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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죽음의 단편
작가 : 마이랑
작품등록일 : 2017.7.20

원치 않은 운명에 휘말려 타인의 죽음이라는 사건의 단편을 볼 수 있게 된 한 사람. 죽음이라는 거대한 운명에 맞서 싸우며 타인의 생명을 구하려 한다.

 
8월 -1-
작성일 : 17-07-28 01:41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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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만의 시간. 그토록 갈망하고 또 갈망한 시간. 하지만 고통으로 가득한 시간. 고독으로 가득한 시간. 절망이라는 똬리가 완전히 휘감아버린 자기 자신.

 

  정민의 혼자만의 시간을 지배하는 것들은 말 그대로 끔찍한 것들투성이었다. 정민은 지금까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자신이 한 잘못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찾으며 자책의 늪으로 빠져만 들어갔다.

 

  ‘전부 내 탓이야… 전부 내 탓이야…’

 

  정민의 고통은 하루 이틀 만에 가실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흘러 마침내 8월 5일 자정이 왔다. 평소라면 단번에 확인했을 사건이지만 정민은 스마트폰을 쳐다보려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날은 그냥 잠들어버렸다. 신령의 눈 따위는 진작에 꺼 버린 터라 희생자들의 두근거림은 이미 관심 밖의 무언가였다.

 

  다음 날이 되어서도 정민은 스마트폰도, 앱도, 사건도 쳐다보려 하지 않았다. 그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은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함일 뿐.

 

  그 다음 날이 되어서도 정민은 스마트폰을 집어 던진 채로 홀로 누워 있었다.

 

  그 다음 날도 정민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때 벨 소리가 울렸다. 목소리였다.

 

  정민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희생자들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자기 자신이 희생자들을 구할 자격은 있기나 한 걸까. 어차피 목소리와 대화해 봤자 비아냥과 비난만 들려올 것이 뻔했기에, 벨 소리가 한참을 울려대도 정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이 흘러갔다. 벨 소리는 아직도 울리고 있었다. 정민은 벨 소리가 듣기 싫어서 전화를 받았다.

 

  “지금 하고 싶은 말 없어.”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벨 소리가 울렸다.

 

  그렇게 1시간이 또 흘러갔다.

 

  목소리는 정민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 전화를 계속 걸어댈 생각이었을까. 지친 정민이 전화를 받았다.

 

  “제발 그만해.”

 

  “그래도 이번에는 전화를 받았군.”

 

  “벨 소리가 듣기 싫었을 뿐이야.”

 

  “어쨌든 받은 것은 받은 거고.”

 

  “네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 지겨워. 내게 바라는 게 있어도 난 하지 않을 거야. 어떤 일이든.”

 

  “큭큭큭.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이번에 몇 명이 희생되는지는 알고 사건을 안 보는 건지 모르겠네.”

 

  “관심 없어.”

 

  “네가 상상하는 수 이상이라면? 그렇지만 생각보다 사건을 해결하는 게 쉽다면? 이번만큼은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항상 난 그런 기대를 하고 있었어. 하지만 단 한 번도 내 기대대로 사건이 흘러간 적이 있어? 언제나 내 뒤통수를 때렸지. 어떤 방법으로든.”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였잖아. 세어보면 온전히 네 탓이었던 일들이 얼마나 있다고. 거의 없지 않나?”

 

  “네 탓인 건 하나 있지. 그게 제일 내 가슴을 심하게 때렸는데.”

 

  “그건 길게 보았을 때 널 위한 거였다니까.”

 

  “그래도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지 네가 결정할 일은 아니었잖아.”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후… 그래 네 생각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나는 잘 모르겠다.”

 

  목소리의 쉼 없는 말대꾸에 말하는걸 멈춘 정민이었다.

 

  “그래도 이번 사건은 보고 싶지 않아.”

 

  “정말 그대로 흘려보낼 셈이야?”

 

  “아마 그럴지도. 이렇게 며칠 더 보내다 보면 사건이 끝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런가? 과연 운명의 수레바퀴가 그렇게 흘러가게 둘까?”

 

  “마치 내 미래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말하네, 예언하는 거야? 어떤 선택을 하든 넌 고통받을 거다. 뭐 이런.”

 

  “마음대로 생각해.”

 

  “어떤 선택에도 내가 후회할 거처럼 이야기하는군.”

 

  “그것도 마음대로 생각해.”

 

  “아직 모르겠어. 어떤 사건이 들어있을 거고 몇 명의 희생자가 나올 거고 그런 모든 것들이 어떻게 흘러갈지.”

 

  “어차피 안 보고 후회할 바에야 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겠어?”

 

  “결국엔 사건을 보는 쪽으로 날 유도하려 하는 거구나.”

 

  “그래야 너와 할 말이 더 생기니까.”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군.”

 

  “뭐 그렇지.”

 

  “그럼…”

 

  “그럼?”

 

  “난 사건을 보지 않겠어.”

 

  “정말이야? 이번 달이 끝날 때까지?”

 

  “그때까지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와 이야기해도 마음이 바뀌거나 그러지는 않네.”

 

  “용기 있는 선택이군.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나도 장담하지 못해. 이번 설득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좋을 대로 해.”

 

  “오늘 설득하기는 완전히 틀린 것 같으니 이만 줄이지. 그럼.”

 

  목소리의 통화가 끊어졌다.

 

  “후…”

 

  정민의 한숨이 길어졌다. 거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몇 명의 생명이 사라질지는 아무도 몰라. 사건을 열어봐야만 알 수 있어. 하지만 나는 생명을 지키려는 과정에서 너무나도 많은 상처를 입었어.’

 

  ‘둘의 무게를 함께 잰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일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 내게는 그것마저도 힘겨운걸.’

 

  ‘사건을 열어보는 것이 두려워, 무서워, 생각만 해도 끔찍해.’

 

  그렇게 정민은 사건을 열어보는 것을 오늘도 포기했다.

 

  다음 날. 정민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하루가 또 찾아왔다.

 

  다음날,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정민의 일상은 혼자서 겨우 꾸려나가는 것만으로도 힘겨웠고, 대부분을 침묵 속에서 보내거나 방 한쪽에서 고개를 숙이고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며 보내거나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보낸다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고 보내거나 중의 하나였다.

 

  얼마나 날짜가 지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목소리의 이번 달의 두 번째 전화였다.

 

  “지금도 별로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야.”

 

  “알고 있어. 지금 네가 지내는 모습이 어떤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걸.”

 

  “비웃으려고 전화한 거야? 그럼 끊는다.”

 

  “꼭 그렇다고 단정 짓지는 말라고… 정말 너를 위해서 연락한 거야.”

 

  “결론은 그거겠지. 어서 사건을 열어 보렴.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려 뛰어 보렴. 또 넘어져 보렴. 아프지?”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었나?”

 

  “그래. 지금까지 내가 사건을 해결하면서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간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어?”

 

  “그렇지는 않지. 네 말에 일리가 있다는 점 인정해.”

 

  “사건이 주어질 때마다 과연 정답이 있었나? 라는 생각마저 들어. 언젠가 네가 말하지 않았나? 내가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없을 거라고.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제일 앞서고, 그래서 더더욱 앞으로 나서는 게 싫어져.”

  “하지만 이번에만은 열어보는 게 좋을 거야. 내 말을 믿으라니까?”

 

  “네 말은 믿을 수 없어. 어디까지가 참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구별할 수 없기에 더더욱 믿을 수 없어.”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어. 계속 사건을 열어보는 걸 미루는 너는 그것 때문에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끝까지 열어보지 않으면 어떤 사건을 방치했는지 모르는 거 아냐?”

 

  “언젠가 너는 사건을 열어보게 될 거야.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은 시간이겠지.”

 

  “지금 이야기 하는 건 비아냥이야? 아니면 지금이라도 열어보게 하려는 일종의 자극이야?”

 

  “아무래도 지금이라도 열어보게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겠지.”

 

  “그래도 안 열어 본다니까.”

 

  “열어보는 게 좋아.”

 

  “안 열어. 안 볼 거야.”

 

  “보는 게 좋을 거야. 내 말을 한번 믿어 보라고.”

 

  “더 할말 없으면 끊는다.”

 

  정민은 전화를 끊었다.

 

  두 번째 전화에서도 정민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또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났다. 정민은 날짜를 세는 것조차 귀찮아했다.

 

  이제 광복절 즈음이 되었나? 정민이 날짜를 자세히 보니 실제로 광복절이었다.

 

  ‘이제는 날짜를 세긴 세어야겠군. 며칠 후면 또 출근은 해야하니까.’

 

  출근했을 때 받을 스트레스는 끔찍함 그 자체겠지만, 그래도 출근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기에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정민이었다.

 

  또 다시 벨 소리가 울렸다. 목소리였다. 이번이 세 번째.

 

  “광복절 기념 인사.”

 

  “그럴 리가 없잖아.”

 

  “잘 알고 있군. 그래 한 달의 절반을 그냥 흘려보내니 기분이 어때?”

 

  “별 느낌 없어. 오히려 골치 아프지 않고 상쾌하기만 한걸?”

 

  “오늘은 미안하지만 널 위해 한 가지 일을 하러 왔어.”

 

  “무슨 일이야? 난 그 어떤 일을 해도 사건을 열어보지 않을 거라니까.”

 

  “네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려고. 내가 언제든지 사건에 직면하면 널 돕거나 방해한다고 했지? 이번에 하는 것이 도움인지 방해인지는 나중에 생각하라고.”

 

  “신령의 귀 강제 작동. 작동 시간 10초.”

  갑자기 휴대폰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접수되었습니다. 신령의 귀 능력을 10초간 작동합니다.”

 

  그 순간, 정민의 귀에서 들리는 두근거림들.

 

  정민은 양쪽 귀를 틀어막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너… 너… 너…!!!”

 

  정민은 목소리를 원망하며 울부짖었다.

 

  정민이 느끼는 양쪽 귀 너머도 들리는 두근거림. 그것은 수백 명의 두근거림이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한 쪽 방향, 한 곳에서만 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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