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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거울의 도시
작가 : 홀로가는길
작품등록일 : 2017.7.27

에펜슐렌 대륙 중부에 위치하는 국가 브리티아에서는 에드워드 왕태자가 그의 아버지인 클레이안 왕을 시해함으로써 반역자로 간주되어 실각하였다. 그에 따라 빈 왕좌와 주인을 잃은 왕관은 자연스럽게 왕의 둘째 아들이자 왕태자의 이복동생 에렌 왕자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것 일뿐, 에렌 왕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의 모후가 되는 헤스데아가 섭정후로 등극하였고, 브리티아는 그녀의 통치 아래 놓이게 된다.

에렌은 자신의 의지 하에 선택을 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의 인생을 재단하는 것은 늘 그의 어머니 헤스데아 섭정후였다. 거짓 왕의 자리에 앉아 어머니와 그에 관련된 신하들 사이에서 놀아나는 것에 분노를 느끼던 나날 중, 우연히 카드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카드는 이복형이자 실각한 에드워드 왕태자에게 자신이 그려줬던 카드였다. 이 카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왕태자와 자신뿐이었다.
평소 시해 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던 에렌은 이 카드의 끝에 닿으면 왕태자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뒤를 쫓는다. 하지만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일에만 자꾸 휘말리는데…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 것인가?

 
#4
작성일 : 17-07-28 02:50     조회 : 260     추천 : 4     분량 : 7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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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에 부딪친 햇빛이 부서져 창 앞에 앉아 있는 소년을 비추었다.

 햇빛과 직접적으로 부딪친 머리카락은 그의 백금발을 더 부각시켰다. 푹 꺼진 눈두덩이 아래엔 초승달 모양을 한 가로로 긴 눈매가 공백을 메웠다. 밑으로 내리깐 모양새를 보아 부채의 끝에 장식된 깃털처럼 속눈썹이 매달려 있었다. 그 모습이 퍽 도도한 귀부인의 준비물인 공작 깃으로 만든 부채가 연상되었다.

 

 그는 조각상처럼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를 생동감 있게 만들어준 것은 그의 신체 중에서 유일하게 필기구를 쥔 손만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는 시선을 책상 위의 종이에 고정시킨 채 필기구로 그 위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때였다.

 

 “폐하, 카야 에델리아 일로이드 공주님 오셨습니다.”

 

 에렌의 아랫사람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그에게 허리를 숙여 말을 높여 물었지만 그는 표정 하나 변함없이 묵묵히 무언가를 적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애초부터 이 공간에는 자신밖에 존재하지 않고 그 목소리는 처음부터 들리지 않았던 양.

 

 그 때 중년의 남자가 들어왔던 요란하게 조각된 큰 문이 열렸고 그의 문에 어울릴 법한 소녀가 들어왔다. 소녀는 금사로 이음새를 메우고 포도나무처럼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짙은 초록빛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넓게 파인 목 부분에는 같은 초록빛이 나는 사파이어 보석 목걸이를 했고 귀에도 같은 빛깔의 보석을 달고 있었다.

 

 소녀는 휘황찬란하고 번쩍거리는 옷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평범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못생긴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입고 있는 옷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얼굴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오히려 소년의 얼굴이 더 곱다고 말할 수 있었다)

 

 적갈색의 웨이브 진 머리에 새하얀 피부가 인상적인데 그 새하얀 피부 때문에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기도 했다. 새하얀 피부 위로 살짝 주근깨와 기미들이 흩뿌려져 있는 것은 굳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또 그게 있기 때문에 사랑스럽고 밝은 그 나이 대 분위기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굳이 또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소녀의 눈이었다. 올리브빛을 띄는 동공이 유난히 커 초롱초롱해 보이는 눈은 소녀를 고집스럽고 똑 부러지게 보이게 했다.

 

 소녀는 일로이드의 공주, 카야 에델리아 일로이드 공주이다. 현 국왕의 왕비에게서 난 두 번째 딸이다. 일로이드의 파벨 왕은 프레야 왕비만을 부인으로 두고 있는데 그녀와 결혼하게 된 계기가 꽤나 로맨틱하다.

 

 파벨 왕은 브리티아의 남부 아그리젠 지방의 축제를 갔다가 프레야 왕비를 만나게 되었다. 그 지방 상인의 딸이었던 프레야의 아름다움은 아그리젠에서 꽤 유명했다. 밀빛의 금발 머리와 바다와 접해 있는 아그리젠의 푸른 바다 느낌을 담은 눈, 잡티 없이 새하얀 피부,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가녀린 체형, 청초한 분위기까지 일개 지방 상인의 딸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름다운 외모였다.

 

 파벨 왕과 프레야 왕비가 축제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나 정확히 처음 만났던 곳은 광장에 아그리젠 지방의 수호신인 헤브레샤(바다와 무역의 도시답게 배의 안전 기원을 위해 바다 여신을 모신다. 상체는 사람의 몸체에 하체는 물고기 비늘을 한 인어모습을 한 여신이다. 이 조각상의 여신은 갑옷을 입고 방패와 칼을 들고 비장한 표정으로 아그리젠을 수호하고 있다)가 조각된 분수대였다.

 

 파벨 왕은 누군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는데 그것을 프레야 왕비가 보고 구해줬던 것이 그들의 첫 인연이었다. (왕이 도망치고 있었던 이유는 이 부부만 아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아그리젠의 사기꾼들이 아마도 그의 돈을 훔치거나 빼앗거나 강탈한 것을 그가 다시 가져와서 벌어진 일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왕이 돈 몇 푼 때문에 도망치는 모양새가 퍽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 않는가)

 

 그 후 둘은 만남의 기약도 없이 헤어졌고, 인연은 거기서 끊길 줄 알았다. 왕에게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고, 왕비에게는 좋은 일을 한 하루였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인생은 앞날을 알 수 없기에 살아간다고 누가 그랬던가.

 

 아그리젠 축제 마지막 날 광장에서 열리는 가장 무도회에서 둘은 그들이 처음 만났던 곳에서 다시 만났다. 그 때 프레야 왕비는 하늘거리는 물빛 드레스를 입었는데 이 모습이 파벨 왕의 눈에 헤브레샤 여신처럼 보였던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겠다. 반대로 프레야 왕비는 처음에 봤던 꼬질꼬질 했던 파벨 왕이 근사하게 차려입고 나타나자 가슴이 두근거렸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둘의 인연은 다시 시작되어 종국에는 부부가 되었다. (물론 과정 없이 결과가 나오지 않듯이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말이다)

 

 모든 사랑 이야기가 그러하듯 이 둘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점을 딱 찍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이 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빛이 바래지지 않고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에 금 밖에 없는 듯하다)

 

 처음엔 둘 다 기뻐했다. 왕은 자신의 힘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어서 기뻤고(당시에 신하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음은 당연하다. 외국 영애도 아닌 평민 출신이라니) 왕비는 왕비라는 지위를 가지는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왕비는 외로운 궁정 생활에(친구 하나 없이 온통 주위에는 적뿐이었으니 말이다. 평민 왕비를 인정하기엔 귀족 영애들이 자존심이 좀 드세고 텃세가 심하지 않는가) 지쳤고, 하지 말라는 것 투성이인 궁정 예법에 숨이 막혀갔다.

 

 반대로 왕은 자신을 받쳐주고 든든히 해주는 배경이 없어 점점 자신의 권위가 떨어져 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권위를 높여보려 네르센과도 전쟁을 치렀지만 결과는 패배와 더불어 전쟁 자금에 대한 빚만이 그에게 돌아왔다.

 게다가 둘 사이엔 아들이 없고, 딸 둘 뿐이었다. 일로이드는 남자만이 왕위에 오를 수 있는지라 그가 지금 여기서 운명한다면, 다른 성의 왕가가 열릴 것이다. (아마 그의 조카가 이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던 파벨 왕은 회의에서 이 문제로 귀족들에게 호통을 쳐 보기도 하고 소리 높여 보기도 하고 때론 어르고 달래보기도 하여 조건을 전제 하에 첫째 딸을 여왕으로 인정할 것이라는 걸 약속을 받아냈다.

 

 그 조건은 그의 첫째 딸 엘레나 공주가 여왕으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보여준다면 그녀를 일로이드의 여왕으로서 인정한다고 귀족들은 약속했다. 그들이 원하는 자질의 요건은 엘레나가 성인이 된 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였다.

 (파벨 왕은 왕궁 기록도 불안하여 신관을 불러 마리로트 서약서까지 제작하게 했다- 마리로트 서약서란 거기에 적는 모든 내용들은 이뤄주는 서류 같은 존재이다. 그 서약서에 적을 수 있는 사람은 신에게 선택받은 신실한 신관들뿐이다. 그들은 신의 도시 레테나퀴스에서 파견되어 그 서약서를 관리한다. 왕도, 귀족도, 그 누구도 거기 적는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라 간 조약도 이 서약서에 기록한다. 어길 시, 그 대가는 여기 서명한 자의 죽음이다)

 

 소녀, 카야는 뺨을 한껏 부풀리고 에렌을 쳐다보고는 그에게 다가왔다.

 

 “에렌. 숙녀를 이렇게 오랫동안 밖에 세워놓으면 안되지. 다른 여자들한테도 이렇게 해도 되는데 나한테는 안 되지. 미래에 너의 옆에 있을 부인이 왕비가 될 사람인데.”

 

 카야는 뾰족한 목소리로 입술을 비죽이며 말했다. 정적인 공간에서 꽤나 날카로운 쇳소리인데도 불구하고 에렌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자 카야는 그의 책상을 향해 구두 소리를 내며 걸어갔다. 그녀의 새침함을 대변해주 듯 또각또각 아주 큰 소리였다.

 

 에렌은 그 소리에 미세하게 눈썹을 찡그렸다. 저 구두 소리. 무게 중심을 유독 뒤에 다 싣고 뒤꿈치와 발바닥의 중간까지만 바닥에 닿고 앞꿈치는 스쳐지나가게 해서 내는 구두 소리. 공주가 좋아하고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그 소리였다.

 

 “뭐 하느라 처다 보지도 않는 거야?”

 카야는 끝이 위로 솟은 눈매를 움찔 움직이며 불쾌함을 표현했지만 에렌은 자신의 일을 하느라 그녀의 감정을 잡아챌 수 없었다. 아니, 알아볼 생각이 없다는 것이 더 알맞은 표현이었다. 이 정도면 무안해서 어린 소녀의 마음이 제법 상했을 만한데 카야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뭘 그리는 거야? 이런 종이 쪼가리에다가.”

 카야는 움직이는 에렌의 손 밑에 있는 종이를 재빠르게 낚아채 보았다. 종이 위에는 커다란 매가 하늘을 비행하여 그 땅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수도 셀레테첼 모습인 듯했다.

 

 “내 남편으로서 이렇게 학문에 관심 없고 유유자적하는 건 아주 바람직한데…”

 카야는 손에 잡힌 종이를 머리 위로 들어 펼치자 맞은편 창가의 햇빛에 반사되어 그림에 매의 날개가 반짝이는 듯했다.

 

 “그래도 내가 오면 기본적인 교양은 갖춰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기분 나빠져서 이대로 달려 나가거나 틀어지면 너도 곤란하지 않아?”

 그러면서 카야는 종이의 가운데를 잡고 옆으로 당겼다. 종이는 그녀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반으로 갈라져 찢어졌다. 그제야 에렌의 고개가 들리면서 카야의 눈과 마주했다. 드디어 그녀를 인식한 것이다.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는지 카야는 짙게 미소 지었다.

 

 “나도 이런 잔인한 방법으로 인사 하고 싶지 않아. 네 그림을 나름 사랑하는 나인데.”

 카야는 2장이 된 조각난 그림을 다시 한데 모아 찢었다.

 

 “그런데 네가 너무 비협조적이잖아. 이렇게 나는 너를 끌고 가려고 노력하는데. 내가 가면 너도 어느 정도 따라와 줘야 같이 걷지. 나 이대로 나간다?”

 카야는 이제는 그림이라고 부르기 힘든 조각들을 다시 한데 모아 찢으며 말했다. 그리고 몸을 반 즈음 틀어 등을 돌리는 척 했다. 에렌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예전에는 종종 와서 나도 그려주고 같이 차도 마시고 했는데… 에렌, 이제 너도 컸다고 낯가림 하는 거니?”

 에렌은 빙하 같이 차갑고 딱딱한 얼굴로 그녀를 냉랭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카야는 거기에 당황하지 않고 그저 에렌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아님 네가 그렇게 따르던 형님의 약혼녀였는데 너에게 순서가 오니까 불편하니? 뺏은 거 같아 죄책감이 들어서?”

 에렌은 카야의 말에 동요조차 하지 않았다.

 과거 그녀가 형의 약혼녀였을 때, 자주 찾아갔던 적이 있다.

 그녀는 형을 만나러 일주일에 두 번은 궁에 왔었고, 형도 일로이드 대사관 근처에서 지내는 공주를 만나러 가긴 했지만 일 때문에 공주만큼 꼬박꼬박 가지는 않았다.

 

 그녀는 형을 만나러 와서 기다리는 일이 많았다. 회의, 훈련 참관, 수도 근방의 경비 점검 등 이처럼 혼자의 용무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해야만 하는 용무의 이유를 대며 형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이해해 달라’는 이유로 그녀가 화조차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에렌은 그런 형을 이해하면서도 궁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꿋꿋이 기다리는 공주가 안타까웠다.(그녀도 고집이 세서 절대 그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굳이 기다렸다가 만나고 돌아가곤 했다)

 그래도 사랑하는 형의 약혼녀이고 형을 저렇게 생각해주는 것이 감사해 에렌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지루하게 기다리는 그녀 곁으로 다가가 말동무를 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친해지게 된 것이었다.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에렌이 느낀 공주는 생각보다 강단 있고 고집이 세고(이미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지만)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끔 사건과 사물의 본질을 정확히 판단해 말할 때면 놀라고 서늘할 때도 있었지만(그 당시에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다정한 사람이었다.

 

 에렌은 공주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하고, 궁을 소개시켜 주고(자세히 역사까지 말이다), 수도를 구경시켜주기도 했고(물론 형과 어머니 몰래), 경주게임도 하고, 애들 사이에서 같이 놀기도 했다.(물론 이것도 형과 어머니 몰래)

 

 공주가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오는 날이면 ‘나비 같으세요(노란색 드레스), 공주.’, 새로운 귀걸이를 하면 ‘공주, 못 보던 귀걸이를 하셨는데 하얀 사슴 같으세요.’, 또는 ‘공주, 저는 녹빛 드레스를 입은 공주가 제일 아름답습니다.’ 눈웃음 지으며 말해주기도 했다.(에렌은 잘 어울리고 예쁘다는 걸 솔직하게 말한 것뿐이다. 어찌 보면 둘 다 솔직해서 친해진 걸지도)

 그 때마다 공주는 ‘왕자, 고맙습니다.’ 웃으며 얘기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새하얀 얼굴에 분홍빛 홍조가 도는 것을 보면 남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에렌이 잠시 공주와의 과거를 떠올리고 있을 때, 자신의 얼굴에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워져 놀라 고개를 들었다. 공주가 얼굴을 너무 가까이 다가와서 자칫하면 코가 닿을 거 같았다. 에렌은 놀라 피하려고 했다. 그러자 공주는 에렌을 잡고 얼굴을 그의 귀에 가까이에 댔다. 그리고 에렌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아니면 형의 일에 내가 관련되어 있는 것 같아서?”

 에렌은 그녀의 말에 저도 모르게 돌처럼 굳었다.

 

 그 때 중저음에 깊은 울림의 목소리가 그들의 공간에 던져졌다.

 “폐하, 실례하겠습니다. 시종이 문을 두들겼는데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우물쭈물 하고 있길래 제가 수업 때문에 이렇게 무례하게 들어왔습니다. 죄송합니다.”

 

 그의 목소리에 카야는 에렌에게 떨어져 뒤를 돌아보았다. 아는 얼굴인지 비뚜름하게 웃으며 말했다.

 “케인즈 코르바이델 남작.”

 

 카야가 케인즈에게 다시 말했다.

 “곧 수업 시간이었나 보죠?”

 

 케인즈는 허리를 굽혀 공주에게 약식으로 인사하며 말했다.

 “예, 공주님.”

 

 “무가로 정통 있는 가문 중 하나인 베르챠인 가문 사람이 역사를 가르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카야의 말처럼 그는 현 베르챠인 백작의 막내 동생이다. 그 당시 왕태자를 보필하였는데 전쟁에서 운명하며 그는 주군을 잃었다.(클레이안 국왕은 제 5왕자였다. 즉 전 국왕을 보필했던 이가 아니다)

 그 때 클레이안 국왕의 아버지인 레니엘드 국왕이 그에게 전쟁의 공으로 남작 작위를 주며 자유의 몸으로 풀어주었다.

 

 자유가 된 그는 고향인 북부로 돌아가지 않고, 신의 도시 레테나퀴스의 명문 아스헤크(신학, 역사, 정치, 철학으로 유명한 학교이다) 로 가서 역사학을 전공하였다. 특히 그는 유적과 유물을 탐사하는 것을 선호했다.(움직임이 생활이었던 사람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른다. 가만히 앉아서 어떻게 공부만 했을까는 최대 의문이다)

 

 그는 그렇게 탐사하며 떠돌다 카이르벳(에드워드 왕태자가 약 4년동안 다스렸던) 근처에서 ‘잃어버린 도시’를 발견했다. 그는 동맹왕국시대에 갑자기 사라져버렸던 작지만 부유했던 도시, 아르덴(현재 스텔라들의 도시 이름이다)의 흔적을 발견하였고, 이를 연구하여 아스헤크의 교수직까지 올랐다.

 

 “송구합니다. 가문에서도 저는 희한한 존재라 공주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무리가 없으십니다.”

 

 카야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칼보다 펜이라. 좀 안 어울리잖아요.”

 

 “그럼 전 이만 가 보도록 하죠.”

 카야는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이 들어왔던 문 쪽으로 다시 향해 걸어갔다. 여전히 구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면서. 문이 열리며 공주가 나가려고 하다 갑자기 몸을 돌렸다. 케인즈 남작은 문이 열리는 소리는 들렸는데 닫히는 소리가 나지 않아 시선을 그 곳으로 돌렸다.

 

 카야는 케인즈와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말했다.

 “남편이 학문에 관심 없는 건 좋지만 무식한 건 싫으니 적당한 수업 잘 부탁드립니다.”

 

 케인즈는 아무 말 없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나가는 공주에게 답했다. 커다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케인즈는 돌아서서 말했다.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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