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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네 안의 그 놈 불러! 그 놈 좀 보고 죽자고.
작성일 : 17-07-28 00:38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6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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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진정하고 들어봐요. 내 심장소리를. 내 목소리를. 내가 진짜에요.”

 

 

 쿵! 쿵! 쿵!

 

 그녀의 힘찬 심장 고동이 몸을 타고 전해졌다.

 

 샤트족의 도끼를 막던 그의 팔이 내려졌다. 진짜 적을 맞아 싸우라는 그녀의 말을 받아드려야 할 것 같았다.

 

 

 **

 

 

 본성에 도착한 시갈은 곧장 1층 끝에 있는 세탁방으로 향했다.

 

 성내에서 키 큰 말이 편자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질주하자, 일꾼들은 기겁을 하며 자빠졌다.

 

 세탁방의 문을 앞발로 힘껏 치자, 나무문이 와지직 쪼개지고, 부셔진 틈 사이로 얼어붙은 여자 셋이 보였다.

 

 히히이이이이이잉!!!!!!

 

 놀란 샤르트가 빨래를 던져두고 일어났다.

 

 

 “야! 너 제정신이야?”

 

 “히이이이이이잉!!!”

 

 “뭐, 그게 정말이야?”

 

 

 망가진 문을 열고 그녀가 나오자, 시갈이 샤르트의 치맛자락을 물고 잡아당겼다.

 

 

 “이봐, 이봐. 그런 일이라면 기사단한테 곧장 갔어야지, 왜 나한테…….”

 

 

 샤르트는 시갈이 전하는 다급한 눈빛을 읽었다.

 

 

 “알았어. 그렇게 말할게. 기사들이 내 말을 믿어 줄지는 모르겠지만.”

 

 

 시갈이 몸을 낮춰 샤르트를 태우고, 본성 밖으로 나와 기사들을 찾아 두리번거릴 때였다.

 

 야쿠와 발락이 시갈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

 

 

 

 

 **

 

 

 

 

 아카드가 눈을 감았다.

 

 

 무너진 잔해를 밟는 작은 소리.

 

 균열이 생긴 틈사이로 몸을 구겨 들어오기 시작한 적들의 소리.

 

 육중한 문을 열고 느긋하게 다가오는 소리.

 

 샤트족의 함성 사이로 들리기 시작한 소리가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눈을 떴다.

 

 

 순식간에 얼굴에 각양각색의 문신을 한 말코족들이 들어와 있었다.

 

 아카드는 세라를 자신의 등 뒤로 세웠다.

 

 

 “예전 같았다면 이 홀은 철옹성 중의 최강이었겠지. 문도 그렇고 벽의 두께를 봐도 누구도 침범 할 수 없는 곳. 우리가 카라스를 위해 그렇게 지어 준거야.”

 

 

 키시쿠멘은 여전히 관람객처럼 한 구석에 앉아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선조들의 피땀이 베인 유적지에 다시 와서…….”

 

 

 말코족들의 눈은 원한으로 이글거렸다.

 

 

 “절친의 결혼식에 참석 못한 300년 된 가문의 한도 풀고, 남쪽정복에 골칫덩이인 영주도 제거하고, 그간 너 때문에 개고생한 얘네들 한도 풀고. 어때, 이만하면 괜찮은 연출이지?”

 

 

 아카드는 말코족들이 들고 있는 무기들을 둘러보았다. 덩치가 네다섯 배나 큰 놈이 들고 있는 육중한 도끼에서 잠시 멈췄다가 얼른 시선을 돌렸다.

 

 

 “30명이 아니라 50명쯤 돼 보여요.”

 

 

 뒤에서 속삭이는 세라가 떨고 있었다. 아카드는 등 뒤로 그녀의 손을 찾아 꼭 잡았다.

 

 아직 환영 속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나 보군.

 

 

 “잘 보이니까 그만 떨어.”

 

 

 잠시 후, 등에 기대온 그녀의 이마가 느껴졌다. 안도의 숨결과 눈물을 삼키는 소리. 다시 한 번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지껄이는 말코족들이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하는 모양새가 작은 분열이 생긴 듯 보였다.

 

 그들은 작전을 짜는 듯 했다.

 

 분명 세라가 아카드의 약점으로 노려지고 공격 해 들어올 것이다. 조금이라도 틈을 만들어 그녀를 이용해 그의 시선을 어지럽히려 들겠지.

 

 

 “계단 위로 올라가자.”

 

 

 아카드의 말에 둘은 계단 위로 뒷걸음질로 천천히 올라갔다.

 

 계단 아래에서는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권좌를 중심에 둔 단상도 꽤 넓은 면적이라 그 지점이라면 비교적 몸을 움직이는데 무리는 없어 보였다.

 

 벽 쪽으로 세라를 두고 후방을 차단했다.

 

 등 뒤로 잡은 손을 아직 놓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영원히 놓고 싶지 않은 손이다.

 

 하지만 곧 놓아야 한다는 현실에 아카드는 조금 씁쓸해 하며 천천히 움켜 쥔 손에 힘을 풀었다.

 

 적들이 달려들 조짐이었다.

 

 그들은 정면, 좌우 측면으로 나뉘어 동시에 찔러 왔다. 아카드는 가장 앞서 들어온 적의 칼을 막고 놈의 멱살을 잡아 방패처럼 다른 칼을 막아냈다.

 

 떨어진 검을 주워들고, 측면에서 세라에게 칼을 들이미는 놈의 손목을 내려친 후 복부를 힘껏 걷어찼다.

 

 그 뒤로 달려드는 놈들 위로 쓰러진 그가 손목에서 뿜어대는 피를 보며 일어나더니 광폭하게 다시 달려들었다.

 

 아카드는 무거운 검으로 거침없이 그의 괴성을 잠재웠다.

 

 솟구치는 피를 보는 그의 눈이 희번덕이며 입 꼬리가 기괴하게 올라갔다.

 

 그러다 세라 쪽을 힐끗 보고는 정신을 차렸다. 이따금 환영이 보이는지 눈을 감았다 뜨고 머리를 흔들었다.

 

 한 명, 한 명, 두 다리로 서 있던 사람들이 스러져 갔다.

 

 그런 상황에서도 겁을 내지 않고 끝까지 달려드는 저들의 싸움의 목적이 무엇일까?

 

 단순히 승리에만 그친다면 얼마나 덧없는 목적인가?

 

 분노를 담은 덩치 큰 자가 그들을 향해 사생결단으로 질주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아카드의 눈이 번뜩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상대가 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사슬을 휘둘러 덩치의 목을 감아 바닥에 내다 꽂았다.

 

 도끼가 손에서 떨어지자, 아카드는 얼른 달려가 그것을 쥐고 다시 세라 앞을 막아섰다.

 

 도끼로 발목을 붙잡는 사슬을 힘껏 내려쳤다. 불꽃이 사방으로 튀면서 사슬 하나가 끊겼다.

 

 그것을 보고 아뿔사 하는 표정을 짓는 말코족들에 반해 키시쿠멘은 여유 있게 냉소를 지었다.

 

 다른 사슬들을 끊기 전에 우르르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머지 발목에 있던 사슬마저 끊어버린 아카드는 훨씬 움직임이 빨라졌고 손목의 사슬은 그저 그의 무기처럼 사용 될 뿐이었다.

 

 인간의 몸이 저리 쉽게 해체 될 수 있을까?

 

 아카드의 눈은 흥분으로 커져갔고 세라의 눈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일그러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요란하던 소리가 사라지고 정신을 잃었던 덩치가 머리를 털며 일어섰다.

 

 죽어나간 동료들을 보고 분노로 끓어오른 그는 앞뒤 가리지 않고 아카드를 향해 돌진해왔다.

 

 그녀가 미쳐 그를 따라 움직이지 못한 것을 아카드가 알아차렸을 때엔 이미 늦었다.

 

 덩치의 무게에 떠밀려 벽과 함께 허공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살육의 장에서 성장한 그녀의 상흔들은 아론이나 아카드처럼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결정적인 순간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었다. 방금 전처럼, 초긴장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그 시점에 그녀는 정신 줄을 놓고 말았던 것이다.

 

 생명을 도륙하는 생생한 장면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제정신을 붙들고 있기란 보통사람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살고 싶다는 본능이, 추락 중에 손아귀에 힘을 주어 무언가 움켜잡았다.

 

 이런 지옥 같은 전쟁이 난무하는 시대라도,

 

 아직 못 다한 일이 남아 미련이 잔뜩 남은 사람처럼, 꼭 움켜잡았다.

 

 아카드는 대롱대롱 턱에 매달린 그녀를 보고 안심했다. 그녀의 발치 아래 디딜만한, 목이 잘려나간 벽에 박힌 동물석상의 일부가 보였다.

 

 덩치는 제 무게에 못 이겨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당장 그가 나서서 올릴 상황이 아니었다. 기회다 싶어 밀고 들어오는 남은 놈들을 먼저 처치해야했다.

 

 

 “거기 있는 게 더 안전해 보이는데, 조금만 참아.”

 

 

 그는 곧장 몸을 돌려 뒤에 들이 닥치는 말코족들을, 들고 있던 육중한 도끼로 베고 쓰러트며 순식간에 상황을 종결했다.

 

 피를 보며 싸우는 것이 전율케 했다. 이성과 광기 사이의 문턱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는 상황인데 세라 때문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아카드는 눈을 들어 키시쿠멘을 응시했다. 쓰러진 기둥 위해 앉아 있는 폼이 느긋했다.

 

 

 “이런, 이런. 예상은 했지만……다시 봐도 믿기 힘든 실력이야. 우리 선조들도 이런 맛에 카라스를 섬긴 걸까?”

 

 

 키시쿠멘이 일어섰다. 상의를 천천히 벗으며,

 

 

 “네 본 모습은 언제 볼 수 있는 거지? 그것 때문에 여지껏 살려두고 있는 건데.”

 

 

 아카드가 상반신에 빼곡이 드러난 기하학적인 줄무늬 문신들을 보고,

 

 

 “몸에다 낙서하는 버릇은 마르코호의 전통은 아닐 텐데?”

 

 “오호, 정신 나간 상황에서도 내 말을 듣고 있었나?”

 

 “이 성의 보존된 기록들에서 봤다.”

 

 “비밀장소가 있었군?”

 

 

 아카드는 대답하지 않고 양 손목에 사슬을 차례로 도끼로 내려쳤다.

 

 키시쿠멘은 사슬을 끊어내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개의치 않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의외인데. 카라스들은 그 크나큰 실수를 은폐했으리라 생각했는데.”

 

 “…….”

 

 “다 알면서 우리를 그렇게 죽였던 거야?”

 

 

 마지막으로 목에 찬 족쇄에 연결 된 사슬을 권좌 위에 올려두고 또 다시 도끼로 내려치자 불꽃이 피어났다.

 

 

 “지금은 서로 적일뿐이다.”

 

 

 아카드가 모든 사슬을 끊고 다시 키시쿠멘을 응시했다. 키시쿠멘도 비릿하게 웃으며 아카드를 응시했다.

 

 

 “분명 네 안에 숨어 있는 놈이 느껴지는데, 좀처럼 나오질 않는군. 괴수만 상대한지 꽤 오래 되다 보니 눈만 봐도 감이 오거든. 어떻게 하면 그놈을 불러낼 수 있지? 좀 전 까지만도 나올 기세였잖아. 안 그래?”

 

 “…….”

 

 “오호라, 세라가 네 안의 괴수를 다독인 거야.”

 

 “…….”

 

 “그 놈하고 싸우려고, 이 웃기는 짓거리를 했는데 결국 못 만나는 건가?”

 

 “난……싸울 때 말 많은 놈이 제일 싫다. 시작하자.”

 

 

 잠시 아카드를 응시하던 키시쿠멘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숙이고 양 손등에 있는 혈자리에 그려진 점을 각각 눌렀다.

 

 그가 손끝에 힘을 주며 주먹을 말아 쥐자 검은 선들이 빠르게 황금색으로 변하며 상반신으로 번져갔다. 잠들었던 근육들이 깨어나 불거지며 황금선을 따라 빠르게 솟아올랐다.

 

 그가 고개를 들며, 단단히 올라온 승모근을 좌우로 늘렸다.

 

 아카드의 사뭇 놀란 표정을 보며 그가 냉소를 지었다. 입술사이로 길어진 송곳니가 번뜩였다.

 

 

 “넌, 네 안에 괴수를 마음대로 불러낼 수 없지만, 보시다시피 난 언제고 가능하지.”

 

 “흠, 편리해 보이는군.”

 

 

 그 말과 동시에 도끼자루를 사선으로 고쳐들고 아카드가 먼저 성큼 성큼 움직이다 달리기 시작했다. 키시쿠멘은 제 자리에서 그를 맞기로 결심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근접해 온 아카드는 속도를 내며 무거운 도끼 자루 끝을 잡고 끝임 없이 허리와 가슴부위를 겨냥 해 휘둘렀다.

 

 키시쿠멘은 이리저리 피하면서 주인 잃은 검을 주워들고 아카드의 얼굴을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속도와 순간적인 힘에 있어서 둘은 막상막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키시쿠멘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거리를 두고 문신에 그려진 혈점을 눌러 새로운 힘을 다시금 불러왔다.

 

 

 “언제까지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하군.”

 

 

 시끄럽던 키시쿠멘은 조용했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카드는 강했다. 너무나 대결하고 싶은 나머지 사로잡아 생쇼를 벌이긴 했는데 지친 상태에서도 이 정도라면 폭주를 한 상태에선 그가 이제껏 상대한 최악질의 괴수들보다 더 악질이 분명했다.

 

 둘의 몸부림과 칼부림에 간신히 모양을 유지하며 오랜 세월을 버텨내던, 근처에 있던 기둥과 벽들이 산산조각이 났다.

 

 서로를 집어 던져대는 통에 성한 구석이 한곳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카드가 잔해 속에서 일어서며 근처에 있던 가볍고 예리한 검을 집어 들었다.

 

 

 “짜증나는군.”

 

 

 거칠고 갈라진 소리가 아카드에게서 나왔다. 목소리가 달라진 것을 키시쿠멘은 숨을 몰아쉬느라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 놈 불러! 그 놈 좀 보고 죽자고.”

 

 

 홀 중앙에 서 있던 키시쿠멘은, 다가오는 아카드를 맞아 허리를 곧추세웠다. 그제야 그의 눈이 기다리던 상대가 왔음을 알고 반갑게 눈을 빛냈다.

 

 시뻘건 눈이 노려보며 콧등을 찡그린 채,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었다.

 

 

 “드디어……기다린 보람이 있군.”

 

 

 하지만 짜증이 난 아카드는 키시쿠멘의 며칠 동안 기다린 수고 따위는 알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달려들어 검을 마구 찔러 넣었다. 마지막으로 손톱을 세워 목을 움켜쥐고 뜯어내려는 순간,

 

 

 “아카……드.”

 

 

 반복해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멈췄다.

 

 망연자실한 눈으로 아카드의 눈을 보던 키시쿠멘은 고개를 숙여 몸뚱이에 난 구멍들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았다.

 

 심장만 빼고 찔러 댄 이유는 분명 팔딱거리는 고동소리에 매료되는 야수의 특성 때문이리라. 숨통을 끊기고서도 최후까지 살아서 서서히 멈춰가는 그 소리. 생명이 사라지는 소리. 영혼이 떠나는 소리.

 

 

 “크크크크크 젠장, 많이도 찔렀다.”

 

 

 가까스로 목근처의 지혈점을 눌렀다.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출혈을 막아 줄 것이다. 그가 풀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다다다다닥. 수많은 발들이 움직이는 소리에 아카드가 고개를 들었다.

 

 두 겹으로 촘촘히 에워싼 말코족 궁수들이 아카드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카라스 영주를 잡았다고 전갈을 보냈어. 곧 대대적으로 밀고 들어오겠지만, 정예부대 만명이 먼저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넌 끝났어 아카드 카라스.”

 

 

 키시쿠멘의 입에서 피와 함께 말이 흘러나왔다.

 

 아카드의 붉은 눈에 박힌 검은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아무리 빠르다 해도 홀 안을 포위하고 있는 수백 개의 화살을 피할 수는 없었다.

 

 주저앉은 키시쿠멘의 멱살을 움켜쥐고 바짝 끌어올렸다.

 

 

 “여자를 살려줘! 나만 죽여.”

 

 

 키시쿠멘이 피맺힌 붉은 눈을 들여다보고는 잠시 후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크.

 

 

 “나도 탐나지 않는 건 아닌데, 깔끔하게 끝내는 게 좋잖아.”

 

 “세라를 살려줘!”

 

 

 키시쿠멘은 잠시 아카드가 진심인지 생각했다.

 

 

 “내가 가져도 정말 괜찮겠어?”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붉은 눈에 슬픔이 번져가는 것을 키시쿠멘은 보았다.

 

 

 “알았어. 네 본 모습을 조금이지만 보여줬으니, 나도 네 부탁 들어주지. 우리는 절친이었잖아. 여자 때문에 절교했다가 다시 여자 때문에 화해하는 건가? 뭐, 한쪽이 죽는 거긴 하지만.”

 

 

 키시쿠멘이 배를 움켜쥐고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잘 가게, 친구!”

 

 

 궁수들 뒤편으로 그가 사라지고, 말코족 궁수들의 활시위가 바짝 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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