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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목숨 걸고 에카론!!
작가 : 목목목
작품등록일 : 2017.7.28

인류 최초의 가상현실 게임 [에카론]
미션을 클리어하면 20억 !
하지만 게임에서 죽으면 현실에서 총살?

올림픽 영웅에서 반란군 여왕이 되어버린 첫사랑 <리브문>
그녀의 포로가 되어 목숨 걸고 에카론을 플레이해야 하는 <아이슈>
인생역전과 생존을 건, 처절한 게임플레이가 시작됩니다.
목숨 걸고 에카론 !!

 
구원에서 온 자괴
작성일 : 17-07-28 07:16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5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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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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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혼돈'이었다.

 호흡과 시야를 방해하는, 가면을 벗어젖힌다.

 매캐한 독향과 뿌연 시야 속에서, 그저 빛을 찾는다.

 독 안개를 뚫고 들어오는, 강렬한 태양만이 눈에 들어온다.

 

 아.. 저곳을 향해야 내가 산다!

 

 나는 모든 걸 내팽개치고, 빛을 향해 기었다.

 독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지만, 열심히 기었다.

 그런데 무언가 차갑고 날카로운 것이 어깻죽지를 파고든다.

 

 - 생명력이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난 끝났다.

 기는 것도 포기한 채, 한쪽 귀를 땅바닥에 대고 누워버렸다. 모두 포기해버리고 싶다고, 생각할 때였다. 땅에 바짝 엎드린 내 온몸에, 묘한 진동이 울려 퍼진다.

 

 다그닥- 다그닥-

 

 땅에 댄 귓가에, 정교하면서도 힘찬 울림이 느껴진다. 이상하네... 순간 햇살이 더 강렬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무기력하게 고개를 들어 밝아진 태양을 바라본다.

 

 어? 태양이 밝아진 게 아니야.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태양보다 더 눈부시게 빛나는 기사였다.

 아니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보자.

 그 기사는 태양을 등지고 달려오고 있었는데, 등 뒤의 빛을 은빛 갑주를 통해 증폭시키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대지를 통해 느껴지던, 묘한 울림. 그것은 그가 타고 있는 백마의 말발굽 소리였다. 말발굽 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그에 따라 나의 심장박동 소리도 고양된다. 그야말로 그는 나의 혼돈을 잠재워줄 질서이자, 어둠 속의 빛이며, 유일한 희망이었다.

 마치 날 구원해줄 신처럼 느껴졌다.

 그가 안개를 찢어발기며, 짓쳐들어왔다.

 

 "꾸에엑!!"

 "꾸엑!"

 "꾸우욱.."

 

 기괴한 비명만이 귀를 점령한다. 그 순간 따듯하고 포근한 기운이, 내 몸을 감싼다.

 

 "아이슈! 괜찮아요?"

 

 어... 윌리?

 윌리의 목소리를 필두로, 의식이 점점 뚜렷해진다. 나 지금 뭐했던 거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몸을 일으키려 했는데, 오른쪽 팔이 움직이지 않아 실패한다. 오히려 땅에 더 처박히고 만다.

 

 "움직이지 말아요! 고블린의 도끼가 어깻죽지에 박혔어요."

 

 윌리가 나에게 힐을 주며 말했다. 그는 내 생명력이 어느 정도 돌아오자, 어깻죽지에 박힌 도끼를 빼내었다.

 

 "아이슈! 어서 이것을 마시세요!"

 

 윌리의 음성이 아니었다. 익숙한 듯, 낯선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고개를 돌려보니, 허리까지 오는 은발에, 흰 가면 사이로 보이는 하늘색 눈동자, 빛나는 은빛 갑주.

 

 "낙엽?"

 "네, 낙엽입니다. 어서 해독제부터 마시세요."

 

 나는 얼떨떨해하면서도, 그가 주는 해독제를 받아 마셨다. 몽롱하던 정신이 완전히 깨어난다.

 

 "어째서 당신이 여기..."

 

 난 낙엽에게 이곳을 온 목적을 물으려 했다. 그러나 낙엽은 이미 내 곁을 떠나고 없었다. 어느새 접근해있던 100여 마리의 고블린을 향해, 자신의 백마를 타고 돌진하고 있었다.

 

 저 백마.. 며칠 전에 봤을 때만 해도, 망아지에 불과했던 그 녀석이 맞나?

 

 낙엽뿐만 아니라, 백마에도 은빛 마갑이 입혀있었다. 육중할 무게감에도, 낙엽의 백마 '바람'은 믿기 힘든 속도로 고블린들에게 들이닥쳤다. 바람을 맞닥뜨린 고블린들은, 마치 교통사고라도 당하는 듯이, 마구 짓밟히거나 튕겨 날아가 버렸다.

 

 그 위에 탄 낙엽은, 자신의 키만한 창으로, 무자비하게 고블린들을 꿰뚫어버리고 있었다. 고블린들은 마치 무너지는 도미노처럼,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쓰러져갔다. 100여 마리의 고블린 군단을 혼자 쓰러뜨리는데,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의 압도적인 무용에, 넋을 잃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전투를 끝마친 그가 말머리를 돌려 내 쪽으로 향했다. 나의 지척에 도착한 그가, 말에서 내려 위풍당당하게 서 보인다.

 

 어? 저 그림... 어디선가... 아 그래.

 

 지금 그의 모습은, 서부도시 신전 앞에서 보았던 우라노스 동상과 똑 닮아 있었다. 광포함과 자애로움이 공존하는 그 모습은, 자연스럽게 경외심을 품게 한다.

 

 "여러분, 괜찮으신가요?"

 

 그가 우리 일행의 안부를 물었다. 아! 그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지?

 나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며, 다급하게 주위를 살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리고 나까지 여섯.

 다행이다. 천만다행이다. 모두 무사했다.

 

 "당신 눈엔 이게 괜찮아 보이나?"

 

 왼손이 잘려나간 안드레스가, 낙엽에게 비뚤어지게 굴었다. 안드레스뿐만이 아니었다.

 잭스는 얼마나 두드려 맞았는지 강철 갑옷이 반파되어 있었고, 버크는 반으로 부러진 창을 지팡이 삼아, 겨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베이돈은 대자로 뻗어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날 치료해주던 윌리는 등에 화살이 세 개나 박혀있었다.

 맙소사... 이들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그 혼돈 속에서 맞서 싸운 것이다.

 

 난, 뭐한 거지?

 

 숨이 막히고, 시야가 어두워지자 가면부터 벗어젖혔다. 그 가면은 피와 먼지로 더럽혀져, 땅속에 반쯤 묻혀있었다. 그것은 외면해버린, 나의 책임감이었다.

 

 '그렇게 바짝 엎드려 있는 당신이, 뭔가 해낼 리는 없을 것 같군.'

 

 지금 이 순간, 리브문이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녀의 말이 상기되자, 여전히 땅에 엎어져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초라함과 혐오감이 엄습한다.

 

 난 이런 나를 원하지 않는다.

 

 찌질하게 사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안드레스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적도 있었다. 그게 나답다고 생각해왔다. 나에겐, 남들과 다른, 기적을 추구하는 기상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죽음을 동반한 혼란이 오자, 그 기상은 무참히 꺾여 버리고 말았다. 나의 정체성이, 나의 생존본능에게 지고 말았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너 뭐하냐?"

 

 잭스가 나에게 물었다.

 글쎄... 내가 뭐 하고 있을까..?

 

 "너 또 죽고 싶다는 표정인데? 겨우 살아놓고 뭐가 문제야?"

 

 나의 자살쇼를 몇 번이나 막아섰던, 잭스가 말했다. 과연 그는 나를 잘 알고 있었다.

 난... 그냥...

 

 "넌 그냥 뭐?"

 

 내가 풀죽은 표정으로 땅을 바라보자, 내 마음을 읽은 잭스가 물었다.

 

 "나답지 못했어..."

 "하하, 나 참. 또 시작이네."

 

 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그가 크게 비웃었다. 그리곤 말을 잇는다.

 

 "아이슈, 이게 가장 너 다운 너거든?"

 "뭐라고?"

 

 내가 발끈하며 물었다. 아니, 날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는 녀석에게서, 저런 말이 나오니 거부감부터 든다. 수치스러운 나 자신을 거부하려는, 반발작용이었다. 내가 화를 내자, 잭스가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아이슈 그게 너 맞다니까? 용감한 쫄보."

 

 용감한 쫄보?

 

 "그게 뭔..."

 "너나 처음 만났을 때, 기억 나냐?"

 

 또 이 이야기다. 잭스는 나와 본인이 처음 만난 날을 회상하는 걸, 좋아했다.

 그것도 벌써 9년 전의 이야기.

 

 당시 잭스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두 뼘이나 컸고 힘으로는 교내에서 당할 사람이 없었다. 지금은 많이 순해졌지만, 그 시절에는 눈에 독기가 팍 들어간 것이.. 질풍노도 그 자체였다고나 할까?

 

 당시의 잭스는, 눈을 마주치는 친구들에게, 눈을 깔게 하는 걸 좋아했다. 그러나 오직 단 한 명. 나만은 잭스에게 눈을 깔지 않았다.

 

 "다리는 무서워서 오들오들 떨던 주제에 말야."

 

 잭스는 내 회상에 참견을 달았지만, 난 인정하지 않는다. 내 기억 속엔 없는 이야기다.

 

 "넌 인정하려 하지도 않고, 기억조차 나지 않겠지만, 그때 분명 넌 쫄아 있었어."

 "아니라니까? 아니, 그보다 그 얘기가 왜 나와?"

 

 내가 의문을 담아,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볼 때, 넌 터무니없는 쫄보야. 유령이라던가 바퀴벌레라던가 낌새라도 보이면, 발광을 해대잖아."

 

 아, 이건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얼마 전 리넬 대교 위에서도, 서부도시 성벽 안에서도 일화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대단해."

 

 얘가 진짜 점점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댄다. 발광하는 게 대단해?

 

 "쫄보이면서도 가끔 용감한 선택을 해내니까. 남들이 못하는 선택지도 대뜸 골라 버리니까."

 

 잭스가 내가 한심하다는 듯이, 크게 한숨을 '휴'하고 쉬더니 말을 잇는다.

 

 "넌 남들보다 겁이 많아. 그런데도 남들보다 용감 하려고, 너 자신과 맨날 싸워. 그런데 그 불리한 싸움에서 어떻게 매번 이기겠냐?"

 

 아... 이 녀석. 언제 날 이렇게까지 파악한 거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겉으로는 허세를 둘러매서 숨겨왔다. 그런데 이 미련한 곰탱이가 날 이렇게까지 잘 알고 있다니.

 

 난, 스스로에게 '나 다운 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놓고, 끊임없이 대입한다. 갖은 역경을 딛고, 스스로의 '이상'에 완벽히 대입되었을 때 오는, 그 막대한 희열을 즐긴다.

 

 "몇 번이고 패배하고 쓰러지는 게 당연해. 그래도 안 죽었으면 됐지. 안 그래?"

 

 하하... 이 자식...

 잭스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한다.

 

 "재수 없게 잘난 척하기는."

 

 그러자 녀석은, 한 번 '씩' 웃어 보이더니, 다른 일행들을 챙기러 가버렸다. 난 더 이상 챙겨줄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하.. 이번에도 역시 잭스 녀석에게 위로받고 말았다.

 잭스는 항상... 내가 죽고 싶을 때면 살아갈 이유를 준다. 인생에 풍파를 맞을 때마다, 자존감이 땅에 떨어질 때마다, 항상 잭스는 날 일으켜줬다. 어째서 잭스가 나에게 그런 존재일 수 있는지, 궁금했었다.

 난 항상 막연하게, '소꿉친구니까. 오래된 사이니까.'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정확히 알았다.

 잭스는, 나보다 나를 잘 알고 있었다.

 

 확실히 난 겁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그것을 부정하려고 한다. 때문에 '온전한 정신'과 '강렬한 목적의식'이 있을 때는, 기어코 '이상'을 선택한다. 하지만 주위가 혼란스럽고 의식이 흐릿할 때는, 속절없이 '본능'을 선택해버리고 만다.

 그래 인정하자. 오늘의 나는 확실히 패배했다.

 

 아직 독 기운이 완벽히 해독되지 않아, 온몸이 저릿하고 팔 한쪽은 잘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일어선다.

 비틀거리면서도 일어서 보인다.

 

 나와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쓰러지는 것보다, 그 패배감에서 비집고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더욱 나답지 못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혼자 일어서지 마세요! 적들은 제가 다 처치했습니다."

 

 낙엽은 내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하며, 날 부축하려 했다.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더더욱 일어설 수밖에 없지.

 

 그가 나의 은인인 건 사실이다.

 그래서 그에게 증명 받고 싶다.

 난 더 이상 당신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걸.

 

 "안 도와줘도 됩니다."

 

 낙엽의 호의를, 단호히 일축한다.

 지금 오로지 내 눈에 보이는 건, 피와 먼지로 얼룩진 황색의 가면.

 나와 내 동료들이 정한, 우리만의 징표이다. 비틀거리면서도 뚜벅뚜벅 걸어가서, 그것을 집어 올린다. 그리곤 그 가면을 쓰며, 조용히 읊조린다.

 

 "두 번 다시 벗어던지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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