 생각했던 사람이 세희였기에, 당연히 거절했다.

 

 헤라 역시 재희가 다른 사람을 마음에 뒀음을 알고 일부러 장난치듯 말했다.

 

 그 후에도 여러 번.

 

 10년이 지난 지금, 헤라가 자신에게 품은 감정이 그 세월만큼 옅어져 다시 그녀와 친구로서 재회한 줄 알았다.

 

 ‘나 오늘이 마지막 일정이거든.’

 

 내일이면 그녀가 떠난다.

 

 헤라의 모습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옥죄어오는 가슴의 통증이었다.

 

 

 

 ‘잡아.’

 

 머릿속에서 진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내가 그녀를 잡아도 되는 걸까.

 

 세희를 사랑했다 생각했던 자신의 시간들이 사랑이 아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10년 넘게 간직해왔던 헤라의 마음.

 

 세희를 잊기 위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온전한 진심이어야 했다.

 

 

 

 

 

 ***

 

 

 

 

 

 한국 행 비행기에 탑승하라는 전광판이 떴다. 조금 지나자 헤라가 탈 비행기로 이어지는 게이트가 열리며 승무원들이 나타났다.

 

 헤라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구겨진 트랜치 코트를 정리한 뒤 캐리어를 끌고 게이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게이트를 지척에 두고 헤라는 자리에 멈춰 서서 바쁘게 걸음을 움직이며 흘러가는 세상을 둘러보았다.

 

 역시, 안 되는 건 안 되는 건가.

 

 그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정말, 다 했다는 생각에 미련은 없었다.

 

 천천히 걸어가던 걸음에 힘을 실었다.

 

 그때.

 

 

 

 “주 헤라!”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헤라의 걸음이 뚝하고 멈췄다.

 

 귓가에 울려 퍼진 그 목소리가 꿈만 같아 헤라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수줍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을 부여잡고 천천히 몸을 돌리자, 그녀의 뒤에 재희가 서 있었다. 캐리어와 함께.

 

 그의 목소리, 그의 얼굴.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온몸의 감각들이 그를 향해 반응한다.

 

 그리고 눈빛. 온전히 그 속에 저를 담은 재희의 눈빛에서 헤라가 본 것은 자신이 오랫동안 바랐던 것이었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머릿속에 한 데 뒤엉켜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헤라 씨, 먼저 미안하다는 말 할게.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느릴 거야. 그래도 노력 할게. 헤라 씨 아프게 하는 일은 없어. 이런 나라도....... 괜찮아?”

 

 그동안 헤라의 진심을 알고도 끌어안아 주지 못한 것에 너무 미안했다. 늦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헤라의 고백이 여러 번 제게 닿은 순간부터 그는 이미 그녀에게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희를 사랑한다는 마음에 가려버린 것은 헤라의 마음뿐만이 아니었다.

 

 

 

 헤라가 활짝 웃으며 재희의 목에 팔을 둘렀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헤라는 두른 팔에 힘을 주어 그를 바짝 당겨왔다. 그러고서는 그의 입술에 자신의 붉은 입술을 겹치며 눈을 감았다.

 

 곧, 재희는 놀라하면서도 어설프지만 진심을 다해 헤라에게 화답하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조심스럽게 비집고 들어오려는 재희의 움직임에, 헤라가 그에게 매달리며 허락하자 달콤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향기가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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