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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300년만에 참석한 결혼식
작성일 : 17-07-28 00:36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7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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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빨간 카펫 위를 걷기 시작한 세라는 카펫이 끝나는 지점을 응시했다.

 

 흰색 대리석을 깎아 만든 권좌가 보였다. 분명 황금과 각종 보석으로 장식했었겠지만 지금은 단지 한쪽 팔걸이와 앉을 수 있는 좌석만 남아있었다.

 

 그 위에 아카드가 앉아 있었다.

 

 

 “아카…….”

 

 

 그의 이름이 작게 새어 나왔지만 그에게 달려 갈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 때문에 그는 붙잡히고 말았고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착잡했다.

 

 인기척을 느꼈을 아카드일 텐데도 그의 숙여진 고개는 들리지 않았다.

 

 잠을 자는 듯 미동도 없이 권좌에 앉아 있는 모습에는 흡사 이 폐성을 지키다가 사라져간 망자들의 집합체처럼 어둡고 쓸쓸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뭔가……이상했다.

 

 

 “카라스 영주는 깨어있지만 멀리 있는 널 보지 못 해.”

 

 

 뒤에 있던 키시쿠멘이 낮게 말했다.

 

 

 “그가 사용 중 이던 약을 중단한지 6일이 되어가지. 깨어나자마자 경련과 두통에 몸부림 치더군. 그러다 열이 무섭게 오르다가 체온이 급강하하기도 하고.”

 

 

 아직도 저 멀리 있는 그의 모습을 걱정스레 응시했다.

 

 

 “계속 걸어서 그가 널 알아볼 수 있을 때까지 가봐.”

 

 

 세라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긴장으로 쥔 주먹이 하얗게 변했다.

 

 중간쯤까지 거리를 좁혔을 때, 아카드가 고개를 들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초췌한 안색이 멀리서도 느껴졌다. 저항이 심했는지 검은 가죽 옷이 여기저기 찢기고 뜯어져 있었다.

 

 그의 지친 눈이 세라를 응시했다. 그가 일어나기 위해 천천히 움직이자 사슬소리가 홀 안을 울렸다.

 

 그가 한 걸음 두 걸음 그녀를 향해 움직일 때, 양 발목과 양 손목 그리고 목에 채워진 족쇄에 연결된 사슬이 바닥을 긁으며 스르륵, 소리를 만들었다.

 

 권좌 뒤로 연결 된 사슬은 소름끼치는 괴물을 잡아 둔 형상이었다.

 

 그의 모습에 세라는 중심을 잃고 주저앉을 뻔하였다.

 

 족쇄가 닿는 부위마다 피가 범벅이 되어 굳어있었다. 맨발인 그의 발도 온통 상처 투성이었다.

 

 권좌 앞에 있는 계단을 무거운 사슬을 끌며 내려오는 그의 모습을 세라는 힘겹게 응시했다.

 

 어느 새 키시쿠멘은 관객마냥 중간지점의 쓰러진 기둥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화족에 대해 잘 아나? 세라 멈추지 말고 계속 걸어.”

 

 

 멈칫하던 발을 계속 움직였다. 아카드는 계단 아래에서 더 이상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사슬의 길이가 허락지 않았다.

 

 

 “우리만큼 잘 알지는 않겠지. 너희들은 고대 문헌들을 모조리 소각시키고 멋대로 고쳐 써버렸으니까.”

 

 

 그가 품에서 얇은 책 두 권을 꺼냈다.

 

 

 “이웃나라, 파야만의 사기(史記)야. 400년 전 아스란 제국의 국호는 파이어리였고 황족을 묘사해 놓은 기록이 있지. 태양의 하얀 불꽃을 삼킨 머리카락, 푸른 사파이어를 박아 놓은 눈, 젊음을 축복 받은 하늘에 속한 자들이라고 묘사 되어 있어.”

 

 

 세라를 알아보기 시작했는지 아카드의 무표정했던 얼굴에 입술이 벌어지고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락 사기는 전문적인 역사가들의 기록이란 것을 알고 있나? 2천 년 전의 기록까지 요약되어 있는. 일반인들은 볼 수도 없는 귀한 기록이야. 그 사본 몇 부가 암시장에서 돌고 있었지.”

 

 

 아카드는 몸을 앞으로 내밀 다 결국 무릎을 꿇고 넘어져 버렸다. 세라가 아카드를 향해 뛰려 하자 키시쿠멘이 손가락을 들어 저지시켰다.

 

 품위 있게, 걸어!

 

 

 “바락국과 파이어리제국이 과거 큰 전쟁을 치른 기록이 있고. 그곳에 파이어리제국의 초대 황제가 등장해. 하얀 불꽃의 머리, 보이지 않는 바람의 검, 그의 푸른 눈은 세상을 굽어보며 만인은 그를 향해 무릎을 꿇었도다. 어때?”

 

 

 화족이 황족이었다고? 세라는 귀를 의심했다.

 

 그것도 초대 황제가 화족이었다니. 금시초문이었다. 저것이 모두 사실이라면 아스란제국의 역사는 모두 왜곡되고 거짓투성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런 대단한 황제의 충신이자 절친이 누군지 아나? 바로 마르코호 가문이지. 생소해? 탐욕스런 다른 귀족들과 달리 황족의 뜻과 신의를 지켜오던 가문. 훗날 권력을 차지한 귀족들은 그 가문을 비하해서 말코족이라 불렀어.”

 

 

 말코족과 한민족이라는 뜻이야?

 

 

 “카라스 황제가 가는 곳 어디든지 마르코호 가문은 함께 하며 제국을 위해 일했지. 그리고 이 성은 600년 전 마르코호 가문이 카라스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면서 지은 성이야.”

 

 

 이 성을 말코족이 지었다니. 야만족으로만 알던 그들이.

 

 세라는 말코족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이 믿기 힘들었다.

 

 아카드는 힘이 드는지 바로 몸을 세우지 않고 무릎을 꿇은 채로 바닥을 짚고 있었다.

 

 

 “300년 전 황제의 결혼식에 우리는 초대받지 못했어.”

 

 “…….”

 

 “황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탐욕스런 귀족들의 계략으로 재상의 딸을 사랑하게 된 황제는 여자 때문에 눈이 멀고 귀가 닫히게 되었지.”

 

 

 초상화를 걸어 둔 방에서 본 첫 번째 그림이 떠올랐다.

 

 아론의 눈을 닮았던 그가 황제였다니. 그 옆의 함께 그려진 갈색머리의 미인 때문에 비극이 시작 된 건가?

 

 

 “급기야 황제가 마르코호 가문을 버리고 말았어. 차마 멸문시키진 못하고 괴수들과 야만족들이 들끓는 척박한 땅으로 모조리 내몰았지.”

 

 “…….”

 

 “우리의 충성과 신의를 저버린 건 카라스였어. 수백 년 동안 쌓아온 두 가문간의 신의가 반역자의 딸 때문에.”

 

 “…….”

 

 “황제는 귀족들이 준비한 결혼연회에 어린아이부터해서 모든 황족들을 불러 모았지. 화족부부는 아이를 많이 낳지 못하기에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어. 그리고 황족들이 좋아하는 과일주를 준비하여 취하게 만든 후, 재상의 딸은 황제를 유혹해 조용히 침실로 유인해 내고, 마비시키는 약초를 태워 황족들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든 후 몰살해 버린 거야.”

 

 “…….”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정도가 아니라 발목이 잘리고 만 거지. 그리고 연회에 참석하지 않은 소수의 황족들의 가족을 볼모로 잡아두어 꼭두각시로 만들었고.”

 

 “…….”

 

 “황제는 결국 북쪽 국경이나 지켜야 하는 신세가 되었어. 사특한 뜻을 품은 여자를 사랑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며 그의 자손 대대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노예 신세로 만들고 만 거지.”

 

 “…….”

 

 “작당한 귀족들은 제국을 나눠 가졌고 아스란 재상은 황제가 되었으나 결국 그도 꼭두각시에 불과하게 되고 말지. 탐욕스런 귀족들이 또다시 황제의 발 앞에 머리를 조아리려고 목숨 걸고 거사를 치른 것이 아니거든.”

 

 

 그 탐욕스런 가문들 중 하나가 파갈이겠지.

 

 세라가 아카드 앞에 서자, 그가 무겁게 그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우연일까?”

 

 

 아카드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손이 닿지 못했다. 세라가 그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눈빛은 사라지고 슬픔으로 가득 찬 검은 눈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가 세라의 손을 잡아당겨 품에 끌어안았다.

 

 

 “난 마르코호의 직계 후손, 넌 카라스의 직계 후손. 300년 만에 카라스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됐네. 정말 감개가 무량하군."

 

 

 결혼식이라니. 세라의 눈이 커졌다.

 

 

 “세라 파갈, 너는 그때의 아스란 재상의 딸처럼 카라스의 눈과 귀를 멀게 할까 아니면 지친 그의 영혼이 쉴 수 있도록 안식처가 될까.”

 

 

 키시쿠멘이 휘파람을 불자, 육중한 문이 다시 열리고 사제 복장을 한 남자가 떠밀려 들어왔다. 키시쿠멘이 턱짓을 하자 사제는 벌벌 떨며 세라와 아카드가 서있는 곳을 향해 뛰다시피 움직였다.

 

 계단 위로 올라간 사제가 키시쿠멘의 지시를 기다렸다.

 

 세라는 아카드의 품에서 물러나, 키시쿠멘을 바라봤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너희의 결혼식이잖아, 나를 위한. 버림받은 마르코호 가문을 대표해서 300년 만에 참석한 나를 위한 카라스의 결혼식.”

 

 

 버림받은 마르코호 가문을 위한 카라스의 결혼식…….

 

 

 “이게 네가 말한 연극이야?”

 

 “음……연극을 가장한 진짜라고 할까. 카라스 영주도 너를 살리기 위해 연극 같은 진짜 재판을 했잖아. 저 사제도 마을에서 직접 모시고 왔고, 증인은 당연히 카라스 가문의 절친인 내가 하면 되고. 문제 될 게 없어.”

 

 

 아카드의 초점 잃은 눈이 세라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세라……”

 

 

 떨리는 목소리, 아카드의 손이 허공을 휘져으며 세라를 찾고 있었다.

 

 떨리는 손, 아카드는 세라의 손을 꼭 쥐었다. 다시는 놓치지 않으려는 듯.

 

 세라는 쓰러지려는 아카드를 황급히 부축했다.

 

 

 “세라……”

 

 

 메마른 입술은 그녀의 이름만 계속해서 읊조릴 뿐, 정신은 목숨이 위태로운 현 상황에서 떠나 있는 듯했다.

 

 

 “좋아 식을 시작하자고. 식이 끝나면, 신랑 신부의 피로써 둘의 결혼을 축하해 주지.”

 

 

 키시쿠멘이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보내자, 사제가 두꺼운 경전을 펴들고 알아 듣지 못하는 구절을 낭송하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사제의 관자놀이를 타고 줄줄 흘렀다.

 

 마치 둘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송곡처럼 홀 안에 낮게 울려 퍼졌다.

 

 갑자기 아카드가 무릎을 꿇으며 땅을 짚었다.

 

 그는 입을 꽉 다문 채 코로 숨을 몰아쉬며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세라, 도망…….”

 

 

 쥐어짜내는 아카드의 말이 분명치 않았다.

 

 

 “내게서 도망치라고!!!!”

 

 

 그의 목소리가 절박했다.

 

 저 말코족이 아닌 당신한테서 도망치라니.

 

 으악! 악! 윽! 으으으아아악!

 

 그에게서 단발적인 비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움찔거리면서 점점 더 웅크러들었다. 그대로 곧 바닥에 옆으로 쓰러지며 계속된 비명을 짧게 뱉었다.

 

 세라는 놀란 눈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사제도 놀라 낭송을 멈추고 키시쿠멘의 눈치를 살폈다.

 

 

 “계속 해.”

 

 

 키시쿠멘이 사제에게 말했다.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이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융단 위를 해괴한 몸짓으로 구르고 있는 아카드.

 

 세라, 키시쿠멘, 사제는 제각각 다른 시각으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세라는 연민과 슬픔의 고통으로,

 

 키시쿠멘은 그를 흥분케하는 전율로,

 

 사제는 지옥의 사악한 존재를 보듯 두려움으로.

 

 사슬들의 마찰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이마를 바닥에 댄 채 최대한 고통을 삼키다가 고개를 쳐들어 비명을 뱉어내고 마는 그.

 

 아카드……세라는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쥐었다.

 

 마치 뭔가가 달려들어 그를 물어 뜯기기라도 하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생결단으로 손으로 그것들을 떼어내고, 발로 차고, 몸을 구르고……나중에는 그도 그것들을 물어뜯고 찢고.

 

 그는 무아경에 빠져 들어 있었다.

 

 그녀도 사제도 점점 뒤로 뒤로 물러났다. 근처에 있기라도 했다간 잡혀 물어뜯길 것만 같았다. 그는 사납고 처절하게 움직였다.

 

 

 “안 돼, 스팍! 도망쳐! 도망쳐!”

 

 

 스팍? 누군가를 구하려는 몸부림일까?

 

 결국 구해내지 못했는지 그는 절규하며 울부짖다가 목을 움켜쥐고 숨을 쉬지 못했다. 누군가 그의 목을 조른다고 여기는 걸까?

 

 세라가 고통스러워하는 아카드에게 달려들려 하자, 키시쿠멘이 붙잡았다.

 

 

 “아서. 대본상으론, 넌 영주의 눈앞에서 말코족 전사들의 칼에 죽는 거야. 영주 손에 죽는 게 아니라.”

 

 

 여러 차례 더듬거리던 긴 낭송이 끝나고,

 

 

 “신랑 아카드 카라스는 세라 파갈을 신부로 맞아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목숨처럼 아끼고 사랑할 것을 신의 종 앞에 서약합니까?”

 

 “으으 헉! 으헉!”

 

 

 엄숙한 서약대신 아카드는 고통에 허덕일 뿐이었다. 힐끗 키시쿠멘의 눈치를 살피던 사제는 세라를 향해,

 

 

 “신부 세라 파갈은 아카드 카라스를 신랑으로 맞아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그에게 충실할 것을 신의 종 앞에 서약합니까?”

 

 “…….”

 

 “세라, 네 차례야 어서 대답해야지.”

 

 

 아카드의 고통을 바라보는 그녀의 심정은 키시쿠멘의 협박 따위는 아랑곳없었다.

 

 아카드의 몸이 크게 반동을 일으키더니 철퍼덕 사지에 힘이 빠져나갔다.

 

 아카드! 세라는 키시쿠멘의 손을 뿌리치고 그에게 달려갔다.

 

 

 

 **

 

 

 

 

 붉은 새끼여우 스팍을 구해내지 못한 어린 아카드는 사냥개들과 격전을 벌인 후 노예상인들의 올무에 목이 조이고 말았다.

 

 잠시 기절한 그는 누군가 처절하게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간간히 소리는 들리는데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어느 새 키가 커지고…….

 

 용병의 옷차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니, 옆구리에 작은 손도끼가 박혀 있었다.

 

 그것을 잡아 빼자, 붉은 선혈이 쿨럭쿨럭 흘러나왔다. 뒤쪽에서 기습적으로 튀어 오른 적의 이마를 향해 도끼를 던졌다.

 

 그는 처내도 처내도 줄지 않는 샤트족과 싸우기 시작했다.

 

 검은 피부에 노란 칠을 하고 눈과 이빨을 희번덕거리며 연신 도끼를 날렸다. 거의 대부분 잘 피하고 있지만 지친만큼 그의 몸을 스치고 가는 횟수가 늘자 고통도 늘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왜 포기하지 못할까? 그의 손에든 칼을 놓지 못하고 계속 휘둘렀다.

 

 정신을 놓아버릴 때가지 어쩔 수가 없었다. 그의 의지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또 다른 한 무리의 샤트족이 이빨을 드러내고 무더기로 달려오고 있을 때, 그곳에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사람을 보고 경악했다.

 

 샤트족 무리 가운데 그녀가 있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그녀가. 그녀의 걸음은 달려오는 그들보다 빨랐다.

 

 세라!

 

 서둘러 그녀를 향해 몸을 날려 주변의 샤트족을 쳐냈다.

 

 그녀를 자신의 등 뒤에 두고 바위 쪽으로 밀고 들어가 세라의 안전을 확보했다.

 

 세라에게 물어 볼 겨를도 없이 달려드는 놈들과 날아오는 도끼를 이전보다 더 절실히 막아내야 했다.

 

 

 “아카드!”

 

 

 그녀의 외침에 답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자꾸 그를 불러대었다.

 

 할 수 없이 그는 그녀의 절규를 진정시키기 위해, 잠깐의 기회가 왔을 때 뒤를 향해 외쳤다.

 

 

 “파갈성에 있어야 할 당신이 여기 왜?”

 

 “당신을 데리러 왔어요.”

 

 “……데리러 왔다니……나를?”

 

 

 순간, 놈들의 움직임이 엿가락처럼 느려지고,

 

 도끼가 스치며 그의 귀 옆을 말도 안 될 정도로 느리게 지나갔다.

 

 자신의 은발 머리카락이 잘려 허공에 떠 있는 것을 보았다.

 

 

 “아아아……카아아아……드으으으으.”

 

 

 소리도 뭉개지고 늘어졌다.

 

 누군가 그의 손을 잡는 느낌에 아래를 쳐다보았다. 깨끗한 하얀 손이 더러운 그의 손바닥 안에 들어와 있었다.

 

 손의 주인을 찾아 시선을 올리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카드.”

 

 “세라,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당신이 이곳에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꿈을 꾸나요?”

 

 “아카드 정신 차려요. 말코족들이 곧 들이닥칠 거예요.”

 

 “말코족?”

 

 “그래요. 30명가량 되어 보였어요.”

 

 “……30명. 그거 알려주러 여기까지 왔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니죠? 당신 눈앞에 샤트족 수천명이 달려드는 거 안 보여요? 고작 30명이 더 온다한들 달라질 게 뭐 있다고. 그리고 왜 자꾸 날 아카드라고 부르는 거죠?”

 

 “제발, 정신 좀 차려요. 수천 명의 적은 허상이에요. 환영이라고요. 진짜 적이 밖에 오고 있어요.”

 

 

 이해 할 수 없는 말만 하는 그녀를 응시했다. 이전보다 몰라보게 성숙해 버린 그녀는 눈부셨다.

 

 그의 눈이 변모한 그녀를 담기에만 여념이 없자, 세라는 애가 타는 표정으로 샤트족을 향해 뛰어갔다.

 

 

 “안돼요! 세라!”

 

 

 그와 동시에 다시 늘어지던 샤트족의 움직임이 복구되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적의 무리로 뛰어든 그녀를 향해 질주하려는 순간 무언가 그의 목과 사지를 당겼다. 그는 그대로 엎어졌다. 충격을 딛고 일어서 버둥거려 보았지만 그녀에게 도달할 수 없었다.

 

 

 “세라, 이리로 와요. 제발!”

 

 

 세라는 우뚝 서서 양팔을 벌렸다. 샤트족의 도끼에 당할 그녀의 처참한 모습을 보란 듯이.

 

 그는 절규하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미친 듯이 요동쳤다.

 

 샤트족들이 그녀를 향해 밀어닥쳤다.

 

 

 “안 돼! 아아아아아아아아안돼!”

 

 

 그녀가 있던 곳을 휩쓸고 다가오는 그들 사이로 붉은 머리카락이 반짝였다.

 

 아카드는 절규를 멈추고 눈을 의심했다.

 

 샤트족 사이로 멀쩡히 서 있는 그녀를 보며 안도와 충격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달려드는 샤트족을, 뒤로 물러나며 다시 막아냈다. 조금도 상처입지 않은 그녀를 보다가 도끼가 스치며 살점이 날아갔다. 으윽!

 

 세라가 다시 다가왔다. 샤트족은 그녀를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고 있는 지금,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다.

 

 

 “아카드, 그들의 공격은 허상이에요. 당신은 그들의 공격으로 다치지 않아요. 당신의 고통은 진짜가 아니야!”

 

 

 샤트족의 도끼에도 쓰러지지 않는 세라를 보면서도 그는 달려드는 그들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세라가 그를 향해 달려와 와락 끌어안았다.

 

 그의 움직임이 세라 때문에 느려졌다. 그녀를 뚫고 들어오는 창에 찔렸지만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진정하고 들어봐요. 내 심장소리를. 내 목소리를. 내가 진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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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걸어다니는 병기도서 2017 / 7 / 22 293 0 6664   
36 똑같이 그려봐. 2017 / 7 / 22 296 0 8073   
35 에라, 꼬추나 떨어져라! 2017 / 7 / 22 258 0 5699   
34 회상 - 늑대가 보여 준 고독의 무게 2017 / 7 / 22 250 0 6090   
33 회상 - 벼랑 끝,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순간 2017 / 7 / 22 255 0 6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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