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아내에게 작별 키스를 하고 싶은데.
작성일 : 17-07-28 00:40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745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들은 들어왔던 통로가 아닌 주방으로 난 뒷문을 통해 나갔다.

 

 눈보라가 없는 보름달이 뜬 하늘이었다.

 

 

 “아직 한 밤중인 것 같은데……새벽에 떠나라고 했잖아요.”

 

 

 세라는 서운함을 최대한 숨기려고 노력했다.

 

 

 “당신 가기 전에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고 했잖아. 그거 보러 가는 거야.”

 

 

 빛의 보석으로 가득 찬 로맨틱한 비밀방이 그가 보여주려던 것으로 생각했던 세라는, 조금 더 그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그가 바위 위로 그녀를 잡아끌며 눈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니까 조금만 힘 내.”

 

 

 몇 걸음 오르다가, 숨을 헉헉거리는 그녀를 쉬게 했다.

 

 하늘을 보던 아카드는,

 

 

 “아슬아슬하겠는 걸.”

 

 “뭐가요?”

 

 

 대답은 하지 않고 자신의 등을 그녀에게 보이며 한쪽 무릎을 꿇는다.

 

 

 “뭐, 뭐하는 거예요?”

 

 “업혀. 당신 걸음으로는 늦겠어.”

 

 

 완강한 재촉에 그녀는 못이기는 척 업혔다.

 

 이렇게 그녀를 업고, 단숨에 산을 오르는 모습은……그녀의 가슴 속에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머지않아, 아카드는 또 다시 기억 속으로 그녀를 데려가고 있었다.

 

 

 

 **

 

 

 

 8년 전. 파갈성.

 

 

 

 아론은 세라를 업고 성벽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라는 그의 목에 얼굴을 묻은 채 눈을 꼭 감았다. 그의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이 세라에게 전해졌다.

 

 그 다음은 들판을 지나 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세라는 높은 성벽에서는 차마 눈을 뜨지 못했지만, 차즘 고소공포도 밤의 공포도 사라지자,

 

 아름다운 달빛을 받으며 강인한 그의 등에 업혀, 다소 거친 숨소리를 듣는 것이 야릇하고 좋았다.

 

 아론은 바위들을 오르고 작은 계곡을 지나더니 드디어 멈췄다. 평평한 바위 위에 조심히 세라를 앉혔다.

 

 세라가 안도의 숨을 쉬자, 옆으로 물러서서 세라의 시야를 열어 주었다.

 

 탁 트인 검은 하늘에 박힌 달과 별들. 짙은 회색의 구름들. 그 아래 사뿐히 누군가 내려놓은 듯 작게 보이는 파갈성.

 

 성곽과 지붕들의 은빛 실루엣은 깊고 깊은 검은 바다 속에 가라앉은 신비의 성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평생 파갈성에 살았는데 이런 전경은 처음이야.”

 

 

 황홀한 풍경에 눈을 반짝이며 세라는 아론을 올려봤다. 그의 뿌듯해 하는 부드러운 미소에 한 번 더 황홀함을 느꼈다.

 

 세라는 주변을 살피다 풀숲속의 어둠을 응시하니 오싹해졌다. 어깨를 웅크리는 세라를 내려보던 아론은 옆에 앉으며,

 

 

 “무서워요?”

 

 “……응, 으스스하네. 경치는 좋지만.”

 

 “제가 곰, 사자, 호랑이도 맨손으로 잡았다는 소문을 들어 본적 없어요?”

 

 “듣긴 들었지만.”

 

 “남편 될 남자의 실력을 의심하다니 섭섭한데.”

 

 

 그가 토라진 척 했다. 그 귀여운 표정에 세라는 할 말을 잃은 채,

 

 

 “네가 그러니까 진짜…….”

 

 “진짜 뭐요?”

 

 “됐어.”

 

 “되긴 뭐가 돼요, 말해 봐요 어서.”

 

 

 선뜻 말하지 못하는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힘을 주며 재촉했다. 아론이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세라는,

 

 

 “네가 그렇게 귀여운 표정하니까 진짜……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그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애정 표현에 서툰 그녀가 애쓰는 모습을 아무 말 없이 아론은 흡족하게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더 민망함이 최대치로 올라가는 순간,

 

 그의 따뜻한 입술이 부드럽게 내려왔다. 바람처럼 가볍게 입술을 스치듯 맴돌다 그녀의 입술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대로 그녀 속으로 호흡이 되어 들어가고 싶은 나머지 그 위를 유영하며 오랫동안 머물고 있었다.

 

 싸늘한 밤바람이 스치고 지나가자 세라의 팔에 소름이 돋아 오르는 것을 느끼고서야 아론은 입술을 떼었다.

 

 입고 있던 니트를 잡아 올리더니 머리 위로 벗었다. 달빛이 그의 단단한 근육위로 내려 앉아 흐르는 것을 보며 다시 얼굴을 붉히며 내미는 옷을 사양했다.

 

 

 “됐어! 너는 훌러덩 벗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입어.”

 

 “난 안 추워요.”

 

 “됐다니까.”

 

 

 그가 니트를 입혀주었다. 헝클어진 머릿결을 정리하여 등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세라는 다정하고 따뜻한 손길이 자신에게서 떨어질 때까지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숨 쉬세요. 숨 안 쉬면 죽습니다.”

 

 

 그의 손길이 거둬지고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청혼을 받은 후로 계속 붙어 있다 해도 그의 사랑이 전해 들어올 때마다 세포들은 전율하며 어쩔 줄 몰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의 풀 향기와 따스한 체온이 세라에게 그대로 느껴졌다. 행복에 겨워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둘이 말없이 눈앞의 경관을 응시하던 중, 세라가 엉덩이를 조심스레 들썩였다.

 

 늘 푹신하고 안락한데 익숙한 세라는 시간이 흐를수록 바위가 딱딱하고 편하지 않았다.

 

 

 “불편해요?”

 

 “응, 조금. 그래도 괜찮아.”

 

 “내 무릎 위에 앉아요.”

 

 “어우, 됐어. 됐다니까…….”

 

 

 또 고집 피우는 세라를 그가 번쩍 안아 들어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어릴 적 아빠 품에 안겨 이야기를 듣다 잠 들던 그때처럼…… 아늑하고 든든했다.

 

 

 “아론, 여기 데려와 줘서 고마워.”

 

 “……앞으로 더 많이 찾아서 보여 줄게요.”

 

 

 세라는 훌륭한 그림을 보는 것도 좋아했지만 자연을 통해 보여 지는 색의 신비에 크게 매료되는 것을 아론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를 꼬옥 끌어안은 채, 그런 세라를 보는 것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미명이 들 때까지 밤이 만들어 낸 마법 같은 색의 변화를 감상한 후 둘은 성으로 돌아왔다.

 

 

 “이 팔찌 가지고 가. 이게 너를 안전하게 나한테 돌아오게 해 준 것 같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가지고 가.”

 

 

 세라는 손목에서 아론이 만들어 준 팔찌를 풀어 그의 손에 꼭 쥐어 주었다.

 

 아론은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황궁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죽어서 돌아왔다.

 

 

 

 

 **

 

 

 

 

 “다 왔어. 늦지 않은 모양이야.”

 

 

 순식간에 정상에 도착한 그는 반대편으로 완만한 지형을 찾아 내려왔다. 앉기 좋은 바위 위에 그녀를 내려 주었다.

 

 

 “도대체 뭔데요?”

 

 “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될 걸. 절대 모를 리 없지.”

 

 “겁주지 말아요. 조마조마하니까.”

 

 “그런 것 아니라니까.”

 

 

 그답지 않게 기대에 찬 눈을 하고 숨기는 표정이 소년처럼 짓궂었다.

 

 

 “괜찮아요? 오늘……이래저래 힘을 많이 썼잖아요.”

 

 “괜찮아. 당신 아니면 아직도 뒹굴고 있겠지. 아니면 완전히 정신을 잃고 있던지.”

 

 

 그녀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뜸을 들이다가 세라가 입을 열었다.

 

 

 “좀 더 알고 싶어요.……그 증상에 대해서.”

 

 “……5년 전, 정확히 내 상태가 어떤지 알고 싶어서 브르노 도움으로 실험을 했었어.”

 

 

 그녀를 가만히 응시한 후, 시선을 산 아래로 옮기며 담담히 말을 시작했다.

 

 5일 정도까지는 드문 환각과 두통과 발열, 불안감과 경련이 서서히 고조되어갔다.

 

 그 이후부터 본격적인 환각증상이 나타나고 차례로 수순을 밟듯 그가 치러온 격렬한 전쟁들과 큰 고통의 경험을 기억해 내고 고스란 그 지옥 같은 시간을 다시 살아야 했다.

 

 환각의 순서는 일정했다. 뒤로 갈수록 극심한 고통을 겪었던 환각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 덕에 중간 중간 많이 생략된 것 같아. 금방 깨고 말야.”

 

 

 생색낼 수도 없는 칭찬이었다. 어차피 약 먹으면 그녀 도움 따위는 필요도 없는데.

 

 

 “아까 느꼈던 것이 끝이었으면 좋겠는데. 더……있어요?”

 

 “……아마. 다른 것들처럼 건너뛸지도 모르지.”

 

 

 조심스러운 질문에 그가 씁쓸하게 대답했다. 남아있다면 최악의 것이 오겠지.

 

 무거워진 분위기가 미안해진 세라는 옆에 쌓인 눈을 손으로 살짝 살짝 쳐내다가 그를 향해 다소 힘을 실어 뿌렸다. 건냉한 기온 탓에 응집력이 없는 눈 분자들은 그의 얼굴 위로 흩뿌려졌다.

 

 그라면 피하고도 남았을 텐데 얼굴로 받아낸 것에 세라는 당황했다.

 

 얼굴을 구겨 입바람으로 눈을 불어내는 꼴이 천진스러워, 그 모습에 그녀는 까르르르 웃다가 바위에서 일어났다.

 

 그의 정면에 서서 본격적으로 잘게 부셔지는 눈을 마구 뿌리기 시작했다.

 

 막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있던 그가 일어서 한발 다가오자 그녀도 얼른 도망쳤다.

 

 무릎까지 오는 눈밭이라, 성큼성큼 다가 온 그에게 금세 허리를 붙들리고 말았다.

 

 모피코트 속으로 눈이라도 밀어 넣을까봐 진저리치며 괴성을 질렀다.

 

 버둥거리는 그녀 때문에 맥없이 중심을 잃고 함께 눈 속으로 꼬라박히고.

 

 하아. 하아. 하아.

 

 둘의 숨소리가 섞여 고요한 산자락 사이로 스며들어갔다.

 

 자세를 고쳐 잡은 아카드가 팔베개를 해주었다. 푸르스름한 달빛으로 덮인 그의 옆모습이 조각처럼 차갑게 빛났다.

 

 실감나지 않는 매력에 맞닥뜨릴 때마다, 세라는 숨조차 쉬지 못하고 매료되는 자신과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예술품 중에도 이런 작품이 없었다. 그러니 기회 될 때 잘 봐 둬. 눈에 꾹꾹 담아!

 

 바보야. 기억이 많을수록, 아픔도 오래가기 마련이야.

 

 그렇게……영원히 타협점을 찾지 못하리라.

 

 적어도 이별을 앞둔 지금은 타협점 찾기를 포기해야 했다.

 

 그 때, 북쪽 하늘의 반구 전체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빨간 빛의 띠가 하늘에 드리워졌다. 그 아래로 빛다발이 쏟아져 내리고 쉴 새 없이 파도가 넘실거리듯 하늘을 유영했다.

 

 마치 얇게 비치는 커튼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것처럼.

 

 세라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뒤이어 상체를 일으킨 아카드의 팔을 꼭 잡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휘둥그레진 눈으로 아카드를 보자, 그는 미소를 띠고 그녀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이내 초록 빛다발이 그 위로 떨어져 빨간빛과 섞여 들어가며 춤추듯 서로가 시간차로 움직였다.

 

 누군가 밤하늘에 형형색색의 띠들을 연속적으로 띄우고 띠들은 그 아래로 찬란함을 수직으로 쏟아 부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의 커튼자락을 세라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대체 저것을 누가, 어떻게 만들어 내는 것인가?

 

 말 그대로 마법 같은 황홀한 광경이 하늘에서 펼쳐지는 형상에 세라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비로소 그가 중무장을 시키고 험준한 눈 산을 업고 넘어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제까지 봐 왔던 그 어떤 장관보다 세라의 모든 감각을 순식간에 휘어잡았다.

 

 처음에는 세상이 어떻게 되는 건가 싶어 두려움에 아카드의 옷자락을 꼭 쥐었다.

 

 아카드가 그런 그녀를 사랑스럽게 내려 보는 것을 확인하고 점점 안정을 찾아 하늘에서 벌어지는 향연을 감상했다.

 

 그녀도 모르게 소리가 질러졌다. 웃음이 나왔다.

 

 온갖 감탄사가 입 밖으로 정신없이 흘렀다.

 

 

 “세상에! 말도 안 돼. 정말……정말, 굉장해요. 아카드, 저건……저건……너무 아름다워요.”

 

 

 입을 다물 수도, 다른 상념에 빠질 수도 없이 매순간 세라의 모든 신경을 붙잡고 환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아카드, 이곳에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그녀가 그의 목을 끌어안고 탄성을 질렀다.

 

 한 시간 동안 하늘은 파란만장한 사랑을 하는 연인을 위해 위로의 축제를 멈추지 않았다.

 

 하늘에 남녀 한 쌍이 구애의 춤이라도 추는 냥, 빨간빛을 초록빛이 끝까지 쫓아가 섞여들었다. 다시 분리 되고 만나고. 그러다 함께 사라졌다.

 

 고요한 여운이 남았다.

 

 세라는 어느 새 자신과 아카드를 대입시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나고 분리되고 다시 만나고 함께 사라진다.

 

 내가 함께 사라지고 싶은 사람은 어느 쪽일까, 아카드일까 아론일까?

 

 

 

 *

 

 

 

 아카드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잠시나마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성취감이 뿌듯하게 가슴을 채웠다.

 

 매순간이 이랬으면…….

 

 자신의 목을 스스럼없이 끌어안고 소리를 질러대는 그녀를 보고 그도 마음껏 웃었다.

 

 서서히 달궈지는 체온을 무시하고 그녀에게 집중했다.

 

 이곳에서 고통의 기억을 맞아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기쁨의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은 고통이 끼어들면 안 되는 순간이었다.

 

 

 너를 제대로 보낼 수 있게 내게 힘을 줘, 세라.

 

 

 시간이 흐르자, 차갑고 딱딱한 자리가 불편해진 세라가 엉덩이를 들썩이는 것을 아카드는 놓칠 리 없었다.

 

 그녀를 번쩍 안아 들어 그의 품안에 앉히니,

 

 어떨 결에 그의 목에 팔을 두른 세라는 놀라, 눈꺼풀을 깜박이며 그의 눈을 볼 뿐이었다.

 

 검은 눈은 행복하면서도 슬퍼 보였다.

 

 슬픔을 삼켜 넘기듯 그의 목울대가 움직이고,

 

 

 “곧 사라질 거야, 마저 봐.

 

 

 그가 눈짓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낮고 부드러운 음성이 아직은 둘이 함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잠시 후, 휘황찬란한 오로라들이 사라지고 아쉬운 여운과 고요만 남았다.

 

 

 “세라…….”

 

 

 갈라진 채 새어 나온 소리엔 아픔이 느껴졌다.

 

 

 “아내에게……작별 키스를 하고 싶은데…….”

 

 

 그 말에 조금 전 까지 느꼈던 환희의 순간들이 순식간에 허상처럼 느껴졌다.

 

 세라가 굳은 채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가 손을 들어 코언저리까지 덮은 코트 깃을 여민 버클을 풀기 시작했다. 그의 손끝이 흔들렸다.

 

 붉은 입술이 드러나자 검은 눈동자 위로 물막이 덮였다.

 

 뜨거운 손끝으로 뺨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쓸어 넘겨주고 하얀 턱 선을 따라 덧그렸다.

 

 평소의 강함은 어디로 사라지고 이 순간 그는 금세라도 부설질 것처럼 보였다.

 

 세라의 입술이 불안하게 달싹거렸다.

 

 

 “나, 난……당신을 떠…….”

 

 

 그 달싹임을 아카드의 입술이 막았다. 그녀가 떠나지 않겠다는 말을 뱉고 나면 도저히 보낼 자신이 없었다.

 

 망설이는 아내를 보내려는 남편의 완곡한 의지가 담긴 입맞춤이었다.

 

 그의 손과 입술에서 느껴지는 열감에, 세라는 순간 그가 다시 고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유혹적이지도 관능적이지도 농밀하지도 않은, 짙은 회한과 벌써부터 느껴지는 산 같은 그리움이 실린 무겁고 고요한 입맞춤이었다.

 

 그의 턱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격정을 속으로 감추고 부드러운 입맞춤만을 전하려고 애쓰는 그의 노력이 여실히 전해졌다.

 

 천천히 입술을 떼는 그를 더 붙잡아 두고 싶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힘이 없음을 알고, 세라는 힘없이 그를 놓아주어야 했다.

 

 

 “나 때문에 고생한 거 미안해.”

 

 

 그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그 녀석도…… 다 잊어.”

 

 

 세라의 눈에 눈물이 들어찼다.

 

 

 “다 잊고 새로 시작해. 내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줘.”

 

 

 굵은 눈물이 두 뺨을 가르며 떨어지고.

 

 

 “세라 파갈, 아니 세라 카라스.”

 

 

 그의 얼굴을 선명히 담고 싶은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돌아오지 마. 그것만 약속해.”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당신을 보내려는지 알잖아. 우린 같이 있으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겨. 그리고 결국, 말코족 손에 둘 다 죽게 돼.”

 

 

 그가 품에서 비단 주머니를 꺼내서 그녀의 코트 주머니 속에 넣었다.

 

 

 “이거 간수 잘 하고, 마차랑 마부는 저 아래에 준비 되어 있어.”

 

 

 그가 일어서며 품에 안겨있던 그녀가 설 수 있게 도와주었다.

 

 

 “아무래도 나는 여기서 당신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마부 얼굴 보면, 어떻게 해서든 뒤를 캐서 당신 찾으려고 난리를 피우겠지.”

 

 

  두 손으로 세라의 뺨을 감싸고 눈물을 닦아주었다.

 

 

 “하아……준비 됐어?”

 

 

 그가 크게 숨을 토해낸 후 힘겹게 물었다.

 

 

 “자, 이 길로 곧장 내려가. 어서.”

 

 

 그가 머뭇거리는 세라의 등을 떠밀었다.

 

 쉽게 그녀가 발을 떼지 못하자, 아카드는 등을 돌려 왔던 길로 성큼성큼 올라가더니 바위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세라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을 했다.

 

 그토록 그한테서 벗어나려고 했는데,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아픔은 대체 뭐야?

 

 심장이 조각나는 통증은 아론의 죽음을 맞닥트렸을 때 느꼈던 그것과 같았다.

 

 세라는 일어서 그가 사라진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 못하고 설 수 밖에 없었다.

 

 

 ‘네 역할은 간단해. 섭외 할 주연배우를 불러내는 역할.’

 

 

 말코족 암살단 대장, 키시쿠멘의 웃음소리가 산을 울렸다.

 

 내 존재가 그를 위험에 처하게 할 뿐이라면……돌아 갈 수가 없잖아.

 

 세라는 폭포처럼 흘러넘치는 눈물을 닦아 낼 생각도 못하고 아카드가 사라진 바위 사이를 한참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 너머로 어슴푸레 미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62 인간의 능력으로 헤아릴 수 없는 먼 과거. 2017 / 8 / 23 262 0 5255   
61 괴수의 짝짓기 2017 / 8 / 18 265 0 5986   
60 초야 2017 / 8 / 11 264 0 5874   
59 내 이름을 불러 줘, 세라 2017 / 8 / 9 269 0 5323   
58 무의식 속, 그리움 2017 / 8 / 9 248 0 5440   
57 너……나, 알지? 2017 / 8 / 3 256 0 6578   
56 어둠속에 주저앉아 쏟아낸 눈물 2017 / 8 / 3 280 0 7354   
55 아내에게 작별 키스를 하고 싶은데. 2017 / 7 / 28 268 0 7450   
54 오늘만 우리, 부부로 살자. 2017 / 7 / 28 256 0 7002   
53 부탁이다. 새벽까지만 나랑 있어. 2017 / 7 / 28 263 0 5351   
52 네 안의 그 놈 불러! 그 놈 좀 보고 죽자고. 2017 / 7 / 28 269 0 6399   
51 300년만에 참석한 결혼식 2017 / 7 / 28 278 0 7744   
50 당할 수 없는 놈을 산 채로 잡는 방법 2017 / 7 / 25 279 0 7201   
49 네 역할은 주연배우를 불러내는 역할 2017 / 7 / 25 252 0 5400   
48 아들이 좋아했던 여자와 결혼하는 거 2017 / 7 / 25 251 0 6534   
47 이정도면 너한테 상냥한 거 아닌가? 2017 / 7 / 25 264 0 6379   
46 아론과 카라스 영주의 조우 2017 / 7 / 25 294 0 6239   
45 관객과 배우를 속인 연극 2017 / 7 / 25 273 0 5304   
44 회상 - 잘 가라 아론 2017 / 7 / 24 252 0 5689   
43 회상 - 나, 깨끗한 남자입니다! 2017 / 7 / 24 260 0 6040   
42 회상 - 소년에서 남자로 2017 / 7 / 24 278 0 5749   
41 새로운 신부감을 찾아 줄 텐가? 2017 / 7 / 24 264 0 6785   
40 내 여자 덕에 산 줄 알아 2017 / 7 / 24 261 0 7563   
39 네가 자백하면, 열 한명이 살아 2017 / 7 / 24 265 0 7165   
38 이름 부르고 싶어? 조건이 있어. 2017 / 7 / 22 278 0 7850   
37 걸어다니는 병기도서 2017 / 7 / 22 293 0 6664   
36 똑같이 그려봐. 2017 / 7 / 22 296 0 8073   
35 에라, 꼬추나 떨어져라! 2017 / 7 / 22 258 0 5699   
34 회상 - 늑대가 보여 준 고독의 무게 2017 / 7 / 22 250 0 6090   
33 회상 - 벼랑 끝,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순간 2017 / 7 / 22 256 0 6140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