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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17.신뢰
작성일 : 17-07-28 11:19     조회 : 341     추천 : 0     분량 : 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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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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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의 사건이 터진 것은 그 다음날의 일이었다.

 

  은아는 민재가 만들어 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밤새워 써내려간 소설을 검열 중 이었다.

 

  “괜찮죠? 밤새 고민해서 쓴 거예요.”

 

  크게 하품을 하며 민재가 다가왔다.

 

  민재의 두 눈 아래에 짙게 드리운 다크서클은 간밤의 그의 노고를 대변해 보여주었다.

 

  확실히 은아가 보기에도 문장 하나하나가 굉장히 고심해서 쓰였다는 게 느껴졌다.

 

  “아니. 유치해. 밤을 새면서 만들어낸 게 겨우 이정도 라니... 재능이 없는 삶이란 피곤하겠다.”

 

  은아는 괜히 심통이 나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 정도에요? 나름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하하”

 

  민재는 애써 웃었지만 실망한 표정을 완벽히 숨기지는 못했다.

 

  “그래도 나름 괜찮은 문장도 몇 있었어. 전체 퍼센테이지로 보면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노력하면 나아질 기미는 있네.”

 

  은아는 의도치 않게 한 창작가의 열망을 꺾어버린 것에 마음이 걸려 위로를 해주었다.

 

  “다행이네요. 저도 사장님만큼의 재능은 없지만 열심히 할 거예요.”

 

  민재가 기운을 차리고 두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내 재능? 네가 내 능력을 알아?”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재능의 결과물을 보면 알죠. 사장님 나이 대에 자기 건물에 매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 손에 꼽을걸요.”

 

  “그 말이었어? 하긴 내가 보여준 게 그것뿐이구나...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이거 다 융자야. 이거 다 갚아나가려면 벌써부터 허리가 휜다.”

 

  은아는 습관처럼 굳어버린 입 꼬리만 올려 웃음지어 보였다.

 

  민재는 그런 은아를 부러움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래도 은행에서 아무나에게 고액은 안 빌려주는걸요. 사장님의 재능이 그만큼 신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요. 우리 형도 수술비 때문에 은행에 갔었을 때 거절했다던데...”

 

  민재는 조금은 어두워진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민재를 보며 은아는 기운을 복 돋아주는 말을 건넸다.

 

  “괜찮아. 너희 오빠는 충분히 재능이 있으니까. 은행은 몰라봐도 나는 신용할 수 있거든”

 

  “그 정도면 성공한 거죠?”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은아는 어깨를 으쓱해보였고 동재는 잔잔한 미소를 띠며 주방으로 돌아서다가 멈춰 서서는 갑자기 떠오른 것이 있는지 짧은 감탄을 터트렸다.

 

  “아! 사장님”

 

  “사장님 말고 누나 해봐”

 

  기대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은아를 향해 민재는 이 꽉 물고 끊어 말했다.

 

  “사. 장. 님! 근데 진짜 기획사 대표 맞아요?” 여기가 제2 지부라고 말만하고 아무도 안 오잖아요. 여기서 일하면 연예인 잔뜩 볼 줄 알았는데“

 

  민재가 팔짱을 낀 채 의심의 눈초리로 은아를 의심했다.

 

  “어...”

 

  은아는 미처 답변을 준비하지 못했던 질문에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고 커피를 빨아먹었다.

 

  “혹시 사기꾼은 아니겠죠?”

 

  민재는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풉”

 

  은아는 마시던 커피를 도로 뱉어냈다.

 

  “아이 더럽게 왜 그래요! 자기가 닦을 것도 아니면서”

 

  “켁켁 야! 너 지금 나보고 사기꾼이랬어? 완전 어이없다 너. 그래 나 사기꾼이라서 무 임금 착취만 하다가 너 자를 거야”

 

  “안 되겠네 이 아줌마. 지금 경찰에 연락 해야겠네”

 

  민재는 스마트폰을 들어 흔들며 은아를 놀려댔다.

 

  “야 하지마! 완전 이상한건 아는데 아무튼 경찰은 안 돼.”

 

  은아는 팔을 급히 내저었다.

 

  그런 반응에 민재는 정색하며 말했다.

 

  “뭐예요 이거? 장난이었는데 지금 매우 수상하잖아요. 진짜 사기꾼이에요? 전화번호 대봐요.”

 

  “0xx - xxxx -xxxx"

 

  은아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번호를 부르다가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다.

 

  은아가 불러주는 그대로 전화번호를 입력한 민재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안내 음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사. 기. 꾼. 씨?”

 

  민재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은아를 바라보았다.

 

  “그게... 휴대폰을 꺼놔서 연결이 안 될 거야. 근데 그 번호는 진짜니까 너 아무나한 테 알려주면 안 된다.”

 

  은아는 신신당부하였지만 민재는 전혀 귀담아 듣고 있지 않았다.

 

  “그걸 어떻게 믿으란 말이죠? 그리고 저도 아무나에게 사기꾼 번호 넘겨주고 싶지 않아요.”

 

  그런 민재를 보며 은아는 답답함에 주먹으로 가슴을 내리쳤다.

 

  “미치겠네. 아니라고! 좋아. 증거를 보여주면 되잖아.”

 

  “어떻게요?”

 

  민재는 의심을 넘어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오케이. 며칠 내로 여기서 우리 기획사 최고 연예인을 보여줄게. 아마 놀라서 까무러칠걸.”

 

  은아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마치 인심 썼다는 듯이 민재를 바라보았다.

 

  “믿어도 돼요?”

 

  “당연하지. 내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할게”

 

  “진짜죠. 아싸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근데 누군데요?”

 

  민재는 귀에 입이 걸려서 초롱초롱한 눈빛을 은아에게 보냈다.

 

  “안 알려줄 거야. 대신 실물보고 실망하거나 하면 안 돼.”

 

  “실망이요? 뭐 설마 남자연예인은 아니겠죠?”

 

  “쪼끄만게 벌써부터 따지네. 걱정 마. 회사에서 제일 예쁜 여배우니까.”

 

  민재는 턱을 쥐고는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제일 예쁜 여배우라면... 혹시 다혜 누나에요?”

 

  은아는 민재의 해맑은 추리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어째서 걔야! 우리 회사에 예쁜 여배우가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간판은 다혜 누나죠. 어제 보니까 한은아 광고도 전부 넘어갔던데”

 

  “뭐? 걔가 광고를 찍는다고?”

 

  “네. 벌써 기사 도배됐던데요. 몰랐어요? 대. 표. 님?”

 

  “아니. 알아. 알고 있었다고!”

 

  은아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이거 이대로 있다가는 돌아갈 내 자리 다 뺐기고 개털 되겠는데... 마냥 느긋하게 쉬고 있으면 안 되겠어. 당장이라도 돌아가야겠어.’

 

  은아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야! 연예인 지금 바로 불러줄게. 너희 형한테 전화 걸어.”

 

  민재는 바로 동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형 사장님이 전화하래서. 지금 어디야?”

 

  “언제쯤?”

 

  “알았어. 사장님 지금 우리 형 다와 간다는 데요?”

 

  “여기에?”

 

  “네”

 

  “잘됐네. 빨리 오라고 그래”

 

  “어 형 빨리 오래”

 

  그 말을 끝으로 통화는 종료 되었다.

 

  “근데 사장님. 우리 형이 지금 이대로 오고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왜? 빨리 오면 좋지”

 

  “연예인을 태우고 와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요?”

 

  “상관없어. 오빠만 오면 돼.”

 

  “우리 형이 연예인도 아니고... 아니면 애초에 보여줄 생각이 없는 거 아니에요?”

 

  “보여줄 테니까. 오빠 오거든 두 눈 크게 뜨고 잘 보렴.”

 

  은아는 손가락으로 눈을 크게 벌려보였다.

 

  “근데 사장님. 진짜 우리 형 보다 어린거 맞아요?”

 

  “응 맞아.”

 

  “근데 왜 난 아닌 거 같지. 둘이 말하는 거나 액면가만 보면 전혀 아닌 거 같은데 히히”

 

  민재는 히죽이며 은아의 눈치를 살폈다.

 

  “시끄러. 너 100원 깔 거야.”

 

  “아 너무하잖아요! 저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말했을 뿐이라고요.”

 

  “사실적시도 명예훼손이거든! 게다가 허위사실유포는 말할 것도 없고”

 

  “거짓말쟁이는 내가 아닌 것 같은데요”

 

  “시끄러 또 100원 깔 거야.”

 

  “아 사장니임. 아니 누나아”

 

  “이제 와서 필요 없어!”

 

  애교부리며 다가오는 민재를 피해서 은아는 매장 밖으로 도망쳤다.

 

  그때 은아의 눈에 차 한 대가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이 동네에는 다니지 않는 차였기에 은아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운전자석에서 동재가 내렸다.

 

  동재에게 다가가려던 은아는 동재가 곧장 이리로 오지 않고 뒷문을 여는 모습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은아는 놀라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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